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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5일부터 시작된 로마인 이야기 읽기.
이제 13권이다.
역사는 사람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본다고 시오노 나나미가 말했다.
역사는 흥미롭고,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재미와 감동을 준다. 삶을 사는 지혜도 보너스다..
이전에도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는데, 그 때와 마찬가지로 흥미롭다.
차이점은 15권으로 된 만큼 분량이 방대하다.
그리고 3세기 이후의 로마로 오니 황제도 자주 바뀌고, 진행도 복잡해 조금은 기억하기 어렵다.
게다가 이전에 읽었던 내용도 희미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평소 지도 보는 것을 좋아하고, 운전할 때도 네비게이션 없이도 길을 잘 찾아가지만, 유럽의 지리는 전혀 모른다.
시오노 나나미는 사소한 것 까지도 자세히 묘사한다.(이런 면에서 프로 정신이 느껴진다.)
예를 들면 군단의 행군 경로 혹은 주위 위치와의 역학 관계 등을 설명할 때 지도와 함께 자세히 설명하지만, 사실 그런 부분은 그냥 건너뛰고 읽는다.
3세기의 인플레이션. 과거 인플레에 관한 책에서 인류 역사상 4번의 큰 인플레이션을 이야기 했다.
처음이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원정 후 다량의 금 유입으로 인플레, 로마 3세기의 인플레, 프랑스 혁명 당시 인플레, 1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 바이마흐 공화국의 인플레.
시오노 나나미도 이 부분을 일부 다루고 있다.
이런 것만 봐도, 시오노 나나미는 대단한 것 같다. 하지만 로마인 이야기를 읽는 나로서는 이런 부분을 자세히 보기엔, 책 내용이 너무 많다.
시오노 나나미는 인물 위주의 통사를 쓴다고 했다.
나도 인물 위주로 읽고 있다. 누가 어떤 성장 배경을 가지고, 어떻게 살았고, 어떤 문제에 어떻게 대처했는가..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이것이 중요하다.
이유는 내 삶을 의미있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과연 어떠한 삶을 살아야 할지 길을 알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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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에게 맡기기가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의 기본 전술이 되어간다.
제국이 직면한 현실과 자신이 가진 재능의 성질을 냉철하게 직시했다면, 자연히 그런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니었다.

야만족의 침입이 상례가 되면, 그 땅에는 아무도 살지 않게 된다.
겁에 질린 주민은 안전한 도시로 흘러든다.
지방 인구는 줄어들고 도시 인구는 늘어나는 지방 과소화와 도시 과밀화의 시작이다. 이
런 균형 관계가 깨지면, 그 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것은 생산성 저하와 실업자 증가다.
이것을 막는 길은 안전보장뿐이다.
국토를 방위하여 평화를 유지하려고 애쓰는 방법밖에 없었다.

도적 집단의 질적 향상. 로마 군단에서 제대한 병사나 야만족 중에서 난폭한 자들이 모인 집단으로 모습을 바꾼 것.
어쨌든 도적 집단에 대처하기 위해 황제가 직접 로마 정규군을 이끌고 나가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는 먼저 문제의 우선순위를 정한 다음, 잠시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차례로 전선을 돌아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다.

전쟁터에서는 후방에서 명령을 내리는 사령관이 많은데, 막시미아누스는 언제나 전선에 있었다.

배우기에 적당한 시가 20~30세.
배우지 않고 이 시기를 보낸 사람은 평생 배우지 못하고 끝난다.
당시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무명이었지만, 뛰어난 관찰력의 소유자였을 것이다.

자신의 한계를 아는 능력이 있고, 그것을 토대로 방침을 세울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려면 미련을 갖지 않고 산뜻한 자세가 필요하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별로 미련을 갖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다.

문제 해결의 책임자가 되면 근본적인 해결에 손을 대기보다는 당장의 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황제가 전쟁터 끝에라도 있다는 사실은 적과 싸우는 장병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사회, 경제적으로 혜택받은 기성 계급은 개인주의적이고 소극적인 경향이 강해지고 있었지만..

고대인들은 지중해를 대륙 사이를 갈라놓은 장애물이 아니라 두 대륙을 연결하는 길로 여겨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인간이 알아야 할 모든 것 역사에서 남경필 선생도 중앙에 바다가 있는 유럽과 중앙에 넓은 땅이 있는 중국 대륙의 차이가 양 대 문명의 차이를 만든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군사면에서 두 부제한테도 정제와 동등한 권력을 주었으니까, 계급을 명확히 해두지 않으면 제국은 당장 넷으로 쪼개져버릴 것이다.

너무 당연한 생각이라 특기할 필요도 없어 보이지만,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려 할 때에는 가장 본원적인 명제로 돌아가서 방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이것은 최우선 사항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도 효과적인 방법이다.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고 애쓰는 것은 중요하지만, 거기에만 정신이 팔려 가장 중요한 목적을 놓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평화는 인간 세상에서 최상의 가치다.
하지만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으면 평화는 당장 손에서 넘쳐 흘러버린다.

시대의 변화는 곧 중심이 되는 땅의 변화이기도 했다.

자신의 군사적 재능이 충분치 않다는 것을 자각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군사적 재능이 뛰어난 인재를 발탁하여 성공을 거둔 셈이다.

걱정 거리는 되도록 빨리 줄이는 것이 상책이었다.
언제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겨날지 모르기 때문이다.

전제군주국에서는 모든 권력이 군주에게 집중해 있기 때문에, 왕이 평온하게 바뀐 경우에도 반대파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새 왕은 국내의 반대파를 억누르기 위해 대외적으로 강경한 자세를 취하게 된다.

