펑펑 울고 말았다. 소설을 읽으면서 울다니......

20대까지도 몰랐다. 30대즈음에는 뭔가 달라졌다. 그리고 40대......

<바보 엄마>를 다 읽은 후에 이 글을 썼다면 "엄마"라는 단어 이외에는 아무것도 쓰지 못했을 것 같다.

원래 잘 우는 편이 아닌데 엄마가 된 뒤로 울보가 된 것 같다. 여자의 인생은 두 가지란 생각이 든다. 여자로 살 때와 엄마로 살 때?  아이를 낳고 키우는 동안에는 내 자신이 여자라는 생각을 전혀 못하고 산 것 같다. 그렇다고 대단한 모성애로 아이를 키운 것은 아니다. 저절로 아이만 바라보게 되고 아이가 삶의 이유가 되는 엄마가 된 것이다.

주인공 영주는 바보 엄마와 천재 딸을 둔 여자다. 대학시절 끔찍하게 못돼 쳐먹은 남자가 진짜 사랑인 줄 착각하는 바람에 불행한 결혼생활을 했다. 돈 많은 시댁에서는 결혼을 반대했기 때문에 일절 도움을 주지 않았다. 무능력한 남편은 영주가 벌어오는 돈으로 뒹굴대다가 급기야 바람까지 피기 시작했다. 결혼 10년차. 사랑하는 딸 닻별이 때문에 이혼하지 않고 버틴 것인데 뻔뻔한 남편은 다른 여자와 결혼하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10살 닻별이는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불행한 가정 때문인지 우울증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 정신병원에 요양 중이던 엄마는 완쾌 판정을 받고 영주의 집으로 오게 됐다. 호적 상으로는 언니지만 영주를 낳은 여자, 김선영, '그녀'가 돌아왔다.

이 모든 상황이 한꺼번에 벌어진다면 견딜 수 있을까? 영주에게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아닌 현실이었다. 그냥 자신이 받아들여야 할 삶이었다. 영주의 삶은 시작부터 불행했다. 아리따운 외모의 엄마가 겨우 열다섯 나이에 강간을 당하고 영주를 임신했을 때부터 세상으로부터 외면당했다. 하지만 '그녀'는 달랐다. 영주가 '그녀'라고 부르는 엄마 김선영은 오로지 영주만을 사랑했다. 정신줄을 놓는 경우가 아니면 영주를 위해서 헌신했다. 영주는 '그녀'가 자신을 불행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했다. 자신을 낳았으니까. 사랑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것을 알면서 자신을 낳았으니까. 그래서 영주는 '그녀'에게 잔인할 정도로 모질게 굴었다.

같은 여자지만 '그녀'는 정말 대단하다. 어찌됐건 불행한 임신이었다. 그런데도 '그녀'는 평생을 자신의 딸만 바라봤다.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주고 사라져버리는 엄마별처럼.

선영, 영주, 닻별. 세 명의 여자이자 딸인 그녀들을 보면서 문득 '사랑은 바보구나.'라는 것을 깨달았다. 바보가 되지 않고는 사랑할 수 없으니까.

"엄마~ 사랑해요!" 

<바보 엄마>를 읽고나면 꼭 이 말을 하고 싶어질 것이다.

바보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