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나 인질은 대장이 직접 심문한다.(로마인 이야기에서도 그랬다)

노부나가는 병사들 각자가 가져온 말뚝으로 방책을 만들어 세우도록 했다. 천하에 용맹을 떨친 다케다의 기마군단을 이 방책으로 저지하고, 3천 자루의 총포로 일제 사격을 가한다. 이것이 노부나가의 필승 전법이었다. 

노부나가는 3천의 총포대를 셋으로 나누어 총 1천 자루씩 교대로 탄환을 장전시켜 잇따라 발사하도록 대비해 놓았던 것이다. 

지금까지 무사들의 싸움은 1대1의 싸움이었다. 그러나 천재인 노부나가는 전법을 바꾸어 놓았다. 그는 근대전을 나가시노 전투에 도입했던 것이다. 

총성이 울릴 때마다 다케다 기마대의 시체가 뒹굴었던 것이다. 여기에 쐐기를 박듯이 오다와 도쿠가와 연합군이 공격해 들어갔다.

싸움은 몇 시간만에 끝났다. 

나가시노 전투로 다케다군의 사상자는 1만2천. 재기불능 상태의 패배였다. 

다케다 가쓰요리는 3천의 군사를 데리고 고슈로 도주했다. 어제까지의 위용을 생각하면 이것은 악몽이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나가시노의 승전은 노부나가의 위치를 반석 위에 올려 놓았다. 노부나가는 파죽지세로 천하통일에 매진했다.

일부다처제였던 이 시대에는 임신했을 경우 다른 여자를 권하는 것이 여자가 할 일중 하나였다. 

비록 좋지 않은 일이라도 마음의 교훈이 될 것일세. 말해보게. 

도쿠히메와 노부야스의 사이를 갈라놓기 위해 들어간 아야메는 최근에 이르러 노부야스를 진정으로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러므로 요즘에 이상하게도 성격이 거칠어진 노부야스를 보고 작은 가슴을 태우게 되었다. 

너는 아이를 낳지 못했어. 나는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다른 여자에게 낳도록 할 생각이다. 

지금 너는 나의 비호가 없으면 이 성에 살 수 없어. 다케다는 싸움에 패하고 켄게이는 어디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으니까..

전과 다름없이 도련님의 총애를 받으면서 이 기쿠노에게 아이를 낳게 하라는 말이다. 도쿠히메에게 총애를 빼앗기거나 기쿠노를 질투하거나 하면 용서하지 않겠다. 

.....

도련님이 전사하면 어떡하지? 나는 도련님의 아이를 낳으라고 마님이 보낸 여자.. 그런데 아직 낳지 못했다고 기쿠노까지 들여보낸 쓰키야마 마님. 기쿠노도 도쿠히메에게 맡겨지고 말았다. 나는 돌아갈 집도 없고, 이대로 가면 마님이 용서할 리 없다.

그렇다. 도련님의 사랑을 받고 있는 동안에...

아무데도 기댈 곳이 없는 여자. 강하지도 못하고 반항할 줄도 모르는 여자.

다만 이렇게 되는 것이 여자의 숙명이라 믿는 여자.

도련님. 저는 먼저 갑니다. 짧은 동안이었지만 아야메는 행복했어요. 

이튿날 아침 아야메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정원에 도저히 가능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 낮은 소나무 가지에 목을 메어 죽어 있었던 것이다. 

양쪽 모두 몇 년 동안 힘을 길러왔기 때문에 어느 쪽이 이긴다고 단정할 수 없습니다.

참으로 다행이야. 그래야만 나도 안심하고 주코쿠 토벌에 병력을 할애할 수 있으니까.

이에야스는 아직 혼자서는 다케다를 멸망시킬 수 없어. 언젠가는 내 손으로 쐐기를 박게 될 거야.

그럼, 고슈를 먼저 공격하면 어떻겠습니까?

바보 같은 소린 하지 마라. 그렇게 하면 도쿠가와의 힘이 강해지기 때문에 나는 안심하고 서쪽으로 군사를 동원할 수 없게 되지 않겠는가. 그렇다고 다케다가 이겨도 곤란해. 

그런 우려가 있었군요. 

도쿠가와는 패망할 재앙의 씨를 내부에 갖고 있다. 

그렇다. 손을 써 둬야겠군.