시급히 대처할 필요가 있어도, 무조건 대담하면 좋은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복잡한 지형에서 싸웠기 때문에, 그런 지형을 전쟁터로 택하면 그들 본래의 능력을 발휘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지형까지 페르시아군을 꾀는 것이지만, 로마군에 대승하여 기분이 좋아진 페르시아 왕은 로마 기병의 도발행위에 숨어 있는 진의를 통찰하지 못했다.

어둠을 틈탄 공격은 승부사 기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면 성공하기 어렵다.
일단 시작하면 도중에 작전을 변경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갈레리우스의 강한 성격이 이번에는 유리하게 작용했다.

로마인은 절대로 패배자한테 발길질을 하지 않소,
그것은 패배자의 심정을 배려한다기보다 로마인 자신의 자존심에 어긋나는 짓이기 때문이오

승리에 들떠 우쭐대지 않는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그 지역의 방위체제를 강화하는 것을 잊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새와 감시탑의 역할은 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상인의 왕래는 허용하면서 적의 내습을 재빨리 탐지하여 후방의 군단 기지를 알리는 것이었다.

제국을 계속 유지하는 어려움과 노고..

신이 정했다고 여겨지는 일도 마찬가지지만, 인간이 결정하고 실행하는 일은 모두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아울러 가지고 있다.

분담은 현재 있는 것을 분할하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는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분담은 각자의 책임을 분명히 해주기 때문에 그들 사이에 경쟁 관계가 생기는 것은 인간의 본성으로 보아 지극히 당연한 결과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좋은 말 생산지가 곧 우수한 기병 생산지이기도 했다.

로마사에서 패배자를 받아들여 활용한 것은 오래 전부터 나타난 현상이다.
300년 동안 속주 출신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2건이다.
이 개방 노선의 유효성을 확신할 수 있었기 때문에, 로마는 토이토부르크 숲의 대참사를 겪은 뒤에도 노선을 변경하지 않았다.(3만5천명의 로마 군이 궤멸된 사건)
황제 아우쿠스투스가 밤마다 가위에 눌린 것도 무리는 아니다.
그래도 71세의 아우구스투스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그 참사에 질려서 패배자를 로마군에 받아들이는 노선을 바꾸었다면 그 후 로마 제국을 특징지은 개방 노선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패권국가는 그 아래에 있는 사람의 안전보장을 가장 중요한 책무로 삼는다.
패권국 로마에서 로마군은 제국의 기둥 같은 존재이기도 하다.
따라서 로마군에서 이루어진 일은 로마 사회의 다른 분야에도 보급될 가능성이 높다.

육체는 소멸되어도 사상은 계승되어.... 모슨 일이든 시작이 중요하다.
로마의 토목기사들은 가도를 놓을 때 처음부터 완전 포장된 4층 구조의 가도를 건설하고, 100년 동안은 보수할 필요가 없다고 호언장담했다.

이질분자든 야만족이든 도입하는 것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도입된 쪽이 로마에 동화하려는 의욕을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로마 쪽에 붙어 있는 편이 유리한 것은 로마가 그들을 지켜주었기 때문이다.
그것을 믿을 수 없게 되면 로마에 등을 돌렸으니까 그들의 배반행위를 비난할 수도 없다.

카라칼라 황제의 칙령이 나온 뒤에는 누구나 갖는 기득권이 되어 그것이 취득권이었던 시대에 가졌던 매력과 이점을 잃어버렸다.
속주민에게 최고의 영예로 여겨진 원로원 의석도 이제 동경의 대상이 아니었을 뿐 아니라, 그 후의 경력에 오히려 불리해진다. 갈리에누스 황제가 원로원 의원은 군대 사령관에 취임할 수 없다는 법률을 제정했기 ？？문이다.
그후 30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가 민간 경력과 군대 경력을 완전히 분리하는 개혁을 단행했다.
2세기 까지는 군단에서 잔다리를 밟아 출세한 사람도 황제의 추천으로 원로원 의원이 되어 정무를 경험한 뒤 군단장으로 복귀하여 다시 군무를 볼 수 있었다.
이렇게 정무와 군무를 둘 다 경험하게 하여 양쪽에 정통한 인재를 키우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로마의 엘리트 양성 시스템도 다 지난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로마군의 야만족화, 로마 제국의 야만족화.
이런 표현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 이해하면 실정을 잘못 볼 위험이 있다. 로마군이 기병을 주전력으로 삼게 되어 야만족화했고, 로마 제국도 군대 경력과 민간 경력이 분리되어 야만족화 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야만족이 로마화할 의욕을 잃어버렸다는 것이고, 로마 제국 자체도 로마답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로마는 패배자 동화 노선을 착실히 추진하여 융성했다.
하지만 300년이지난 3세기 말. 그 노선은 오히려 쇠퇴의 요인이 된다.
전에는 패배자도 로마에 동화되는 것을 기뻐했지만, 이제는 기뻐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제행무상이란 이런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기병위주의 전력 배치. 소규모 충돌 위주의 전쟁.
중세 유럽의 십자군이 군사적으로는 용감히 싸웠는데도 결국 실패한 요인은 유럽에서 익숙해진 전법을 시리아와 팔레스티나에 그대로 옮겨왔기 때문이 아닐까..
로마 제국 후기에도 잃은 땅을 되찾는 것은 기병만으로 할 수 있었지만, 그 땅을 계속 유지하려면 보병이 반드시 필요했다.

이들은 군단 기지에서 정예 병력을 빼낼 때 누구의 허락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리하여 로마 시대 역사가들도 이미 알아치라고 있었던 방위선 전력의 노령화와 약체화가 가속화했다.

