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공부에 들이는 노력과 비용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갖가지 영어 교수법이 등장하고 기발한 제목을 가진 책이 등장하고 학습법도 복합적으로 변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영어를 배워 오는 사람도 늘어가고도 있다. 하지만 노력과 정성, 비용에 비해 성과가 시원치 않은 것은 나쁜 머리 탓이기도 하고 게으름 탓이기도 하지만 비과학적 영어 학습법 때문이다.  

최근 출판계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는 상당한 전문성을 갖춘 뇌과학 책들이 많이 출간되고 있는 것이다.“외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적이 없는”전문 번역가 김승환님의‘뇌 속에 영어가 산다’는 최신 뇌과학의 성과를 활용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영어 교수 및 학습법을 소개한 고급 정보서이다. 외국에서 영어를 배운 적이 없음에도 자타 공인 영어 고수(高手)로 활약하는 저자를 보면 뇌과학을 활용한 학습법이야말로 영어 공부의 정도를 걷게 하는 유용한 한 방법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물론 저자가 영어를 잘하는 이유는 과학적 영어 학습법과 함께 과감한 노력, 강한 동기 등이 고루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저자에 의하면 영어 말하기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영어 전용 브로카 영역이 발달하고 영어 듣기를 반복적으로 훈련하면 영어 전용 베르니케 영역이 발달한다.(23 페이지) 새로운 외국어를 익히면 그 외국어만 담당하는 전용회로 뭉치가 발달한다. 언어를 담당하는 언어중추는 말하기를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과 듣기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으로 나뉜다. 영어 전용 중추는 다른 말로 영어가 사는 집이다.  

듣기와 말하기를 담당하는 영역이 나뉘었다는 사실에 근거해 우리는 무조건 영어를 들으면 언젠가 영어가 된다는 말의 오류를 알 수 있다. 모든 학습은 신경세포 사이의 접합지점인 시냅스의 작동 메커니즘을 강화하고 유지하는 과정이다.(27 페이지) 흥미로운 상식 가운데 하나는 input과 output의 길이 별개라는 점이다.(35 페이지) 이는 듣기/ 읽기와 말하기/ 쓰기는 별개의 훈련 방법이 필요함을 알게 하는 부분이다.  

영어 공부의 목표를 영어를 잘하는 한국인이 되는 것이라 말한 저자가 편 주장들 가운데 기존의 통념과 가장 크게 배치되는 것은 우리 뇌는 멀티태스킹을 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다른 일을 하면서 영어 테이프를 흘려듣는 행위를 위험한 학습법이라 정의했다. 팝송으로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거의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새겨들을 만하다. 브로카 영역과 베르니케 영역이 별개이듯 음악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은 다르다.  

저자는 전문 번역가의 길로 접어든 지 거의 10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영어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영어를 잘하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를 지닌 것일까? 저자에 의하면 그것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라는 4대 영역을 고루 잘하되 자기 분야에 필요한 부분을 더 잘하는 것이다.(85 페이지)

실전편에서 저자가 영어 공부를 위해 조언한 내용은 상세하고 구체적이다. 아울러 뇌는 듣기가 우선이고 미드를 보며 영어를 공부하는 것은 효과적인 방법이며 문법은 어느 정도 영어에 흥미를 갖게 된 이후에 공부해야 하며 문장을 분석하기보다 이해하도록 해야 하고 직관적으로 전체 문장을 이해하고 개괄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며 지속적 학습과 체험학습이 필요하다는 조언들은 충분한 설득력을 지녔다. 색다른 주장으로 인해 자신이 공공의 적이 될 수도 있지만 꼬집을 것은 꼬집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저자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 전문적으로 글을 쓰지는 않지만 때로 원서를 읽을 필요를 느끼는 나 역시‘뇌 속에 영어가 산다’에서 제시된 방법을 적극 활용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