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曹操:155 - 220)는 중국 삼국시대 위(魏)나라의 실질적 창시자이다. 우리나라에는 ‘삼국지연의’의 영향으로 간적(奸賊)이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1959년 중국에서는 백가쟁명(百家爭鳴)의 논의가 펼쳐지던 때 조조를 간적의 전형으로 보는 견해에 대해 재평가론이 제기되어 논쟁 거리가 되었다. 환관(宦官) 조등(曹騰)의 양자 조숭(曹崇)의 아들이다. 조조를 난세의 영웅으로 묘사한 책의 대표는 진수의‘삼국지’, 사마광의‘자치통감’등이다.‘조조의 병법경영’은 고전 연구가이자 역사문화 평론가인 신동준님의 책이다. 신동준님은 최근‘무경십서(武經十書)’를 낸 저자이기도 하다.‘무경십서’는‘손자병법’,‘오자병법’,‘육도’,‘삼략’,‘손빈병법’,‘장원’,‘삼십육계’ 등 10대 병법서의 역주서(譯註書)이다.

‘조조의 병법경영’은‘손자병법’의 해설서인‘손자약해(孫子略解)‘에서 조조의 주석만을 토대로 해 21세기 경영전략을 논한 책이다.‘손자병법’은‘무경십서’와는 물론‘조조의 병법경영’과도 연관된 책이다.‘조조의 병법경영’은 조조가 보인 면모를 스무 가지의 경영으로 집대성해 분석한 책이다. 세계경영, 부국경영, 내실경영, 인재경영, 복안경영, 속도경영, 창조경영, 승세경영, 후사경영 등이‘조조의 병법경영’의 주된 내용을 이룬다. 저자에 의하면 조조만이 제폭구민(除暴救民)의 이상을 진정으로 실현시킨 인물이다. 제폭구민은 폭력을 휘두르는 군웅들을 제거하고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한다는 뜻이다. 스무 가지 병법경영을 통해 알 수 있듯 조조의 영웅론은 파탈(擺脫)이다.

파탈은 어떤 구속이나 예절로부터 벗어남을 뜻하지만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관행과 가치에 얽매이지 않는 실력 위주의 인재 등용과 신상필벌(信賞必罰)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다. 전시에 이상이나 명분 또는 관습 등에 얽매였다면 조조는 결코 난세의 영웅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조조만큼 삼국 시대 군웅들 중 신상필벌을 철저히 시행한 사람도 없다. 조조가 간적이냐 영웅이냐는 논쟁과 관련된 것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심흑심백론이다. 심흑(心黑)은 부정적 개념으로 저자에 의하면 조조는 전장에서만 심흑을 실행했다. 평시에는 심백(心白)을 실행했다. 조조는 오히려 전장에서조차 궤도(詭道: 남을 속이는 수단)를 제대로 행하지 못했다(165 페이지) 현재는 난세이다.

세상이 어지러운 것은 비단 현재에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사람이 사는 모습, 그리고 그 사람들이 모여 이룬 사회, 국가, 세계는 어디라고 특별히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의 삼국시대야말로 난세 중의 난세였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파탈과 연관이 있는 것은 내실경영이다. 거화취실(去華取實)을 몸소 실행한 조조는 외화내빈(外華內貧)과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조조는 만면춘풍(滿面春風)의 면모를 보였고 분세질속(憤世嫉俗 :세상에 울분을 느끼고 속된 것을 싫어함)과 거리가 멀었다. 조조는 잡색주의를 관철시킨 유방(劉邦)조차도 흉내낼 수 없는 득인술(得人術)을 선보였다. 이는 파탈과 관련이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민심경영편에 나오는 애플, 구글, 삼성의 대결 구도는 삼국지를 연상하게 하는 면이 있다. 배워야 할 부분이고 주의 깊게 보아야 할 대목이다.

조조는 적(敵)이라도 나라의 패업을 이룰 수 있는 인물, 명성은 높지 않으나 치국의 재주가 출중한 인물 등을 천거해야 할 인재로 거론했다. 우리의 기업이 경세제민(經世濟民)의 투사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론에 합당한 사례들이‘조조의 병법경영’에는 풍부하게 들어 있다. 명분경영편에서 흥미로운 것은 봉공(奉公)의 이유를 배제한 채 멸사(滅私)를 요구한 것이 일본의 군국주의 행보의 배경이 되었다는 설명이다.(218 페이지)‘조조의 병법경영‘에는 조조의 찬란한 승리와 전과(戰果)가 허다하게 제시되어 있다. 하지만 모택동이 지적했듯 조조는 한중대전 때 우유부단한 행보로 큰 참화를 입었고 적벽대전시 자신에게 엄격하지 못해 패했다. 중요한 것은 난세의 영웅이자 귀재였던 조조도 적벽에서 패한 뒤 자신에 대해 너무 관대했다는 점이다.

저자의 논의 중 일본의 군국주의 배경과 함께 귀담아 들을 부분은 독재(獨裁)와 전제(專制)의 구분이다.(319 페이지) 저자는 군주의 독재와 장수의 전제 논리로 삼성과 LG의 스마트폰 판매로 인한 희비의 엇갈림을 이야기한다. ’한비자‘에 의하면 군주를 허수아비로 만들어 붕당 세력의 우두머리인 권신이 전횡(專橫)하는 것은 전제이고 군주의 고독한 결단은 독재(獨裁)로 표현했다. 열여덟번 째 경영인 창조 경영의 부제를 저자는 인문학을 익혀라로 설정했다. 조조는 문사철(文史哲)의 인문학에 조예(造詣)가 깊었던 인물이다.(331 페이지) 조조는 독서의 힘에 의거해 휘하에 수많은 인재들을 거느리고 천하를 호령했다. 조조는 당태종, 강희제, 모택동 등과 함께 수불석권(手不釋卷)의 전형적 모습을 보인 역대 중국의 제왕들 중 하나이다.

흥미로운 것은 소문난 독서광이었던 모택동이 역사, 지리 등의 방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과학, 기술, 경제, 경영, 정치, 사상 서적에는 별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조는 태평한 시기에는 간적으로 평가받았고 난세에는 영웅으로 칭송받았다. 이 점을 헤아리면 우리가 각자 처한 시대상황에 따라 평을 달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조조의 리더십 덕목을 주변에 대해 귀를 크게 열고 전폭 수용한 것, 뛰어난 참모의 보필(輔弼)을 받은 것, 엄격하면서도 부드러운 것 즉 관맹호존(寬猛互存) 등으로 대별했다.

이들은 조조에게 내려진“간교하면서도 영웅답고 법대로 하면서도 법을 어기고 인자하면서도 옹색하다”는 모순되고 어떻게 보면 분열적인 평과 달리 취할만한 평가로 보인다.’조조의 병법경영‘을 조조의 인물론에 초점을 두어 보면 저자의 취지를 살릴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모색의 자세로 책을 읽는 것이다. 현재와 과거 사이의 접점을 찾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부국(富國)의 모토를 개인이 실행할 필요는 없고 관계도 멀지만 아니 그렇기에 적어도 삼국지와 조조 등의 사실(史實)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