게다가 이 흐름은 또 다른 요인으로 더욱 강화된다.
그것은 경쟁 관계에서 생겨나는 각 황제의 세력권 의식이었다.
자기 관할 구역에 다른 황제가 개입하는 것을 바라지 않으니까 남의 관할 구역에도 개입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라도 존재했나 싶을 정도다.
과거의 로마에서는 남이 지휘하는 병력을 필요에 따라 서로 융통해주어, 방위선의 길이를 생각하면 놀랄 만큼 적은 병력으로 그 광대한 로마 제국 전역을 지킬 수 있었다.
로마 가도망의 가장 중요한 존재 이유는 제국의 각 방위선에 배치되어 있는 군단의 신속한 이동이었다.
사두정치는 관할 구역 사이에 벽이라도 세운 것처럼 이 유동성을 차단해버린 것이다.
서로 융통해주는 체제가 없어지만, 자기 휘하의 군사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다.
300년 동안 거의 바뀌지 않은 로마군 병사의 수가 겨우 10년 사이에 갑절로 늘어난 것은 책임 분할로 일어나기 쉬운 관료체제화에도 원인이 있었던 게 아닐까...

군사력 증강은 군사비 증가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세금 증가다.
의무적으로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땅의 넓이가 안전보장과 세금의 관계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 지...
로마의 세금은 수입의 1/10.
그러나 중세에는 농민이 지주인 영주에게 내는 소작료가 50%면 거의 천국이고, 70~80%도 드물지 않았다.
그것은 소작료에 안전 보장비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로마가 안전보장비로 수입의 1/10인 이유는 로마 제국이 넓은 지역에 걸쳐 있고, 그 안에서 필요에 따라 군단을 이동시키는 군사력 융통 체제로 경비를 절약했기 때문이다.
요컨데 필요하지 않을 때라도 병력은 유지해야 한다.
시대는 달라도 이런 현상을 낳는 요인은 변치 않을 것이다.

되풀이 말하지만, 분담은 현재 있는 것을 분할하여 맡긴 것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집정관은 선거로 선출되지만 황제는 종신이다.
이것도 영토가 계속 넓어지고 로마 시민도 그 영토로 계속 진출하는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방책이었다고 생각한다.
전과 마찬가지로 수도 로마에서 열리는 시민 집회에서 계속 집정관을 선출했다면 그것은 유권자 전체의 뜻을 반영하는 것이 아니라 기껏해야 3만 명밖에 안되는 수도 로마 시민의 생각을 반영하는 데 불과했을 것이다.
직접 민주정치가 기능을 발휘하느냐 못하느냐는 유권자의 수와 그들이 사는 땅의 넓이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황제가 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원로원의 승인과 시민의 동의가 필요했다.
다른 원로원 의원들과 마찬가지로 붉은 색 가장자리 장식을 댄 하얀 토가다.
로마 제국에는 대관식이 없다.
대관식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황제가 쓰는 왕관이 없고 황제의 머리에 왕관을 씌워줄 존재가 없기 ？？문이다.
황제의 머리의 관은 시민관으로 전쟁터에서 아군을 구한 병사에게 주는 것이 보통이었다.
황제의 머리에 관을 씌워줄 사람이 없었던 것은 누가 황제가 될 것인가를 결정하고 승인하는 것이 로마에서는 신이 아니라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로마의 신들은 노력하는 인간을 도와주는 신이었지만, 인간에게 무언가를 하라고 명령하는 신은 아니었다.
인간들이 황제로 삼은 사람에게 황제가 된 이상 황제의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 우리 신들도 지원을 아까지 않겟다고 격려하는 존재였다.
최고위 제사장은 율리우스 카이사르 이래 황제가 겸하고 있었다.
따라서 황제의 머리에 씌워줄 사람은 당사자인 황제밖에 없었다.

하드리아누스 황제가 제의를 거행하러 신전으로 가는 길에 한 여자가 그를 불러세웠다.
여자는 황제에게 무언가를 진정하려고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하드리아누스는 지금은 시간이 없다고만 대답하고 그대로 지나가려고 했다.
그 등을 향해 여자가 소리쳤다.
그렇다면 당신은 통치할 권리가 없소.
황제는 돌아와서 여자의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번쩍이는 보석을 아로새겨 훨씬 호화로운 관을 만들게 했다.
그가 시민 가운데 제일인자가 될 마음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그러지 않는 편이 정치 안정에 이바지한다고 확신했는지도 모른다.
군인황제 시대.
아우렐리아누스와 프로부스 황제는 적극 전법을 구사하여 제국을 붕괴에서 구해낸 공로자다.
군대 뿐 아니라 민간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았다.
그런데 아우렐리아누스는 5년, 프로부스는 6년밖에 다스리지 못했다.
둘 다 정말 하찮은 이유로 휘하 병사들에게 살해되었다.
두 황제는 부하들의 음모 따위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실제로는 가까운 측근에게 목숨을 잃었다.
게다가 그 범인들이 황제를 죽인 뒤에 진심으로 후회한 것도 공통점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이 불상사를 30세에서 37세까지 두 번 경험했다.
39세에 제위에 오른 그가 이 사건을 잊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이리하여 로마 제국은 원수정에서 절대 군주정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
황제상도 시민 가운데 제일인자에서 시민과는 동떨어진 곳에서 지배하는 자로 바뀌었다.
제국을 유지하려면 무엇보다도 통치의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에서 통치가 안정되려면 황제의 지위가 안정되어야 한다.
시민속의 황제가 아니라 시민한테서 유리된 황제가 됨으로써 그것을 실행하려고 생각했다.

사람을 싫어한 티베리우스 황제나 노년의 하드리아누스 황제처럼 수평적인 거리를 둔 것이 아니라 수직적인 거리를 두었기 때문에 일반인에게 황제는 우러러 보아야 하는 존재가 된다.

머리에 쓰는 관이 호화로워지면 옷도 거기에 맞춰 호화로워질 필요가 있다.
보라색이나 붉은색으로 염색하려면 헝겊 양에 따라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이제야 헐리우드 사극에 나오는 로마 황제상이 통상화한 것이다.

