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부터 봐야지, 봐야지 했던 영화.

이유도 없이 끌렸던 영화다.

 

 

영화의 내용이 포스터에 알맞게 들어있다.

(얼마만인가! 한국 포스터는 다소 대충 만들었다는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 영화는 문구마저 잘 썼구나)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단조롭다.

어쩌면 지루하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저 여자 정혜의 일상이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은

청소를 하고,

직장에서 일을 하고,

장을 보고, 홈쇼핑을 하고

동료들과 술을 마시고.

여자 정혜의 일상은 우리의 일상과 다르지 않다.

아니, 그보다도 더 고요하다.

 

여자 정혜는 활짝 웃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우울함을 마구 토해내지도 않는다.

동료의 무슨 일 있냐는 말에

아니, 라고 한다.

동료는 네가 뭐 그렇지, 란 식으로 넘어간다.

 

영화는 그런 정혜를 따라가기에

음악도 거의 없이 잔잔하다.

이 영화의 소리들은 그 장소의 소리들로 가득 차 있다.

이 천천함이 절대 느리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벌써, 끝났어? 란 생각이 들었다.

 

 그 느린 화면 속에 표현 해야할 것들을 꽉꽉 채워넣었다.

(영화 길이가 짧았다)

누구라도 보면 알 수 있지만

그러나 아주 은은한 복선이었던

결혼 첫날밤과 신발을 살 때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정혜의 상처를 드러내는 장면치고는

아주 잔잔한 대사들과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정혜는 상처 때문에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지 못한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라고 해서 아무도 사랑하고 싶지 않은 건 아니다.

정혜는 처음엔 식물을 그리고 동물을,

결국엔 사람을 자신에게 초대한다.

 

그러나 초대한 이는 오지 않고

그럼에도 정혜는 그러려니 생각하며 혼자 꿋꿋히 밥을 먹는다.

그런 정혜가 울 때

자신에게 상처를 준 사람을 차마 죽이지도 못하고

결국에 또 다른 상처만을 얻은 채 울 때 마음이 아팠다.

그렇게 해버리면 자신이 다시는 사람을 사랑할 수 없을 테니까.

희망을 놓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다시 고양이를 찾으러 간다.

그 남자의 말을 허락했는지, 거절했는지 모르겠다.

정혜는 그저 그 무표정한 얼굴로 그를 볼 뿐이다.

다만, 그 남자가 정혜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영문 제목이 <The charming girl> 이라니.

제목이 참 의외다.

그러나 틀린 말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