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노야마 씨의 첫 등장부터 필자는 히나 씨와 예사롭지 않은 사이가 될 것임을 느꼈다. 이유를 묻는다면 만만치 않은 둘의 성격부터가 불꽃 튀는 것이 가히 괜찮은 커플이 될 것을 짐작했다고 할까? 하여간 빈틈없이 단정해 보이기만 하는 히나 씨와 약간 삐딱한 구석이 더 매력인 히노야마 씨가 필자의 마음에 상당히 들었다. 그런데 일찍이 예상하긴 했지만 그들의 사랑법(?)은 정말이지 필자의 예상을 뒤엎는다.

은행원과 고객의 사이를 벗어나지 않는ㅡ하는 대화도 단순 그 자체로 업무에 관한 얘기를 뺀다면 날씨가 전부다.ㅡ사이에 프러포즈를 하고, 그것도 정식 프러포즈가 아니라 출근 직전의 3분 직구. 무슨 야구 선수도 아니고... 하지만, 더 황당한 건 그걸 받아들이는 히나 씨. 아하하하.... 헛웃음이 절로 날 지경이다. 그러나 그들의 황당한 이야기는 이제 겨우 시작이요, 미숙한 걸음마에 불과했다.

갑자기 등장한 히노야마씨의 첫사랑 여인으로 말미암아 미묘해진 관계에다가 히노야마 씨는 먹여 살려야 할 식구는 아랑곳없이 멋대로 회사를 그만둬 버리고... (어마어마한 부잣집 도련님인건 알지만 그런 결정은 히나 씨랑 의논을 먼저 하라고.) 그런 상태에서 결혼식을 치르니 첫날밤이 물 건너 간 것은 물어보나마나다.

혼인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핵폭탄 발언에다 히노야마 씨의 손길을 매몰차게 거부하는 예사롭지 않은 히나 씨의 히스테리적 증세는 결국 결혼 3일 만에 파경을 불러들이는 결과를 낳고 마니, 정말 이들의 부부싸움은 급수가 틀리다. 이 커플의 사랑일기를 보고 있노라면 정말 간이 콩알만 해졌다는 말을 실감할 따름이다. 무엇보다 파경 뒤 갑자기 닥친 히나 씨의 사고로 말미암아 거의 절정에 달한 두 사람의 사랑을 보고 있자니 '이제 그만 괴롭히고 속에 있는 말을 해' 라는 한탄이 절로 튀어나올 지경이다.

필요한 거 없냐는 히노야마 씨의 말에 두 팔을 벌리는 히나 씨와 그런 히나 씨의 어여쁜 모습에 다시는 못 보는 줄 알았다며 그녀를 껴안는 히노야마 씨. 고단수적인 신경전으로 서로 참 많이도 괴롭혔던, 그러나 알고 보면 단순히 사랑하기 때문이었던 것. 좋으면 좋다고 말로 할 것이지... 하여간에 고놈의 성격이 문제다, 문제. 이 커플의 사랑 결말에 필자는 그저 안도의 한숨을 내쉴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