인간관계를 중시한 로마다운 관습.
클리엔테스가 페트로네스의 집을 방문하여 인사하는 것.
시민과 거리를 두는 것을 기본 방침으로 삼은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이 관습을 폐지해 버린다.
도미누스(지배자)가 만날 것을 허락한 세르부스(신하)만 접견하는 자리가 되었다.
옥좌에 앉은 황제 앞에서는 나이가 많고 지위가 높은 사람도 계속 서 있어야 했다.
말투와 태도도 달라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리고 전에는 황제를 찾아가면 만나주었지만, 이제는 황궁 내부의 복잡한 관료조직을 통과하지 않으면 황제를 만날 수도 없게 되었다.
황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것 자체가 특권이 된 것이다.

원로원 의원도 입으로는 그를 주인님이라고 부를 것이다. 하지만 마음속 생각은 어떨까..

로마 주민도 콜로세움의 귀빈석이 나타난 디오클레티아누스를 박수 갈채로 맞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저 사람이 우리 시민의 대표구나 하는 친근감보다 저 사람이 우리 황제인가 하는 호기심이 더 강했을 것이다.

황제와 시민의 관계가 새롭게 변했다 해도 그 오랜 관계가 하루아침에 변할 수는 없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원로원과 시민이 자기한테 환호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을 때까지 수도 방문을 미룬게 아닐까..(전공을 새운 후 로마 방문함)

디오클레티아누스와 막시미아누스는 로마에서 화려한 개선식을 거행했다.
방위선을 굳게 지킨 것을 축하하는 개선식이다.
이것이 수도 로마를 무대로 한 마지막 개선식이 되었다.
그후 로마 황제들이 승리에서 멀어져 간다.
그리고 이 흐름과 보조를 맞추듯 로마도 제국의 수도 역할에서 멀어져 간다.
그리고 로마가 시리아의 안티오키아나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와 같은 수준까지 떨어지는 것과 제국의 본국인 이탈리아가 다른 속주와 다름없는 존재가 되는 것도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실시한 제국 개조의 일환이었고, 그가 기울인 마지막 노력의 하나였다.

사두정치.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제안. 네 사람이 방위 책임을 분담하는 것.
제국 전체의 정치는 어디까지나 네 사람가운데 제일인자인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책무였고, 결정권도 그에게 있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로마 제국을 넷으로 분할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3세기 초 카라칼라의 칙령으로 속주민에게도 로마 시민권이 주어진 뒤로는 로마 시민과 속주민의 차별이 철폐되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이미 기정사실이 된 이 상태를 국법으로 정하여 공식화했다.

원수정 시대에 문무의 경력 사이에 작용한 이런 유동성도 3세기 후반부터는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일인 안전보장에 관여할 수 없게 된 원로원 의원들은 국가를 통치하는 자에게는 없어서는 안될 공적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잃어버리게 되었다.
권력이란 그것을 가진 자를 타락시키지만, 갖지 않은 자도 타락시키는 성질을 갖고 있다.

네 황제는 모두 임페라토르라는 호칭에 걸맞게 군대를 지휘하는 것이 주된 임무였다.
그렇다면 행정에만 종사할 사람이 따로 필요해진다.

얼핏 보기에는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재편성한 후기의 로마 제국이 아우구스투스가 창설한 원수정 로마 보다 조직체로서 더욱 질서정연하고, 따라서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기능도 당연히 향상 되었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성질이 다른 각종 주민 공동체가 뒤섞여 제국을 구성하고 있던 서기 1, 2세기에 로마인의 안전은 더욱 잘 보장되었고, 그 성과인 팍스 로마나 밑에서 로마 제국의 경제는 상층과 하층이 일체가 되어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무엇 때문일까...
디오클레티아누스가 개편한 4세기 이후의 로마 제국이 조직체로서는 더 진화한 것이 분명한데, 왜 150년 뒤에 찾아올 멸망을 피하지 못했을까..
거대해진 조직체를 분할하고 세분화하면 기능성도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모든 일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아울러 갖는 것이 인간성의 현실이다.
그 현실에 눈을 돌리면 이런 문제가 남는다.
분할하고 세분화한 데 따른 기능성 향상이 밝은 면이라면, 어두운 면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다.

분할하고 세분화하면 오히려 각 분야마다 필요한 인원과 비용이 늘어난다.
사두 정치가 국방에 종사하는 병사의 수를 갑절로 늘린다.
원수정 시대에는 로마군의 주전력으로 명성을 떨쳤던 군단병이 4세기에는 이런 꼴을 당한다.

각 황제가 본거지로 삼은 곳(수도)은 가도와 시내 도로, 교외 도로, 상하수도, 공공 광장, 공회당, 경기장, 원형투기장, 반원형극장, 공중목욕장 같은 설비도 이미 정비되어 있었다.
없는 것은 황궁뿐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네 황제는 모두 황궁만을 새로 건설하는 것으로는 만족하지 않았다.
네 황제가 모두 하층계급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그래서 황제가 된 것을 구체적인 형태로 과시하고 싶은 마음이 더 강했는지 모른다.
없는 것은 새로 만들고, 이미 있는 것은 대규모로 다시 만들었다.
수도 로마를 의식한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수도를 그렇게 쉽사리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드웨어를 아무리 정비해도 그것만으로 수도가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도시 특히 수도는 오랜 세월과 거기에 사는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상자를 만드는 비용은 대단치 않아도, 그 상자에 들어갈 사람에게 드는 비용이 문제였다.

