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같이 온갖 것들에 정신이 분산되어 정신을 못 차리겠는 시대에 몰입은 휴식과도 같으며 일부러 하려고 하지 않으면 쉽게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의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니나 다를까 이 책 <(인생을 바꾸는 자기혁명) 몰입>에서는 다양한 몰입에 대한 이야기와 몰입에 이르는 다섯 단계를 꼼꼼하게 일러준다.

사실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난해한 책이 아닐까 싶어서 내심 소심한 걱정을 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책을 받자마자 바로 읽지 않고 읽고 있던 다른 책을 마저 읽고 나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의 저자 황농문 님은 금속공학과를 졸업하고, 연구원으로 근무하시다가 지금은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부교수로 재직 중이시다. 가까이서 만나뵙지는 못했지만 그간 연구에 얼마나 몰두하셨을지 조금 상상해 볼 수 있다. 자신의 연구 몰입 경험을 바탕으로 그것을 한 개인의 경험에 그치지 않고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들과 몰입을 함께하며 이 책을 엮어내셨다. '몰입[플로우(flow) :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란 개념은 이미 미국의 심리학 교수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창시하였다고는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그 개념이 충분히 녹아있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주 경험하는 것도 아니며 애써 누려보려고 하지도 않는다는 말이다. 

이 책을 내기 전에 황농문 교수는 몰입 경험이 얼마나 신비롭고 독특하며 인생의 희열을 맛보게 해주었는지 몰입을 자주 맛보던 즈음에 자신의 경험을 주변에 알려주기 시작했다고 한다. 아마도 좋은 걸 나누고 싶은 마음이 이런 작은 연구 성과로 나타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곳곳에 작은 배려와 겸손이 베어 있다.

이 책이 내가 체험한 특별한 몰입에 대한 완성된 내용은 아니다. 다만 이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 이 책이 계기가 되어 더 많은 몰입 체험자가 나타나서 이 내용의 완성도를 높이고, 보다 많은 사람들이 몰입을 활용하여 생산적이고 행복한 삶을 찾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책 에필로그 중에서)

책을 읽으면서 나 역시 몰입 초기 단계를 자주 경험했다는 걸 기억해 냈다.

'아! 그게 몰입이란 거였구나.'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주변을 싹 잊을 만큼 그것에 몰입하고 있을 때, 뭐라 말할 수 없이 벅찬 행복감 하며(이때 나는 입가가 살짝 올라간 미소를 짓고 있지 않았나 싶다) 묘한 기분은 흡사 천국에 다녀온 것 같은? 종교적 체험과 유사하다고 이 책에서도 말한다. 그런 나에게 한번은 종교를 전파하는 분이 몰입을 확 깨게 해서 나도 모르게 버럭 화를 낸 적이 있다. 사담이긴 하지만 한 명이라도 더 천국에 보내고 싶어하시는 그분들이 왜 나의 몰입을 방해하시는지...

몰입하기 위해서는 좀 까다로운 조건이 있다.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이 책에서 그런 것들을 세심하게 알려주고 있으며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는 방법을 거듭 강조한다.

안타까운 점은 연구하는 사람이 아닌 일반 직장인이나 야자에 시달리는 학생은 이 책에서 말하는 몰입 시도가 쉽지 않다. 선생님과 부모님, 상사들이 몰입을 하도록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미 몰입을 애써 시도하고 있는 선진기업들-마이크로소프트, IBM, 3M, 미라이 공업의 사례는 놀랍기도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말 그대로 '유토피아 경영'이 아닌가 싶어 겁부터 난다. 언제쯤 군대식 학교와 기업 등 우리나라의 여러 기관이 개선될 것인지 기대나마 해본다. 책을 덮으며 나도 한가지 몰입 주제를 정해서 자기 혁명을 노려볼까 한다. 잠자리 머리맡에는 연필과 메모지를 놓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