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에서 아마추어들의 활약과, 전문 영역에 대한 기여는 주목할 만하다. 그들은 혜성과 소행성 등 많은 천체들을 발견했고 허블이 우주 팽창의 실상을 발견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주었다.(아마추어 천문가 밀턴 휴메이슨). 지구의 자전 및 태양 중심의 공전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는 가끔 천문학자로 일한 르네상스인이었고 올베르스의 역설(어두운 밤하늘의 역설)로 유명한 하인리히 빌헬름 올베르스는 내과 의사가 본업인 아마추어 천문학자였다.‘우주를 느끼는 시간’의 저자인 티모시 페리스(1944 - )도 아마추어 천문학자로 평생을 살아온 과학 저술가이다.

페리스는“천문학의 긴 역사에서 주도적으로 활동한 사람들은 대부분 아마추어“라고 말한다. 저자가 CCD(전하결합소자) 및 빛 감지 장비, 인터넷과 함께 아마추어 천문학 혁명을 가능하게 한 기술 혁신의 하나로 예시한 저가(低價)의 대형 휴대용 뉴턴식 망원경을 발명한 사람 역시 존 돕슨(John Dobson)이라는 아마추어 천문학자이다. 물론 아마추어의 접근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정확한 데이터를 얻고도 그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전문가가 제공하는 정보와 지식에 힘입어 가치 있는 관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 의하면 세계는 공간과 시간에 대한 안목과 천문학 공부를 통해 이해해야 할 실체이다. 저자의 이력에서 특별한 부분은 저자가 1970년대에 성간(星間) 우주 탐사에 나서는 두 대의 보이저호에 실을 음반을 제작했다는 사실이다,‘우주를 느끼는 시간’은 저자의 천문학적 관측과 그 배경 지식들은 물론 킹즐리 와이트먼, 스티븐 제임스 오미라, 잭 뉴턴, 바바라 윌슨, 브라이언 메이(그룹 퀸의 기타리스트인 브라이언 메이는 대학원에서 행성간 먼지를 연구하는 적외선 천문학을 공부한 사람으로 음악과 천문학에는‘오오!’라는 느낌이 있다는 말을 했다.), 패트릭 무어, 데이비드 레이, 돈 파커, 스튜어트 윌버, 에드가 스미스 등 유명 천문인들과의 인터뷰 내용이 읽는 재미를 더하는 책이다.

저자는 지평선 위에 막 떠오른 보름달은 아주 커 보이는 반면 몇 시간 뒤 하늘 높이 떠오른 보름달은 작아 보이는 착시 현상과 천문대가 주로 높은 곳에 위치하는 이유 등을 공들여 설명한다. 달의 착시 현상은 우리 뇌의 유추 능력 때문에 일어나고 천문대가 주로 높은 곳에 위치하는 이유는 난류(亂流)를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저자에 의하면 은하간 공간은 아주 깨끗해 수억 광년 거리를 달려온 오래된 별빛도 성간 구름이나 구름을 지나면서 약간 흐트러질 뿐 대개는 거의 새것이나 다름없지만 빛이 가장 많이 왜곡되고 훼손되는 것은 긴 여행의 마지막 1만 분의 1초 동안 지구 대기를 통과할 때이다.

천문대를 높은 곳에 짓는 이유는 바로 그렇게 별빛을 깜빡거리게 해서 관측을 방해하는 난류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외계인의 전파 신호를 포착한다면 과학의 역사에 가장 큰 사건이 될 게 분명하지만 그것이 무슨 쓸모가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말하며(51 페이지) 과학 발전에 이성(理性)보다 기술 발전이 더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말한다.(177 페이지) 그리고 아마추어 천문학은 쾌락주의와 노동 윤리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을 풀 해결책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하고(186 페이지) 천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내거나 탐사한다고 해서 천체가 덜 매력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훨씬 더 매력적이게 된다고 말한다.(195 페이지)

우리는‘우주를 느끼는 시간’을 통해 천문학이 인내(忍耐)가 필요하고(”혜성을 하나 발견하는 데 걸리는 관측 시간은 평균적으로 300시간이므로 끈기는 필수 미덕이다.“: 252 페이지)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학문이며(235, 330 페이지) 시공간적으로 과거에 속하는 것을 다루는(“우리가 하늘에서 보는 모든 것은 과거에 속한다.”: 195 페이지,“천체 관측자들이 관측하는 대상은 거의 다 아주 먼 곳에 있으며..”: 233 페이지,“공간을 멀리 바라보는 것은 곧 먼 과거를 보는 것과 같다”: 460 페이지) 속성상 경이감(驚異感)을 느끼게 하는 학문(“내 눈에 들어오는 빛이 영겁의 시간 동안 우주를 여행한 뒤에 지금 도착했다는 사실과 내가 그것을 보도록 허락받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너무나도 경이로워요.”: 127 페이지)임을 알게 된다.

