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성이 고갈된 아티스트에게 자신만의 비법을 전수(傳授)하는 줄리아 카메론은 다재다능한 예술가의 전형이다. 글을 쓰고 영화 감독을 하고 작곡을 하는 카메론의 지도를 받은 사람들이 전람회에서 입상하고 글을 써서 상을 탔다는 사실은 고무적(鼓舞的)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컬 트레이닝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가수가 있고, 신춘문예 입상자를 배출하는 데 정평이 난 작가가 있지만 카메론처럼 그림, 글, 음악 등 여러 방면에서 교수(敎授) 능력을 발휘하는 경우는 희귀한 사례인 듯 하다.

‘아티스트 웨이’는 카메론의 노하우가 담긴 귀한 책이다. 카메론은 창조성의 핵심은 신비로운 것으로 영혼을 있는 그대로 열어둔다면 창조주를 만날 수 있다고 귀띔한다. 카메론은 말한다. 나이와 삶, 직업 등과 무관하게 창조성을 일깨우는 노력은 때늦은 것도 이기적이거나 어리석은 것도 아니라고. 카메론은 이론보다 실천이 중요하다고, 창조성이 정신을 이끈다고 믿든 정신이 창조성을 이끈다고 믿는 상관 없다고 말한다.

카메론이 제안하는 아이템은 12주 일정의 프로그램이다. 카메론에 의하면 몇 주간의 창조성 훈련이 진행되면 상당한 도전과 흥분이 표출된다. 분노, 슬픔, 저항, 희망, 회의(懷疑)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부분만 읽으면 마치 사람에 따라 황홀경, 천상의 지복감, 평화, 지독한 공포, 참기 어려운 분노, 철저한 절망, 소모적인 죄의식, 놀랄만한 건강과 행복감, 극대화된 생리 기능, 엄청난 정도의 생의 희열, 메스꺼움, 질식할 듯한 느낌 등이 나타난다는 홀로트로픽 요법의 한 지류(支流)에 대한 설명이 아닌가 오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창조성 훈련의 경우 체험의 진폭이 작고 창조성 회복을 위해 반드시 애도(哀悼)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이 남다르게 여겨진다. 지금까지 함께해 왔던 자아(自我)의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서는 깊은 슬픔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카메론에 의하면 창조성은 논리적 두뇌와 차원이 다른 또는 논리적 두뇌의 검열을 견뎌낸 예술적 두뇌가 낳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두 두뇌(논리적 두뇌와 예술적 두뇌)는 효율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 연결을 명상을 통해 이뤄낼 수 있다. 

카메론은 창조성 회복을 위한 기본 원칙으로 매일 아침 석 줄 정도 의식의 흐름을 자유롭게(검열을 의식하지 않고) 써내려가는 모닝 페이지와, 자신 안의 창조적인 의식과 내면의 아티스트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아티스트와의 데이트를 제안한다. 카메론은 예술은 방대한 설계와 엄청난 계획이 아니라 우리에게 간직된 세부적인 것에 대한 관심이라고 말한다. 영화 감독 프랑수아 트뤼포는 영화 비평가란 창조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감독이라는 말을 했다. 이는 창조성의 위상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물론 나는 비평가도 얼마나 설득력 있고 날카로운 비평을 하는가에 따라 그 자체로 창조적인 작업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카메론이 제안한 12주 일정의 프로그램은 1주 자신에 대한 긍정으로 창조성 발휘하기, 2주 흔들리지 않기(정체성 유지하기), 3주 힘 회복하기(괴테가“당신이 할 수 있는 일 또는 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이라면 무조건 시작하라. 행동은 그 자체에 마법과 은총, 그리고 힘을 지니고 있다.”고 한 것을 기억하자. 세상의 이목을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는 없다. 아무리 혹독한 비평이라도 그 초점이 정확하고 올바른 방향을 가리킨다면 그것을 읽은 순간 아하! 하고 감탄사가 나오기도 한다는, 날카로운 비평이라도 정확한 것일 경우 작품을 만든 사람에게 내적 안도감을 준다는 카메론의 말을 기억하자.),

4주 개성 되찾기(주의를 흩뜨리는 잡동사니들을 치우고 삶의 샘을 다시 채우기. 독서도 잡동사니일 수 있다. 창조성이 막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독서는 중독이라고 카메론은 말한다. 독서는 자신의 사고와 느낌을 제대로 소화하기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우는 행위일 수 있다. 독서를 중단하는 것은 그 시간에 창조성을 얻을 수 있는 여러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뜻한다.), 5주 가능성 되살리기(우리에게 창조적 고독 즉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6주 풍요로움 되살리기(창조성을 갈망하면서도 내면의 굶주린 배를 채워주지 않고 있는, 그래서 더욱 더 궁핍해지는 사람들에게 작지만 확실한 창조적 사치가 필요하다.), 7주 연대감 회복하기(“우주가 당신의 일을 돕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자. 신의 도움이 있음을 인정하고 그것을 친구의 도움처럼 기꺼이 받아들이는 태도가 필요하다.”) 8주 의지 되찾기(실패에 처해 의지를 되살리는 것, 자신을 가로막고 있는 상처를 인정하고 아픔을 도려내기),

9주 동정심 되살리기(창조적 도약을 앞에 두고 겁먹은 말처럼 도망가는 자신을 동정하기), 10주 자기보호에 힘쓰기(음식, 술, 약물, 섹스, 일 등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하기), 11주 자율성 되살리기(아티스트로서의 가치는 나 자신과 신, 그리고 자신의 작품 속에 있을 깨닫기), 12주 신념 회복하기(“창조성은 인간의 삶 자체가 그렇듯 어둠 속에서 시작된다.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번뜩이는 아이디어 앞에서 꼭 필요한 내부의 어두운 배태기간을 명심하기)...

‘아티스트 웨이’는 논리와 감성적 공감대를 갖춘 완성도 높은 책이다. 물론 카메론의 말을 따라 한다고 반드시 직업적으로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새기고 편하되 열정적으로 실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그 자체가 성공이고 행복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돋보이는 것은 더 읽어 볼 책으로 수십권의 책을 소개한 카메론의 내공이다. 세밀한 분석 및 분류 능력이 놀랍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종류의 책(‘아티스트 웨이’)이 있고 책들(창조성을 일깨우는 책, 창조성을 가로막는 문제를 극복하는 데 도움을 주는 책들)이 분류되어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