노히메. 도쿠히메가 보낸 편지가 있었지? 2년 전에 쓰키야마와 노부야스에 대한 불만을 호소해온 편지 말이야.

새삼스럽게 그런 것을 무엇하시려고? 이 편지를 증거로 누군가의 책임을 물으시려는 건가요?

가쓰요리가 힘을 비축하여 다시 도쿠가와에게 도전했어. 그렇다면 이 편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되지. 다케다와 내통할 씨는 아직 남은 채로 있으니까. 그 재앙의 씨를 근절시키지 않으면 이에야스는 위험할거야.

그럼 쓰키야마 마님을....

쓰키야마와 그 아들 노부야스를 없애야겠어.

예? 그것은 안 됩니다

어째서?

우대신 노부나가공이 외딸의 남편을 죽였다고 하면 후세에까지 큰 상처로 남을 거예요.

우대신이기에 죽여야 하는 거야.

무슨 뜻인지 모르?군요. 좀 더 알기 쉽게 가르쳐 주세요.

그대는 아직 자기가 오다 가즈사노카미의 아내인 줄 알고 있는 모양이군. 내가 가즈사노카미로 남아 있다면 어디까지나 미카와의 친척과 결속하여 서로 살아남아 있어야 하겠지. 그러나 우대신이 되고 보면 모든 것을 천하를 위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천하를 어지럽히는 자, 국내의 평정을 방해하는 자는 사위가 아니라 내 자식이라도 용서할 수 없어. 

이 도리를 모른다면 그대는 아직 한 다이묘의 아내에 지나지 않는 거야. 

그렇다면 저도 죽여 주십시오. 

뭣이? 어째서 죽겠다는 말인가.

억울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노부야스를 죽이면 그대는 억울한가?

노부야스의 일이 아닙니다. 그때문에 도쿠히메의 생애에도 쓰키야마 마님의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같은 여자의 몸으로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여자는 남자의 장난감이 아닙니다. 비록 그것이 아무리 천하를 위한 일이라고 여기에 동의한다면 여자로서의 마음이 용서하지 않습니다. 

과연 그럴까?

쓰키야마 마님은 난세가 낳은 가엾은 희생자. 도쿠히메 역시 노부야스가 미워서 그런 편지를 보낸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는 데서 오는 갈등... 저는 그것이 여자의 운명인 것 같아 더욱 슬픈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주군은 이것을 방패로 삼아 도쿠히메로부터 남편을 ?앗고 쓰키야마 마님을 없애려 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똑같이 어리석은 여자이니 어서 죽여 주십시오. 

(놀랐어. 이처럼 강한 태도로 내게 저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야)

노히메. 지금 한 이야기는 백지로 돌리겠어. 그리고 노부야스가 가신들에게 어떤 평을 듣고 있는지 두 사람에게 물어보기로 하겠어. 그 결과 노부야스를 죽이겠다고 한 내 말에 무리가 있었다면 깨끗이 물에 흘려 보내겠어. 그 대신 그대에게 무리가 있었다면 다시는 간섭하지 말도록 해.

부르셨습니까?

좀더 가까이 오게. 축성공사를 돕는 일이 그대같은 백전노장에게는 익숙지 않을텐데. 정말 잘 도와주었네.

고마우신 말씀입니다. 

그런데 가쓰요리가 또 움직이기 시작했네. 요시다 성의 사카이 다다쓰구, 후타마타 성의 오쿠보 다다요. 두 사람이 없으면 이에야스도 곤란할 것일세. 빨리 돌아가 성을 굳건히 지키는 것이 좋겠네. 

예. 알겠습니다.

오늘은 나도 한가하니 같이 술잔이라도 나누세.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정 2품 우대신인 노부나가로부터 이처럼 잔을 받는다는 것은 두 사람에게 있어서는 더할 나위 없이 명예로운 일이었다. 

그런데 이것은 다른 사람에게는 말할 수 없는 일이어서 자네들에게 묻겠네. 내 사위의 평이 별로 좋지 않다는 데 어째서일까?

황송합니다마는 혈기가 왕성하신 것을 보고 그렇게 말하는 자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참으로 무용이 출중하시어 때로는 진중에서까지 저희와 같은 늙은이들을 꾸짖으십니다. 때문에 그런 험담을 하는 자가 생긴 것 같습니다.

허>그것은 아직 고생하신 일이 없기 때문인가 합니다. 중신들이 충고하고 있으므로 곧 깨닫게 되시리라 믿습니다.

