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학자 베버는 다소 복합적인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을 보낸 인물로 보인다. 조숙하고 지성적이었으며 불타 오르는 지식욕을 가졌지만 가부장적인 가풍을 가진 집안에서 자랐고 신체적으로 허약했지만 주호(酒豪)로서 두각을 나타낸 점 등이 그런 생각을 하게 한다. 10대 시절에 이미 스피노자와 칸트 등의 어려운 책들을 읽어낸 점은 위대한 인물들이 보이는 전형적 사례라 할 만하다. 아버지의 성격을 이어 받은 베버는 친 비스마르크 쪽으로 기운 아버지와 달리 비스마르크 정권을 통렬하게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스마르크는 무력으로 독일 통일을 이루려 한 철혈정책(鐵血政策)의 제창자이다.

의회정치의 근본을 부정한 비스마르크는 노동자들의 불만을 막고 혁명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탄압 뿐 아니라 그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제도가 불가피 하다고 보고 세계 최초로 사회복지제도를 도입한 정치가이다. 탄압과 보호를 양날의 칼처럼 휘두른 비스마르크에 대해 아버지와 다른 입장을 취한 베버에 관해 서술된 부분은 흥미롭기도 하고 많은 시사점을 주기에 족하다.(베버는 공공연하게는 아버지에 동조했지만 당파적 입장을 분명히 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64 페이지) 올해 초 키어런 앨런(Kieran Allen)의‘막스 베버의 오만과 편견’이라는 책이 번역, 출판되었다. (원작이 나온 것은 2004년 6월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베버를 오만한 극우 민족주의자, 게르만의 영광을 꿈꾸었던 제국주의자라 규정했다.

베버는 아직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영향력 있는 학자로 알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키어런 앨런 같은 학자가 그런 그를 극우 민족주의자 및 제국주의자로 규정한 것은 진실의 이면에 숨은 어떤 실체를 생각하게 한다. 탄압과 보호라는 양면적인 정책을 펼친 비스마르크를 보며 아직도 많은 영감을 주고 있는 영향력 있는 학자와 극우 민족주의자 및 제국주의자라는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를 받고 있는 베버를 떠올리는 것은 무리(無理)일까? 물론 베버의 아내인 마리안네 베버의‘막스 베버’는 베버의 일상적 면모에서부터 정서적 특성, 그리고 정치적 경향성, 학술적 가치 등을 망라한 책이다.

베버의 정치적 경향성에 대한 마리안네 베버의 견해를 긍정하는 것을 보류하고 그의 개인적인 면모, 정서적인 면, 학문과 책에 대한 태도 등을 인정하고 그로부터 배울 점을 배우고 공감하면 어떨까? 본문에 의하면 베버는 실제로 비스마르크의 정책을 승인하고 감탄하는 한편 무비판적인 귀의(歸依)와 우상화를 거부했다고 한다.(66 페이지) 정치가와 학자에 관한 글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인간은 실로 애매하고 양가적인 데다가 사는 것 자체가 다층적이라는 말을 하면 어떨지 모르겠다. 한 가지 배울 것은 베버가 비스마르크 한 사람에게만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 아니라 비스마르크라는 한 인간의 전제적 지배를 감수한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본 점이다.

막스 베버의 어머니인 헬레네 베버는 부부 공동생활(결혼생활이라 하지 않고 부부 공동생할이라 한 것은 왜일까?)에서 육체적인 측면에 관한 한 아무런 기쁨도 느끼지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노년을 동경하기까지 했다고 한다. 베버의 부모는 결혼 무렵 터질 듯한 행복감에 휩싸였었다고 하니 참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아니 비극적이라 해야 할까? 베버는 정신에 관한 병마는 물론 불면증, 압박감에 오랜 세월 시달렸고 가난과 실직 등을 어렵게 견뎌야 했다. 이 모든 것은 비극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역경 속에서도‘프로테스탄트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라는 명작을 남겼다. 베버는 선택과 거부, 요구와 재단, 사랑과 증오의 양가적 감정에 자주 휩싸였던 듯 하다. 베버는 자신을 설명하기를 반종교적도 아니고 비종교적도 아니라 말했지만 다신론을 인정하는 데로까지 나아갔다. 복음서와 진정한 기독교적 종교성에 대해 깊은 경외심을 잃지 않았다는 그가 보인 이런 다신론에 대한 인정은 의외로 보인다.

복합적이고 독특한 성격 유형은 그의 특징 중 하나라 할만하다. 베버는 기독교는 물론 중국, 일본, 인도, 유태교, 이슬람교 등에 이끌렸다. 물론 그것은 경제이론과의 연관성 하에서 가진 관심이었다. 그의 생각은 서구 특유의 합리적인 것들로 향한다. 우리는 이 대목에서 베버가 자본주의 경제의 숨은 원동력을 프로테스탄트 윤리에서 찾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르크스의 경제결정론에 금욕과 근로를 특징으로 하는 칼뱅주의라는 문화 요소를 더한 베버. 칼뱅주의는 모든 것이 신의 의지에 의해 결정된다고 보는 교리 체계이다. 칼뱅주의자들은 구원이 신에 의해 예정되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다.

베버는 여행을 강렬하게 원했고 다양한 전공자들과 교류하기를 원했고 현실 정치에 상당한 관심과 열의를 보였던 정열적인 사람이다. 또한 논쟁의 한 가운데에 있었던 사람이다. 흥미로운 점은‘서양의 몰락’을 쓴 오스발트 슈펭글러와 베버의 토론이 언급되었다는 사실이다. 물론 베버는 자기와 뜻을 달리 하는 사람들에 대해 경의를 잃지 않았다고 한다. 열정적인 사람이 가지기 어려운 미덕이 아닌가 싶다.

폐렴으로 인한 고열 속에서 베버는“진실은 진리다”라는 동어반복 같기도 한 뜻 모를 말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수수께끼 같은 말이 베버 자신의 역정(歷程)을 잘 대변해 주는 말이라 생각한다.‘막스 베버’는 만연체 중심의 글이고 요령 부득의 번역어가 때로 흐름을 방해 했지만 베버의 일상과 학술적/ 정치적 입장을 알게 해준 귀한 책이다. 마리안네 베버의 책이 책임 있는 토론의 장으로 이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