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은 잘 몰라도 천재적인 예술가 하면 떠오르는 두 인물이 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미켈란젤로가 그들이다. 이들은 예술 작품에 신비스런 비밀을 감춰 놓았다. 이런 비밀스러움은 예술적 창조력의 산물인 것이다.

예술 속 수수께끼는 시대를 뛰어넘어 강력한 매력으로 사람들을 사로잡는다.

미켈란젤로 미술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켈란젤로가 그린 시스티나 성당의 천장화는 인체해부학 그림과 유사하다는 점이다. 왜 해부된 인체의 부분들을 은밀하게 감추었는지는 미켈란젤로 자신만이 알 것이다. 그러나 미켈란젤로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조금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 미켈란젤로는 자신을 화가가 아닌 조각가로 생각했다고 한다.

“붓을 들고 작업하는 도중에 실수를 한다면 곧 작품 전체를 버려야 한다. 조각은 그만큼 정확한 기술이 요구되는 작업이다.”라고 미켈란젤로는 말했다.

그랬던 그가 교황 율리우스 2세의 요구로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리게 되었으니 작업이 편치는 않았을 것이다. 사진으로 본 시스티나 성당 내부는 웅장한 규모에 주눅이 들 정도다. 감히 일개 화가라면 엄두도 내지 못할 규모를 환상적인 그림들로 완성해낸 미켈란젤로가 놀라울 뿐이다. 그는 조각가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천장화 작업을 하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이것은 나만의 짐작이지만 최대한 조각가다운 그림을 그리고 싶었을 것 같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문화, 예술과 함께 과학의 부흥기였다. 미켈란젤로는 조각하려는 인물의 윤곽을 잡기 전에 시체를 해부하거나, 밀랍 또는 나무로 모델을 만들 정도로 정밀하게 사전 연구를 하여 작업을 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 미술의 비밀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의 해부학적인 측면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그는 어린 나이에 재능을 인정받아, 메디치 궁정에서 화가, 조각가, 건축가, 의사, 철학자 등 학식이 뛰어난 이들과 교류한다. 과학적 호기심이 많아서 해부 수업에 참여하면서 18살 나이에 이미 해부학에 정통한 예술가로 성장한다.

그 후 외과 의사로 유명했던 콜롬보는 1542년부터 해부학에 관한 책의 집필을 준비했고 미켈란젤로의 도움을 받고자 했다. 하지만 미켈란젤로는 이미 70세를 넘긴 나이였기 때문에 함께 책을 내기로 한 계획은 수포로 돌아간다.

만약 콜롬보와 함께 해부학 매뉴얼이 출간되었다면 의학 역사상 대단한 역작이 나오지 않았을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비록 해부학 책은 출간되지 않았지만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는 엄청난 규모의 해부학 그림이다. 창세기, 구약의 장면들, 무녀와 예언자들, 그리스도의 조상들까지 실제 보기 힘든 명화 사진과 함께 설명을 보면 저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는 이미 자신의 해부학적인 지식을 예술적으로 승화시켰던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70세를 넘기면서는 회화와 조각 사이의 화해를 이룬다.

“……나는 생각을 바꿨습니다. 화가라고 회화에 비해 조각을 더 못하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조각가 역시 조각만큼이나 회화도 잘해야 한다고 이제는 말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은 조화를 이루며 함께 잘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소모적인 논쟁에 많은 시간을 낭비하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인물 하나라도 더 창작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이러한 논쟁 따위는 이제 등 뒤로 던져 버려야 합니다.”

이 책은 미켈란젤로의 천재성을 그의 대표적 회화작품인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와 피에타, 모세, 다비드와 같은 조각상을 해부학적 측면으로 바라본다는 데 그 의의가 있는 것 같다.

예술적인 위대함은 세월이 흘러도 변함 없이 감동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