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파이어 기사'를 처음 접한 이래, 전 줄곧 카나유우였습니다.
늘 카나유우가 대세이자 진리라고 외쳤지요.
히노 님의 제로 사랑조차도 이런 저를 꺾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리고ㅡ드디어,
카나유우 진리설은 입증되었습니다-!!

49회를 보면서 뒷목 잡고 쓰러질 뻔했습니다. 당연히 눈물 나도록 좋아서입니다. 47회 리뷰에서 제가 입이 닳도록 말했던ㅡ유우키의 마음을 확실하게 해달라는 바람이 이루어졌습니다. 정말이지 49회는, 카나메 님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오매불망 자나깨나 소망하는 카나유우 지지자들에겐 역사적인 한 획을 긋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그렇습니다. 역시나 카나유우는 불변의 진리입니다. 히노 님도 인정하신 겁니다. 49회에서 유우키의 입을 빌려 카나유우 커플도장을 찍어주신 겁니다.

"제 손을 잡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해요."

카나메 님과 유우키는 예전 자신들이 살던 집으로 향합니다. 그들의 정다웠던, 너무도 그리운 어린 시절이 가득한 그곳. 하지만, 저택 입구가 아닌 좁고 어두운 동굴을 통한 집으로의 회귀입니다. 저택 입구를 지키고 있을 뱀파이어들 때문이라고는 하나, 두 사람의 미래가 그리 순탄하지 않을 듯한 징조처럼 느껴지는 건 저만의 착각일까요? 그래도 다행스러운 건,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있다는 겁니다. 잃어버린 기억을 모두 찾고서 '크로스 유우키'와는 뭔가 달라진 '쿠란 유우키'. 그걸 유우키 스스로 느끼기에 맞잡은 손이 특별하게 보입니다. 지금껏 수없이 어그러졌고, 앞날을 예상할 수 없어도, 카나메 님과 유우키의 깍짓손은 어떤 결말이든지 그들의 미래가 하나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하는 거에요? 그걸로 충분할 리가 없잖아요."

하지만, 그래도 슬프고 괴로운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네 마음 절반이 다른 이에게 가 있다는 걸 알지만 내 곁에 남아있기를 선택해줘서 괜찮다는 카나메 님의 발언에 유우키는 가슴이 아픕니다. 근심과 걱정, 그 많은 짐을 카나메 님께 맡긴 채 편안하게 지내왔다는 게 견디기 어렵습니다. 자신을 향한 그의 마음을 아는 만큼, 지금껏 아무것도 몰랐다는 사실을 참을 수가 없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를 버려둔 것도 부족해서 그 마음에 상처 낸 자신을 그녀는 용서할 수가 없는 걸까요? 몰랐다는 건 죄가 아니라고들 하지만, 사실 몰랐다는 건 죄가 맞습니다. 이 세상에 '몰랐다'라는 것만큼 원초적인 죄가 또 있을까요? 지금 그녀에게는 그렇습니다. 그렇기에 부모님과 자신이 원한 일이라는 카나메 님의 말씀도 전혀 위로가 되지 못합니다.

"내 손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더럽혀져 있어.
  ...... 이런 나와 함께, 매일 버틸 수 있겠어?"

그런 그녀에게 카나메 님은 자신의 죄를 고백합니다. 시즈카를 죽이고 그 힘을 취한 일부터 원로회를 몰살한 사실까지도. 사실 카나메 님은 끝까지 숨기고 싶었을 겁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추한 모습을 보이고 싶은 이는 아무도 없을 테니까요. 더욱이 자신의 죄는 유우키를 지키고자 벌인 일ㅡ유우키의 의지와는 상관없다고 한들 그녀가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괴로워할 것은 자명하기에, 그걸 카나메 님은 누구보다 잘 아니 더욱 그랬을 겁니다. 하지만, 이율배반이라고, '사랑'이라는 감정이 그렇습니다. 지키고 싶은 만큼 파괴하고 싶고, 또한 숨기고 싶은 만큼 털어놓고 싶어하죠.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본모습을 보여주고선... 알고 싶은 겁니다, 그래도 이런 자신과 함께 해줄 수 있는지를. 자신의 더러운 모습까지 온전히 안아주기를 바라는 '사랑의 본성'이라고 할까요? 물론 그 이면에는 상대방을 시험하는 의미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그녀가 흘리는 눈물을 보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그럼에도' 자신의 곁에 있어주기를 원하는 '이기심'. 원래 사랑이 그렇습니다. 사랑만큼 편협한 건 또 없습니다.

"더러워도 괜찮아요....!! 나를 더럽혀줘, 오빠...."

유우키는 번민 속에서도 카나메 님이 내민 손을 잡고 맙니다. 사실 그녀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처한 상황이 선택의 여지를 주지 않기에 그런 게 아니라, 애초에 카나메 님을 두고서 선택이 불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녀에게 카나메 님은 유일무이입니다. 자신을 낳은 건 부모님이지만, 자신을 존재하게 한 건, 생명을 나눠 살게 한 건, 바로 카나메 님이니까요. 목숨 같다는 표현, 그 정도가 아닙니다. 목숨입니다. 살아가는 원천입니다. 그렇기에 카나메 님의 죄는 곧 자신의 죄입니다. 카나메 님이 더럽다면 자신도 더러운 겁니다.

"당신이 죄로 더럽혀진 뱀파이어가 된다면, 나도 어디까지라도 함께 가겠어요."