상당히 신경질도 잘 낸다고 하더군. 언젠가 매사냥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승려를 죽였다면서?

예. 실은 그때 이 다다요가 주군의 명을 받들고 오카자키에 가서 훈계의 말씀을 전했습니다. 

그때 노부야스는 무어라고 하던가?

황송하게도 우대신님의 예를 드시면서 노부나가공도 히에이 산을 불사르고 몇 천 명의 승려를 죽였다. 내가 죽인 것은 단 한 사람이고 지금은 후회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탓하지 말라고..

참고삼아 말하겠는데, 나는 아직 자신의 신경질 때문에 승려를 죽인 일은 한 번도 없네. 승려의 몸으로 군사를 양성하고 무력으로 천하의 평화를 어지럽혔어. 이것은 승려의 탈을 쓴 가증스런 역적이기 때문에 가차없이 처단한 거야.

그것과 이 일을 혼동하다니 노부야스는 버르장머리가 없군.

왜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는가? 그런데 쓰키야마 마님은 여전하신가?

예. 실은 그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도련님의 벗어난 행동은 모두 마님의 영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렇습니다. 도련님은 훌륭한 대장이십니다.

마님의 집념은 여간이 아니어서 아직도 임가와 가문의 전성시대를 입에 올리고 계십니다.

그러니까 마님이 노부야스를 잘못 이끌고 있다는 말이로군. 지금도 나를 요시모토으 원수라는 말을 하고 있나.

예. 참으로 불가사의한 집념입니다. 

나는 교토에서 요시모토의 아들 우지자네에게 공차기 놀이를 시키고 그것을 구경한 일이 있네. 우지자네는 아버지의 원수인 내 앞에서 공차는 일이 즐거운 것 같았어. 

그럼, 도쿠히메가 아직까지 후계자를 낳지 못하는 것을 좋아하고 있겠군. 혹시 소실이라도 구하고 있나?

그것도 마님 혼자 서두르고 계십니다. 도련님은 젊으시므로 아무도 걱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좋아, 여러가지로 오카자키의 사정을 알게 되어 즐거웠네. 자 한잔 더 하고 물러가 쉬도록 하게.

뜻하지 않은 온정을 입어 너무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무용이 출중한 가쓰요리조차도 가이의 뒤를 잇기에는 부족해... 그런데 노부야스는 화가 나면 시녀의 입을 찔러 죽이고, 승려를  말에 매달아 죽이고 있어. 게다가 그 뒤에는 아직도 나를 원수로 여겨 저주하는 어머니가 딸려 있어. 그 집념과 노부야스의 경솔함이 하나로 어우러지면 내부에서 이에야스의 목에 올가미를 씌우게 될지도 몰라.

노히메. 이에야스가 쓰러지면 동부 일본은 다시 난세로 돌아가게 되는 거야. 

주군. 노부나가놈이 드디어 본색을 드러냈습니다.

삼가거라. 그게 무슨 말버릇인가.. 무슨 일인가? 다다쓰구와 다다요에게 무슨 말이라도 들었나.

예, 두 사람 모두 지금 사색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주군, 노부나가가 큰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두 사람에게 직접 말을 들어보십시오. 

알겠다. 그들을 부르게.

두 사람 모두 수고했네.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는가?

예. 노부나가공은 오카자키의 도련님, 쓰키야마 마님의 처단을 요구했습니다.

뭣이!

노부나가공은 다른 가문의 일까지 간섭하려 든다는 말인가? 우리는 노부나가의 가신이 아니야.

진정하게... 다다쓰구. 자네는 이 요구를 승락하고 왔는가?

당치도 않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그런 일을 마음대로 승낙할 수 있겠습니까?

음.. 무엇 때문에 그런 요구를 한단 말인가?

이유는 12개 조항입니다. 저희는 지금 정신이 없어 순서대로 말씀드리지는 못하겠습니다. 용서하십시오.

첫째는 요즘 오카자기 부근에서 유행하고 있는 춤에 대해서였습니다. 그 춤은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덴가쿠하잠에서 쓰러지고 그 아들 우지자네가 뒤를 잇자 요원의 불길처럼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백성들이 영주를 믿지 못하게 되었을 때 유행하는 망국적인 춤. 

둘째로 그 춤은 이마가와 가문이 쓰러질 때 우지자네도 즐겨 추고, 그러다가 이마가와 가문을 멸망시켰는데...

