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력이란 무엇일까? 태양을 제치고 지구에 조수간만의 변화를 일으키는 달의 힘을 떠올리며, 우주선의 탈출 속도를 떠올리며 우리는 이런 의문에 사로잡힌다. 중력은 우주적인 힘이다. 이는 어떤 법칙이 땅에서도 성립하면 하늘에서도 성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뉴턴의 생각을 통해 입증된다. 한편 중력의 역사는 갈릴레이, 뉴턴, 아인슈타인 등이 말해주듯 천체 물리학의 역사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학자들이 사고실험(思考實驗)의 달인들이었다는 점이다. 사고실험이란 실험에 필요한 조건을 단순하게 가정한 후 머릿 속 생각으로 진행하는 실험을 말한다.

이런 여러 이슈들을 함축한 중력이라는 실체를 생명과의 관점에서 깊게 조명한 이야기로부터 풀어나간 책이 있다. 바로‘어메이징 그래비티’이다. 그렇다면 중력과 생명체는 어떤 관계를 지니는 것일까? 그것은 물에서 살기 시작한 생명체가 지느러미를 펄럭이지 않으면 자꾸 어두운 곳으로 향하게 되는 사실을 통해 입증된다. 중력에 좌우된 생명체는 물 밖으로 나가게 되었는데 이는 인간의 직립이라는 획기적인 사건에까지 두루 연관성이 있는 이슈이다. 중력은 약력, 핵력, 전자기력 등과 함께 자연의 네 가지 힘의 하나로 우주 형성에 대해서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쳤고 지금도 변함없이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장 친숙한 힘이다. 중력이 친숙한 것은 적용 범위가 가장 넓기 때문이다.

우리가 중력을 느끼는 것은 너무도 일상적인 일이다. 중력은 자연의 네 가지 힘 가운데 가장 작은 힘이며 유일하게 인력(引力)만이 작용하는 힘이다. 반면 핵력은 10의 마이너스 15 제곱 미터 범위 이내에서만 적용되고 약력은 10의 마이너스 17 제곱 미터 범위 이내에서 적용된다. 그런데 중력은 자연의 네 가지 힘 가운데 가장 이해가 덜 된 힘이라는 아이러니한 면도 가지고 있다.‘막을 방법도 없고 피할 장소도 없으며 너무나 묵묵하게 한결 같은’(‘어메이징 그래비티’11 페이지) 중력이 그런 면을 지녔다는 것은 기이하기까지 하다. 저자에 의하면 중력은 드넓은 시공간, 태초의 빅뱅, 블랙홀, 불타는 거대한 항성 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 힘이다.

한 물리학자에 의하면 전자기력, 약력, 핵력, 중력의 순서는 우리가 많이 이해하고 있는 순서로 나열한 것이다.(최무영 교수 지음‘물리학 강의’133 페이지)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다는 전자기력의 경우 19세기에 들어서서야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중력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라는 과학의 기원지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다. 바로 이런 점이‘어메이징 그래비티’를 고대 그리스의 자연과학, 철학적 탐구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관련 사실들을 기술하게 한 것이리라. 무게와 낙하현상의 이유를 물질의 근본 원소에서 찾았으며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는 우주관을 제시한 아리스토텔레스는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계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물체의 상승과 하강은 해당 물체와 그 주변 물체들의 상대적 무게 차이로 발생한다는 주장을 했다. 물론 이런 오류는 아리스토텔레스에게 한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오류를 통해 배운다는 점을 감안하면 아리스토텔레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의 추론은 중요한 과학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지동설을 주장한 혁명적인 코페르니쿠스조차 중력을 천체의 부스러기들이 모태인 천체로 돌아가려는 경향(‘어메이징 그래비티’118 페이지)으로 이해했음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력의 역사 역시 천재적 학자에 의해 이끌어졌다. 뉴턴으로 하여금 만유인력의 법칙을 증명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케플러가 그 당사자이다. 케플러의 법칙은 1. 타원 궤도의 법칙, 2. 면적 속도 일정의 법칙, 3. 주기의 법칙으로 이루어져 있다. 행성의 궤도가 타원인 것은 태양과 가까울 때와 멀 때가 있음을 의미하고 그것은 결국 속도가 달라짐을 의미한다. 케플러의 법칙은 태양이 행성에 실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전제한다. 이것으로 인해 케플러는 천문학의 영역에 물리학을 도입했다는 평을 듣게 된다. 반면 갈릴레이는 천상의 언어로 여긴 숫자로 지상의 낙하현상을 설명하려 했다. 뉴턴은 결국 케플러와 갈릴레이의 작업을 통합한 셈이다.(214 페이지)

