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이라는 배우가 있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코믹연기로 알아보는 배우다만, 99년, 2000년만 해도 그는 충무로의 기대주였다.(뭐, 주관적인 평가다만...) 박종원 감독의 [송어]와, 예고편으로 장동건에 대한 기대치를 너무 높였다가 떨어졌던 유영식 감독의 비운의 [아나키스트] 2편으로 당시의 영화팬들에게 눈도장을 꽉 찍어놓았던 그가 적지 않은 시간동안은 맛깔나는 조연연기로 한발 물러났다가 [해운대]의 동춘 역할과 주연을 맡은 육상효의 [방가?방가!] 두 편으로 부각되기 시작해서, 광고에서 다소 이미지를 소모하는 느낌이다가, [퀵]에서 한걸음 물러서는 듯 했으나, 다시 육상효 감독과 만난 [강철대오: 구국의 철가방]에서 원탑의 가능성을 한 번 더 보여주었다.

[강철대오]를 보면서 생각해보았다. 작품만 잘 만난다면, 김인권, 한국의 주성치가 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차기작은 이경규가 제작하고 이종필이 연출하는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작품이다.

이 후 몇몇 작품이 배우 김인권이 한국영화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 지가 결정되는 중요한 시점이 될 것 같다.

영화 [강철대오]는 [방가?방가!]의 웃음에 더한 감동을 보여준다. 페이소스가 묻어나오는 캐릭터라이징을 보여주는데, 과장된 부분의 부담감은 그런 페이소스로 덜어준다. 그리고 독립영화의 히로인 [혜화,동]의 유아인과 [건축학개론] 한편으로 주목을 받기 시작해서 이제 주연급 배우로 성장한 조정석이 김인권의 옆을 든든하게 받쳐준다.

80년대 미문화원 점거 농성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 영화는 대오(김인권)의 사랑 이야기이다. 그리고 청춘은, 아직 청춘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나이가 되면 되돌아보는 청춘은 늘 이렇게 아련하고 기분 좋은 간지러운 느낌을 전해주는가보다.

모든 영화가 무거울 필요는 없고, 모든 배우가 진지하고, 무게 잡고 있을 필요는 없다.

김인권이라는 배우는 그 즐거운 가벼움을, 작품만 잘 만나면 균형감 있게 보여 줄 수 있지 않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