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의 작가 가브리엘 마르케스는 사막을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라 불렀다. 사막은 불모의 땅을 나타내는 은유로 쓰이는데 실제 사막을 모래로 이루어진 바다로 표현한 이 은유는 비유의 아름다움과 멋을 전해준다. 여행작가 테오의 ‘당신의 소금사막에 비가 내리면’에도 소금 사막이라는 은유가 나온다. 소금 평원이라 불러도 좋을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 사막은 많은 여행자의 로망으로 손꼽힌다. 하지만 여전히 내게는 신비하고 낯선 풍경으로 느껴진다. 볼리비아는 잉카 문명과 안데스 고원, 경작 가능한 땅이 부족해 계단식으로 밭을 만들어 무언가를 심는 척박함 등으로 먼저 생각나는 나라이다. 

 

남미 독립 운동의 영웅인 시몬 볼리바르의 이름을 따 국명을 지은 볼리비아는 북동으로는 브라질, 남으로는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서로는 페루, 칠레와 이웃하고 있는 나라로 페루와 절반씩 티티카카호수를 나눠 가지고 있다. 잉카 제국의 일부였고 300년에 가까운 긴 세월 동안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다. 볼리비아는 1883년 초석(硝石)을 둘러싼 대립으로 일어난 칠레와의 전쟁에서 태평양에 접한 안토파가스주를 잃고 내륙국(landlocked country)이 된다. 하지만 해군을 보유한 채 티티카카호수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최종적인 회복은 물론 자국에서 바다로 이어지는 가스 파이프 연결 통로를 위한 목적에서다.  

초석은 사방정계(斜方晶系)에 속하는 광물로 그 기원은 구아노(guano)일 것으로 추정된다. 구아노는 가마우지, 펠리컨, 펭귄 등의 바다새들이나 박쥐의 배설물이 응고, 퇴적된 것으로 질소와 인산이 풍부해 비료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모래언덕, 대양, 모래 위에 죽어 있는 수천 마리의 새들...발자국들, 구아노석으로 된 섬들이 하얀 빛을 발하는 하늘과 겨루고 있는 듯한 저쪽에 드문드문 염주처럼 떠 있는 고기잡이 배들...” 로맹 가리의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나오는 구절로 보아서 구아노는 페루나 칠레 해안에 많은 것 같다.  

저자는 여행은 돌아올 곳이 있기에 가능한 용어라고 말한다. 그에게 돌아올 곳이 없는 여행은 떠남일 뿐이다. 내가 저자의 글을 읽고 깨달은 것은 저자는 여행에 나서서도 현실과의 연결 고리를 잃지 않았는데 비해 나는 여행자도 아니면서 현실에서 부유(浮遊)했다는 사실이다. 한편 볼리비아는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리스도상이 있는 코차밤바로 유명하다. 호수 고원이라는 의미의 지명인데 소금 사막도 그렇고 호수 고원도 그렇고 볼리비아의 지명들은 문학적 비유로도 뛰어나다. 33미터에 달하는 코차밤바의 그리스도상은 규모가 위압적이지만 얼굴은 평화롭다.  

“여행자는 인생을 이해하고 자아를 사랑하는 사람, 여행을 통해 일상을 정돈하고 여행에서 돌아와 더 나은 일상을 조성할 줄 아는 사람입니다. 그들은 대체로 한곳에 오래 머뭅니다. 사랑하는 사람 곁에 오래 머물고 싶듯, 오래 이야기 나누고 싶듯 여행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듣고 조용히 걷는 방식의 여행을 즐깁니다.” 저자의 이 말은 여행이 무조건적인 설렘이나 동경, 방랑이 아니라 삶을 사랑하는 한 방법임을 알게 해준다.  

“볼리비아 사람들은 잉카로부터 내려온 고대의 예언술을 가지고 있습니다. 잉카의 예언술은 은을 녹여 사람의 미래를 예언합니다...복권 번호를 알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예언자가 대답합니다. 그건 복권의 미래잖아. 네 미래에 대해서나 물어.” 이 예언자의 말이 나오는 동안 안데스 고원의 민속 음악이 배경처럼 흘렀을 것만 같다. 내게 ‘당신의 소금 사막에 비가 내리면’은 무엇보다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해준 책이다. 한 사람의 여행이 누군가의 깨달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고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