군대 경력과 민간 경력 가운데 한쪽에만 종사하면 책임감을 가지고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간은 하나의 조직에 속하는 데 익숙해지고, 책임을 갖게 되면 다른 분야의 간섭을 싫어하게 되는 법이다.
간섭을 싫어하게 되면 자기도 남에게 간섭하지 않게 된다.
자기가 남의 일에 간섭하지 않으니까 남의 간섭도 배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이 자기가 속한 조직을 비대하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간섭이나 도움을 청할 필요가 없도록, 지금은 쓸모없는 물건이나 사람이나 부서도 계속 유지하기 때문이다.

로마 제국 후기의 관료 기구가 그의 의도보다 훨씬 비대해져버린 것도 이런 조직이 내포하는 성질에 원인이 있었던게 아닌가 싶다. 한 가지 분야에만 종사하는 것은 효율성만 생각하면 합리적인 체제로 보이지만, 깊은 함정이 숨어 있었다.

원수정 시대의 로마 사회는 수직적으로나 수평적으로 유동성이 있었다.
유능한 인재를 문무 구별없이 활용하는 체제가 충분히 기능을 발휘하고 있었다.
이것은 효율적인 자원 활용이었다.
게다가 중앙집권과 지방분권을 교묘히 배합하는 아우구스투스의 통치 철학도 있어서, 원수정 시대의 로마 제국은 현대식으로 말하면 작은 정부였다.
패권 국가에다 대제국인 로마 제국이 작은 정부였다면 농담으로 들을이 모르지만, 작은 정부였기 때문에 팍스 로마나를 구가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로마 제국도 후기에는 큰 정부로 변모한다.
그리고 그 주요원인은 군대 기구와 행정 기구의 비대화가 아니었을까..

4세기 로마의 상황. 세금을 내는 사람의 수보다 세금을 걷는 사람의 수가 더 많아졌다.

제국 개조에 근본적인 세제 개혁이 필요해진 이유.
경제가 절망적인 피폐 상태에 빠졌을 때 제국 개조가 단행된 것이다.
이리하여 3세기 말부터 4세기까지 로마 제국에서는 세금에 대한 철학이나 사고방식이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아우구스투스 : 납세자가 우선이다. 국가는 세입이 허용하는 범위의 것에만 손을 댄다.
디오클레티아누스 : 국가가 우선이다. 국가에 필요한 경비가 세금으로 납세자에게 부과된다.

세금 내기를 기뻐하는 사람은 동서고금에 한 사람도 없다.
무거운 세금에 짓눌리면 그에 따른 불만이 봉기나 반란과 결부될 위험이 크다.
그래도 세금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납세자가 기뻐하지는 않더라도 납득하는 세금의 한도는 어느 정도인지가 중요하다.

로마인은 그리스인과 달리 원리원칙주의자는 아니었다.
로마인은 좋다 싶으면 적의 것이라도 태연히 받아들여 자기 힘을 증강했다.
경우에 따라 교사가 되기도 하고, 반면 교사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세율은 낮게 억누르되 되도록 많은 사람이 세금을 내게 하고, 세율은 변하지 않고 계속 일정하게 유지된다.
풋내기 같아도 상식적인 사고 방식에서 출발한 로마 제국의 세제. 세금은 넓고 얕게 징수한다.

고대는 승자와 패자가 엄연히 구분되어 있던 사회였고, 세금은 패자가 내는 것으로 정해져 있던 시대였다.
로마도 도시국가에서 출발한 이상, 주역은 시민이다.
시민의 권리는 국정에 참여하는 것이고, 의무는 무기를 들고 공동체를 방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병역이 피의 세금이라고 불린 것이다.
그래서 고대인은 패배자가 되지 않는 한 직접세를 낼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고대는 본질적으로 간접세 사회였다.
이 사회에서 넓고 얕게를 실현하려면 승자인 로마인에게도 세금을 물리는 체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그 일을 해냈으니까, 아우구스투스가 만든 세제는 고대에는 그야말로 획기적인 것이었다.
세제는 단순한 세금 이야기가 아니라 정치의 잘잘못을 가늠한는 바로미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로마인은 법률 체계를 만들어낸 민족인 만큼 무슨 일이든 법정에 가져가는 성향이 강해서, 변호의 달인을 평생 친구로 삼으면 아주 유리했다.
변호료 수입보다 의뢰인들의 유산을 증여받아 부자가 될 수 있었다.

노예 해방세는 공화정 시대부터 존재했다.
인간적인 정리를 표현하지 못하게 금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졸렬한 방식이지만, 가볍게 제동을 거는 정도는 허용된다.
그런 의미에서 노예 해방세는 시장 매매가격의 5%였다. 1/20세.

제국 전역의 세율이 일정하지 않은 것은 경제력의 차이를 배려했기 때문이다.

낮은 세율을 200년 동안이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이 체제를 생각하고 국가 정책으로 만든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이 세제를 정착시키면서 동시에 군사력의 대규모 삭감을 단행한 것은 그의 뛰어난 정치 감각을 보여준다.
인간 심리에 대한 그의 통찰력은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다.
아우구스투스는 여느 때처럼 반대파를 자극하지 않도록 오랜 시간을 들여 그 50만 명을 결국 16만 8천 명으로 삭감했다.
그 후 200년 동안 5개 군단 3만 명이 증가되는 데 그쳤다는 사실이 오히려 경이롭다.
속주의 반란을 진압하기 위해 병력을 보낼 필요가 없었고, 병사들은 외적만 상대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아우구스투스는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지도자였으니까,
그가 만든 세제는 다음과 같은 생각에 바탕을 두었을 것이다.
무거운 세금은 반란의 불씨가 되기 쉽다.
반란이 일어나면 진압하기 위해 군대가 출동해야 하고, 국내를 제압하기 위해 병력을 상비해야 할 경우, 외적에 대한 방위력을 삭감할 수 없으니까, 군사력을 증강할 수밖에 없다.
군사력 증감은 세금 증가로 이어진다.
세금이 늘어나면 반란이 일어난다.
이 악순환을 막고 싶으면, 넓고 얕게를 세제의 기본 방침으로 삼을 수밖에 없다.
아우구스투스가 수립한 팍스 로마나는 군제와 세제를 두 기둥으로 삼았기 때문에 안정된 상태로 유지될 수 있었다는 생각.
군사도 세무도 결국은 정치였다.
세금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국정의 근간이다.

