실제 이야기였다. 철저하게 자선사업가의 모습을 하고 농아들을, 그것도 어린아이들을 성폭행 한 사건 말이다. 그러면서도 마땅히 받아야할 처벌을 교묘하게 벗어난, 결국은 자본가가 승리하는 세상! 상식을 벗어난 사회에서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함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주인공인 강인호가 소시민에서 아이들을 대변하는 영웅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그러다 다시 현실에 수긍하는 소시민으로 돌아오는 결말은 좀 더 현실적인 우리를 그린 것 아닐까? 누구나 대의를 갖고 행동하고자 하지만, 현실의 무게 때문에 어찌하지 못하는 강인호처럼 말이다.

  우리 사회는 최근 '나영이 사건'이 이슈가 되어 아동성폭행에 대한 관심이 높아 졌다. 스스로 최선의 판단이 힘들고, 자신을 보호할 수 없는 어린이와 장애우들은 사회에서 보호를 함이 마땅하지만, 어떻게 해야 누구에게나 절대적인 정의가 실현될 수 있는지 때문에 그 시시비비를 가리기 힘든 것 같다.

  공지영씨의 소설은 이것이 처음이다. 책장에 꽂혀있던, 언제부터 거기에 있었는지도 모르는 '고등어'를 아직 들춰보질 않았기 때문이다. 한권 한권씩 책을 읽어나갈 때마다 작가에 대해서 조금씩 알아간다는 느낌, 좋다. 공지영씨는 여성 작가임에 불구하고 감정적으로 섬세한 묘사나, 감미로움은 부족하다. 그러나 스토리 전개가 동적인 느낌보다는 정적인 느낌이 많이 드는 것이 큰 장점이다. 인간의 내적 갈등을 독자에게 질문을 던지기 보다 대놓고 이러이러하다 말하니, 솔직함이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