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니스트 칼렌바크(Ernest Callenbach: 1929 -)의 ’생태학 개념어 사전‘을 보면 지구 차원에서 생물지역 차원, 생태계 차원과 인간 차원을 거쳐 현미경 차원에까지 초점이 맞추어진 것을 볼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물리학이나 천문학에 대해서보다 생물학이나 생태학 등에 더 관심이 가는 것을 별 생각 없이 바라보고 있었는데 현미경 차원의 미생물에 대한 관심은 결국 생명의 기원과, 공진화 또는 공생에 대한 관심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생태학 개념어 사전‘에서 다루어진 주요 어휘들은 가이아, 계(界), 미생물, 바이러스, 분해, 상호의존성, 생태적 지위, 시간, 에너지, 인(燐), 조류(藻類), 지구 온난화, 지속가능성, 진화, 천이(遷移), 탄소 등의 단어들이다. 저자에 의하면 “지구상에서 인간 개체군을 급격히 감소시킬지 모를 치명적인 신형 바이러스(조류독감이 그 후보다)의 출현보다 굶주림에 의한 취약성이 더욱 위협적이다... 한 바이러스가 특정한 종의 개체들을 많이 죽이기는 하지만 저항력이 강한 구성원들은 살아남으며 이들의 자손은 차츰 바이러스와 공존을 이룬다.”

 

공존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이지만 우리는 우리 피부의 1제곱 인치당 10만 마리 이상의 미세한 균류와 더불어 살고 있다..,우리는 이 동반자들과 함께 진화해온 것이다...우리는 질병을 일으키는 박테리아에만 주로 관심을 갖지만 대부분 박테리아는 인간에게 무해하거나 유익하다... 실제로 우리 몸에 사는 박테리아는 몸 밖의 병원체에 맞서 우리를 보호해 주고 면역 체계를 강화시켜 줄 수도 있다.

 

한편 “인간의 시간 척도에서 볼 때 많은 생태적 변화는 너무 느리게 진행되어 알아차릴 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다... 우리가 좋은 동기라고 여기는 것조차 다른 종이나 우리 자신에게까지 참담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금껏 인용한 내용들은 사실 철학적이기까지 하다. 생태학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공존, 공생, 겸허함 등의 가치가 아닐지?

 

“세제 속에 든 인(燐)이 하수 처리 시설을 통해 호수로 흘러들면 농지에서 흘러온 질소비료와 결합함으로써 청록색 박테리아를 급격히 번식시키는 자극제가 된다. 이렇게 청록색 박테리아가 호수를 녹색으로 물들이며 물 속에 용해되어 있는 산소를 소비하면 산소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물고기와 수생동물과 원생생물 - 원생생물은 세포에 핵이 있기 때문에 박테리아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배(胚)에서 발육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동물도 식물도 아니다. 포자로부터 발육하는 균류도 아니다. - 이 죽는다. 우리가 이러한 이상증식에 기여하지 않고 그 영향력을 최소화시키려면 인이 없는 세제를 사용해야만 한다.”

 

이런 예들은 구체적이고 명쾌하다. 깨끗해지려는 우리의 노력이 미생물들을 죽이는 현실을 보라! 저자의 표현은 시적이기도 하다. “산업사회는 석탄과 석유를 태움으로써 잠들어 있던 이산화탄소 - 탄소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타르 같은 화석 연료의 퇴적물 속에도 저장되어 있다. - 를 엄청나게 많이 방출시켰다.”는 표현을 보라.

 

또한 에너지를 설명하는 부분에서 저자는 “열을 내기 위해 나무를 태우는 것은 없던 에너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나무가 광합성을 통해 이미 저장해 둔 에너지를 방출시키는 것”이라는 말을 한다. 에너지 보존법칙을 간략하고 쉽게 설명하는 솜씨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한편 “물질은 순환하는 반면 에너지는 단지 흐를 뿐”이라는 설명 역시 시적인 아우라와 전문적 지식을 함께 지닌 설명이다.

 

책의 감수를 맡은 박병상 교수는 책을 추천하는 자리에서 이 책을 ’생태맹을 위한 인문학 교재‘라 정의했다. 추천자에 의하면 녹색성장론은 형용모순에 가까운 용어이다. 녹생성장에 대한 글은 최근 출간된 ’경제학 3.0‘이라는 책에도 등장했다. ‘녹색 성장’이라는 구호의 이면이라는 글이다. 생물학자와 경제학자가 바라보는 녹색 성장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하다. ’생태학 개념어 사전‘은 곁에 두고 긴 호흡으로 볼 좋은 책이다. 소설도 잘 쓴다는 그를 너무 늦게 만났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