사부로(노부야스)도 그 춤을 좋아하여 스스로 이 마을 저 마을을 찾아다니며 춤을 출 뿐만 아니라, 춤이 서투른 자를 보면 화를 내어 활로 쏘아 죽였다. 이것은 영주가 될 자로서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

노부야스가 정말 그런 일을 했단 말인가? 

예, 그렇습니다.

소실인 아야메가 목을 매어 자결한 뒤 약간 실성하셔서...

어째서 그것을 내게 알라지 않았느냐? 

말씀드리면 주군은 크게 꾸짖으실 것입니다. 그러면 도련님은 이것을 고한 중신들에게 분노를 터뜨리십니다.

그럼, 셋째는?

셋째는 매사냥에서 돌아오는 길에 승려의 목에 밧줄을 매고 말로 끌고 다니면서 죽이신 일입니다.

넷째는?

사카키바라 호헤이타가 자주 간언을 한다고 화를 내시고 활로 사살하시려 한 일입니다.

뭣이...

고헤이타, 정말 그런 일이 있었는가?

예. 

그래서 어떻게 했느냐? 화살을 피했는가?

죄 없는 이 사람을 죽이시면 주군이 어떻게 여기시겠는가. 이렇게 말씀드리자 안색을 누그러뜨리시고 안으로 들어가셨습니다. 

(나도 모르는 일을 노부나가는 속속들이 알고 있군)

다섯 째는?

도쿠히메님이 두 번째 따님을 출산했을 때 아들을 낳지 못한다고 학대하신 일..

그 다음은..

시녀인 고지주를 죽이신 일..

다음은..

쓰키야마 마님이 가쓰요리에게 밀서를 보내 내통하여 오다와 도쿠가와 양가의 멸망을 도모했다는 것입니다.

알겠네. 이제 그만.

노부나가공은 그 성격으로 보아 일단 말한 것은 취소하지 않을 것이다.

주군, 어떻게 하시렵니까? 설마 고분고분 받아들이시지는 않겠지요?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자는 말인가?

싸워야 합니다. 싸우지 않으면 노부야스님의 목숨은 구하지 못합니다. 

기다려. 조급하게 굴면 안 돼

쓰키야마 마님의 일은그렇다 해도 도련님의 일만은 일전을 벌이는 한이 있더라도 받아드일 수 없다고, 즉시 사자를 보내야 합니다. 허락하신다면 이 사쿠자에몬이 사자로 가겠습니다.

서둘러서는 안 된다. 노부나가공도 그런 것을 염두에 두고 지시를 내렸을 것이다.

노부나가공은 미카와의 눈치를 보아야 했던 오와리와 미노의 영주로부터 이미 천하를 다스려야 할 책임 있는 사람으로 입장이 바뀌었어. 옛날과 같이 생각하면 안 돼.

어떻게 할 것인지, 오늘 하룻밤 생각해 보겠네.

이에야스에게 있어 이것은 날벼락을 맞은 것과도 같은 충격이었다. 

노부야는 내가 곁에 두고 가르쳐야 하는 것이었어. 도쿠히메와 쓰키야마를 오카자키에 같이 있게 한 것이 큰 실수였어. 

그렇지 않아도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 더구나 한쪽은 이마가와의 핏줄이고 다른 쪽은 그를 죽인 오다의 딸이 아닌가.. 내가 어리석었어. 노부나가 공이 볼 때 노부야스는 성격도 핏줄도 행실도 또 두뇌도 역량도 크게 모자라는 인간으로 비쳤을 것이다.

용기와 분별이란 점에서도 다케다 가쓰요리에 못 미치고 혈통은 오다 가문을 원수로 여기는 이마가와 피를 받고 있다. 

행실도 난폭한 면이 많아 중신들과 백성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 노부야스가 쓰키야마와 짜고 다케다 가쓰요리의 편이 된다면 동부 일본은 큰 혼란에 빠진다. 노부나가공은 그 점을 면밀히 검토한 끝에 할복을 요구했을 것이 분명하다.

나는 아비로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그러신들은 어떻게 될 것인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 마음은 눈물이 나올 정도로 고맙네. 그러나 할복을 허락할 수 없어.

