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한 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장홍제. 그의 ‘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은 제목과 달리 일본, 중국, 한국, 이스라엘(유대인), 미국, 몽골, 대만 등 한중일 삼국은 물론 이웃 여러 국가들의 문화 기행기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중국과 일본의 닮은 점으로 이미지적 사고를 중시하고 직관적 판단을 하는 것, 집단주의 등을 꼽는다. 선불교 역시 그 중 하나이다. 저자의 문제의식은 스승과 학생의 나라로 인연을 맺었던 중국과 일본이 보이는 현격한 차이 즉 일본이 중국을 능가하는 현상의 원인은 무엇인가에 맞추어져 있다.

저자가 말했듯 일본은 다른 민족에게 침략 또는 정복당하지 않고 순수 혈통으로 이루어진 세계 유일의 국가이다. 저자는 일본을 패기 넘치는 젊은이의 나라로 본다. 용맹, 활력 등의 장점과 미숙함이라는 단점을 가진 알 수 없는 나라가 일본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현재 일본은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어 활력을 잃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 저자는 중국의 황제와 일본의 천황을 비교한다. 전자는 전권을 가진 존재였고 후자는 이름만의 존재였다. 천황이란 말 자체가 중국의 황제를 능가해 보려는 계산이 깔린 이름이다. 천황을 우리 입장에서 일왕이라 해야겠지만 이 일본의 과대망상적 집착을 드러내려면 어쩔 수 없게 그 이름을 써야 한다. 에도 시대 말기 종이 호랑이나 다름없었던 천황은 개혁적 하급 무사들에 힘입어 확고한 지위를 얻기에 이른다.

저자는 한국에 대해서는 중국보다 더 중국다운 나라라는 표현을 쓴다. 중문경무(重文輕武)에 근거한 유교사상, 당쟁 등이 그것이다. 유교의 본산지인 중국이 실용 노선을 택했을 때도 유교 근본주의적 태도를 버리지 못한 조선의 실상은 저자의 그런 정의에 들어맞는다 하겠다. 저자는 중국인들은 표리부동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원칙 없는 표리부동이다. 또한 공중도덕을 잘 지키지 못하고 더러운 민족이란 말까지 저자는 한다. 루쉰이 중국 역사를 노예가 되고 싶었으나 꿈을 이루지 못한 시대와 편하게 노예로 살았던 시대로 양분한 것은 오늘날 어떤 의미 특히 저자 같은 젊은 지식인들에게는 어떤 의미를 지닐까?

저자는 평생을 국민성 개조에 바친 마오쩌둥을 거론한다. 항산(恒産)이 있어야 항심(恒心)이 있다고 맹자(孟子)가 말했지만 저자는 한중일 삼국 공히 경제 성장과 함께 정신 문화면에서 갖출 것을 갖추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중국 사회나 중국인이 앓고 있는 문제점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다른 민족의 처방전도 잘 활용하자는 그의 진단은 집필 동기가 자국에 대한 충고임을 알게 한다. 저자의 필치는 작은 것에 대해서까지 세밀한 관찰의 눈을 발휘해 오늘의 실정에 응용하고 활용할 정도로 지적이고 실용적이다. 유사 이래 차(茶)를 마실 엄두도 못 냈을 정도로 가난했던 조선 백성이 그런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강골근성이 길러져 오늘에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저자는 중국 문화와 유대 문화는 단점까지 닮았다고 말한다. 남존여비 사상이 대표적인 예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위기의식이 있으면 흥하고 안락함에 빠지면 망한다고 주장한다. 루쉰의 행복한 노예론이 생각난다. 저자는 미국을 금욕의 나라로 규정한다. 설명인즉 미국은 지금 중국보다 보수적이고 꽉 막혀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줄곧 한족 아이들과 자랐는데 자신이 몽골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이후 유치한 허영심에 빠지기도 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자신에게 몽골 문화에 속하는 그 무엇도 남아 있지 않지만 핏속에는 분명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느낀다고 말하는데 이는 물론 저자가 책을 읽은 데에 원인이 있다. 우리는 때로 책을 통해 더 많은 사실을 접한다. 그리고 자신이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 경험한 사람 이상으로 더 느낄 수 있다.

말을 좋아하고 넓은 풍경을 좋아하며 여러 차례 초원에 대한 꿈을 꾸는 것은 바로 책을 통해 몽골에 대해 저자가 읽은 결과이다. 내게 특별히 관심거리로 다가온 부분은 티베트의 샹그릴라에 대한 내용이다. ‘샹그릴라의 포로들‘이란 책이 말해주듯 샹그릴라에 대해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책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샹그릴라에 대한 부정적 시선은 저자의 글 어디에도 없었다. 물론 저자가 몽골 출신이어선지 아니면 문제 자체가 없어서였는지 알지 못한다.

 ’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은 하나의 주제에 따라 써내려간 책이 아니라 여러 국가들에 대한 저자의 자유롭지만 날카롭고 넓은 관심이 드러난 책이다. 저자는 ’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을 쓴 배경을 세 가지 계기로 설명한다. 국제정치와 경제관계를 전공해 세계를 누비려는 꿈의 일환, 루쉰에게서 받은 영향, 소수민족이라는 신분적 동기 등이 그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중국 남자들은 세계정세와 국제관계에 적극적 관심을 보이는 아마추어 연구가들이다. 저자는 루쉰의 글을 읽은 까닭에 국민성에 대해 오래도록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저자는 소수 민족 출신이라는 신분이 자신에게 알 수 없는 심리적 우월감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앞서 언급한 세 가지 계기가 어우러져 나온 책이 ’알다가도 모를 중국, 중국인‘인 것이다. 일부 문장은 청소년기의 유치함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다시 읽어보면 관용의 미소를 짓게 된다고 말하는 저자. 아쉬운 것은 특정 민족이나 국가를 중심으로 논의를 펴다 보니 어느 나라는 어떻고 어느 나라는 어떻다는 식의 고정화된 서술이 많았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도상에 있다는 실상을 알아야 하고 관건은 같은 나라나 민족 내부에서 상이한 반응이나 관심, 지향점 등을 확인하는 일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