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현선의 정원에는 빛이 가득하다. 자신의 바람(wish)이 지낼 곳을 주섬주섬 만들어 다른 이에게도 그 행복 바이러스를 나누어 준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던 죽은 아들을 위해 심심하지 않도록 무덤가에 작은 영화관을 만들어 준다든지(「모퉁이를 돌면」), 배고프고 지친 사람들을 위해 먹을 것과 쉴 곳을 제공하면서 일생은 살아온 감동 소피아 할머니의 이야기라든지(「숨은 빛」) 살랑거리는 바람이 따뜻하게 부는 마음의 정원이 여저저기 놓여 있다. 그들은 모두 딱히 행복하지도 불행하지도 않지만, 행복이나 불행을 스스로 혹은 서로 함께 다듬어갈 줄 안다. 그들만의 방식으로 매일매일 자신의 정원을 꾸려간다. 그래서 그녀의 정원에는 빛이 가득하다. 나는 그 빛이 좋았다.

 

 

소설 내용이 대개 환상적인 면모가 강했기에 조심스럽게 그녀의 세계에 들어가야 했다. 무턱대고 갖은 복잡한 심정으로 '마리 오 정원'을 읽었을 때 나는 그녀의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했다. 물이 줄줄 새듯 흘러간 이야기 속에서 내가 집어낸 건, 주인공들의 특이한 이름과 그들이 지나치는 중심 장소뿐이었다. 낯선 그 곳에서 무언가 한가지씩 결핍을 가진 사람들이 오순도순 살고 있었다. 그들이 어떤 상처를 지녔고 서로 무엇을 보듬어주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엉킨 실타래로는 그녀의 낯선 세계를 전혀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다. 다시 밤이 깊고 고요한 새벽이 되어 책을 읽었다. 새로운 마음으로 첫 이야기 숨은 빛부터 찾으려 노력했다.

 

 

작가를 다시보게 되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이야기는 터무니 없게 환상적인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세계가 아름답게 묘사되고 있었다. 지극히 있을만한 곳에서 사람들이 떠올릴 수 있는 생각으로 아름답게 그들만의 세상이 꾸려지고 있는 것. 새벽의 감성과 너무 잘 어울리는 채현선만의 매력이었다. 그녀의 글에는 오감이 살아 있다. 눈을 잠시 감고 귀로 들으려하면 감촉이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손이 닿기 무섭게 등장인물들이 마음을 나누는 대화를 터놓았다. 이야기의 흐름이 오색으로 전해졌다. 특이하지만 마음이 가는 장소에서, 우리의 마음에 살고 있는 어떤 어떤 사람들이 펼치는 이야기, 모두 사연이 있고 그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끄집어 낼 때 채현선의 소설이 모인다. 독자의 마음은 매혹된다.

 

마리오정원, 채현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