나도 무장일세. 나를 위해 목이 잘린 사람, 목숨을 떨군 사람이 무수히 많아. 그러한 내가 자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여섯 살 때부터 함께 인질생활을 하면서 고락을 같이한 그대를 할복하게 한다면 내일부터는 신불에게 기도를 드릴 수 없네.

이에야스는 남의 지시로 자기 자식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이에야스 스스로 자식을 처단하기로 결심했다. 그것은 자기가 누구의 가신도 아니라는 것을 천명하는 이에야스의 자존심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에야스는 2백 명의 부하를 거느리고 오카자키로 향했다. 노부야스의 가신이 반항할지도 모르므로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발걸음이 무거운 먼 여행이었다.

오카자키의 노부야스는 그때까지 자신에게 파멸이 올 줄 알지 못하고 있었다.

노부나가는 장인이고 하마마쓰에는 아버지가 있다. 오해를 풀기 위해 여러 가지 교섭을 벌이다보면 반드시 자신의 결백이 밝혀질 것이라 믿고 있었다. 한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은 어머니에게 보낸 가쓰요리의 편지 내용 등이 노부나가의 손에 들어가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있는 한 어떤 해명도 소용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야스는 사후처리를 위해 아직 일어나 있었다. 또 잠을 잘 심경도 아니었다. 

이에야스는 가슴이 터지는 것 같았다. 인간이 하나의 길을 끝까지 밀고 나가기란 이토록 괴롭고 어려운 일이란 말인가..

무장은 일단 명령을 받으면 태산이 무너져도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 거야. 근신을 명했으면 다음 명령이 있을 때까지 근신하는 것이 무장이다.

노부야스는 다른 의미로 해석했다. 오하마는 오카자키와 가깝다. 여기에 있도록 했다가 만약 가신들이 들고 일어나면 어떻게 하나 싶어 아버지의 거성과 가까운 호리에로 옮기려는 것이라고..

아버님은 그토록 나를 위험하게 보시고 있단 말인가.

오카자기에서는 도쿠히메가 노부야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기가 아지츠에 가겠다고 이에야스에게 울면서 부탁했다는 소식이 퍼지자 가신들의 원성은 쓰키야마 마님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색정에 빠져 자기 자식을 망쳐 놓는다. 이것이야말로 악처, 악한 어머니의 본보기가 아닐 수 없어.

그러나 이에야스는 그들이 죽이과 왔다는 것을 민감하게 깨달았다.

알겠네. 그만 물러가게. 

도대체 이 불행의 원인은 무엇이란 마린가. 나와 쓰키야마의 불화가 원인일까? 

그 불화의 원인은 이마가와 요시모토가 노부나가의 손에 목을 넘겨준 데에 있다.

하지만 노부나가가 그를 치지 않았다면 요시모토가 노부나가의 목을 쳤을 것이 분명하다.

이 난세가 저주스럽기만 하다.

오하쓰. 이런 일이 생길 때까지 달이나 꽃 같은 것엔 관심도 없었는데, 즐거움이란 생각지 않는 곳에 있는 모양이구나.

아버지는 전국시대의 사나이답게 조심성과 끈기가 있고, 어머니는 여자란 입장에 너무 집착하여 조금도 자신을 굽히지 않았어.

아버지처럼 자랐으면 아버지처럼 될 것이고, 어머니처럼 자랐다면 대개는 어머니같이 될 것이다.

예. 오다와 도쿠가와 사이에는 아무일도 생기지 않았습니다.

과연 이에야스답군. 사태를 잘 수습했어.

예, 그 강한 인내심에는 그저 탄복할 뿐입니다.

당연히 우에스기 가문에서는 후계자를 둘러싼 분쟁이 일어났다. 우지마사는 의당 가쓰요리가 사부로 가게토리를 뒷받침할 것이라 기대했으나, 가쓰요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동안 사부로 가게토리는 '오타테의 난'이라는 반란에 말려들어 살해되고 말았다. 

그 후부터 호조 우지마사는 가쓰요리에게 등을 돌렸다.

자기 매제와도 인연을 끊고 적에게 돌아설 만큼 이엥야스에게는 매력이 있었다는 말인가.

지금 이 부부에게도 비극의 싹이 트기 시작하고 있다. 

전쟁은 싸움터에서만 하는 게 아니야. 자기 고집을 버리지 않고 끝까지 적에게 굴하지 않았다는 긍지는 싸우고 또 싸우는 것과 마찬가지야.

