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랜스리얼’에서는 최순우의 말을 빌려 “아름다움을 얼마나 향유할 수 있느냐는 그 사람이 얼마나 행복할 수 있느냐에 직결된다”고 말한다. 획일적이며 형식적 논리가 우선시되는 사회구조에서 아름다움에 대한 향유는 호사로움으로 치부되거나 거대 자본으로 치장한 강요된 미에만 허위의 찬사를 보내는 일이 쉽게 목격된다. 지속되는 미의 혼돈과 다의적 기능으로 점철된 현대미술에서 ‘트랜스리얼’은 미술비평의 기술이 지니는 당위성을 비롯해 정치미학으로 이어지는 미술과 비평, 지구지역 시대에 지정학적 미학, 에이전트로서의 현대미술에 대한 서술을 통해 아름다움을 잊고 헤매는 현대인에게 미의 향유와 사유를 일깨운다.

저자는 “현대미술은 당대의 문제들을 고민한다. 우리 시대의 이슈를 다루지 못하는 미술은 이제 현대 미술이 아니다. 미술사책에서 죽은 문자로 웅얼거리는 소리는 이제 지겹다. 그렇다고 세계를 모두 이해하는 ‘정신’ 따위에게 우리 정신을 헐값에 넘겨줄 수는 없다. 이제 서로가 그물처럼 연결되는 전 지구적 문제에 대하여 착실하게 자기 앞의 일부터 고려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비록 그것이 덜 세련되어 보일지라도 우리에게 시급하고 절실한 것은 바로 그것들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