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캔자스대학교 부설 영장류 언어연구소의 이사벨 던컨 박사는 27세의 매력적인 여성이다. 학부 1학년 때 우연히 심리학 수업을 듣다가 리처드 휴즈 교수의 보노보 프로젝트에 참여해 보노보를 본 뒤 운명처럼 그 일에 이끌린다. 그런 그에게는 연구소 설립자인 리처드 휴즈의 후계자이자 약혼자인 피터가 있다. 이사벨은 보노보를 애정으로 돌보지만 의문의 폭탄 테러를 당한다. 연구소 인근의 한 일급 외상(外傷) 전문 병원에 수용된 후 의식을 회복한 이사벨은 가장 먼저 보노보들의 안부를 물을 정도로 보노보들을 가족처럼 여긴다. 이사벨은 보노보들이 팔려갔다는 소식을 듣고 분노한다.

  

보노보들은 수화(手話)를 할 줄도 알고 사람의 말과 글을 이해하고 텔레비전을 보고 반응을 할 정도로 영리하고 똑똑하다. 놀라운 것은 보노보들이 인간의 언어를 전수(傳受)하면 수화와 발성을 사용하는 의사소통으로 새끼들에게 그것을 전수(傳授)한다는 사실이다. 본문에 의하면 보노보들은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고 돌고래와 인간처럼 섹스를 즐기며 자신들이 보노보라는 사실을 알고 또 인간을 알아본다. 보노보들을 수소문하던 이사벨은 약혼자인 피터가 모성을 박탈당한 침팬지가 어떤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지, 사망에 이를 때까지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알아내는 실험을 했다는 사실을 알고 그런 사람을 매력적이라고 느낀 자신에게 죄가 있다고 느낀다. 이사벨은 보노보들이 포르노 제작업체에 넘겨져 그들의 성(性)이 위성중계와 인터넷으로 방송되는 것을 지켜 본다. 

보노보 전문가인 프란스 드 발교수는 <내 안의 유인원>이란 책에서 보노보가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노력으로 암컷이 지배하는 성문화를 만들어 수컷이 자기의 진짜 자식이 누구인지 알기 어렵게 함으로써 영아 살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었다는 주장을 편다. 프란스 드 발은 보노보들이 자유로운 성 해방의 사회를 만든 것이 아니라 단지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생존과 생식에 가장 유리한 까닭에 성과 사회적 영역이 분리되지 않은 사회를 만든 것이라는 말을 들려준다. 

 

보노보 사회에서 수컷은 동맹을 이루지도 못하고 어미의 지위에 따라 서열이 결정되며 자기 운명에 대한 지배권이 없고 암컷이 주도권을 잡고 있다. 영아 살해란 수컷이 다른 수컷의 새끼들을 죽이는 것이다. 진화의 관점에서 수컷은 자기의 후손을 죽이는 최악의 선택을 피하기 위해 최근에 자신과 짝짓기를 하지 않은 어미에게 딸린 새끼들만을 죽인다고 한다. 이때 암컷은 여러 수컷의 접근을 받아들여 영아 살해의 위험을 줄이는데 보노보 사회에서 성 접촉이 빈번하며 다방향적인 것은 다름 아닌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암컷의 선택이다.  

그런데 저자의 말대로 보노보 사회에서 수컷들은 동맹을 하지 않으니 자기의 새끼가 아닌 다른 수컷의 새끼들을 죽이기 위해 홀로 공격을 할 것이고 바로 그런 이유로 인해 암컷들의 동맹만으로도 공격을 막을 수 있을 텐데 굳이 성을 도구로 이용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암컷들의 동맹과 수컷들에 대한 성 제공을 양 날개로 이용하는 것일까? 보노보 사회가 침팬지 사회에 비해 평화적인 것의 배경에 성이 놓여 있는 것인데 프란스 드 발은 보노보들이 단지 그들이 처한 환경에서 생존과 생식에 가장 유리한 행동을 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사벨의 보노보들은 성행위를 일상적으로 즐긴다. 물론 영아 살해 같은 것을 막아야 할 필요가 없는 상황이었다. 보노보 전문가인 프란스 드 발의 견해와‘보노보의 집’의 내용은 다소 차이가 난다. 영아 살해를 막기 위한 과정에서 보노보들이 취한 행동들이 일상적인 성행위로 이어진 것이라 보아야 할까? 소설에는 보노보를 보고“우리 내면의 보노보를 찾”아 사랑을 하자는 주장,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주장, 유인원들은 인간의 목적과 즐거움을 위해 이용되도록 창조되었다는 주장, 보노보들은 지적이고 호기심 많고 친화력이 높은 동물이기 때문에 인간처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 등 다양한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프란스 드 발은 보노보들이 우리에게 조금 더 일찍 알려졌다면 인간 본성에 대한 개념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말을 한다. 프란스 드 발의 말은 동물들이나 원시 세계로부터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가치관을 이끌어내는 사람들과 비교할 부분이다. 프란스 드 발이 보노보로부터 평화와 배려, 공존 등의 가치관을 이끌어 내려 한 것과 진화론자들이 여타의 동물들로부터 적자생존, 우승열패(優勝劣敗)의 가치관을 이끌어 내려 한 것은 차원이 같고 각자 나름의 문제를 안고 있다. 프란스 드 발은 예외적인 존재인 보노보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을 거두고 넓게 볼 필요가 있고 진화론자들은 격렬한 경쟁의 시기에는 종의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표토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의 말을 숙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소설의 후반부에서 이사벨의 약혼자였던 피터가 포르노 제작 업체의 대표인 폭스와 짜고 이사벨을 제거하려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피터는 리얼리티쇼에서 쓰는 그림 문자 프로그램을 폭스에게 넘긴 것은 물론 보노보들을 생지옥 같은 생의학 연구시설에 몰아넣으려 했고 폭탄 테러까지 감행한 사람이었을 뿐이다. 이사벨은 영장류 언어 프로젝트 경험을 아동언어치료에 활용하는 작업에 참여하기로 결정한다. 소설은 행복하게 결말을 맺는다. 하지만 현실에서 보노보는 멸종 위기에 처해 있다.‘보노보의 집’이 보노보에 대한 애정과 보호를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