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4B연필을 들고 마음이 설레었습니다.

첫사랑의 느낌?

아주 어릴 때, 잠시나마 화가를 꿈꾸었던 적이 있어서... 실력과는 상관없이 혼자만 꿨던 꿈인지라 조용히 접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후로는 그냥 드로잉 자체를 잊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 문득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는데, 눈에 띈 책 한 권.

《월터 포스터 하우 투 드로잉 BASIC》은 전세계적으로 엄청 유명한 드로잉북이라고 합니다.

정말 기본적인 드로잉 기법을 알려주는 책.

그러니까 저처럼 막연히 그림을 그리고 싶어하는 초보자에게 딱 알맞은 책인 거죠.

어떤 사람은 확실하게 그림을 그려보고 싶어서 미술 학원을 간다지만 그러기 전에 이 책으로 드로잉 연습을 해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4B연필을 들어보면 알 수 있습니다. 평상시 드로잉을 해볼 일 없는 사람에게 4B연필이란 마법지팡이와 다를 게 없습니다. 살면서 절대 만져볼 일 없는 물건.

저 역시 이 책이 아니었다면 4B연필을 손에 쥘 일이 없었을 겁니다.

막상 4B연필을 들고 스케치북 위에 쓱쓱 선을 긋다보니 슬며시 웃음이 났습니다. '아, 이런 게 드로잉하는 맛이었지.'

잘 그렸냐, 못 그렸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것.... 드로잉 자체를 즐기고 있는 저를 발견했습니다.

왜 그동안 드로잉을 잊고 있었나를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심 잘 그리지 못할까봐 아예 시도를 안했던 것 같습니다.

어릴 때 화가를 꿈 꾼 것도 미술 선생님의 칭찬 때문이었는데 .... 그래서 잘 그리지 못할 바에는 더 이상 그리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해 그림을 그린다는 건 처음에는 즐거울 수 있지만 점점 부담스러운 일이 되어버립니다.

하지만 그냥 드로잉을 위한 드로잉을 해보니 재미있습니다.

이 책은 연필로 할 수 있는 기본 테크닉부터 몇 가지 음영 기법, 원근법 등을 시작으로 풍경, 동물, 인물, 정물 등 주제별 드로잉 방법을 알려줍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테크닉이 아닙니다.

바로 드로잉의 핵심은 관찰이라는 것.

그림을 그린다는 건 실제로 그리는 과정보다 그 전에 대상을 들여다보면서 본질을 파악하는 과정이 그림의 절반을 완성한 것이랍니다.

예를 들어 손을 그릴 때 자신의 손을 보지 않고, 손의 모습을 생각해서 그렸다면 결과물은 만족스럽지 못할 것입니다.

대상에 대한 선입견을 내려놓고, 실물이든 사진이든 실제로 보이는 것만 그리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대상 보는 법을 익힐 때 효과적인 훈련법은 컨투어 드로잉과 액션 드로잉입니다. 컨투어 드로잉은 눈에 보이는 형태의 윤곽만을 그리는 것이고, 액션 드로잉은 대상의 본질적인 요소인 움직임을 포착하여 그리는 것입니다.

이밖에도 몇 가지 기본 스케치 기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책에서 알려주는 대로 드로잉을 따라 하다보면 어느새 완성된 그림을 만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즐길 수 있는 드로잉~ 일단 4B연필로 시작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