낮은 세율로 방어는 할 수 있지만, 제국이 필요한 대사업은 할 수 있었을까..
대답은 간단하다. 할 수 없다.
하지만 할 수 없다는 대답으로 끝내 버리면 오리엔트의 전제군주국과 다를 바가 없다.
로마 제국은 많은 점에서 특히 유권자인 시민의 의향을 무시하는 것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서방형 국가였다.
애당초 도시 국가로 출발한 나라다.
그렇다면 로마는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아우구스투스는 카이사르처럼 독창성이 풍부한 천재는 아니었지만, 상식적이고 저항이 적은 곳으로 뚫고 들어가, 사람들이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기정사실화 되어 있는 해결책을 찾아내는 능력에서 천재였다.
국가 재정 문제도 그는 로마인이 공화정 시대부터 오랫동안 익숙해진 두 가지를 활용하여 해결하기로 마음먹었다.
현대식으로 말하면 지방분권과 이익의 사회 환원이었다.

공동체 내부로 한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자치권을 행사하려면 재정적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로마 특유의 관습은 이익의 사회 환원으로 보아도 좋다.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그들의 재능이지만, 기회를 준 것은 어디까지나 로마 시민이었다.
개인 재산으로 공공 건물을 지어 주민 공동체에 기증하는 것은 혜택받은 사람의 책무로 여겨졌다.
기증한 쪽이 얻은 권리는 그 인물이 속하는 가문 이름을 공공 건물에 붙이는 것 뿐이었다.
초대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솔선수범했을 뿐 아니라, 남에게도 장려했기 때문에, 제정 시대에 들어와 오히려 더욱 활발해졌다.
정치적 인간인 아우쿠스투스에게는 그것도 훌륭한 정치였기 때문이다.

황제가 막대한 액수의 돈을 사회에 환원할 수 있었던 것은, 황제가 공화정 시대의 어떤 부자도 미치지 못할 만큼 유복해졌기 때문이다.
국가 세입을 자기 주머니에 넣은 것이 아니라, 넓은 농경지의 소유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집트는 신의 아들에게 통치되었다는 특수한 사정이 있었다.
정복한 뒤에는 그 지방을 지배해야 하는데, 지배가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정복당한 쪽의 저항감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로마인은 case by case의 달인이다.
로마 원로원과 시민이 다스리는 것보다 신의 아들 아우구스투스가 다스리는 것이 합당하다.
따라서 이집트 속주만은 속주 총독이 다스리는 지방이 아니라 황제 대리가 다스리는 지방이었다.
이로써 로마 황제는 막대한 수입원을 확보하게 되었다.

큰 돈을 유효적절하게 사용하는 것도 훌륭한 재능이다.
아우구스투스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양면에서 사회기반시설을 정비하고 충실하게 다지는 데 그 돈을 투입한다.

로마에 의한 평화가 결코 군사력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았다는 것을 말한다.

아우구스투스는 최고 중의 최고였고, 그가 이익의 사회 환원에 열을 올리자, 그 열의는 수평적으로는 속주에 전염되었고, 수직적으로는 원로원 의원들만이 아니라 로마 사회에서 성공한 해방노예에까지 전염되어갔다.

로마인의 묘비는 마치 이력서 같은데, 평생 동안 맡은 공직이나 군대 경력과 함께 각자의 처지나 재력에 따라 다양하게 공공심을 발휘한 결과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면,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것도 3세기를 경계로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광대한 로마 제국은 국가와 지방과 개인의 세 본위로 구성되어 있었고, 이 셋이 하나의 기본 이념으로 통합되어 있었기 때문에 기능적으로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던게 아닐까..

낮은 세율을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유복한 개인을 공공사업에 참여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 특히 큰 역할을 했다.

당시 누진과세라는 사고방식은 없었고, 간접세 위주였다.
이를 방치하면 부자는 더욱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가난해진다.
사회불안의 원인이 되기 쉬운 빈부격차 확대를 막고 싶으면 부유층이 돈을 내놓게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유세는 생각해봤자 허사였을 것이다.
로마 사회의 부유층은 승자 계층과 겹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세금을 신설하면 제정에 적합한 새로운 세제를 만들려 했던 아우구스투스도 기득권 계층의 반발로 실각했을 게 분명하다.

매사 신중했던 초대 황제는 그렇게 위험하고 비현실적인 꿈은 좋지 않았다.
첫째, 솔선하여 모범을 보인다.
둘째, 부유층에 대해서는 공공심만이 아니라, 그들의 허영심에 호소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인간은 구체적인 형태로 남으면 더욱 의욕이 생기는 법이다.
(공공 건물 수리 한 사람의 이름을 새기게 하는 것, 공익 사업을 시행한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것 등)
아우쿠스투스가 창설 한 뒤 200년 동안 계속된 원수정 시대의 세제는 이처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에 바탕을 두고 있었기 때문에, 팍스 로마나의 한 요인이 될 수 있었다.
세제를 어떻게 결정하는지는 선정이냐 악정이냐를 가르는 갈림길이었다.

