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뜻과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춘기 딸을 줄기 여기저기에 불규칙하게 가시가 솟아 있는 음나무에 비유한 한 자연과학자의 글(‘꽃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읽었다. 싸우고 화해하고 눈물을 흘려가며 가시를 떨쳐낸 끝에 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었노라는 그 자연과학자와 달리 생명공학자인 송경화 박사는 늘 전쟁으로 끝나곤 하는 사춘기 딸과의 관계를 그 아이의 생물학 교과서를 읽고 일상과 연결짓는 질문과 답을 주고받는 과정을 통해 해결함으로써 ‘불량 엄마의 생물학적 잔소리’란 책을 결과물로 내놓았다.

dominance를 우월한 존재가 아닌 우점종(개체수가 많은 종)이라 보아야 한다고 말하며 저자는 생명이란 ‘무질서로부터 질서를 만들 줄 아는 것‘이라 정의한 에르빈 슈뢰딩거의 책 ’생명이란 무엇인가‘를 소개한다. 인간은 세포의 핵 안에 유전정보가 담긴, 아빠와 엄마에게서 하나씩 물려받은 46 개의 염색체가 들어 있다. 유전정보는 생명의 기원 시기인 38억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DNA는 산소가 없는 리보스가 결합한 핵산이란 뜻이고 RNA는 산소가 하나 더 있는 리보스가 결합한 핵산이란 의미이다. deoxy는 산소가 없다는 뜻, ribose는 당(糖: sugar)이다.

태초 생명체는 DNA가 아닌 RNA로 유전정보를 저장했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단세포 생물이었을 태초의 생물체는 지금의 복잡한 사람의 것과 완전히 달라 보이지만 생명의 기원까지 헤아리면 38억년은 되었을 것이란 이야기이다. 린 마굴리스의 세포 내부 공생설은 거대 혐기성 세포가 배가 고파 산소를 이용하는 작은 미생물을 잡아 먹었는데 그것이 산소를 이용해 엄청난 에너지를 만드니 나쁘지 않아 소화시키지 않고 공생하게 되었다는 설이다. 그것이 미토콘드리아와 공생을 이루게 된 계기이다. 미토콘드리아는 핵 안의 유전정보와는 다른 자신만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핵 안의 DNA는 풀어놓으면 직선이지만 미토콘드리아 DNA는 원형이다.

식물 역시 광합성을 하는 엽록체와 미토콘드리아를 가지고 있다. 엽록체도 자신만의 유전자를 가지고 스스로 복제를 하니 식물에서는 두 번의 내부공생이 일어난 것이다. 저자(엄마)는 부분 부분 딸의 행적을 나열하며 그것이 생물학적으로 잘못되었음을 주장한다. 가령 귀차니즘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을 엄마에게 미루는 것은 25억년이 넘는 유전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란 말을 통해 알 수 있듯. 저자는 자신의 딸이 엄마와 아빠에게서 같은 수의 유전자를 받았지만 미토콘드리아 때문에 엄마의 유전자를 더 많이 받았다고 설명한다.

미토콘드리아는 엄마에게서만 물려받는 것이고 구체적으로 말하면 여성의 난자를 통해서만 전달된다. 남자의 미토콘드리아는 수정(受精)이 이뤄질 때 없어진다. 성격에 영향을 주기는 힘든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는 세포 복제시에 일어나는 염색체복제와 무관하게 몸이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면 급격히 숫자가 늘어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누워만 있으면 파괴되거나 퇴화한다. 자연선택설이란 자손을 낳으면서 (부모와 다른 형질) 변이가 생기고 그 중 환경에 잘 적응하는 것이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는 의미의 설이다. 세다가 거듭될수록 변이는 축적된다.

수정란은 모양에 따라 난할, 상실(桑實)기, 포배기, 낭배기를 거친다. 난할은 수정란을 나누는 과정이다. 수정란이 자궁에 착상하는 단계를 상실배라 한다. 상실이란 뽕나무 모양을 했다는 의미이다. 착상 단계에 이르면 크기가 커지고 세포가 마구 보이는 포배기(胞胚期), 세포들이 주머니처럼 보이는 낭배(囊胚)기가 나타난다. 신경세포나 뇌세포는 손상되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평소 밥상의 원칙을 골고루 차리는 것으로 설정하고 있는 저자는 기관에서 세포로, 세포에서 세포내 기관으로, 세포내 기관에서 세포내 기관구성 물질 등으로 즉 큰 단위에서 더 작은 단위로 계속 나눠가며 그 본질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방식을 환원주의라 설명한다. reductionism이라 하는 환원주의는 줄인다는 의미의 reduce에서 온 단어이다. 점점 쪼갠다는 의미이다. 저자가 골고루 원칙을 세운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 때문이다. 간 세포의 경우 물이 85%, 단백질 10%, 지질 2%, 핵산 1%, 탄수화물 0.5%, 무기염류 1.5% 정도로 구성된다.