그 무렵, 다케다 가쓰요리는 미시마에서 호조군과 대치하고 있어 움직일 수 없는 상태였다.

가쓰요리는 호조와 일전을 벌이려고 했으나 중신들이 강력하게 반대했다. 

오다, 도쿠가와, 호조 등 3대 세력을 적으로 돌린 지금은 전열을 가다듬고 병사를 양성할 때라는 것이 중신들의 의견이었다. 

가쓰요리는 어쩔 수 없이 병사를 후퇴시켰다.

1574년, 오다의 원군이 미처 당도하기 전에 가쓰요리의 손에 떨어졌던 다카텐진 성이 이번에는 가쓰요리의 원병이 오지 않아 이에야스에게 다시 빼앗겼다. 1581년은 결국 가쓰요리의 생애에서 나가시노 패전에 이어 또 다시 쓰라린 해가 되었다. 

사마노카미는 나의 매제인데 내게 칼을 들었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용서할 수 없다. 즉시 출병할 것이다.

출병하신다는 말씀입니까?

당연하지 않은가. 이대로 두면 나의 체면이 말이 아니고 주위에 미치는 영향도 아주 커. 곧 장수들에게 출병을 통보하거라.

주군은 이렇게 된 원인을 깨닫지 못하게 계시다.

가쓰요리님. 왜 그렇게 계속 싸우려 하십니까. 춘하추동 끊임없이 싸우기만 하면 백성들을 돌볼 틈이 없고, 장수들도 빈번한 전투로 자멸의 길을 밟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제인 기소 요시마사가 노부나가에게 간 것도 이대로는 자멸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쓰요리님. 이제 다케다는 멸망하게 되었습니다.

다케다 신겐은 가이의 산 속에서 백성들을 살찌우고 군사를 양성하면서 때를 기다렸다가 싸움에 임했다. 그래서 일본 제일의 군단이라 불릴 만큼 강해졌다. 가쓰요리가 아버지를 본받는다면 다시 강해질 것이다. 그렇게 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지금은 백성들도 군사들도 피로가 겹쳐 있다. 다케다를 치는 것은 지금이 가장 좋을 때다. 

이번에 가쓰요리가 출병한다는 말을 듣고 가이에서 도망하는 군사들이 속출하고 있다는 말이 있네.

하지만 아무도 그 사실을 가쓰요리에게 보고하지 않는다는 거야. 이것은 다케다의 장병들이 가쓰요리를 버렸다는 증거라 할 수 있어.

부탁하네. 다케다에게는 뛰어난 장수가 많아 한 사람이라도 더 우리편에 끌어들이고 싶네.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아들 우지자네가 그러했다. 

이에야스의 아들 노부야스도 가신들의 신뢰를 얻지 못했다.

지금 신겐의 아들 가쓰요리 역시 아버지가 피와 땀으로 쌓아올린 것을 잃으려 하고 있었다.

고후에 도착하기는 했으나 가쓰요리에게는 적을 맞아 싸울 성이 없었다. 다케다 신겐은 사람이 곧 성, 사람이 곧 울타리, 사람이 곧 해자.. 라고 하면서 성을 쌓지 않았었다. 사실 다케다 신겐의 가신들은 자기 영지에 적을 들여놓은 적이 없고, 싸우는 것은 언제나 남의 영지에서였다. 

가쓰요리 대에 이르러 고후 서쪽 나라사키의 험준한 산악에 성을 쌓기 시작했으나, 아직 완성되지 않고 있었다. 

여자들은 의미를 납득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공격을 받아본 일이 없고, 싸움은 어딘가 멀리서 하는 것, 그리고 반드시 이기고 돌아올 줄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가이, 시나노, 스루가, 도토우미, 미카와에까지 세력을 뻗치고 있던 가쓰요리도 지금은 아녀자들과 더불어 배를 주리면서 산야를 헤매고 있었다.

처음에는 1천 명 정도이던 군사들도 어느 틈에 모?까할 형편이었다.

오다군은 추격의 발길을 멈추지 않았다. 

이에야스의 걱정을 날려보낼 호화로운 계획을 세워 깜짝 놀라도록 만들게.

예. 이것은 매우 중요한 역할이다.

주군은 이에야스를 친척으로 맞이하여 깜짝 놀라도록 만들라고 하셨다. 