카라칼라 칙령. 로마 제국에 사는 주민이라면 인종, 민족, 종교, 문화의 차이도 관계없이 로마 시민이라는 점에서 모두 평등해졌다.
인도적인 관점에서는 이의를 제기할 여지도 없는 좋은 법률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아우구스투스 세제의 숨통을 끊게 했다.
속주민이라는 신분이 사라졌다는 것은 속주세를 낼 의무도 사라졌다는 뜻이다.
속주세가 로마 제국 세입의 기둥이었기 때문에 곤란한 문제가 생긴다.
로마 시민권자 소유자에게 붙이는 상속세와 노예 해방세의 세율을 2배로(5%->10%)올린다.
하지만 이는 24세 젊은 황제의 얕은 소견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먼저 세금의 성질이 달랐다.
1. 상속세와 노예 해방세는 매년 계속해서 내는 세금이 아니다.
2. 육친 이외의 사람에게 유산을 남기거나 노예에게 퇴직금 대신 자유를 주는 것은 로마인에게 특히 강했던 심정이고, 그와 똑같은 열의를 속주민에게까지 기대할 수는 없었다.
3. 이 칙령이 나오기 전부터 로마 시민이었던 사람들이 불만을 품게 되었다.
당연한 것이 지금까지 누리고 있던 특권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세금까지 갑절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두 가지 세금의 세율은 카라칼라가 암살된 뒤 제위에 오른 마크리누스가 원래대로 되돌린다.
하지만 로마 시민과 속주민의 격차 철폐가 무효가 된 것은 아니다.
속주세 수입을 기대할 수 없는 상태는 그 후에도 계속되었다.
하지만 들어오지 않게 된 속주세를 다른 세금으로 벌충하지 않으면 국가 재정이 파탄난다.
그래서 아우구스투스의 세금 철학과는 어울리지 않는 임시세나 특별세가 남발되고, 게다가 그런 세금이 통상화하는 시대로 돌입하게 되었다.

야만족의 침입이 급증하고, 황제들은 고양이 눈처럼 어지럽게 바뀌었기 때문에, 정치는 일관성을 잃고 3세기의 위기가 대명사가 될 만큼 큰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이 세제의 변모로 로마 제국이 1,2 세기의 원수정과 4세기 이후의 절대 군주정으로 나뉘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지방분권은 과거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독자적인 재원이 없으면 자치는 성립할 수 없다.
직접세가 주체인 세제로 바뀐 것이다.
또한 사정으로 결정된 세액에 대해서는 황제한테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었다.
이리하여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 이익의 사회 환원이라는 세 기둥이 로마 국가를 지탱해온 체제가 붕괴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자치권을 잃은데다 직접세가 주체인 세제로 무거운 세금을 물린 것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려는 개인의 의욕을 꺾어버렸기 때문이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사두정치부터 가격 통제에 이르기까지 무엇이든 체계화하는 것을 좋아했고, 그럴 능력도 있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나치게 세부까지 결정해버리는 결점이 있었다.
그래서 예측할 수 없는 사태가 일어나면 꼼짝할 수 없게 된다.
화산과 지진도 많은 로마.
날씨는 사람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그런데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세제는 세부까지 분류되었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세무 관계자들은 고지식한 공무원답게 세제를 엄격하게 실시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돈을 세입으로 충당한다는 생각에 바탕을 둔 세제에서는 세금을 받기 쉬운 곳이나 사람부터 우선적으로 세금을 걷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결과다.
생산 수단인 사람에게 매기는 인두세.
새로운 세제는 역시 농촌을 더 강하게 압박했다.
지방 과소화와 도시 과밀화의 흐름이 전혀 쇠퇴하지 않은 것이 그 증거다.
로마 제국의 기간산업은 농업이다.
공업이 기간산업인 현대의 선진공업국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타격이 컸을 것이다.

3세기 후반, 농민은 밀려오는 파도처럼 침략을 되풀이 하는 야만족한테서 벗어나기 위해 농경지를 버리고, 신변 안전과 새로운 생활 수단을 찾아 도시로 흘러든다.
하지만 4세기 이후의 로마 제국 농민은 무거운 세금에서 벗어나기 위해 농경지를 버리고 도시로 흘러든다.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군사력을 증강하여 야만족의 침입을 저지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군사력이 갑절로 늘었고, 관료 기구를 비대화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국가가 봉급을 주는 병사와 관료의 수가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국정에 필요한 돈이 줄잡아 두배, 심하게 네 배로 늘어났다.
디오클레티아누스의 등장으로 농민은 야만족한테서 도망칠 필요는 없어졌지만, 그 대신 세금에서 도망칠 필요가 생겼다.

원수정 시대에는 연리 12%였던 금리가 4%까지 떨어졌다.
화폐 가치가 계속 떨어지는데도 시장에서는 금리가 내려간 것이다.
이 현상은 투자 의욕 저하를 반영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이 세제 개혁과 더불어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단행한 것이 통화 개혁이었다.

악화는 액면 가치와 소재 가치가 일치하지 않는 통화를 말한다.
이 두 가치의 차이가 벌어질수록 악화의 정도가 심해진다.
지폐가 존재하지 않았던 시대의 통화 신용도는 오로지 액면 가치와 소재 가치가 일치하냐느 아니냐에 달려 있었다.
현대 국가가 발행하는 지폐는 종이 조각에 불과하니까 소재 가치는 거의 없어도, 발행한 국가가 액면 가치를 보증하고 있기 때문에, 그 보증이 위태로워지면 당장 가치가 떨어진다.
통화를 금이나 은, 구리로 주조한 고대 국가의 통화의 액면 가치를 보증하려면 그런 금속의 함유율을 높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소재 가치를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론적으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생각대로 되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새 은화(액면가치와 소재가치가 일치하는, 즉 은 함유량이 높은 은화)가 발행되자마자 순식간에 시장에서 자취를 감추고, 옛 은화와 새 동화는 계속 가치가 떨어졌다.
새 은화를 손에 넣은 사람은 그것을 내놓지 않은 반면 옛 은화를 가진 사람은 되도록 빨리 새 은화로 바꾸려고 했기 때문에, 옛 은화의 가치가 더욱 떨어지게 된 것이다.
이것은 순은으로 양화를 발행해도 인플레이션은 막을 수 없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고로 금화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았느데, 금화는 엄밀한 의미에서의 화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순금이고 가치가 워낙 높아 일상 생활에 사용되기보다 재산 가치를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 더 컸다.

