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되긴 하였지만

유럽여행을 계획할 때 보려고 샀다.

모두 아름다운 영화라고 말하는 영화니까.

 

 

 

비엔나를 배경으로 한

기차를 타고 가던 중 우연히 만난 남녀의 하루.

여자라면 꿈꿔봤을 만한 여행 중의 만남, 이라는

로맨틱한 소재를 어떻게 그려냈을까.

이런 소재일 수록 진부하고 빤할 지도 모르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게 왠 걸, 생각했던 것보다 더 좋았다.

 

 

 

프랑스 여자인 셀린느와 미국 남자 제시는

싸우고 있는 독일인 부부를 피해 자리를 옮기다 마주치게 된다.

둘은 식당칸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그 짧은 대화 속에서 서로에게 끌린다.

 

여기서 첫 장면이 끊임없이 싸우고 있는 부부라는 점이 좋았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한 순간의 감정이고

그들 역시 그렇게 될 수 있는 것이지만

젊은 남녀는 '사랑'에 매료된다.

(둘 다 직전에 연애로 인해 상처 받은 인물들이다)

 

둘의 이야기는 영원과 환상에서 계속 맴돈다.

둘에게 한정적인 시간만이 주어졌음을

또 둘이 다시 만날 수 없음을 알고 있지만

둘은 이 하룻동안 열정적으로 사랑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운명'이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 말은 마치 인생이 정해져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게 만들기 때문이며

쓸데없이 설레이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설레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랑을 하기 시작하면

어쩌면 이것이 이렇게 될 운명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영화는 그런 심리를 건든다.

여행의 설렘과 함께.

 

 

 

아름다운 영상만이 볼 것이 아니라

셀린느와 제시가 주고 받는 대화는 핑퐁처럼 왔다갔다하며

완벽하진 않지만 자유롭고 싱싱한 대화들이다.

많은 대사들이 영화를 더욱더 풍요롭게 만든다.

 

정말 젊은 사랑의 풋풋함과 아름다움을 느끼고 싶다면

꼭 봐야할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