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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정치철학의 모험’은 최근의 사상계를 이끌고 있는 주요 정치철학자들 - 클로드 르포르, 알랭 바디우, 자크 랑시에르, 가라타니 고진, 에티엔 발리바르, 조르조 아감벤, 상탈 무페, 악셀 호네트 등 - 을 이해하기 위한 책이다. 오늘날을 사유하기 위해 과거의 텍스트들을 읽은 그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시차적(時差的)이며 시차적(視差的)인 관점이다. 흥미로운 것은 언급한 철학자들 가운데 바디우, 발리바르, 아감벤, 무페 등이 카를 슈미트의 정치적인 것이란 개념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는 점이다.(‘현대정치철학의 모험’에 수록되지 않은 철학자들 가운데 슈미트에게 영향을 받은 사람들은 발터 벤야민, 자크 데리다. 안토니오 네그리, 슬라보예 지젝, 한나 아렌트, 야콥 타우베스 등이다.) 슈미트는 나치즘의 공공연한 대변인이었고 자유주의와 의회민주주의의 비판자였다.

클로드 르포르는 마키아벨리 독해를 통해 정치적인 것이란 개념과 사회적 분할이란 개념을 이끌어냈다. 르포르에 의하면 정치적인 것은 어떤 원칙의 관념, 인간들이 그들 사이 그리고 세계와 맺는 관계에 대한 발생적 원칙의 총체이다. 중요한 사실은 정치적인 것은 사유의 대상이고 정치는 과학의 대상이라는 점이다. 또한 정치학이 정치적 체계의 객관적 지식에 매달리는 반면 정치적인 것에 대한 사유는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인 영역들의 분화(分化)를 명령하는 원칙을 묻는다.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라는 대립구도가 아닌 민주주의 대 전체주의라는 대립구도로 세계를 보는 르포르는 그 연장선상에서 소련을 사회주의가 아니라 관료자본주의로 보았다.

바디우는 존재와 사건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철학자이다. 바디우적 맥락에서 존재는 변하지 않는 것, 고정되어 있는 것이며 사건은 그 사회의 기존 질서를 벗어나는 것 즉 기존의 언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독특한 일이며 사회의 규율과 질서를 뒤흔들 만큼 큰 충격을 주는 일이다. 하지만 사건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발생하는 것이고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고 사회 내의 특정한 지점에서 우연히 일어나는 것이다. 바디우는 사건으로부터 진정한 변화가 일어나려면 사회 안에 사건의 흔적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바디우에게 진리란 말이 아니라 실체이며 가존의 사회 체제를 벗어나는 새로움이자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바디우는 새로운 사건을 일으키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굳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이전의 사건을 이어나가는 것이라고 본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사회의 근본적인 변화를 사회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는 바디우에게 의미 있는 것은 진리가 만들어지는 과정 자체이다. 바디우는 민주주의는 진리가 아니라 진리가 변화시켜야 할 사회의 구조를 가리키는 것이라 본다. 바디우는“민주주의라는 상징을 폐지하자.”는 말을 한다. 이 말의 의미는 바디우가 추구하는 것은 자본의 논리를 벗어난 집단적 행동의 가능성 즉 집합적 주체의 탄생이라는 의미이다. 바디우는 호모 사피엔스에 속한 생명체라는 존재를 인간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진 동물로 본다. 이 인간이라는 동물이 진정한 인간이 되는 것은 진리에 참여함(주체가 됨)을 통해서이다. 이 말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바디우에게 정치란 진정한 인간이 되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는 점이다.

랑시에르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밤을 철학/ 사유하는 자와 생활/ 노동하는 자를 가르는 분할의 방식에 대한 도전의 시간으로 보았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그는 프롤레타리아트의 밤은 그 자체로 이미 어떤 감성적/ 미학적 전복을 준비하고 잉태하는 시간으로 보았다. 랑시에르에게 하나의 학(學)으로서의 정치학은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정치에 대한 사유만이 존재하며 이때 정치란 미학 또는 감성학과의 밀접한 관련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랑시에르는 칸트가 애스테티크(asthetik)라는 단어를 우리의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시간과 공간이라는 선험적 조건으로 본 것처럼 감성학/ 미학을 정치의 조건이자 정치 그 자체의 형식으로 보았다.

