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어로물을 좋아하진 않는데

유독 '배트맨'만은 좋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 비긴즈>와 <다크나이트>를 워낙 좋아하고

(개인적으로 놀란의 영화를 좋아한다)

만화책으로도 봤기에

꼭 보고 싶었던 팀 버튼의 배트맨을 보고 싶었다.

 

히어로물 중 최초로 어두운 분위기였다고 한다.

그래서 평도 많이 갈렸다.

 

 

 

 

범죄와 부패로 들끓는

 고담시(Gotham City: 구약성서에 나오는 악의 도시 소돔과 고모라를 딴 이름).

 

악당 잭 니파이어는 배트맨에게 잡혀, 약물 속에 빠진다

이때 얼굴을 잃고, 조커로 다시 태어난 잭.

어린시절 잭 때문에 부모를 잃은 배트맨.

둘의 숙명적인 대결이 주된 내용이다.

(당연히 배트맨의 승리로 끝이나지만)

 

 

 

영화는 배트맨이 왜 배트맨이 되었는가 보다

잭이 어떻게 조커가 되었고, 조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에 더 집중한다.

그래서 이 영화는 어쩌면 제목이 배트맨이 되기보다는 '조커'가 되어야 할 것 같다.

처음에는 그것이 불편했지만

(개인적으로 배트맨의 불완전함을 좋아하기에)

점점 팀 버튼이 만들어놓은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다크 나이트>의 조커와 비교하게 되는데

<다크 나이트>의 조커는 자신이 악이 된 것에 이유가 없는

그야말로 절대 '악'이었다면

<배트맨>의 조커는 배트맨 때문에 조커가 되었다.

 

배트맨은 조커를 약물에 빠뜨리지 않을 수도 있었다.

손을 놓아버린 건 배트맨이었다.

사실 이런 점에서 다소 이해할 수 없었다.

대체 배트맨은 왜 그런 것일까?

(물론, 약물이 그를 그렇게 만들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 같기도 하고

또 배트맨이 절대 선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영화에서 '조커'의 삶에만 집중하기에

배트맨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배트맨이 생각하는 '정의'가 무엇인지 나오지 않는다.

(뭣보다 난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에 길들여져 있는 것 같다

그 불완전함이 정말 매력적이다

다크나이트에서는 선과 악은 하나라는 이야기를 완전히 보여주지만 

이 영화의 경우 그와 비슷한 구도는 나오지만 이것이 주가 되지는 않는다)

배트맨보다 조커가 훨씬 매력적인 영화.

 

89년도 영화이기에 다소 촌스럽지만

팀 버튼이 화면 속에서 만들어놓은 세계는

만화보다 더 만화 같고, 어둡다.

그래서 '악당'이 더 주목받게 만들어지는지도 모른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굉장히 무대 같았다.

완전히 현실이 아닌 세계의 모습.

 

그러나 팀 버튼의 세계에는 영상의 아름다움 이상의 어떤 의미는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비난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그의 우울한 상상력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