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가요. 언덕의 느낌은 포근하면서도 아주 커다란 과제를 안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잔잔하지만 결코 잔잔할수 없고 따스한 사랑속에 아픔이 뭍어져 있고 그 아픔을 치유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소망도 함께 녹아 있는 이야기였다.

여성스럽지만 강인함도 뭍어나는 이야기 였다.

잘가요. 언덕에서 늘 애타게 기다렸던 훌쩍이가 웬지 모르게 지금도 종을 치면서 기다리는 것 같은 영상이 보여지는 것 같다. 장편이지만 결코 장편으로 느껴지지 않은 우리의 삶이며 역사며 아픔이며 치유되어야하는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황포수와 용이 순이와 가즈오, 훌쩍이, 백호, 육발이, 엄마별, 용서, 아품, 역사 이 모든 것이 잘가요. 언덕에 모두 모두 메아리친다. 차인표의 그동안의 선행이 고스란히 뭍어나는 느낌도 받았다. 과연 이런 이야기를 끄집어 낼 수 있는 힘이 그에게서 저절로 나온 것이 아닌 듯 싶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과연 많은 역사를 같이 숨쉬면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과의 관계속에서 우리가 맺힌 여러 가지 역사적인 아픔을 크게 파헤치지 않아도 어느 누구 하나도 잊을 수 없는 과거이며 우리의 아픔이다.

과연 작가는 일본의 만행을 큰 파도로서 표현하지 않았지만 잔잔한 그 물결속에서도 우리는 느낄 수 있는 우리 역사의 아픔이 되살아나고 있다.

그들이 한 역사적 사실에 책임을 지고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가즈오라는 인물이 우리에게 사죄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랑이 마을에서 지냈던 짧지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다시 되돌아보고 용서하고자 했던 가즈오 어쩌면 그 가즈오 또한 인간으로서 피해자였을지도 모르겠다. 같은 인간으로서 자기 나라의 그러한 만행을 따르면서 느껴지는 그 참담함을 고스란히 뭍고 해야만 했기에 말이다.

단 한사람 순이를 통해 자신이 그동안 했던 아니 자신의 민족이 했던 그 모든 것의 작은 티끌이라도 용서를 구해고자 했다.

하지만 결코 순이를 온전히 구하지도 용서도 할 수 없는 상황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되었지만 그들의 행동은 많은 것을 우리에게 또 생각하고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지고 있다.

용이는 용서를 구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용서할 수 있냐고 오히려 반문을 한다. 하지마별이 너무 보고 싶고 엄마가 너무 소중하니까 어쩌면 이 모든 현실은 인간의 주체할 수 없는 끝없는 욕심이 화를 만들었을 것이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언젠가 서로 손을 맞잡고 함께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혼자서 살 수 없기에 인간은 또 같은 하늘 아래 땅 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면서 하루하루 내일을 보면서 살아가고 있다.

순이가 간절히 바라보았던 엄마별은 순이만의 별이 되는 것이 아니다. 모든 살아있는 생물이 같이 보고 느끼고 소망을 갖게 된다.

단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역사속 그 수많은 고통을 받고 참아야했던 그 사실을 인정하고 또다시 되풀이 되지 않고 결코 있을수 있는 상황을 만들지 말고 인간답게 서로 어우러져 살아야겠다.

자신의 아픔상처만 바라 보고 있기엔 우리가 앞으로 펼쳐질 세상에 대한 도전을 멈추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 상처를 잘 다독여서 잘 아물고 더 강하고 굳은 의지로 똘똘 뭉쳐진 자신만의 새로움을 만들어야겠다.

엄마와 동생을 데리고 갔던 호랑이였지만 결국 용이는 아기호랑이를 죽이지 못했다.

결국 우리의 역사를 뿌리째 뽑을 수 없는 것이다. 새로운 새싹으로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