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 안아 주고 싶은 그녀들

 

 띠지를 보니, ’만화가들의 만화가’인 마츠모토 타이요가 극찬을 했다고 씌어 있다.

 <마녀>. 이가라시 다이스케. 생소한 이름.

일본에서 무슨무슨 상을 탔다고 역시 띠지에 씌어 있는데, 역시 생소한 상.

만화계에 대한 나의 식견이 월급통장 잔액만큼 적긴 하지만,

나 같은 이의 무지가 일반 만화 독자의 역시 일반적인 이해 수준일 터이므로,

작가 이가라시 다이스케와 그의 작품 <마녀>가 받은 상 모두, 낯설고 생소하다.

 

그러나 읽다 보니, 마츠모토 타이요가 극찬할 만하다.

’만화가들의 만화가’라는 뉘앙스 자체가 약간 매니아적, 컬트적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보니

<마녀> 역시 마츠모토 타이요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이 그대로 느껴진다.

한술 더 떠 <마녀>는 오컬트다. 그러나 이들에게 컬트, 오컬트 하는 것은 정확한 표현이 아니다.

그저,

 ’마츠모토 타이요는 마츠모토 타이요다!’ 라거나,
’이것이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세계다!’라고 하는 편이 더 좋겠다.

온라인 검색에서도, 브리태니커에서도 그들을 정확히 표현할 단어를 찾기 어려우니,

그들의 이름으로 그들을 정의하는 게 가장 빠르고 정확하지 않을까.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나의 짧은 식견과 짧은 어휘보다도 더 말을 아끼려한다.

읽어 보았으면. 마녀를 만났으면 하기에.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세계에서 마녀는, 파리의 춤으로 사람 다섯의 목숨을 순식간에 앗아가는 마녀라 할지라도,

안타깝고,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죽이는 마녀와, 살리는 마녀 모두.

 

그러나 자신의 손에 흥건히 묻은 타인의 피를 애써 무시하며 자신들만이 거룩하다 자위하는 어떤 이들은,

세상을 끌어안는 마녀의 뜨거운 피를 음탕하다 손가락질한다.

세상의 실로 짠 의복은 모두 녹아내리고, 오로지 마녀는 순결한 자신의 몸으로 날카롭게 폭주하는

’페트라 게니탈릭스’를 끌어안는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느냐고, 그들을 위해 왜 그렇게까지 해야하느냐고 묻는 소녀에게,

마녀가 될 소녀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소중한 사람들이 불행해졌을 때, 하는 수 없다고 체념하는 사람을 넌 좋아할 수 있겠니?"
" ’마녀’는 생각하지 않아. ’마녀’는 그저 알고 있는 거야. 자기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마녀들은 분명한 사명과, 분명한 사랑과, 세상을 향한 분명한 메시지를 심장에 품고 있다.

단호하고 강하며 아름답고도 연약한 그녀들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새삼 <마녀>를 출간한 애니북스에 감사를 전한다.

이가라시 다이스케와 조금 더 비슷한 농도의 숨을 쉬는 일본 독자들조차 만나지 못한 컬러 페이지를, 우리는 만날 수 있으니까.

잉크와 펜 대신 볼펜으로 창조한 그의 거칠고 흔들리는 세상 역시 소중하지만,

맑고 투명한 그의 수채화 느낌의 풍경 역시 뼛 속의 골수까지도 정화시키는 느낌이다.

 

 

마녀를 만나보길.

그리고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