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의 묵직한 작품 <방황하는 칼날>과 추리 소설 <회랑정 살인사건> 이후로 세 번째 만남이다. 여전히 범죄 사건을 다루고 있어 가볍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흥미롭고 재미있다. 바로 주인공 천재물리학자 유가와 덕분이다. <탐정 갈릴레오>라는 명칭은 형사들이 지어준 별명이다.

일반인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미스터리 한 사건들을 과학자답게 논리적으로 해결하는 모습에서 감탄을 연발하게 된다. 물론 유가와의 동창이자 형사인 구사나기처럼 말이다.

총 다섯 건의 범죄 사건을 대학 조교수인 유가와 혼자서 해결한다. 구사나기 형사가 들으면 꽤 기분 나쁘겠지만 사실이니까. 자료를 찾아주고 증거물 확보 등의 잡다한 일들로 수고하는 형사들에게는 김 빠지는 일이지만 결국 사건 해결이 우선이란 점에서는 은인이라 할 수 있다. 이 사건들의 특징은 범행 자체가 미스터리 하기 때문에 유력한 용의자가 있다고 해도 심문할 수 없다. 유가와가 없었다면 미해결 사건으로 묻힐만한 내용들이다.

과학 분야가 이론만이 아닌 실생활에서, 범죄 해결을 위해 실용적으로 변신한다는 점이 놀랍다.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과학은 물질문명의 진보를 위한 도구인 것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추리 소설의 매력을 제대로 갖춘 책이다. 범죄 사건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 다소 어두워질 수도 있는데 사건 해결을 위한 유가와의 실험을 따라가다 보면 과학의 매력까지 느끼게 되는 흥미 만점의 책이다.

그러나 뒤집어 생각해보면 범죄자들은 완전범죄를 꿈꾸며 과학의 힘을 이용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범죄는 사악한 본성을 드러낸다. 탐욕의 결과물로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하고 엄청난 상처를 남긴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기막힌 사건 해결에 감탄하느라 생각할 틈이 없었는데 막상 책 내용을 더듬어 보니 씁쓸하다. 역시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인간인 것 같다. 겉모습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미스터리가 바로 인간이 아닐까.

추리 소설을 읽으면서 섬찟하고 소름 돋는 것은 인간의 사악함 때문이고 놀랍고 흥미로운 것은 탐정의 추리력 때문일 것이다.

천재들은 예의 거만함을 지닌 것 같다. 일반인이 보기에는 더욱 오해할 만한 것이 그들의 세계를 이해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래도 자신의 능력을 공익을 위해 사용한다는 점은 높이 평가한다. 구사나기 형사가 유가와 조교수에게 느끼는 감정이 흡사 독자들을 대변하는 것 같다. 이러다가 유가와 조교수가 물리학이 아닌 범죄학의 대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 무척 기대된다. 유가와라는 인물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설마 영화 <데스노트>의 천재 L과 같은 괴기스런 모습은 아니길 바란다. 인스턴트 커피를 즐겨 마시고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것을 보면 소탈한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은 뒤에도 자꾸 유가와라는 인물이 생각나는 것을 보면 천재는 역시 매력적인 존재인 것 같다. 실생활에서 천재를 만나본 적이 없으니 왠지 신비롭기까지 하다.

마지막 한 마디, <탐정 갈릴레오>는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