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논의의 최전선’은 미국에서 가장 오래 되고 가장 신뢰받는 좌파 진보저널인 먼슬리 리뷰(Monthly Review)에 실린 자본주의와 환경 관련 논의들을 번역한 책이다. 마르크시스트 경제학자인 폴 스위지(Paul Sweezy)가 창간한 먼슬리 리뷰는 냉전과 메카시즘이 한창이던 1949년에 첫 선을 보였다. 먼슬리 리뷰 참여자들은 공동체적 참살이와 지구적 정의를 지향하는 생태사회주의들이다. 그들은 환경 문제란 곧 정치경제적 차원의 문제임을 주장하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그들의 생태사회주의적 지향의 배경에는 기존의 사회체제는 점차 심해져만 가는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과 생태 문제에 혁명적 해결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그들에 따르면 자연은 자원 조달처와 쓰레기 배출처로 과도하게 이용당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운 생태사회주의라는 대안은 자연에 대한 현재의 무한 착취 시스템을 지양(止揚)하고 자연이 시간의 지평 안에서 스스로 보충하고 복원할 수 있는 사회적 물질대사 질서를 창출하는 것이다. 본문을 읽으면 알 수 있지만 오늘날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 내리는 생태학이라는 용어는 좌파 사상가들의 연구 작업에 기원을 두고 있다. 먼슬리 리뷰 필진들은 생태주의는 사회주의 프로젝트의 필수 구성 요소라는 말을 한다. 생태주의는 정치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요소라는 의미의 말이다.

 

오늘날 우리는 전 지구적 차원의 환경 및 생태 문제를 겪고 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문제들은 생물 다양성 상실, 삼림 파괴, 사막화, 토질 악화, 산성비, 지구 온난화, 식량 부족, 대기 오염, 화석 연료 고갈, 물 부족 등 한 둘이 아니다. 그 문제들은 공통의 원인을 가졌기에 통합적 비전의 대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 기술 차원의 조정이 아니라 전방위적 전환이다. 단편적인 조정의 예로 우리는 성층권으로 유황 분자를 분사해 지구의 알베도(albedo: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빛을 반사하는 비율)를 높여 온난화를 억제하자는 파울 크루첸(Paul Crutzen: 대기화학자)과, 세계 산림의 4분의 1을 베어내고 탄소를 흡수하는 유전자조작 나무를 심어 기후 변화를 막자는 프리먼 다이슨(Freeman Dyson: 물리학자)을 들 수 있다.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문제는 세계가 처한 딜레마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전력은 재생가능한 에너지원으로 만들지만 필요한 장비와 건물은 화석연료와 재생불가능한 광물자원을 사용하는 산업부분에서 만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딜레마가 빚어지는 것은 주요 대안(代案)으로 떠오르는 바이오매스라고 예외는 아니다. 그러나 본질적이고 근원적인 난점은 현 지구적 자본주의 경제의 끝없는 확장과 기후안정화 및 자연 보존은 양립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생태논의의 최전선’에 참여한 10명의 필진 가운데 한 분인 제이슨 무어는 추상적인 지역주의 및 세계주의의 유혹을 거부하고 우리 앞에 놓인 지구적 생태 위기 추세들의 상이한 형태와 종류를 정확하게 식별하는 혜안으로 전체의 다층적 풍부함을 지향하는 것이 목표이자 과제라 밝혔다. 환경 및 생태 문제에 접근할 때 총체적 시각이 필요한 것은 남획(濫獲)되어온 고래의 개체수를 과거 수준으로 늘리려면 고래의 먹이인 크릴 새우에 대한 남획 금지가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로 입증된다. 하지만 이산화탄소 제거에 도움을 주는 크릴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개체수가 급감했다.

 

‘생태논의의 최전선’의 논조는 래디컬하다. 문제는 비관적이냐 낙관적이냐가 아니라 현실 인식에 얼마나 충실한가, 이다. ‘생태논의의 최전선’의 논조는 냉철하고 객관적이다. 수중 묘지가 되어가는 바다라는 표현은 그들의 표현들 중 가장 상징적인 동시에 냉철한 느낌을 준다. 마지막 장인 푸른 협약: 대안적인 물의 미래에서 모드 발로(Maude Barlow)는 “경쟁, 무한성장, 사적 소유라는 지상과제 대신에 협력, 지속가능성, 공적 관리와 같은 새로운 지상과제의 관점에서 물을 다시 인식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우리가 연못에 가는 것은 물을 떠오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거기에 가면 친구들과 꿈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아프리카 속담을 음미하며 나는 생태주의에 공감하는 사람들에게 ‘생태논의의 최전선’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