이것은 이에야스에게는 친척으로 대하는 것처럼 믿게 하고, 천하의 제후들에게는 이에야스가 스루가의 영지를 하사받은 답례로 신하의 예를 올리기 위해 아즈치에 오는 것으로 믿도록 하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숙소도 훌륭해야 하고, 식사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 여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분수에 넘치는 대접은 상대에 대한 아첨이 되어 오히려 이쪽의 위광을 손상시키게 된다. 벽화는 그렇다 해도 가구와 집기는 세상에 둘도 없는 것들뿐이 아니냐. 이에야스를 그렇게 접대했다가 만약 황공하게도 천황이나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면 어떻게 접대하겠단 말이냐..

알겠나. 어떤 어려운 문제가 생기더라도 참아야 하네. 무슨 일에나 인내가 최선일세. 모두에게 소란을 피우지 말라고 전하게. 

주군의 행동은 전광석화와 같다. 알겠나. 어떤 문제가 생긴다 해도 소요를 일으켜서는 안 된다.

주군은 벼락을 거두셨습니다.

아니, 벼락을 거두시다니?

주위 사람들의 만류로 천둥번개가 걷히고 활짝 갠 날씨가 되었습니다. 접대할 분을 바꾼다는 사실이 이미 오카자키에 오신 귀빈에게 알려지면 그쪽에서도 심기가 편치 않을 것이므로 그대로 지금의 일을 계속하시라는 주군의 분부가 있었습니다.

그러면 이대로 일을 계속하라고..

그렇습니다.

분부대로 거행하겠다고 말씀드려 주십시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예.

주위의 권유로 대번에 응어리를 풀었다.... 믿을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이 미쓰히데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말 훌륭합니다. 소임이라고는 하나 히유가노카미님의 수고가 얼마나 많으셨는지 알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저는 모든 피로를 잊었습니다.

그러나 이에야스는 호화롭기 짝이 없는 극진한 대우에 더욱 위압갑을 느끼고 있었다.

미쓰히데, 간토에서 온 손님은 무사히 도착했겠지. 나는 볼일이 생겨 내일은 만날 수 없을지 모르나, 만사에 소홀함이 없도록 환대하게.

예. 잘 알겠습니다.

도쿠가와님으로부터의 선물. 마음뿐인 것에 불과하다면서 주군에게 잘 말씀드려 달라고 했습니다. 이것이 목록입니다. 

읽어보게.

예.

첫？？ 황금 3천 냥. 둘째 말의 갑옷 3백 벌... 

뭣이..

기둥에 조각을 하거나 다도에 거액을 투자하는 우리를 빈정대는 의미도 있을테지. 그리고 말의 갑옷은 동쪽의 방비가 빈틈없다는 뜻의 선물일 것일세.

그 밖에다른 이야기는 없었는가?

아 참. 있었습니다. 이번 여행을 끝내면 도쿠가와님도 곧 출전하실 것이므로 상황을 살피기 위해 하시바의 진중에 중신을 파견했다고 합니다.

뭣이. 미쓰히데, 어째서 그 이야기를 제일 먼저 하지 않았어? 그대의 머리는 장식품이란 말인가?

이에야스는 현재 나에 버금가는 다이묘야. 그런데도 이번 싸움에는 원숭이가 대장. 그 밑에 들어가도 불만을 갖지 않겠다는 거야. 그런 말을 한 이상 이쪽에서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과연 이에야스는 빈틈이 없어. 그것을 깨닫지 못하다니. 그대에게 접대를 맡긴 것은 역시 실수였던 것 같다.

미쓰히데. 그대가 웃음거리가 되면 내가 웃음거리가 되는 것과 마찬가지야.

좋아. 그대가 체면을 세울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겠다. 이 황금 3천 냥 가운데서 천 냥을 즉시 이에야스에게 돌려주도록.

황송합니다마는 그렇게 하면 도쿠가와 님에게 실례가 되지 않을까 합니다.

멍청한 놈아.

체면을 세워주겠다는데 모르？募募？ 말이냐? 말의 갑옷만은 고맙게 받겠다. 다만 도쿠가와님은 앞으로 교토에 가게 되면 여로 모로 비용이 들 것이므로 황금은 2천 냥만 받고 나며지 1천 냥은 비용으로 쓰라. 이렇게 이야기하란 말이다.

알？募째？. 이에야스도 그대도 이 노부나가의 부하야. 나를 가볍게 여기면 용서하지 않겠다.

