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cm의 키, 46kg의 몸무게를 가진 왜소하고 볼품없는 오공일은 일요일에 태어났다고 해서 공일(空日)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이다. 공일은 자신을 때리고 괴롭히던 같은 반 아이들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제라늄 플라스틱 화분을 던진 뒤 도망하다가 key가 꽂힌 채 정차되어 있던 다마스(트럭)를 훔쳐 타고 달아난다. 가계(家計)는 복잡하고 희망은 없는 공일은 집에서도 홀대를 받는다.“어머니가 왜 그런 사람과 재혼을 한 줄 알아? 당신이 죽어도 못 모시겠다고 해서였잖아”란 형의 말에 형수는“좋아, 그건 내가 미안하다고 했잖아. 그렇다고 애를 낳아? 그 나이에? 그리고.. 그러니까 애가 그 모양이지.”라고 답한다. 아버지는 형에게 그런 사람 취급을 받은 것이고 어머니는 형수에게 아버지보다 더 못한 사람 취급을 받은 것이며 공일은 그 모양인 아버지, 어머니의 부산물 취급을 받은 것이다.

공일의 아버지는 큰 빚만 남기고 죽었고 어머니는 형(공일과 성姓이 다른 형)이 결혼을 하자마자 재혼해 47세에 공일을 낳았다. 형은 공일보다 스물 여섯 살이나 많고 형의 아들도 공일보다 두 살이 많다. 공일은 형이 애쓴 덕분에 도난 신고건을 없었던 것으로 처리(피해자와 합의했다고 하지만 경찰이 한 일은 위험한 것이었다...)하지만“나는 길이 없었다. 항상 남들이 내놓은 길을 눈치를 보며 다녔다. 남들은 평범한 일상인데도 그것조차 위태롭게 지탱하며 살았다. (다마스를 훔쳐 타게 되었을 때) 차라리 형의 목장으로 목적지를 정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공일은 학교를 자퇴하고 형이 피해자에게 사건 합의금으로 건넨 40만원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형의 목장에서 소똥 치우는 일을 한다. 형의 아들인 한도민은 공일에게 막말도 서슴지 않는 등 거칠고 예민하지만 공일에게 욕하고 싶으면 하고 소리치며 살라고 말한다.

“네 자신한테 냉정하게 물어봐라. 17년 동안 네가 한 일이 뭐냐고. 정말 어떤 일에 죽을 만큼 버르적거린 적 있었느냐고.”한도민이 공일에게 던진 이 말은 묘하게 공일의 의지를 자극한다. 공일은 형의 목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같은 나이의 여학생인 도금주가 오공일에 빗대어 붙인 우(牛)공일이라는 소에게 남다른 정(情)을 느낀다. 공일은 기수(騎手)가 되려는 꿈을 갖는다. 돌콩은 금주와 같은 반인 고아영이 공일에게 붙여준 별명이다.“작다고 얕보지 마라. 내 안에도 천지의 모든 기운이 들어 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가녀린 줄기라고 안타까워하지도 말아라. 한 번 잡으면 내 몸이 끊어지기까지 놓지 않는다. 너희는 언제 이렇게 목숨 걸고 무언가를 잡아본 적이 있는가? 이렇게 단단하게 익어본 적이 있는가?”고아영의 시(詩)에 공일은 찡한 가슴을 느낀다.

그런데 형이 기수가 되려는 공일의 희망을 반대하고 나선다. 이해할 수 없지만 거기에는 그럴 만한 사정이 있다. 공일 아버지의 죽음과 관련된 사정으로 말을 사서 경마에 출전시키면(개인마주제個人馬主制)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말에 빚을 내 투자를 한 공일의 아버지가 사기를 당해 빚을 떠안고 결국 죽음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형이 공일의 기수(騎手) 꿈을 반대한 것은“말이라면 기절을”한다는 어머니 걱정 때문이었다. 공일은 구제역에 걸린 우공일과 헤어지는 아픔을 딛고, 그리고 형이 어머니를 설득한 데에 힘입어 기수 교육원에 입학하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정원의 1.5배수 합격으로 인한  긴장감이 합격자들 사이에 떠돌고 이는 소설의 활력으로 작용한다. 

공일의 꿈과 희망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장 소설인‘달려라 돌콩’은 말에 관한 전문 소설이기도 하며 말에 얽힌 다채로운 사연이 펼쳐지는 무지개 같은 소설이기도 하다. 제주마, 더레브렛(거세마), 악벽(惡癖), 축벽(蹴癖), 그리고 마필(馬匹) 적응 훈련, 재갈순치, 조마삭(말의 원에 대한 밸런스와 순치·집중력·리듬감을 기르는 운동), 복대적응순치(馴致), 기승(騎乘)순치, ...돌콩은 제주 출신인 고아영이 타던 말 이름이었다. 묘한 것은 고아영의 버릇을 말에 빗대어 항벽(抗癖: 교관들한테 항의하는 버릇)이 있다고 규정하는 오공일과, 그럴 때마다 말려달라는 고아영의 관계이다. 고아영의 반항적 기질은 기수가 되어 성공해서 엄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누그러뜨려야 하는 것이거니와 그런 그가 오공일에게 붙여준 별명이 자신이 제주에서 타던 말 이름에서 온 것이라는 사실, 그리고 고아영의 악벽을 고쳐야 한다고 다짐하는 오공일의 면모는 파장(波長)끼리의 만남을 보여준다.

관건은 골과 마루의 복잡한 관계가 말해주듯 둘의 관계가 상쇄적 관계가 될 것인가 보강적 관계가 될 것인가이다. 공일은 형의 목장에 있던 소들 가운데 금주가 유일하게 타지 못했다는 우공일의 등에 올라탔고 그로 인해 정(情)을 붙이지만 구제역으로 헤어진 아픈 기억 때문에 마필(馬匹) 적응 훈련시 우공일을 떠올린다. 사람에게 사기를 당했지만 결국 공일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말은 고아영에게는 꿈을 이르게 해줄 존재이며 오공일에게는 우공일을 떠올리게 하는 존재라는 점에서‘달려라 들콩’이 보여주는 말의 다양한 상징성은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에서 굉장히 큰 말 목장집 딸이었던 고아영은 엄마가 교통사고사(死)한 뒤 육지로 이사했는데 새 엄마와의 사이가 좋지 않아 반항으로 농고에 들어간 것이고 돌콩을 만나기 위해 자퇴해 기수 교육원에 들어간 것이다.

고아영과 달리 도금주는 구제역으로 죽은 우공일 때문에 목장 주인이 되려던 꿈을 접고 수의학과 진학으로 목표를 수정한다. 조랑말이라고도 불리는 제주마(濟州馬)는 원래 이름이 과하마(果下馬: 과실나무 밑을 지나갈 수 있는 말이라는 뜻)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조랑말은 상하의 진동 없이 아주 매끄럽게 달리는 주법(走法)을 의미하는 몽골어 조로모리에서 유래한 이름이리고 한다.(192 페이지) 고아영과 공일은 함께 제주마 기수 면허 시험에 합격한다. 아웅다웅하고 티격태격한 사이였지만 둘의 만남은 결국 보강(補强)의 관계였음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공일은 제주마 경주를 위해 제주도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옆 승객으로부터 돌콩 같다는 소리를 (다시) 듣는다. 정합(整合)이라는 말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다. 삶과 경주(競走)라는 무대에 두루 합당한 호명(呼名)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