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좋아하는 드라마 작가를 한 명 꼽으라면

주저없이 노희경이라고 할 거다.

김수현도 좋아하고 인정옥도 정말정말 좋아하지만

그래도 한 명을 말하라면 당연히 '노희경'이다.

 

노희경의 언어는

주절주절 거리지만 콕콕 찌른다.

인물들이 솔직하게 말을 내뱉는다.

(드라마를 보면서 참 인물들이 부러웠다)

사실적? 이라고 하기는 애매하다.

(상황이 사실적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드라마다.

 

 

'드라마'와 '영화'는 분명 다른 것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볼 때는 굉장한 배우들이 나오는

'단막극'이라고 생각하고 보기로 했다.

(물론, 영화 감독에의해 만들어진 앵글은 분명 다르지만)

(사실 영화를 진짜 보고 싶었던 건

요즘 다시 빠진 '류덕환' 때문에)

 

영화를 동생과 같이 보지 않았다면

정말 흙흙하고 울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정말 '가족'을 소재로 하면서

그것도 엄마가 암에 걸려서 죽게 만드는 빤한 소재이고

어떻게 될지 빤히 아는 내용이 전개되는데

더군다나 나는 이런 췌루성 정말 싫어하는데

이게 바로 대사 파워 구나 했다.

 

오글거릴 수 있는 부분들이 너무나도 많았지만

(예고나 홍보글을 볼 때면 참 손발이 사라진다)

노희경의 대사는 그것을 '감동'으로 바꾼다.

이런 힘에는 엄마 역할을 맡은 '배종옥'의 힘도 크다고 생각한다.

노희경의 드라마에 늘 나오는 '배종옥'

그래서 좋아하게 된 배우다.

 

'배종옥'의 연기는 꼭 그 사람의 진짜 모습처럼 보이게 한다.

그렇게 다양한 캐릭터를 했는데 모두다 진짜 배종옥일 것 같다.

(가장 최근에 본 배종옥이 나오는 건 <그사세>였다.

김갑수와 연인으로 나오던 것이었는데,

그래서 사실 몰입이 안 될까 걱정되었는데

이건 뭐당연히 그냥 다른 사람이잖아!)

 

진짜 엄마 같았다.

자신이 아픈데도 집안일을 다 해야하는 걸 걱정하고

자기가 떠나고나서 남는 사람들을 걱정한다.

(할머니를 죽이려고 했을 때는 정말인지 폭풍ㅠㅠ)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렇게 강해야만 하는 엄마지만

'죽기 싫어!' 라면서 울부짖을 때

나 혼자 죽기 무섭다며, 할머니에게 같이 가자고 하고

남편에게 옆에 누워

 

'당신 빨리 와야해. 나 심심해'

 

라고 말하는 여자.

다소 섬뜩하지만,

이게 진짜 죽는 사람이지 싶었다.

마음이 얼마나 약해졌을까.

 

또 하나 좋았던 건

큰 딸 연수(박하선)가 연인의 집에 가서

그 남자의 아내가 챙겨놓은 것들을 보며

엄마가 매어놓은 넥타이를 생각하던 장면.

 

사실 이 영화에서 집중되는 건 대사였는데

'장면'이 빛나던 건 이것 하나였던 것 같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야한 옷을 입은 연수의 뒷 모습만 덩그러니 보여줄 때의 공허함.

 

그러나 역시 이것이 '영화'였기 때문에

다소 노희경의 대본(단지 노희경이라서가 아니라 드라마 대본)과는 맞지 않아

영화만이 낼 수 있는 것들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아쉽지만 가끔 가족이 필요할 때 보고 싶을 것 같다.

 

상황이 악화되어야만 깨닫는다는 게 참 무섭긴하다.

(이게 현실이 되면 정말 깨달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