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엔 형제의 작품은 처음 본다.
그들의 명성은 익히 들어왔지만 쉽게 틀기 어려웠다.
아무래도 대가들의 작품을 보는 건
그것을 이해하기 위해 하나 하나에 시선을 두어야 하며
그 영화에서 품고 있는 주제 역시
심오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선뜻 보기 힘들다.

그러나 요즘의 나는 조금 머리를 굴려야 할 필요가 있기에 
<시리어스맨>을 봤다.
제대로, 머리 아파지는 영화다.





나는 이 영화를 포스터로 너무 많이 봤다.
주변 사람들이 코엔 형제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포스터가 참 마음에 든다.

영화는 블랙코미디다.
(조금 더 영어를 잘 들을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제대로 웃을 수 있는 장면도 많았을 텐데)

물리학 교수인 주인공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그것도 한꺼번에 말이다.
그러나 그는 그것을 해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저 왜 내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에 대해 의문을 품을 뿐이다.

'I haven't done anything.'

그가 영화에서 말하듯, 그는 정말 아무 것도 하지 않았는데 말이다.
그는 방탕한 짓이라고는 (심지어 담배 조차 피우지 않으며) 조금도 하지 않고
그저 아내와 아들, 딸, 그리고 동생을 위해 돈을 벌고 진급을 걱정한다.
부정한 짓을 조금도 하지 않고 살았다.
대단한 유대교 신자로 살았던 것이다.
그런 그의 일상이 꼬인다.
그는 하루 아침 사이에 모텔 방에서 잠을 자야하며,
진급 문제에 전전 긍긍하게 되고,
아들이 빚진 돈을 독촉하는 전화를 받는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돌파해 나아가기 보다는
이런 일이 자신에게 '왜' 일어났는지 의문을 갖는다.
그러나 세 명의 랍비들에게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한다.
그저 신이 준 것이라고만 말한다.

어려운 문제다.
아무도 풀지 못한다.
물리학 교수인 그는 끊임없이 불확실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러나, 정작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는 좀더 확실한 것들을 요구하게 된다.

영화의 가장 첫 장면인

 Receive with simplicity everything that happens to you.
(당신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단순하게 받아들여라)

라는 말이 떠오른다.

영화는 그의 아들이 성인식을 앞두고 있음을 계속 이야기 한다.
그리고 아들은 마리화나를 잔뜩 피운 채
몽롱한 정신으로 성인식을 맞이한다.
이후 영화에서 그의 모습은 조금 차분해진 듯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이 마지막 장면에서 나는(억측일지도 모르지만)
그의 아들 역시 '시리어스'한 세계로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영화 내내 그의 아들과 그의 삶은 번갈아가면서 나온다.
무게 중심은 아무래도 그에게 있지만,
첫 장면부터 그의 아들이 친구에게 돈을 갑지 못해 쫓기는 상황이 반복된다.
아마 아들 역시 아버지와 같은 세계로 진입해갈 것임을 암시하는 것 같다.

영화를 보고 머리가 아파졌던 건
그의 삶이 단지 영화 속 삶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것은 성인이 된 우리에게 주어지는 삶이기 때문이다.

그가 고통스러워 하는 건
그에게 지켜야 하는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가족이라던가 도덕이라던가, 의 문제 말이다.
나는 이것을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에 그는 그걸 놓아버린다.
(한국인 학생의 성적을 C로 올려주면서,
마지막에 '-'를 넣는 장면은 그가 마지막으로 지킨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조금이라도 가벼워 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문제가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현실 속의 우리는 이걸 놓아버릴 수 있을까.

무진장 머리가 뽀개질 것 같은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