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깜짝선물처럼 도착한 '메이크 미, 메이크 업'은 다음과 같은 문구로 본 책을 소개한다. '메이크업 새내기를 위한 뷰티 가이드북.' 뷰티 가이드북 답게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무장한 책을 펴니, 평소 보기만 했던 화장품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런데 난 이 책도 과연 그 많은 것들을 '보기만'해야하는 걸까,하는 의문스러운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솔직히 나는 이 가이드북에 대한 큰 신뢰가 가지 않았다. 그건 책으로 메이크 업에 관해 소개를 하는 책만의 '간접성'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나오는 책들이 이렇게 잘 되어 있을 줄이야. 아니, 이 책이 위와 같은 생각을 싹 지울만큼 잘 되어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고등학생을 벗어나 갓 대학생이 되면서, 나는 '화장'에 관해선 여저에 주워들어 이리저리 난잡하게 이어진 얕은 지식밖에 가질 수 없었다. 친구들도 나만큼 아니면 나보다 조금 더 잘 알뿐 주위에 메이크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갖고 있는 아이는 없었고, 모두 거듭 자신의 얼굴에 맞는 화장을 연습하다가 찾아가는 자신만의 화장법을 알고 멋지게 혹은 빛나게 얼굴을 이쁘게 꾸며 나갔다. 부러울 정도로. 나만 빼고.

 

꼭 그런 기분이 들었다. 나만 매일 그대로인 것만 같고, 렌즈를 껴도 뭔가 밋밋해 보이고, 화장을 제대로 못하는 내가 부끄러웠다. 그러면서도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을 가지지도 않아, 고등학교 때부터 익숙한 얼굴 그대로 내 얼굴에 달리 피부를 가꾸는 것 외에는 손을 댈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 부분에, 그런 내 모습에 조금 심통이 나 있던 차였다. 그러다가 <메이크 미 메이크 업>을 만나게 되었다. 작가인 김지아씨는 알고보니 '프리지아의 뷰티시크릿'이라는 네이버 인기 뷰티 블로그를 이끌어가는 센스 넘치는 블로거엿다. 그런 그녀도 도무지 메이크업이 어려웠던 시기가 있었다. 메이크업에 대한 관심을 갖기 전까진. 오로지 '관심'이 그리고 "지아 시는 지극히 동양적이고, 평범한 우리나라 여성 같으니까요."하는 저자 스스로도 동감할만한 말로부터 이 책을 저술하게 되었다. 그러니깐 이 책은 허다한 시행착오를 겪어봤던 메이크업 새내기와 같은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는 그녀의 시선으로부터 출발한 것이다. 이 책의 구성도 꼭 그와 같다.

 

메이크업에서 가장 중요한 기초가 되는 '스킨 케어'에 대한 내용부터 화장, 파우치 꾸리기, 그리고  실속있는 그녀의 엣지있는 화장품 품목까지. 얇은 책에서 아주 방대한 내용을 가득 다루고 있었다.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저렴이 화장품 베스트'나 '상황별 메이크업'과 같이 실생활에 그대로 써먹을만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 있는 점이다. 이니스프리의 모 스킨이 좋고, 에뛰드 하우스의 모 수분크림이 가격대비 최고더라에서부터 더바디샵의 모 브러시가 어떨 때 좋고, 어떤 것은 수정용 화장품으로 좋다, 까지. 그녀가 눈여겨봤던 화장품들이 아낌없이 모조리 적혀있다. 심지어, 너무 좋아서 지금 몇 통째 사용 중이라는 친근하고도 세세한 이야기까지. 상황에 따라 추천하는 화장품들이 기가막힌 감초인 양 속속들이 따라와 있다.

 

가장 중요한 기초 화장에 대한 이야기도 매우 상세하다. 수분크림이 먼저일까, 영양크림이 먼저일까 하는 헷갈리는 질문부터, 은근히 헷갈리는 기초 화장품 바르는 순서까지. 참 알뜰하게도 독자를 챙겨준다. 그러다가 모르는 부분 있으면 그녀의 블로그에 방문에 방명록에 글을 남기란다. 기쁜 마음으로 최대한 도움을 주겠다고. 정말 이 정도면 메이크 업에 관해선 천군마마를 얻은 것이 아닐까. 벌써 몇 가지 필요한 목록을 생각해 놓고, 그녀가 추천해준 내게 필요한 화장품을 사려고 고민하고 있다. 야호. 정말 자연스럽게 쾌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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