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수, 박해일이 나와서 보고 싶었던 영화.

그리고 예고편을 보면 확 끌린다.

알고보니 <말아톤> 감독.

(그러나 <말아톤>은 췌루성이라 다시 보고 싶진 않다

흙 슬픈 건 <슈퍼맨이었던 사나이>도 만들었던거다ㅠㅠ)

 

 

(사실 포스터는 마음에 들면서도 조금 불만인 것이

이모 대신 엄마가 앞에 있어야지 않을까…… 란 생각.

이건 포스터로 너무 사람을 낚는 거지) 

 

영화의 시작은 '달'로 시작한다.

자살을 하려는 용태(유아인)을 우습게 생각하는

여동생 용선(황보라)는 인터넷방송을 하고 있다.

정말 엉뚱한 말(허세가 섞인)들을 내뱉는데

그 부분을 가볍게 그려낸다.

자신이 친아들이 아닌 것 같다고 자살하려는 용태의 이야기를!

 

용태는

'뵈요'와 '봬요' 중 어떤 게 맞는 지 몰라서

자살에 실패한다.

시작부터

사소한 재미를 터트린다.

 

처음에 줄글이 너무 많이 나와서 짜증났는데

다시 생각하니 제일 첫 장면에

가족 한 명 한 명이, 집에서 학교에서, 혹은 스스로의 역할에 대해서

설명하는 마인드맵 같은 게 나온다.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 '역할'들에 대해 말한다.

가족이란 것은 가족 안의 역할이 필요하지만

그 역할과 밖에서, 혹은 자아에서의 역할이 충돌하기 마련인 것 같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의 다른 모습은 인정하지 않고

스스로의 다른 모습만 인정해달라고 요구하기에

지지고 볶게 된다.

 

"왜 사람들은 서로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같은 집에 모여살까요.

집에 들어오면서 매일 그런 생각을 합니다.

왜 나는 이 집으로 들어가고 있는 걸까.

왜 옆집으로 들어가면 안 되는 걸까."

 

첫 시작에 나오는 용선의 말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가족이 과연 좋은가?

라는 의문을 던진다.

 

영화는 유하은(정유미) 때문에 심창수(천호진)이

원조교재에 휘말리면서 가족의 위기를 맞는다.

다들 각자의 위기나 갈등을 맞게 되는데,

내가 재밌었던 거는 엄마, 오희경(문희경)이

젊은 노래방 남자에게 반한 것.

근데 그마저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커피 다단계에 간 장면은 정말인지 최고였다.

웃겨 죽는 줄 알았다.

엄마의 그 뚱한 표정이 가장 잘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엄마에게 찾아온 잠시간의 봄바람이 결국 허상으로 끝나는데

이게 굉장히 현실적이고 웃겼다.

(엄마가 암인줄 착각하는 장면은 빤했지만,

거기서 차라리 죽어버리려고 했는데 라는 생각을 했다는 건

흥미로웠다)

 

이 가족은 멋지지 않고

그저 찌질하다.

집도 남루하고, 먹는 반찬도, 옷도 그리고 하는 말들도.

그래서인지 현실감있게 느껴진다.

우리의 이야기 처럼 보인다.

 

영화는 영상으로만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계속 반복해서 보여준다.

예를 들어 계속해서 밥을 먹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과

밥솥에 대한 것과

가족들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커피를 마시는 모습,

그리고 서로의 대화 모습이 변주되고 증폭된다.

 

말로 우리가 그저 함께라는 것만으로

가족이란 건 '좋지 아니한가'라고 말한다.

 

"너 달의 뒷면에 뭐가 있는 줄 아냐?

거대한 인공구조물이 있다."

 

"우리 사람은 달의 뒷면을 볼 수가 없어

지구가 돌 때 같이 돌거든

그래서 한결 같이 앞면만 보여주고

그 뒷면엔 상상을 초월하는 인공구조물이 있다."

 

경호(박해일)이 용선과 함께 돌면서 하는 말이다.

이것은 가족을 이야기 하는 게 아닐까.

지구와 달처럼 서로 붙어있는 듯 떨어져서

서로의 한 모습만을 보면서

뒷모습은 보여주지도, 보지도 않으면서 사는 것이 아닐까.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기묘하게 웃겼다.

코미디 프로를 보듯이 웃기지 않고

피식피식 하면서도 가슴에 확 와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