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루ㅡ시니컬한 표정에 인간을 향한 냉소를 담았다 못해서 철철 넘쳐 흘러 대중목욕탕 하나쯤은 가뿐히 만들어 낼 녀석. 또한, 이 세상에 거리감을 저만치 두고서 '잘들 논다.'라며 이죽거려도 절대 어색함이 없을, 하지만. 결코 세상밖으로 벗어나지는 못하는 불쌍한 녀석이 바로 해루라는 사람이다.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이 살아있다ㅡ직접적 요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에 일차적인 원인을 제공한 것이니 사실이긴 하지만ㅡ라고 철두철미하게 믿고 있으니 어쩌면 방관자적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리라. 특히 인간세상, 그에게 인간은 생각할 가치가 없는 그런 존재에 가까웠다. 그런 녀석이, 것도 사랑이 상대방을 위한 배려와 이해라면 평생 사랑 따위는 할 수 없다고 말하던 녀석이 마니와 함께 살아가면서부터는 가끔 어여쁜 짓(?)도 하고 감정 표출도 하고 조금씩 달라져 가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아- 역시 사랑은 정말 위대한 것이다, 제아무리 쿨하고 사랑의 정의를 멋대로 내린다 하더라도 사랑의 본질만은 피해갈 수가 없다...라는 걸 실감하는 중이다.

애장판에 새로 수록된 번외편에서 간만에 마니와 해루를 만나서 좋았다. 그들답게, 그들스럽게 일상을 보내는 두 사람. 하지만 변해 버린 해루의 모습에 허탈함을 지을 수밖에 없었음을 밝히는 바이다. 아, 작가님.. 작화가 너무 많이 달라졌어요. 산듯한 예전의 해루 모습이, 마니 모습이 더 좋았어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