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도 한 때는 어린아이였단다."라고 말하면 우리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설마 하는 표정을 짓는다. 충분히 이해한다. 나 역시도 우리 부모님을 바라보면서 상상이 잘 안 되었으니까.

그런데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건 어린아이였던 것과 어린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건 별개라는 사실이다. 누구나 어린 시절을 거쳐 어른이 되지만 일단 어른이 되고나면 지난 과거는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 그래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제일 자주 하는 잔소리가, "엄마 어렸을 때는 말이야~" 혹은 "아빠 어렸을 때는 말이야~"가 아닐까. 대단히 모범적으로 살았던 것은 아니지만 이미 지나간 과거를 살짝 미화하는 것은 대부분의 부모들이 하지 않나?  그래서 나이들수록 건망증이 무서운 것이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잊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 보지만 그 시절의 마음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아이들의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이해하는 시간을 갖는다.

<빅 네이트>를 보면서 생뚱맞게 내가 늙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네이트를 정말 재미있는 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우리 아이도 재미있게 봤으니까.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 바라보는 네이트는 정말 골칫덩어리, 말썽쟁이, 개구쟁이다. 한 마디로 내 아들이 아닌 것이 다행이다. 4차원의 놀라운 녀석이다. 그냥 어떤 편견도 없이 바라보면 제법 매력적인 녀석인 것 같다.다만 그 매력을 발견하려면 인내심이 필요할 뿐이다. 우선 책의 주인공치고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랑할 만한 요소가 거의 없다. 물론 아이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너무 잘난 녀석이 주인공인 것보다는 엉뚱한 네이트가 더 낫다고 여길 것이다. 솔직히 네이트처럼 학교생활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어쩜 마음 속의 말을 거침없이 할 수 있는지...... 실수였겠지만 무서운 선생님 앞에서 네이트처럼 말할 수 있는 아이가 몇이나 될까. 네이트의 학교생활을 보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자신감을 얻을 것 같다. 네이트는 하루에 벌점 카드는 자그만치 일곱 장이나 받았으니 말이다. 만약 우리 아이가 이런 일을 겪었다면 울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네이트는 기뻐 소리친다. "학교 신기록 보유자"니까.

아이쿠야, 네이트는 정말 못말린다. 이것이 바로 네이트의 진정한 매력이다.  가장 끔찍한 상황을 너무도 행복한 상황으로 바꿔버리니 말이다. 어른들도 배워야 할 것 같다. 네이트 만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