저자에 의하면 우주의 시계 장치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정대로 움직인다.(147 페이지) 하지만 소행성과 혜성 등의 예측 불가의 움직임은 자연 법칙이 아무리 확실해 보이더라도 모든 것을 다 설명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한다.(287 페이지) 우리는 또한 저자를 통해 금성과 화성 탐사가 인류의 이해 관계가 걸린 문제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지구의 작용 원리를 알아내는 최선의 방법은 지구와 비슷한 행성인 화성을 연구하는 것이라고 말한다.(222, 223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사람들이 천체 관측에 뛰어드는 것의 대부분은 망원경으로 토성의 장관(壯觀)을 목격하고 나서이다.(324 페이지) 저자는“살다 보면 언젠가 눈에 보이는 외부의 현실 뒤에 뭔가 심오한 것이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영적 측면에서 그러한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밤하늘만큼은 분명히 그렇다. 그러니 망원경으로 돌아가 더 깊은 우주를 들여다보자.”(377 페이지)고 말한다. 깊은 우주란 무엇을 의미할까? 더 먼 곳의 우주를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망원경을 통해 바라보는 우주라는 생각이 든다.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보는 것은 곧 생각하는 것.”(‘우주를 느끼는 시간’머리말)이라는 말을 했다. 망원경을 통해 보는 것에도 해당하는 이 말은 공부에 근거를 두어야 의미를 가진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박석재 천문학 박사는“인간은 공부를 함으로써 더욱 귀하고 소중한 존재가 된다.”(‘하늘을 잊은 하늘의 자손’116 페이지)는 말을 한다. 공부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말 가운데 아는 만큼 느낀다는 말 만큼 리얼한 것은 없는 것 같다. 블랙홀 천체물리학을 전공한 박석재 박사는 거의 매일 능력의 한계를 느끼지만 고통 끝에 모르는 것을 새로 알게 될 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즐거움을 느낀다는 말을 한다.

저자는“세상은 사물의 총체가 아니라 사실의 총체.”라는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컴퓨터를 사용해 하늘을 관측할 때, 우리는 단지 컴퓨터나 별하고만 접촉하는 게 아니라, 그 둘의 바탕을 이루는 심오하지만 어렴풋하게만 이해할 수 있는 원리와 접촉”하는데 그럼에도 자신은“직접 보는 것을 좋아”하며“밤새도록 밖에 머물면서 무심히 별들을 바라보았다.”는 말을 한다.(410, 411 페이지)

천문학의 궁극은 은하(銀河)에 두어져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신비하고 장엄하게 아름답고 매력적인 은하는 암흑 물질에 대한 관심으로 우리를 이끈다.‘우주를 느끼는 시간’의 감수(監修)를 맡은 이석영 교수에 의하면“암흑물질은 은하의 요람”이다.(‘빅뱅 우주론 강의’219 페이지). 천문 관측이 대부분 빛을 보는 것으로 이루어짐을 감안하면 암흑물질은 수수께끼 같은 존재이다. 물론 저자가 말했듯 암흑 물질만이 수수께끼는 아니다. 빅뱅을 일으킨 원인도, 우주 구조의 씨앗도 수수께끼이다.

저자는“아직 우리가 모르는 것이 많다. 하지만 이 모든 이론적 상상은 망원경으로 천체를 관측하는 활동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인가?”라고 말한다.(447 페이지) 저자는 관측이 이론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다고 말하며 자신이 찾는 것이 무엇인지 최소한 개념은 가지고 있어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설명을 덧붙인다.(448 페이지) 이는“정확하게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127 페이지)는 바바라 윌슨의 말과도 공명(共鳴)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바리온 물질(원자핵으로 구성된 보통의 물질로 양성자와 중성자가 대표적인 바리온 물질이다.)은 우주의 총 에너지의 4%에 불과하고 24%는 정체 불명의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은 중력하고만 상호작용을 하는 물질로 (에너지는 높지만 질량이 없는) 광자(光子)들이 아무리 공격해도 천천히 모여 들어 세력을 확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점은 우주 구조의 탄생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된다.(‘빅뱅 우주론 강의’210, 220 페이지)

저자는“생명은 우주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암흑 속으로 빠진다. 자신의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일은 천문학과 그 밖의 노력을 이끄는 원동력일지도 모른다.”(464 페이지)고 말한다. 죽음을 의미하는 듯 보이는 암흑이라는 말은 정체 불명의 존재를 의미하는 (암흑물질의) 암흑이라는 말과 의미가 다르다. 하지만 죽음이 삶의 한 부분이라면 둘은 모종(某種)의 관계가 있다. 은하 탄생의 요람인 암흑 물질은 저자가 말한 암흑의 원인이다.“(관측으로) 이 세계의 모습 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의 모습도 보았다면 인생을 잘 산 것”(465 페이지)이라는 저자의 말을 기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