랑시에르에게 정치란 감각적인 것들이 지닌 경제적이고 위상학적 심급의 문제 즉 감각적인 것의 위계를 어떻게 분류하고 배분할 것인가, 하는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된 것이다. 또한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말할 수 있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을 어떻게 분할하고 배분하는가의 문제이다. 랑시에르에게 미학/ 감성에 대한 사유로서의 정치는 볼 수 있는 것과 경험할 수 있는 것, 그리고 그것에 대해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에 대한 분배를 뜻한다. 랑시에르에게 정치란 원칙적으로 그 어떤 것도 가지지 않은 사람들, 통치되거나 통치할 근거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에게 권력이 귀속될 때 시작되는 그 무엇이다. 랑시에르에게 불일치는 공동의 세계가 결코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한 긍정이며 그런 공동의 세계가 어떤 자격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고 통치되는 치안의 질서와 특정 자질 혹은 자격이 없는 아무개들의 능력 사이에 존재하는 힘의 관계들 속에서 구성된다는 사실에 대한 긍정이다.

조영일이 가라타니 고진에 대해 쓴 교환 X로서의 세계공화국은 고진의 사상 전반을 다룬 글이다. 내가 이 글에서 공감한 부분은 외국 사상가를 이해하는 방식은 그 사람이 사용하는 생소한 개념이나 표현방식(이에 덧붙여 역사적 맥락)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서라는 말이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그들 외국 사상가에 채 적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새로운 사상가가 등장하는 현실에 처해온 것이 사실이다. 사실‘현대정치철학의 모험‘에 등장하는 정치철학자들의 사상은 대체로 어렵다. 그렇다고 의도적으로 어려운 사상가들이 선택된 것이라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현대정치철학의 모험‘이 다룬 사상가들이 모두 20세기 프랑스 철학자들인 것은 아니지만 서동욱 교수가 ’싸우는 인문학‘에서 한 말은 하나의 중요한 참고점이 되어 준다. 서동욱 교수는 인류 사상사에 흔치 않았던 특별히 주목할 만한 세 순간을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로 대표되는 그리스 철학, 칸트에서 헤겔에 이르는 독일 관념론, 20세기 프랑스 철학 등으로 설명한 알랭 바디우를 소개하며 프랑스 철학이 그런 평가를 받게 된 힘을 학교에서 가르쳐준 것 같은 정해진 사유의 틀을 벗어나 늘 사유 자체를 새롭게 창조하고자 하는 노력으로 꼽았다.(’싸우는 인문학‘ 48 페이지) 우리에게 익숙한 것은 프랑스 철학자들에 의해 주도되는 누구 누구 르네상스라는 말이다. 다시 읽기의 위상을 알게 하는 그들의 노력은 주목에 값하지만 그 익숙해짐의 과정은 지난(至難)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조영일이 말했듯 고진은 바디우, 아감벤, 랑시에르, 무페 등과 위상이 다소 다르다. 고진은 쉽게 쓰고 자신의 개념들을 상세히 설명할 정도로 친절하지만 그런 만큼 새로운 창조적 독해(해체와 재구축)를 하도록 우리를 이끌기에 다른 의미에서 어렵다고 말할 수 있다.‘현대정치철학의 모험‘에 실린 철학자들의 사상을 이해하려면 그들이 선택해 새로 읽어낸 사상가들에 대해 상당 부분 알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데카르트의 예를 들자면 고진은 그를 재평가하면서 그가 행한 의심의 출처를 문제삼았다. 고진이 한 것은 데카르트로 하여금 그런 의심을 하도록 강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방점을 둔 것이라는 점이다. 조영일에 의하면 고진의 작업은 ’트랜스크리틱‘을 분수령으로 한다.

’트랜스크리틱‘은 칸트와 마르크스 넘어서기란 부제를 통해 알 수 있듯 칸트와 마르크스를 새롭게 읽어낸 고진의 역작이다. 그런 점에서 보면 고진도 푸코의 생명 정치라는 개념으로부터 호모 사케르라는 개념을 이끌어낸 아감벤이나 스피노자, 벤야민 등을 새로 읽어내고 있는 발리바르 등과 같은 반열에 속한 사상가라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새롭게 느껴지는 것은 사도(司徒) 바울을 급진 정치철학자로 읽어낸 아감벤, 바디우, 야콥 타우베스, 지젝 등의 작업이다. 아감벤의 ’남겨진 시간‘이 바울의 ’로마서’를 다룬 책인 것은 잘 알려진 바이지만 연구 주제를‘고린도서‘에서 ’로마서‘로 바꾼 타우베스가 ’로마서‘를 정치신학이며, 카이사르에 대한 정치적 선전포고라고 규정한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타우베스 지음 ’바울의 정치신학‘ 45 페이지)

