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왜 범죄자의 뇌를 연구하고 분류하는 것일까? 범죄 당사자를 이해해 보려는 마음에서? 지적 충족감을 얻기 위해? 아니면 뇌의 신비를 밝히는 과정에 한번은 거쳐야 할 과정이기에?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적어도 ‘범인은 바로 뇌다’의 두 저자의 뇌 연구의 동기는 범죄 예방을 위해서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범죄는 범죄자의 폭력성, 타인의 고통에 대한 민감도, 교육 수준, 뇌 구조, 의지, 사회적 책임, 가정 환경 등이 두루 작용해 일어난다고 이야기 해야 옳다.

 

지난 달 말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측두엽 뇌전증(간질)과 범죄’라는 글에서 측두엽 뇌전증의 증상과 김**가 여중생을 성폭행 한 뒤 살해한 죄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주장을 폈다. 그 교수는 측두엽 뇌전증을 앓는 사람들이 잠재적 범죄자처럼 보도된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러나 ‘범인은 바로 뇌다’에 의하면 뇌 영상 장치를 통해 밝혀진 결과 간질발작이 강렬할수록 편도체가 더욱 작아지는데 편도체 영역의 뇌 활동이 균형을 잃으면 통제하지 못하는 공격적 행동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두 저자가 예로 든 뇌 부위 중 대표적인 곳은 전두엽이다. 전두엽은 실수를 통제하고 충동적 행동 요구에 제동을 걸거나 억압하는 기능을 담당한다. 전두엽에 손상을 입은 사람은 자신의 감정과 욕구를 서슴없이 따르는 경우가 많으며 보통 사람이라면 악몽 속에서나 해봄직한 행동을 거침없이 실행에 옮긴다.(135 페이지) 저자들에 따르면 본래 성격적 특성에서 비롯된 행동과 뇌의 손상에서 비롯된 행동을 구분하기는 참 어렵다고 한다. 두 저자는 사이코패스의 경우 전두엽과 해마, 중격으로 이루어진 통제 담당 신경회로망의 균형이 깨졌다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수용한다.

 

한편 소시오패스의 경우 뇌 일부 영역의 손상, 대사 기능 이상, 전달물질 불균형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범죄의 한 원인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입증되었다고 한다.(145 페이지) 그런데 저자들의 주장들 중 가장 명료하고 효과적인 것은 “범죄자의 전두엽 병변을 보여주는 연구는 무수히 많다.”(152 페이지)는 짧은 글이다. 특이한 것은 뇌손상으로 인해 범죄자에서 예술가로 변모한 사건이 예시되었다는 점이다. 이런 바람직한 경우가 더 있는지 충분히 예시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

 

충동 조절 실패나 극단적인 공격성 행사로 타인에게 위해를 가한 경우 말고 자신에게 해를 가하거나 자살을 한 뇌 병변자에 대한 사례가 있었는지 모르겠으나 있었다면 그런 사례들을 추적해 거론했다면 좋았을 것이란 생각도 든다. 사실 연쇄 살인자, 사이코패스, 극렬 테러리스트를 위한 뇌과학의 변론이라는 책 소개 문구만 보면 논란의 여지가 충분하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폭력은 폭력을 낳는다는 소제목 하에 학대가 얼마나 미묘한 문제인지 보여준다는 글을 소개한 것, 범죄 예방에도 조기교육이 필요하다는 소제목 하에 써내려간 글, 그리고 환경이 범죄자를 만든다는 소제목 하에 전개해 나간 주장은 오해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하다 하겠다.

 

사회에 막대한 책임감이 할당된다는 저자들의 주장은 충분히 새겨들을 만하다. ‘평등해야 건강하다’(원제: the impact of inequality)‘란 책을 쓴 리처드 윌킨슨(Richard G Wilkinson: 1943 -)이 고(故) 마가레트 그루터(Margaret Gruter)가 처음 쓴 신경법학(神經法學) - 신경법학이란 말은 ’범인은 바로 뇌다‘의 두 저자가 주장한 바를 단적으로 설명하는 단어이다. - 에 동의할지 모르겠지만 뇌 과학을 넘어서 사회적 책임과 교육 환경 등까지 포괄적으로 문제삼은 ’범인은 바로 뇌다‘의 문제 의식은 기본적으로 리처드 윌킨슨의 문제의식과 상응한다고 본다.

 

“인간의 법적 행동은 생물학적 천성에 따라 촉진되기도 하고 제약을 받기도 한다.”는 마가레트 그루터여사의 말은 신경법학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선언 같은 말이다. 저자들은 “이제는 뇌의 각 영역과 신경망이 어떤 특징과 기능을 가졌는지 매우 정확하게 규명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위에서도 거론 했지만 ’범인은 바로 뇌다‘는 뇌과학에 머문 책이 아니다. 나는 “생명윤리학자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모든 사회 계층을 아우르는 합의”의 필요성에 공감한다. ’범인은 바로 뇌다‘는 범죄자에 대한 처벌이나 변호에 초점을 둔 책이 아니라 고도로 발달한 뇌과학의 성과를 바탕으로 고루 평화롭게 사는 사회를 모색한 사회학적 보고서라 할 책이다.(2011년 2월 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