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가 바가지고 허우대만 멀쩡한 저 꼬맹이는 누구래? 세일론 군이 첫 등장할 때 필자의 반응이었다. 지금의 애정도에 비한다면 상상치 못할 일이지만, 첫인상이 좋지 않았음은 분명히 자신도 잘 알고 있으리라 여기며, 많은 독자가 필자와 비슷한 반응을 보였으리라. 그러나 인생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법, 필자가 녀석에게 러브 모드를 발동할 줄 누가 알았으랴.

 

그 발달의 시초가 바로 미경 양을 향한 세일론 군의 애정행각(?) 때문이었으니... 하는 말과 행동이라고는 상대방한테 발길질을 당해도 할 말이 없을 싹수없는 것들뿐이지만, 간혹 미경 양을 볼 때 얼굴에 빗금이 쳐지는 것이 므흣한 상상의 나래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필자의 눈에 딱 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필자만의 생각일지는 모르지만 그 후로 미경 양을 대하는 세일론 군의 대사 하나, 행동 하나들이 삐딱하면서도 왠지 예사롭지 않으니, 이건 필시 얼굴 빗금의 효력이리라. 그때부터 좋은 걸 좋다고 표현하지 못하는 녀석이 무진장 사랑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하며 다른 곳에 한 눈 파는(!) 미경 양에게 "세일론이 있잖아. 뒤 좀 돌아봐." 라고 말하며 연방 고양이 눈으로 치켜뜨니, 이 정도면 필자도 중증은 아닐는지. 그러나 이런 필자를 위로해주듯 세일론 군의 어머니가 등장하여 미경 양을 일컬어 '귀여운 아가씨'라 칭하니, 이건 필시 미래의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최초 만남이리라. 그때의 세일론 군의 얼굴을 보았는가. 어머니의 미경 양을 향한 관심에 마치 짝사랑하다 들킨 사람의 표정이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이렇듯 피어나는 러브 모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있으니. 아니, 왜, 어째서 세일론 군이 다른 여자랑 결혼을 한단 말인가. 세일론 군에겐 엄연히 미경 양이 있거늘 어찌하여 마음에도 없는 결혼을 하게 만드는가. 고팔다라 님, 필자가 그대의 아들을 세일론 군보다 덜 지지하고 덜 사랑한다고 이렇게 다 된 밥에 재를 뿌려도 되는 겁니까. 그 성격 좀 고치시오. 그러니 그대 아들이 변태영감이라고 하지.

세일론 군이 미경 양을 버리지 아니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으나 어디 남정네 마음이란 게 열 여자 마다하는가. 미경 양은 눈길을 안 주고 주변에선 다른 여자 갖다 붙이니 세일론 군의 마음이 돌아서는 것도 시간문제가 아닐는지. 미경 양, 이제 그만 세일론 군의 속을 썩이고 세일론군을 팍 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