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스 : 여긴 그의 집이야. 다른 모든 집들을 봐봐. 이 주소로 가면 거기엔 열쇠가 있고, 차 주전자가 있고, 그리고 아무도 보이지 않아-(그는 잠시 멈춘다) 어, 아무도 어떤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어, 이점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우리는 어떤 불평도 들어본 적이 없어, 그렇지, 우리는 소음이나 그 비슷한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지? 사람도 본 적이 없어, 그렇지?- 여기에 온 자식만 제외하곤. 이런 점들을 주의해서 본 적이 있나? 벽이 방음처리가 되었는지 궁금하네. (그는 침대 위의 벽을 만진다) 알 수가 없네. 기다리는 일 외에는 할일이 없네, 그렇지? 윌슨, 그가 직접 나타난 건 반 정도야.

<벙어리 웨이터>

《해롤드 핀터 전집2》에는 <벙어리 웨이터>와 <핫하우스>가 수록되어 있다. 특히 <벙어리 웨이터>의 경우 그의 두 번째 작품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두 작품 다 비슷한 주제 의식을 갖고 있다. 사회에 깔려있는 권위에 대한 반발과 굴복이라는 비슷한 주제와 구성을 갖고 있다. 몇 장을 읽어나갔을 때 베케트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베케트 보다는 조금 더 쉬운 것 같다. 베케트의 희곡이 두 사람의 대화가 끊임없이 어긋나면서 주제를 더 파고 들어가게 만든다면, 해롤드 핀터의 작품은 두 사람의 대화가 어긋나는 지점이 계산된 것이 보이고, 그로 인해 주제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아무래도 그런 걸 느꼈던 건 <벙어리 웨이터>의 탓일 것이다. 이 극은 구스와 벤이라는 두 킬러가 한 방에서 이해할 수 없는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단지 이 부분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던 듯하다) 방에는 가스가 나가고, 벙어리 웨이터는 계속해서 신호를 보내고, 그들은 자신들이 죽였던 소녀에 대해 생각한다. 이 와중에 구스는 자신이 이 방에 있는 것에 의문을 느끼고, 권위에 반한다. 그리고 끝내 벤의 손에 죽게 된다. <핫하우스>는 더 노골적으로 주제를 드러냈는데, 정신병동 안에서 군인 상관과 그 밑의 사람들이 권력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그 노력으로 사람들을 죽이는 행동도 서슴치 않아하는 행동들을 보인다. 이 두 희곡은 권력에 결국에 굴복하게 되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물론 반항 조차 안할 때도 있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서 극이 그리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벙어리 웨이터>의 경우 그런 이야기에서 슬랩스틱 코미디적 요소를 넣어 재미를 주었지만, <핫하우스>의 경우 너무나도 노골적인 탓에 인물들이 도구로 밖에 작용하지 못하고 있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작품이 너무나도 쉽고 자명하단 느낌을 받았던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