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이제야 보다니!
나는 정말 영화를 별로 안 봤구나 싶었다.

이 영화를 보고서는
저번에 포스팅한 가이 리치를 놔두고 
대니 보일을 좋아하게 되었다.

<127시간>으로 또 한번 흥행한
대니보일의 초기 작품이다.

언젠가 네이버 캐스트에서 본 이후로 꼭 봐야지, 봐야지 했는데
DVD가격도 아주 착해서, 지르게 되었다.
혼자 집에서 정종을 마시며 본 영화.





워낙 유명한 포스터다.

그리고 영화의 첫 장면은 더 유명하다.
시원한 이기팝과 함께 렌턴(이완 맥그리거)이 뛴다.


'인생을 선택하라.
직업을 선택하라.
가족을 선택하라.
대형 TV도 선택하라.
세탁기, 차도 선택하고,
CD 플레이어랑 자동 병따개도,
건강을 선택하라.
콜레스테롤 수치도 낮추고, 치아보험도 들어라.
고정된 수입원도 선택하라.
새집을 선택하라.
친구도 선택하라.
운동복이랑 경기도구도 선택하라.
좋은 옷감으로 만든 비싼 옷도 선택하라.
DIY용품도 선택하고, 일요일 아침엔 자성의 시간도 갖어라.
쇼파에 앉아서 쓰잘데 없는 TV쇼도 보면서 인스턴트 식품을 먹어라.
결국엔 늙고 병들걸 선택하라.
자신을 그렇게 만든 이기적이고 재수없는 놈들에게
조소를 퍼부으며 초라한 집에서 임종을 맞이아라.
미래를 선택하라.
인생을 선택하라.

왜 내가 그런걸 원해야 하지?
난 인생을 선택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았다.
난 다른 것을 선택했다.
다른 걸 선택한 이유?
이유는 없다.'



이 말과 함께 렌턴은 마약을 하며 바닥에 쓰러진다.
강렬한 시작이다.
이 영화는 시작도 '마약', 끝도 '마약'이다.

영화의 첫도입부는 영화가 이제부터 어떤 이야기를 할 것인지 보여준다.
아무 것도 없을 뿐더러 마약을 하는 '청춘'의 이야기다.
그들은 직업을 갖기도 어려우며
하고 싶은 일이 딱히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누군가는 그들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심지어 나쁜 짓을 하는 것까지 강요당한다.







그들은 어리지만 성인이고, 삶을 선택해야하는 선상에 놓여있다.
그러나 그들은 그걸 선택하기에는 너무 어리고 아프다.
그런 20대인 나로서 그들의 아픔이 절절하게 느껴졌다.
특히나 렌턴이 마약으로 병원에 실려가는 모습은 잊을 수가 없다.
이렇게 살다가는 그렇게 되는 것 뿐이다.
우리도 잘, 안다.

영화에서는 '정상'의 삶과 '비정상'의 삶을 계속 선택하라는 듯 보여준다.
렌턴 부모님의 세계가 '정상'의 세계이며
백비의 세계가 '비정상'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 둘 다 렌턴에게 어떤 기쁨도 주지 못한다.
렌턴은 그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할 뿐이다.


사실 나도 마지막 장면은 의문이다.
렌턴은 정상의 삶을 살아갈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첫 도입부와 마찬가지의 말은 아직도 의문이다.
특히 마지막

'운명한다'

란 대사는 머리를 툭 친다.

이렇게 발버둥 치든 저렇게 치든
우리의 선택이 어떻든
우리는 '운명'하게 되어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선택은 무엇이 되는 걸까.

신나게 달려오다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겠다, 는 기분이다.

예전에 친구가 한 말이 생각났다.
힘들게 괜찮은 대학을 들어왔고,
토익 점수, 토플 점수를 따고, 자격증을 준비했는데
근데 이게 뭘 위해 한 건지 모르겠어.
나는 분명 남들만큼 열심히 살았는데.


청춘이 지나고 나면 알게 될런지 모르겠다.







+ 이완 맥그리거의 연기와 외모와 스타일은 이 영화를 제대로 살려준다.
이완이 아닌 렌턴은 상상할 수 없다.

트레인스포팅, 대니보일, 이완맥그리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