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이 레오 실라르드(1898 - 1964)라는 과학자와 함께 냉장고를 발명했다는 사실은 적어도 나에게는 생소하다. 실라르드는 과학자(물리학자)겸 발명가이다. 두 과학자는 이 냉장고로 특허를 얻었다. 이 사실을 전하며 한 과학자는 과학과 기술을 별개로 보는 시선을 경계했다. 첨단 과학 기술이 꽃을 피우는 시대인 현대는 기술에 대해 관심을 갖게 하는 시대이다. 기술, 하면 무엇이 생각나는가? 기술을 낳은 과학을 거론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혁신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혁신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다. 반면 발명은 새 아이디어나 방법을 만드는 것이다.

음악으로 비유하면 혁신은 연주이고 발명은 작곡이다. administration이란 단어가 행정과 경영 분야에서 쓰이듯 혁신은 시장, 정부, 사회에 두루 적용된다. 그런가 하면 혁신과 한 묶음으로 분류되는 skill은 특별한 재능이나 능력을 의미한다. 혁신은 경영이라는 말과 자연히 연결된다. 평범한 우리는 혁신을 단지 화려한 첨단 제품의 관점으로 보지만 당사자들에게는 생존을 좌우하는 이슈이다. 하워드 가드너는 ‘미래 마인드’란 책에서 진정한 창조성은 깊이 있는 훈련을 통해서만 출현한다는 말을 했다. 이 훈련이라는 말을 나는 준비, 노력, 치열한 공부 등의 말로 바꾸고 싶다.

‘이노베이터 DNA’를 보며 이런 사실들을 생각들을 하는 것은 혁신을 이해하기 위한 워밍업이 되기 때문이다. 경영 전략, 경영 관리, 혁신 이론들을 가르치는 세 저자는 파괴적 혁신가의 대표로 스티브 잡스, 제프 베조스, 마크 베니오프 등을 들었다. 저자들은 혁신가들은 결코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저자들에 의하면 혁신 능력은 유전보다는 학습으로 얻는 것이다. 특기할 것은 저자들은 다르게 생각하는 것도 학습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는 점이다.) 혁신가들은 변화를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고 그에 수반하는 위험을 감수하는 성향이 있다. 혁신에 기술(스킬)은 절대적이다.

그 중 하나인 줌인 줌아웃 기법이 있다. 어떤 일을 깊이 있게 파고들어 그 내용을 속속들이 알아냄과 함께 그 일을 멀찌감치 떨어져 바라보면서 세부적인 것들을 조합해 더 큰 그림을 보여주는 기법이다. 스티브 잡스는 줌인 줌아웃 기법의 달인이다. 이는 선(禪)에 깊이 참여했던 스티브 잡스의 마음 다스리기의 결과가 아닐지? 선이란 결국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관한 기술이다.(스티브 잡스가 한 말들 가운데 가장 인상적인 것은 혁신이야말로 리더와 팔로워를 구별짓는 것이라는 말이 아닐지?: 234 페이지) 저자들은 흥미로운 개념들을 소개하는데 그 중 브레인스토밍과 퀘스천스토밍의 대비이다.

퀘스천스토밍은 해답에 집중하지 않고 문제에 대해 질문을 계속하는 것이다.‘이노베이터 DNA’는 경영에 관계된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하지만 본문에 소개된 다양하고 자세한 기법과 해설을 보며 경영과 직접적으로 관계없는 사람들도 응용하고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많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본문에는 관리 부서의 혁신이 부족하면 기술 혁신을 막게 된다는 말이 나온다. 인체에 비유하면 혁신은 세포를 대체하는 것이다. 책은 우리에게 기술 혁신의 중요성을 말하지만 나는 그로부터 별들의 전쟁을 보았다.

‘엔트로피’의 저자 제레미 리프킨은 기술은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지 못하고 기존의 유용한 에너지를 소비할 뿐이라는 말을 했다. 물론 이는 기술과 에너지에 관한 문제이지만 기술 개발의 끝은 어디인가란 궁금증을 갖게 한다. 이런 상념을 두서 없는 형태로마나 끌어낼 만큼‘이노베이터 DNA’의 힘은 현시적(顯示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