딸이 저자(엄마)에게 왜 세포의 구성 비율도 낮은 탄수화물이 많이 들어 있는 밥을 많이 주냐고 타박하자 저자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은 포도당이니 밥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히 뇌세포는 포도당만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해 뇌가 에너지를 많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은 탄수화물을 꼭 먹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아무리 밥을 먹어도 만들지 못하는 아미노산 때문에 단백질도 반드시 먹어야 한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면 두뇌회전도 잘 안되고 어지럼증, 구토, 저혈당 쇼크에 시달리게 된다.

저자는 통합적인 시각을 갖기 위해서는 환원주의적 관점에서 근본물질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라고 말한다. 생명이란 ‘무질서로부터 질서를 만들 줄 아는 것‘이라는 말을 인용한 바 있는 저자는 ’골고루‘의 원칙을 설명하며 뭘 먹든지 우리 몸에서 그것을 분해해 몸에 필요한 구성성분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의하면 그것이 생명체가 가지고 있는 질서를 만드는 과정이다. 저자가 ’‘골고루를 강조하는 것은 아미노산은 단백질을 구성하는 분자이니 육류에 더 많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닌 예외적 현상이 많아 그 내용을 일일이 기억할 수 없는 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이다.(가령 라이신은 시금치나 콩에, 메치오신은 곡류에, 발린은 콩이나 견과류에, 이소류이신은 달걀에 더 많이 들어 있다.)

저자는 딸에게 꾀병처럼 가끔 어지럽다고 어리광부리지 말라고 말한다. 헤모글로빈을 만드는 유전자는 정상이지만 철분이 많이 들어 있는 당근 품은 달걀말이나 시금치 등을 먹어야 산소가 운반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일찍 잘 것을 주문한다. 이런 이야기는 많은 엄마들이 하는 이야기로 저자의 이야기에 차이가 있다면 생물학적 설명이 붙어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딸에게 “너는 수많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거대공장”이라 말한다. 인체는 음식물에 들어 있는 에너지를 그대로 쓸 수 없어 생명체가 사용할 수 있는 형태의 에너지로 바꾸는 과정을 치러야 한다. 이 과정이 세포호흡이다.

저자는 배설(排泄)을 소장과 대장을 통해 음식물 찌꺼기를 외부로 배출하는 좁은 의미의 배설과, 이용하고 남은 찌꺼기와 노폐물을 버리는 모든 과정을 의미하는 넓은 의미의 배설로 나눈다. 넓은 의미의 배설이란 이산화탄소와 물, 암모니아 등을 배출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물은 세포 호흡의 끝에서 생성되는 물질이고 암모니아는 아미노산이 완전히 분해될 때 생기는 물질이다. 단백질을 많이 먹는 식습관은 암모니아를 많이 만들어 암모니아를 요소로 전환해야 하는 간을 피곤하게 하고 계속 걸러내야 하는 신장도 피곤하게 한다.

소변을 통해 배출하는 과정에 칼슘도 같이 배출되어 골다공증 확률을 높인다. 요산이 관절 근처에 딱딱하게 쌓이는 통풍(痛風)이 고단백 위주의 식사탓이라고 말하며 저자는 식사 총량의 30%에 해당하는 단백질을 먹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뇌에 대해서도 한 마디 한다. 뇌는 대뇌, 간뇌, 중뇌, 연수, 소뇌 등으로 구성되는데 대뇌는 이성적 판단을 하고, 시상과 시상하부로 구성된 간뇌는 체온, 혈당량, 삼투압을 조절하여 항상성을 유지시킨다. 시상하부는 교감신경과 호르몬 등을 지휘하는 총사령관에 해당한다. 중뇌는 안구 운동, 홍채의 수축과 이완 등을 담당한다. 연수는 흥분전달 통로로 배뇨, 땀 분비 등을 맡으며 무릎반사의 중추이다. 소뇌는 몸의 자세와 균형을 유지한다. 척수는 호흡운동, 심장박동, 소화운동 등을 조절하며 기침, 재채기, 하품 등의 반사중추이다.

저자는 사춘기 딸을 감안(?)해 성 호르몬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그리고 “넌 환경의 일부이니 잘난척 하지 말라”고 말한다. 저자는 엄마와 딸 사이에 비록 아픈 흔적이 남았을지 모르나 지난 시간들을 키득거림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어서 자신은 정말 운이 좋다고 말한다. 과학 특히 생물학 분야에서 대화로 어려운 개념들을 설명하고 풀이하는 유형의 책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 딸이 처한 위치와, 딸과의 관계에서 오는 과제를 생물학 지식으로 설명하고 풀어냄으로써 메시지를 전하는 엄마의 애정과 내공이 돋보인다는 생각을 하며 책을 읽었다. 쉽게 풀어썼음에도 어려운 부분이 부분적으로 있지만 전체적으로 내 생물학 이해를 한 단계 높여준 쉽고 유용한 책이라 말하고 싶다.

 

 

인터파크 도서 신간 리뷰단을 통해 제공된 도서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