'쿠란 카나메'가 지켜온 깨끗한 '쿠란 유우키', 이 사실이 서로 해가 된다면 그녀에게 깨끗함은 필요 없습니다. 이제라도 더럽혀지기를 원합니다. 카나메 님이 홀로 봐온 세상은 상상조차 안 가지만, 이제부터라도 카나메 님 곁에서 그가 봐온 세상을 함께 볼 생각인 겁니다. 자신이 만들어 낸 죄의 온상, 몰랐다는 이유로 지금껏 자행한 모든 것, 이제는 그녀가 껴안으려고 합니다. '쿠란 카나메'의 진실을 봐버렸기에, '쿠란 유우키'의 진심을 알아버렸기에, 이젠 그를 홀로 버려두지 않으려고 합니다.

카나메 님과 제로, 처음부터 둘을 대하는 유우키의 마음은 달랐습니다. 그리고 십 년이란 세월동안 그 형태가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제로에게 가지는 유우키의 감정이 연애든지 가족애든지는 상관없습니다. 왜냐하면, 유우키는 지금껏 제로의 곁을 지키며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걸 다 해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현재 적으로 돌아선 제로와의 관계가 안타깝고 슬프지만, 미련이나 후회는 남지 않았을 겁니다. 반면, 카나메 님은 다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었고, 십년 간 그의 곁을 비웠습니다. 그에게 해준 것 하나 없이 오로지 상처만 줬습니다. 과연 이게 뜻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사랑을 함에 가장 슬픈 건 아무것도 해준 게 없다는 겁니다. 받기만 했을 뿐, 상대방을 위해 무엇도 하지 못했다는 것, 이게 얼마나 마음을 아프게 하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사랑이 끝났다고 해도 후회와 미련, 그리고 애착을 강하게 남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하물며 상처만을 줬으니, 유우키의 마음이 얼마나 찢겼을까요? 사실 지금껏 카나메 님이 받은 상처를 생각하자면 이 정도는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로는 그녀가 안타깝습니다. 카나메 님은 각오하고 벌인 일이지만, 그녀는 몰랐으니까요. 몰랐다는 면죄부는 양날의 검과 같은 것ㅡ 겨우 기억을 찾았더니 이미 사랑하는 사람의 손은 자신으로 말미암아 피로 물들었습니다. 지난 십 년이 그랬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진실이라는 걸 알기에 그녀의 상처는 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전 유우키의 상처를 더는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건 카나메 님의 곁에서 스스로 치유해 나가야 하는 그녀의 몫이니까요. 다른 누군가가 대신해 줄 수 없으니까요.

"뱀파이어의 갈증은 사랑하는 사람의 피만이 해결할 수 있어."

'무수한 밤을 참아가며 얼마나 원했던가.'

"....................... 네. "

'드디어 내가 사랑하는 소녀를 두 팔 안에 영원히 얻었다.'

카나메 님의 소원이 이루어지는 마지막 장면입니다.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선혈이 낭자합니다. 마치 이대로 물어 죽일 것만 같습니다. 그간 유우키를 사모하는 카나메 님의 마음이 얼마나 강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어딘지 무섭고, 안타깝고, 애틋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제 마음을 끈 건, 그 상황에서도 절대로 카나메 님의 목에 두른 자신의 팔을 떼지 않는 유우키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드디어 얻었다는 카나메 님의 나레이션처럼 그녀의 마음이 확실히 누구에게 있는지를 못 박아 주는 듯합니다.

십 년을 지켜보며 바라고 또 바라온 사랑을 겨우 얻은 남자와 십 년을 잊고 지내다가 뒤늦게 사랑을 알게 된 여자. 과연 어느 쪽이 더 기쁘고, 또한 그만큼 슬플까요? 그 깊이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카나메 님과 유우키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겁니다. 지금까지 상처만 남긴 어긋난 사랑이라면 이젠 그 상처도 함께할 마주 보는 사랑이니까요. 마주 잡은 손을 놓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기에 두 사람의 미래가 어둡다 한들, 끝까지 하나만을 바랍니다. 긴 시간을 돌고 돌아서 이제야 겨우 제자리로 돌아간 카나유우, 그들의 사랑이 퇴색하지 않기를... 마주 보는 사랑이 영원하기를...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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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카나메 님이 단지 피를 마시는 걸로 십 년의 갈증을 모두 풀어낼 수 있을까요?
전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더욱이 49회 끝 장면엔 1년 후ㅡ라는 설정으로 제로가 등장했습니다.

제로가 문제가 아니라, 무려 1년이라고요, 1년이요-!!!

그 1년 동안 설마하니 카나유우 사이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까요?
제가 망상에 쩔어서 19금에 헐떡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건 아니고요,
카나유우가 부모가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라는 겁니다.

사라의 카나메 님을 향한 비이상적인 집착이나, 이치 옹이 죽기 전에 남긴 말이나,
뱀기 2부는 순혈종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나갈 듯한데,
순혈종이라고 하면 뭐니뭐니해도 쿠란 왕가, 카나유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히노 님, 이참에 쿠란 왕가 핏줄 좀 늘려봅시다.
카나유우 2세가 얽히면 얼마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겠어요? 네?
제로유우 가능성은 0.1%라도 없애고 싶은 마음이기 때문은 절대로 아니고요....

 

-2009. 4. 25.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