조영일에 의하면 트랜스크리틱은 이동을 통해 가능하다. 그것은 한 시스템 안에서만 의미를 갖는 해석작업에서 벗어나는 행위이다. 트랜스크리틱은 텍스트를 가능하게 한 조건 자체를 묻기에 급진적이다. 그런데 이 급진이라는 말은 서동욱 교수가 바울을 표현할 때 쓴 급진 정치철학자라는 말과 어느 정도 공명할까? 타우베스는“철학자인 제가 무엇 때문에 신학의 영토를 침범하려는 것일까요? 저는 신학부가 지니고 있는 폐쇄적인 태도를 불행이라 여깁니다.”란 말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바울의 정치신학‘ 19 페이지) 사정이 이러니 폐쇄성을 지양(止揚)하려는 타우베스의 자세도 트랜스크리틱의 범주에 넣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궁금한 것은 바울의 사상보다 바울을 급진 정치철학자로 읽어낸 사상가들이 더 급진적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조영일은 가라타니 고진의 수동성이 그가 근본적으로 끊임없이 이동하는 비평가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한다. 조영일이 가라타니 고진의 집착하지 않음을 예로 들며 구성원과 구조 또는 체제의 관계를 언급한 부분은 바디우에 대한 부분에서 나온 성원(成員)이 변하더라도 과정, 제도, 지위, 관계, 자리 등이 그대로라면 변하지 않은 것이라는 말을 연상하게 한다. 관계의 새로운 정립 특히 정부에 대한 시민단체의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은 조정래 작가의 말처럼“어떤 경우에도 정부 지원을 받으면 안”되는 것이다. 조정래 작가처럼 고진도 문학인들이 국가의 돈을 받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 조영일은 한국 문학의 위기는 자초(自招)한 것이라고 말한다.

발리바르는 이론적 아나키즘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줄 중요한 자원 중 하나로 한나 아렌트를 주목한다. 발리바르는 프랑스 혁명을 비롯해 근대적 구성/ 헌정을 탄생시킨 민주적 봉기의 핵심 이념은 평등 = 자유라는 혁명적 등식에 있다고 주장한다. 이 평등 = 자유 등식은 호모 시베 키비스 Homo sive Civis 즉 인간 = 시민이라는 또 다른 혁명적 등식을 낳았다는 점에서도 혁명적이다. 이는 데우스 시베 나투라 Deus sive Natura 즉 신 즉 자연이라는 스피노자의 도발적인 등식에 비견될 등식이다. 발리바르는 국민 - 사회 국가는 하나의 단일한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세력 사이의 갈등, 서로 다른 구성/ 헌정 원리 사이의 갈등에 따라 규정된다고 주장한다.

’현대정치철학의 모험‘은 현 체제는 정치의 과잉이 문제가 아니라 바른 정치관의 부족이 문제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현대정치철학의 모험‘에 수록된 정치철학자들이 신자유주의의 간교함과 교묘함을 증거하지만 발리바르야말로 최일선에서 허구적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신자유주의의 폭력성을 드러내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알아야 할 것은 전망 부재의 암담한 현실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자유주의 체제는 反정치적 기획이고, 정치적 자유주의가 아니라 자본의 자유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장진범(필자)에 의하면 신자유주의 체제는 대안 없는 유일사상의 권좌에 올랐다. 필자는 철학은 사유를 기존의 체계에서 해방시키고 이로써 대안의 가능성을 여는 것이지 사유과정의 끝에서 비로소 얻어지는 해법을 주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말을 한다.

성(聖)스러운 사람과 저주받은 사람을 함께 뜻하는 호모 사케르Homo Sacer란 개념으로 유명한 조르조 아감벤은 언어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보이는 철학자이다. 그의 그런 이력은 ’언어의 성사(Il Sacramento del Linguaggio)‘ 출간을 통해 알 수 있음은 물론이다. 말과 사물, 정치와 법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성찰한 ’언어의 성사‘는 로마 대학에서 법을 전공한 그의 이력을 실감하게 하는 책이다. 아감벤에게 언어와 정치는 하나의 문제 틀 안에서 작동하는 기제(機制: 인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의 작용이나 원리)이다. ’호모 사케르‘의 프랑스어판, 영어판, 일본어판의 도입부에는“생명에 이르게 할 그 계명이 내게 대하여 도리어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이 되었도다.“란 사도(司徒) 바울의 편지 글(로마서 7장 10절)이 인용되어 있다.

