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억배 그림 / 이미애 글 / 보림

옛날, 늙도록 자식이 없던 한 아주머니가 백 일 동안 신령님께 기도를 드리고 우물에 있는 잉어 세 마리를 먹으면 아들을 얻게 될거란 꿈을 꾸었어
그런데 너무 배가 불러 마지막 한 마리를 먹다가 반쪽을 남겼는데 고양이가 냉큼 먹어 버렸지
얼마 후 세 아들을 낳았는데 둘은 멀쩡했지만 셋째 아들이 반쪽이라 눈과 귀, 팔, 다리가 하나씩, 그리고 입과 코는 반쪽이었어
어느날 두 형이 과거를 보러 가면서 반쪽이가 따라나서니 놀림을 당할까 걱정한 형들은 반쪽이를 바위에 꽁꽁 묶고 또 뒤쫓아온 반쪽이를 커다란 나무에 묶어 놓고.. 마지막엔 반쪽이를 밧줄로 묶어 깊은 산속에 던져놓고 갔어
호랑이무리를 만난 반쪽이는 호랑이를 모두 잡아 오다 영감과 내기장기를 두게 되었지
호랑이를 갖고 싶던 영감은 지면 자기 딸과 혼인시켜준다더니 내기에서 지고는 딸을 못주겠다
줄행랑을 쳤어
그날밤 업어갈거란 반쪽이 말에 영감집에서는 한밤중에도 뜬눈으로 지켰지만 결국 사흘째 되는 날 모두 깜빡 잠이 들었지
그사이 반쪽이는 영감딸을 집으로 데리고 돌아와 잘 먹고 잘 살았대

어렸을 적에 엄마도 이 동화를 읽었었다고 말하니 "정말??" 엄마도 반쪽이를 읽었어?" 하더군요
지금처럼 좋은 동화책은 아니었지만 전래동화중에 반쪽이를 읽었던 기억에.. [반쪽이]는 다른 전래동화보다 더 반가웠어요

온전한 얼굴이 아니고 반쪽 얼굴이지만 원망도 없고 언제나 웃고 있는 반쪽이에요
자기에게 닥친 위기마다 용감하고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반쪽이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 옛날이야기인가 봅니다
규현이는 반쪽이가 왜 이렇게 힘이 세냐고 묻네요 
 
옛날이야기를 읽다보면 전래동화는 책 읽어주는 목소리도 좀 늘쩍하고 구수해야 맛이 나는거 같아요
'첫째 호랑이 꼬리를 잡아 빙빙 돌려 휘익 던지고~
둘째 호랑이 꼬리를 잡아 빙빙 돌려 휘익 던지고..'
우리 아이들이 가장 재밌어 하는 부분이지요
이장면에서는 그림도 헤롱거리는 호랑이들이 무섭다기 보다는 어딘가 엉성해 보이고요..
반쪽이의 기지로 사람들이 떡시루에 쓰이고 노끈으로 묶이고.. 수염에 불이 붙은 영감님을 볼 때는 깔깔 웃어대며 보았어요

책의 안쪽에 있는 반쪽이네 동네 그림을 보며 호랑이, 부엉이, 새, 나귀 탄 영감님, 반쪽이와 형제들을 찾는 재미도 있을 뿐더러 책의 맨 뒷표지에는 반쪽이 고양이도 있어서 그림을 그린 이억배님의 재치도 느낄 수 있었답니다

반쪽 그림을 그려 보려고 아이들과 신문에서 큰 그림을 찾아 보았어요
마침 큰 얼굴을 찾아서 오려주었더니 가면처럼 쓰고는 좋다 합니다

얼굴그림을 싹둑 오려 한쪽 얼굴을 다른 얼굴에 대주니 재밌다고 웃네요
양쪽 서로 다른 얼굴이 안어울리고 한쪽에만 콧수염이 있어서 이상하다고요
그래서 반쪽 얼굴만 놓고 "이 사람이 이렇게 반쪽이라면 어떨까?" 하니 더 이상하고 안된다 말합니다

스케치북에 한쪽씩 붙이고.. 각자 옆 그림을 보며 그려보자 했더니 넘 어렵다고 싫다 합니다
그래서 제가 그림을 그리며 얼굴 그리고 눈썹, 코, 콧수염 차례대로 따라서 보고 그리면 된다 일러주었어요
완성된 그림을 보며 관심을 갖는가 싶더니 그림은 안그리겠다고 하네요

규현이와 유주 그림그리기를 하면서 규현이가 스케치북에 유주를 그린다고.. 돼지콧구멍 여자아이 얼굴을 그려놓고 그걸 보며 둘이서 신나 하더군요
유주얼굴을 진짜 잘 그렸다고 칭찬을 좀 했더니.. 괴물도 하나 더 그리고..
그 참에 뒷장에 있던 반쪽이 얼굴들이 펼쳐졌어요 ㅋㅋ

천천히 얼굴을 먼저 그리고 눈썹 그리고.. 눈, 코, 입 차례차례 그리는거라 일러주면서 어려워 하는 곳은 살짝 도와 주었더니 연필을 놓지 않고 그림을 그립니다
얼굴모양을 잡으면 눈썹과 눈, 코는 쉽게 그리는데 규현이는 입 그리기를 어려워 했어요
입술을 못그리겠다고 살짜기 흔들릴 적마다 응원을 하고 칭찬을 했더니.. 반쪽얼굴 그림을 그려 새로운 얼굴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옆의 사진 얼굴을 보고 그리는 것인데 규현이가 그려놓은 그림은 좀 다르지요?
흥국이 아저씨의 넓은 이마와 콧수염..
노주현 아저씨의 동그란 눈과 귀 그림까지 ㅋㅋ 
그래도 균형을 잘 맞추고 나름 특징과 윤곽은 잘 그린거 같아요..
규현이에게는 엄마가 그렸던것보다 더 잘 그린 그림이라 칭찬했습니다^-^

(2009. 10.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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