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커플은 스탠다드 커플이 될 뻔도 했음(!)을 다들 아시리라. 크로우 리드가 그리될 것이라 점지하고 있었으니, 사쿠라 양이 샤오란 군에게 어이없게 하트를 침식당하지만 않았더라면, 유에가 크로우 리드를 조금만 덜 좋아했더라면, 아니, 유키토가 토우야를 향한 BL의 세계에 심취하지만 않았더라면, 지금쯤은 유에(유키토)가 사쿠라 양의 아버지에게 결혼을 시켜달라 조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 아니겠는가. 만약 그리됐다면 필자가 삼일절 때의 독립만세만큼의 우렁찬 목소리로 만세 삼창을 외치는 것은 물론 서편제 2탄을 찍을 수 있을 정도로 판소리 여섯 마당쯤은 거뜬히 소화해 내 멋들어진 춤판을 벌였을 것을.

원래 캐릭터가 자기 멋대로 날뛰는 존재들이긴 하나 이 커플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작가 님이 그들을 막지 못했음이 실로 안타까울 따름이다. (클램프여, 왜 이걸 못 막았수. 사람이 몇인데....) 그런데 필자는 이토록 아쉬움이 철철 넘쳐 흐르는데 왜 사쿠라 양은 유에가 아니라 샤오란 군을 선택한 걸까.

강렬한 눈빛으로 사람을 휘어잡는 카리스마에 미스유니버스도 울고 갈 반반한 외모와 늘씬한 몸매, 위험한 상황에서 몸을 내던질 수 있는 희생정신, 그리고 한마디 말이 없어도 그 존재감이 느껴지는 실로 대단한 녀석이 유에가 아니던가. 무엇보다 평생을 함께 해야 할 (주종의 관계이지만)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인연의 끈으로 묶인 사이가 아닌가. 아니, 그런데 어찌하여 아직 어린 샤오란 군이 사쿠라 양을 날름 집어가느냐 말이다. 정녕 이것이 마음이라고 불리는, 뜻대로 안 되는 아주 애먹이는 존재의 위력이란 말인가.

필자의 이런 말을 작가 님이 듣는다면 "정작 유에 자신은 그럴 마음이 없었어" 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걸 아는 필자로서도 할 말은 없지만, 그럼에도 아직도 "왜, 어째서, 무엇 때문에... 유에가 아니라 샤오란이야!" 라고 외치는 건 역시 유에가 정말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이기 때문은 아닐는지.

사쿠라 양, 반드시 시력 검사해보시게나. 분명히 문제가 있어, 문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