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쉽은 수장(首長)이 반드시 가져야할 능력이다. 우리는 리더쉽을 쉬이 말하지만 사실 리더쉽에는 급(級)이 있다. 전투시의 리더쉽을 크게 세가지로 나눈다면 손실없이 승리를 일구는 것이 상이며, 손실을 감수하고 승리를 얻는 것이 중, 손실과 패배 모두를 떠안는 것이 하이다.  비단 전투뿐만 아니라 세상 모든 일의 리더쉽에 적용되는 이치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제로니모의 리더쉽은 이 중 어떤 단계라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아마도 제로니모 스스로는 중이라 말하지 않을까.

  수많은 인디언 부족들은 침략자 서양인들에게 자신들의 터전을 내주고 말았다. 말살과 다름없는 위기 속에서 호전적인 인디언 부족들이 거세게 저항하였고 제로니모는 그중에서도 가장 용맹스런 아파치족의 지도자였다. 인디언들을 몰아내려는 백인들에게 제로니모는 눈에 가시나 다름없었다. 저항은 거셌고 백인들은 십수년 동안 골머리를 썩었다. 그러나 십여년 동안의 저항은 무척이나 대단하였지만 결국 제로니모가 사로잡히면서 인디언들은 강제이주를 당하였다. 패배한 것이다.

  사실 제로니모의 리더쉽은 실패한 리더쉽으로 평가절하할 수 있다. 그는 어쨌든 백인들을 몰아내는데 성공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론 리더쉽=성공이라는 등식은 성립되지 않으므로, 제로니모의 리더쉽은 그 과정만큼은 최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적인 리더쉽을 위한 제로니모의 섬세하고 구체적인 방법들은 그의 말년의 전혀 용맹스럽지 못한 행적들로 빛이 바랬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계는 서부개척시대보다 더한 약육강식, 적자생존의 세계이다. 더욱이 세계는 불황과 침체라는, 지도자에게 한치의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살얼음판으로 들어섰다. 이 급박하고 불안정한 시기에, 저항과 생존이라는 측면에서 제로니모의 리더쉽은 잘 들어맞는다. 

  방어기제는 강력한 자극에 의해서 생성된다. 위태한 상황에서 짧은 시간 안에 적절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리더쉽이 필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 시간 공들여야 하는 리더쉽이 아닌, 찰나의 리더쉽, 임기응변의 리더쉽이 필요한 시대에 제로니모가 부활했을 것이다.

 그런데, 제로니모는 침략자의 후예들인 공수부대원들이 자신의 이름을 외치고 있음을 알고 있을까... 이게 아이러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