그의 이런 관심은 후에 로마서 강해록인 ’남겨진 시간‘ 출간으로 이어졌거니와 이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아감벤이 바울을 급진 정치철학자로 보는 바울 르네상스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에zoe와 비오스bios는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개념쌍이다. 조에는 모든 생명체에 공통되는 살아 있다는 단순한 사실 자체를 의미하고 비오스는 한 개인이나 집단에 고유한 살아가는 방식이나 형태를 의미한다. 아감벤의 사유에서 인상적인 부분은 메시아적 시간에 대한 정의(定義)이다. 아감벤이 보기에 메시아적 시간은 도래할 시간이 아니다.

”메시아의 재림은 문자 그대로 곁에 있음을 의미한다. 현재 속에서 현재 곁에 있는 시간, 연대기적 순간에 다른 한 순간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포착해 그것을 연대기적 시간 내부에서부터 완성시키는 것이 메시아적 시간이다. 흘러 지나가는 순간들의 연속으로서의 시간 표상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는 기회의 시간은 매순간 주어지지만 우리의 사유가 그것을 포착하지 않는 한 손가락 사이의 모래 알갱이처럼 흩어져 버릴 것이다.“

샹탈 무페는 경합적 다원주의agonistic pluralism 이론과 떼어 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론가이다. 경합주의 이론은 적대와 갈등을 정치의 회피할 수 없는 조건으로 인정하고 이것을 정치공동체 내부에 적극 포함시키는 방법을 찾는 것이 더욱 강도 높고 파괴적이며 폭력적일 수 있는 맹목적 적대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주지하듯 정치적인 것의 개념은 칼 슈미트에게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개념이 공식화한 것은 1927년이다. 정치가 정치적 현상의 사실적인 수준을 뜻한다면 정치적인 것은 이 정치 현상의 형이상학적 조건, 토대 등의 문제이다. 중요한 것은 정치철학 안에는 정치적인 것을 친구와 적 사이의 적대로 정의하는 슈미트로 대표되는 진영과, 정치적인 것을 정치적 자유의 공간으로 이해하는 한나 아렌트로 대표되는 진영의 대립 구도가 있다는 점이다.

무페는 정치적인 것을 적대의 차원으로 이해하는 슈미트의 입장을 받아들인다. 무페는 반대자와 투쟁하지만 이때 투쟁의 대상은 반대자의 존재가 아니라 반대자의 생각이며 여전히 그 생각을 옹호할 수 있는 권리가 인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무페의 가치는 적대를 경합적 적대 관계로 길들여 민주주의 정치 공동체의 생명력을 증대시키고 그것의 붕괴를 초래할 적대관계의 귀환에 적절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인정투쟁(認定鬪爭)으로 유명한 악셀 호네트는 인정의 세 가지 형식을 논한다. 자기 신뢰, 자기 존중, 자신에 대한 가치 평가 등이다. 이 세 가지 형식에는 사랑과 보살핌, 권리와 존중, 사회적 가치 평가 등이 상응한다. 정치철학에서는 ”인정(認定)의 정치, 차이(差異)의 정치 등의 개념이 차지하는 자리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호네트는 인정 개념을 충분히 분화해서 사유해야 한다고 반복 주장한다.“인정은 단순히 성적, 문화적 차이의 긍정이 아니라 좋은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자기관계를 위한 조건이다.“ 인정투쟁은 정치적 투쟁과만 관계된 개념이 아니라 가족, 여성, 인종, 종교, 젠더, 문화 등과 관계된 개념이다. 이 규정은 정치와 정치적인 것의 차이와도 관계된다. 수미일관이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은 이 대목으로 인해서이다.

여덟 명의 정치철학자에 대해 개괄(槪括)을 넘어 각각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당위를 가르치는 ’현대정치철학의 모험‘은 이렇게 끝난다. 현존하는 갈등과 모순, 문제점들과 싸우는 철학자들의 다음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