노부나가는 3천 냥은 지나친 선물이라는 조롱과 함께 자신의 위력을 과시할 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주어야 하는 아？P 미쓰히데로서는 어린아이 취급을 받는 것과 ？Сぐ≠熾뉘？.

그러나 노부나가의 엄명이므로 돌려주지 않을 수 없었다. 54만 석을 영유한 아케치 미쓰히데에게는 참을 수 없는 굴욕이었다.

말의 갑옷은 요긴하게 쓰겠으나, 황금 1천 냥은 반납한단 말이오?

예. 앞으로 여행하시는 데 비용이 많이 들 것이므로...

여행비용은 따로 마련했으니 염려하지 마사라고 다시 전해주시오.

그러나 이것은 주군의 엄명입니다. 

우대신님의 뜻은 잘 알고 있어요. 여러 방면의 지출이 있을 것이므로 재정이 넉넉지 못하리라 염려하시는 것 같으나, 우리 모두가 근검절약하며 생활해온 것은 만일의 경우에 도움이 되기 위해서였소. 우대신님의 주코쿠 출병은 일본의 통일을 이룰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대한 싸움이고, 만민이 갈망하는 평화의 기틀이 되는 것이오. 이러한 천재일우의 기회에 도움을 드린다는 것은 이에야스에게 큰 기쁨이요.

도쿠가와님. 이 미쓰히데가 목숨을 걸고 드리는 부탁입니다.

목숨을 건 부탁?

우대신님은 한 번 말씀하신 일은 다시 거두지 않습니다. 일단 받았던 선물을 반환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지만, 우대신님의 엄명이므로 양해해 주십시오. 

허어. 엄명이란 말이군요. 엄명이라면 히유가노카미님의 입장도 고려해야 하겠군요. 

알겠습니다. 본의는 아니지만 그 1천냥은 이에야스가 인수하겠소. 

죄송합니다.

만약 도쿠가와가 거잘했다면 나는 할복할 수밖에 없었따. 남을 섬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야...

하지만 그 튿날.

뭣이. 나를 해임한다는 말입니까.

그렇소. 즉시 빗추에 가서 하시바 치쿠젠노카미 히데요시 휘하의 후군이 되라는 명령이 내렸소. 이것이 통고문이오. 

히유가 노카미님. 특사의 말을 우리도 들었습니다. 이것은 우리 가문으로서는 다시 없는 굴욕입니다.

히유가노카미님은 아케치 일가의 대장이십니다. 노부나가공의 가신 중에 우리 가문을 능가하는 것은 에치젠의 기타노쇼에 75만석을 영유한 시바타 가쓰이에 한 사람뿐입니다. 

이런 명문인 우리를 하찮은 다이묘에 불과한 이케다나 호리의 아래에 놓고, 또한 하급 병졸 출신인 히데요시의 지휘를 받으라니 분개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분노한다고 해결되는 일이 아닐세.

명령이므로 따를 수밖에 없네.

참아야 해. 무슨 일에나 참아야만 하는 거야.

그러나 가신들은 참을 수 없었다. 이에야스를 접대하기 위해 마련한 음식 중에서 고기와 생선을 모두 강물에 던져 버렸다. 

이것은 이에야스에게 실례가 되는 일인 동시에 우대신 노부나가의 머리에 분뇨를 퍼붓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다. 

그 직후, 아오야마 요시후사가 노부나가의 특사로 왔다. 

순간 미쓰히데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할복ㅇ르 명하러 온 줄로 착각했던 것이다.

기뻐하십시오. 히유가노카미님.

예?

주군께서 이번의 역할 교대에 몹시 마음을 쓰고 계십니다. 그래서 이즈모와 이와미의 두 두 지방을 하사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예?

이즈모와 이와미의 두 곳을 포함하는 산인도 지방을 모두 히유가노카미님에게 내리신다고 하셨습니다.

...... 감사힙니다.

곧 영지로 돌아가 출전을 준비하십시오. 

예...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 이즈모와 이와미는 아직 적의 영지인데, 이것을 빼앗아 나의 영지로 삼으라는 말일까? 또는 그 대신 지금의 영지인 단바와 오우미를 회수하겠다는 말일까?

그렇다. 틀림없이 후자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내가 이즈모와 이와미를 공략하고 차지하지 못하면 나는 영지를 갖지 못한 다이묘가 된다.

음흉한 책략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