이제 말할 수 있는 것은 중력은 자기 위치로 회귀하려는 본성도, 물체 속에 있는 자석도, 비슷한 것끼리 뭉치는 현상도 아닌 먼지 한 톨부터 태양까지 질량만 가지고 있다면 서로 끌어당기는 상호작용이라는 점이다.(217 페이지) 에너지가 존재하는 한 형태인 질량에는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라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관성질량은 저항력으로 측정되는 질량이고 흔히 무게라 불리는 중력질량은 이끌림으로 측정되는 질량이다. 질량이 클수록 움직이기 어려운 것은 바닥과의 마찰력과 상관없이 관성질량이 가지는 효과이다.

물리학은 전공한 한 시인은 질량을 친근하지만 속내를 알 수 없는 것이라 정의했다.(김병호 지음‘과학 인문학’13 페이지) 김병호 시인은 아인슈타인의 에너지 질량을 세 번째 질량으로 소개했다.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은 것은 큰 의미를 지닌다. 그로 인해 모든 물체가 똑같이 낙하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은 이유는 무엇일까? 뉴턴은 그 이유를 잘 몰랐지만 후대에 뉴턴에 비견될 천재가 이 진실의 중요성을 간파했다.(227 페이지) 과학혁명은 영웅들로 구성된 팀이 바톤을 다음 주자에게 넘기며 달리는 계주 경기일지도 모른다는 물리학자 데이비드 굿스타인(David Goodstein)의 말이 선명하게 다가오는 순간이다.

현대 물리학에서 중력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기술되는데 이는 관성질량 - 중력질량 등가원리에서 출발한 것이다.(2011년 12월 15일 사이언스 타임즈 게재 김형근 객원기자 글 :중력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참조) 이 등가원리를 드라마틱하게 보여주는 실례는 우주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는 경우와 지구에 있는 엘리베이터에 타고 있는 경우가 내부인 입장에서는 아무런 차이로도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뉴턴에게 얼마나 끌어당기는가를 나타내는 중력질량은 아인슈타인에게 자신의 상태를 고수하려는 저항력을 의미한다.

물리학자 마이클 브룩스는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같은 이유는 아직 증명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수행된 실험에 따르면 등가 원리는 10의 마이너스 12제곱이라는 작은 오차 범위 안에서 사실로 확인되었다는 말을 했다.(‘물리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77 페이지) 저자에 의하면 가속과 중력은 달리 보이지만 시공간에 대한 저항의 개념으로 동일한 것들이다. 앞서 중력에는 인력만 작용한다고 했는데 이를 시공간의 중력으로 풀이해 보면 오히려 (시공간이) 밀어내는 척력에 가깝다는 결론이 도출된다.(276 페이지)

중력에 대한 인상적인 서술들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중력은 우주에서의 우리의 위치와 운명을 짐작하게 하는 것이라는 규정이다. 이는 고대 그리스라는 과학의 기원지와 밀접한 연관을 가지고 있는 중력의 역사라는 말의 다른 버전으로 읽힌다. 그림이 이해를 돕는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될‘어메이징 그래비티’는 하나의 티끌에도 우주의 진리가 스며있다는 일미진중함시방의 가르침을 실감하게 해준 큰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