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는 마법 같은 신비로운 힘에 의해 살아난 시체를 말한다. 이 용어는 의식, 자각력 등을 잃었지만 움직이기도 하고 자극에 반응하는 사람을 수식하는 말로 쓰인다. 또한 공포 영화에서는 죽지 않는 캐릭터를 의미하기도 한다. 좀비는 다양한 맥락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가령 서동욱 철학자가‘일상의 모험‘에서 말한 다음의 내용을 보자.“회귀한다는 것은 부정(否定)에 정확하게 대립하는 운동이다. 죽음은 존재에 대해 절대적인 부정의 힘이다. 죽음이라는 부정을 통해 존재의 현전은 힘을 잃고 무(無)로 돌아간다. 그런데 유령은 바로 이 죽음에 의해 부정된 존재가 회귀한 것이다. 다시 돌아오는 자, 즉 유령은 부정의 힘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다, 아무리 부정해도 그는 다시 돌아올 뿐이다.“

이런 규정은 크리스 하먼을 통해 비슷하게 만날 수 있다. 정통 마르크스주의 이론가인 그는 ’좀비 자본주의‘라는 책에서 긍정적 구실을 전혀 하지 못하지만 모든 사람에게 위협이 되는 완전히 죽지 않는 금융기관들을 좀비 은행이라 지칭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일상의 모험‘에서 말한 유령과 ’좀비 자본주의‘의 좀비는 하나이다. 견고함과 안정성이 사라진 현 시대상을 밝힌 지그문트 바우만의 ’액체 근대‘ 도 좀비적 실상을 밝힌 책이라 할 수 있다. 좀비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그 기괴한 캐릭터가 주는 짜릿한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테러, 엔데믹, 자연재해, 금융공황, 핵 사고, 전쟁, 사이버 테러 등이 횡행하는 공포스럽고 우려스러운 상황을 은유하기 때문이다. 사이코패스 또는 사이코패스적 연쇄 살인마 등이 만들어내는 공포 역시 좀비 상품에 주목하게 한다. 결론적으로 좀비는 불확실하고 유동적이고 혼란스럽고 동정(同情) 없는 세상을 드러내는 메타포이다. 좀비가 현대 사회의 갖가지 재앙인 점에서 보면 좀비 서바이벌 매뉴얼들은 현대판 참서(讖書)라 할 수 있다.

’좀비 제너레이션’은 주인공이 자신이 운영하는 카페에 온 프리덤 워치 멤버들이 놓고 간 미완성 좀비 생존 매뉴얼을 완성하는 이야기이다. 좀비 사태를 겪는 와중에 우여곡절을 겪으며 매뉴얼을 완성한 주인공은 ”좀비 사태는 영원할 수도 있으며, 인간은 공룡들처럼 멸종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가 좀비들의 천국이 된다고 해도 어딘가 인간다움을 유지한 인간들이 소수만이라도 살아남는다면 우리는 잊혀지지 않는다는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내가 쓴 매뉴얼이 그 작은 희망의 발판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지점에서 드는 생각은 좀비 전쟁은 성경의 종말 메시지를 연상하게 한다는 점이다.

좀비는 발원지인 아이티의 부두교(vodou敎)에서는 주술사들이 저주를 걸어 탄생시킨 살아 있는 시체들이었다. 하지만 미국으로 건너간 좀비는 종말에 대한 불안감이 덧씌워진 결과 괴물로 변모했다. 부두교는 넓게는 서인도 제도와 미국 흑인들 사이에서 행해지는 악마숭배, 주물 숭배, 주술 숭배 등을 포함하는 관행을, 좁게는 아이티에서 믿어지는 민간 신앙 및 그 의례들을 의미한다. 물론 좀비의 실재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좀비를 다룬 영화나 문학 작품들이 그 소재를 등장시켜 얼마나 리얼한 모습을 보이는지, 현실 연관성을 드러내는지가 중요하다. 독일 환상 문학의 대가인 랄프 이자우는 판타지 문학은 현실에서의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게 한다는 말을 한다.

그는 인간은 눈 앞에 있는 것을 보지 못하기도 하는데 판타지 또는 환상의 요소를 가미하면 그런 것들을 새롭게 받아들일 수 있으며 그것이 일상(日常)의 문제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말을 한다. 앞서 말한‘일상의 모험‘의 저자인 서동욱 철학자는 그 책의 집필 동기가 일상성은 부가적인 차원을 허용하지 않는 개념이며 구원(救援)이 있다면 일상이 곧 구원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데에 있음을 밝히고 있다. ”죽음이 두려운 까닭은 죽음 뒤에 무(無)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존재가 계속되기 때문”이라는 서동욱 철학자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특별한 것을 통해 일상성을 환기시키는 문학, 그것이 좀비문학이다. 아니 좀비 문학도 그런 문학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