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미네아 폴리스 대학 천문학과의 파르케 쿤켈 교수에 의해 ‘뱀주인자리’가 13번째 별자리로 지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지구의 자전축 변화로 인해 고대 바빌로니아에서 결정된 기존의 12개 별자리에 새 별자리인 ‘뱀주인자리’(ophiuchus)가 추가되어야 한다는 의미였다. 물론 그 이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지는 않았다. 단 이 모티프가 소설 창작에 영감을 줄 수 있음을 배제할 수 없다. 은하수 중심의 북서쪽 오리온자리의 반대편에 위치한 뱀주인자리는 여름 늦은 오후 관찰이 가능한 자리로 이때 태어난 사람들은 장수를 누릴 가능성이 크다고 알려졌다.

영생(永生)을 주제로 한 신아인의 ‘뱀주인자리’ 역시 뱀주인자리의 장수 가능성에서 영생 모티프를 얻었을 가능성이 크다. 신아인의 ‘뱀주인자리’는 유럽의 스페인 독감이 무오년 독감이란 이름으로 조선에 와 수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간 1918년 역병(疫病) 사건을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들은 이 역병으로 뱀파이어가 된 채 원인 불명의 영생을 얻게 된 사람들이다.(자신이 어떤 연유로 영생을 얻게 되었는지는 그렇다 해도 그 사실을 어떻게 인지하게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영원히 같은 얼굴, 고정된 나이, 불변하는 몸을 가지고 흡혈 욕구와 싸우며 살아야 했던 그들은 뱀주인자리를 타고 난 신우와 그의 이란성 쌍둥이로 가면을 쓴 채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이엘(EL; evil laugh) 등이다.

이 밖에 아버지(준수)의 실수로 열 살 나이에 고정된 채 영생을 벌처럼 떠안게 된 유민이라는 여자가 있다. 그녀가 뱀파이어가 된 것은 그의 아버지가 역병으로 죽어가는 딸을 고치기 위해 신우의 팔에서 빼낸 피에 이런 저런 화학작용을 더해 만든 약을 먹인 결과였다. 신우 역시 여 점성술사인 운하를 살리는 단 하나의 방법은 그녀의 목덜미를 헤치고 더운 피를 마시는 것이라 생각하고 실행하다 욕망을 제어하지 못해 이성을 잃고 그녀를 죽이는 실수를 한다. 헤라라는 향수 회사의 브랜드 매니저인 수안은 다섯 살 나이에 바닷가에서 수녀에게 발견되어 수녀원에서 자란 스물 다섯의 여자로 20년 전 자신에게 다가온 싸늘한 냉기를 지닌 자칭 산타를 찾아 헤매다가 그 추억과 닮은 향기를 가진 향수를 만들기 위해 헤라에 입사한다.

준수는 유민을 되돌려 놓으려고 하고 신우는 운하를 죽여 땅에 묻어야 했던 실수 때문에 자책하며 인간의 피를 마시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채식주의자로 살아가지만 이는 너무 비자연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신우가 먹는 이브(뱀파이어들이 필요로 하는 헤모글로빈을 공급하고 체온이 올라 갑작스럽게 각성되는 일을 막는 약)가 인간의 피로 피워낸 꽃으로 만든 것이었다. 이들에게는 아담이라는 약도 있다. 뱀파이어들의 후각을 조절해 인간의 체취에 반응하지 않고 자외선에 약한 뱀파이어들의 피부를 보호하는 향수이다. 신우는 인간의 몸을 지니고 자신에게 죽음이라는 면죄부를 얻어 자신이 실수로 죽인 운하 곁에 묻히기를 소망한다.

죽는 것만이 목적인 신우는 매혹적인 젊은 피가 고사목을 살려내는 것을 보고 그녀의 피가 있다면 자신이 저주 받은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그녀를 '천사'라 명명하고 찾아 나선다. 이엘은 우월한 형 신우를 증오한다. 증오는 그가 마음에 품었던 여자인 운하가 신우에 의해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다. 형에게 운하를 잃고 한 번도 형을 이기지 못한 까닭에 열등감과 증오심을 느끼는 진우는 악마의 웃음을 빌려 복수를 완성하겠다는 다짐으로 이엘이라는 이름의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며 피의 살육을 하던 중 자신이 죽인 여자의 딸인 수안을 보고 가슴 아픈 자책을 느낀 끝에 그녀와 인연을 맺고 오랜 시간 후원한다.

수안 역시 20년 전의 산타를 찾아 헤맨다. 그러던 어느 날 수안은 신우를 통해 오래전 만난 산타에 깃들었던 추억의 체취를 접하게 된다. 신우 역시 수안의 손가락에서 솟는 피를 보고 그녀가 자신이 그토록 찾아헤매던 천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천사의 피를 찾아 헤매던 신우, 신우를 이기겠다고 다짐하는 이엘, 딸을 원래대로 되돌리려는 준수 등 세 뱀파이어의 일생일대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수안과 신우는 사랑에 빠지고 뱀파이어임을 알고도 신우에게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을 우려하는 수안의 사랑은 아름답지만 예기치 못한 위험에 처한다.... 수안은 열 세 개의 별자리의 심상을 담은 향수 제작은 제안해 상품화 하는 데 성공한다. 헤라의 옥상에는 별자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출시한 향수 홍보를 위해 만든 천문대가 있다.

이렇듯 ‘뱀주인자리’는 상식을 넘어서는, 불가해한 면이 많은 소설이고 갈등과 반목, 삶과 죽음, 사랑, 배신 등이 수놓아진 소설이다. 불가해한 것 가운데 압권은 뱀파이어가 사랑하는 여자의 피를 마셔야만 인간으로 돌아가는 부조리함이다. 주인공들의 얽히고 설킨 사연과 운명 이상으로 빛나는 것은 작가의 상상력이다. 아니 불가해하고 기이한 서사가 해명되지 않는 가운데 남는 것은 결국 작가의 필력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서양 점성술은 황도 12궁을 바탕으로 발전했는데 놓치기 쉬운 것은 생일에 해당하는 황도 12궁이 밤에 잘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런 상식 등을 포함해 과학적 준비가 철저한 점도 ‘뱀주인자리’의 미덕이다. 슬픈 사랑, 종교적 특성, 과학적 지식 등 이 소설에서 독자들 각자 어떤 점을 읽을지도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