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팔계ㅡ이 이름에 혹여 "왜 그러셔?"를 연발하며 뚱뚱한 몸매를 자랑하는 저팔계를 상상한 사람이 있다면 마우스를 던지고도 남았음을 알려준다. 최유기의 저팔계는 가히 미인(=아름다운 사람)이다. 섬세하다 못해 부서져 버릴 것 같은 그의 각선미(!)를 보여주지 못해 아쉬울 따름이다.

부모도 모른 채 오직 둘만이 서로에게 전부라 여기며 마주한 손을 꼭 쥐었던 화남과 저오능 ( 저팔계의 예전 이름 ) 남매. 세상 최대의 금기라는 근친을 범한 두 사람을 세상은 역시나 가만히 두지 않았다. 저오능의 희망과 미래는 마을 사람들 손에 화남이 요괴에 넘겨져 요괴의 아이를 가진 채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것으로 산산조각이 나버렸다.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지 못한 것도 부족해서 그녀의 죽음을 눈앞에서 본 그는 결국 사람이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세상은 금지된 사랑에 대해 이다지도 가혹하단 말인가. 하지만, 그에게 그녀는 세상 그 누가 손가락질 한다 해도 행복을 주었던 여자이며 이제는 영원히 가슴 속에 품고 살아갈,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사랑임을 알기에, 그래서 필자는 오히려 그를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 사랑이 아무리 슬퍼도,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힘들어도 그녀가 없는 그는 팥 없는 붕어빵이요, 단무지 없는 김밥이요, 치즈 빠진 피자요, 스프 없는 라면으로, 필자가 아는 지금의 아리따운 저팔계가 아니니깐.

화남을 잃음으로 세상을 등지고 자신을 버렸던 그가 동료와의 만남으로 다시금 살아보고 싶어한다. 물론 화남에 대한 미안함과 사랑은 여전한 채 말이다. 아마도 화남은 그런 그를 저세상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으리라. 그가 좀 더 행복하기를, 좀 더 미소 짓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