진정되지 않는 인플레이션에 절망했는지, 통화 개혁을 단행한지 6년 후 디오클레티아누스 황제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가격 통제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로마 제국에 유통되고 있는 모든 물산과 용역의 상한가를 정하고, 그 이상의 액수로 거래한 자는 엄벌에 처하기로 한다.
밀도, 포도주도 상하 등급은 구별된다.
다만 교사나 변호사에 대한 보수에는 상하 구별이 없다.
능력 차이가 보수에 반영되지 않는 것은 통제 경제의 특성일까..

통제 경제의 유효성에 의문을 품는 사람은 우선 그 자세한 분류에 놀라는 동시에 그 노력이 전혀 효과가 없었다는 사실에 놀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엄정하고 강경한 통제 경제가 왜 어느 시대에나 실패로 끝나는지...
1. 경제 활동의 지하화.
2. 물물교환형 경제가 무려 500년만에 부활했다.
3. 모든 분야에 걸쳐 노동의 질이 떨어졌다.
가장 큰 목적인 인플레이션 억제가 완전한 실패로 끝난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거의 모든 직업에 세습제가 시행되었다.
농작지의 황폐화와 공장에서 젊은이가 사라지는 현상에 대한 대책이었다.
로마 제국도 인색해졌지만, 이래서는 병사의 아들도 아버지의 뒤를 이을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리하여 400년 동안 계속된 로마군의 지원제는 사실상 징병제로 바뀌었다.

황제는 이들이 콜레기움(collegium)이라 불리는 직능별 조합을 결성하도록 장려했지만, 목적으로 내세운 조합원의 상호 부조는 명색일 뿐이고, 본심은 세습제를 정착시키는 데 있었다.
이것은 중세 사회의 기둥이 된 길드 제도의 시초이기도 했다.

직업 선택의 자유, 거주지 이전의 자유. 계급간의 유동성이 발휘된다.
그 유동성은 성숙한 사회에 일어나기 쉬운 동맥경화 현상도 막아주었고, 무엇보다 먼저 사회에 새로운 피가 되는 새로운 인재를 발굴하고 활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그런데 군대 경력과 민간 경력의 완전 분리로 그 유동성이 무너졌다.
그리고 이제 다시 직업 선택의 자유가 사라지고, 거주지를 옮길 자유마저 사라졌다.
어떤 연구자는 현대의 사회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황제에게 이렇게 권력이 집중되면 권위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절대적인 권력을 행사하려면 절대적인 권위가 그것을 인정한 것으로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인간으로는 불충분하다면 남는 것은 신밖에 없다.

그리스인이나 로마인의 신들은 인간을 돕는 신이지만, 유대인이나 기독교도의 신은 인간에게 명령하는 신이다.
그리스,로마의 신들은 인간을 관리하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는 신이지만, 유대인과 기독교도의 신은 인간에게 참된 신앙의 길을 가리킨다고 표현하더라도 인간의 생활방식을 관리하는 신이라 해도 좋은 것이다.

그리스/로마의 종교가 다신교인 것은 인간이 신의 도움을 받고 싶어하는 분야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고, 유대교나 기독교가 일신교인 것은 인간을 관리하려면 만드시 필요한 절대 권위는 유일신이 가져야만 비로서 절대적이 되기 때문이다.
권력이나 권위를 많은 인간이나 신이 나누어 가지면 절대적인 존재는 되지 않는 법이다.
요컨데 그리스/로마 신들은 최고 신조차도 절대 권력에 정통성을 부여할 수 있는 절대 권위는 될 수 없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라는 인물은 누구에게도 속마음을 털어놓지 않았다.
속마음이 행동에 나타나는 타입도 아니었다.
하지만 강인한 성격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자제심이 강하고, 일시적인 분노의 폭발로 중대한 정책을 단행하거나 아랫사람의 말에 간단히 넘어가버리는 것과는 가장 거리가 먼 인물이었다.
40년 만에 다시 시작하는 기독교 박해. 상당한 확신이 없으면 단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강제를 싫어한다.

이렇게까지 해서 병력을 확보하려고 애쓴 시기에 종교적 이유로 병역을 기피하면 남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하여 엄벌을 내릴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로마의 신들에게 기도를 드리는 자리에서 성호를 그은 장본인들도 황제의 분노를 일시적인 것으로 생각했는지, 예측되는 사태에 대해 예방책을 강구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는 그 사건을 잊지 않았다.(나중에 죄를 물어 처형한다.)

이 기독교도 탄압도 그답게 체계적이고 철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단을 내리면 망설이지 않는 디오클레티아누스는...

이교도들 사이에 기독교도를 감싸주는 움직임.
이런 종류의 선행은 은밀히 개별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기 때문에 전체적인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는 없다.

자신에게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준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는 로마적 사고방식에도 충실했다.

목욕탕. 서민의 궁전이라 불릴 정도로 조형물과 각종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목욕장은 막대한 재력과 높은 수준의 기술력, 효율적으로 기능을 발휘시키는 데 필요한 조직력이 갖추어지지 않으면 목적을 달성할 수 없었다.

로마 황제의 일상은 정신적 피로와 육체적 격무의 연속.

황제는 아들은 선택할 수 없어도 후계자는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콤모두스가 황제에 적임자인지 아닌지는 별문제로 하고, 친아들이 후계자 인사에서 배제되면 본인이 원하든 말든 상관없이 현직 황제에 반대하는 세력이 황제로 추대하기에는 가장 적당한 존재가 된다.
요컨대 내란이나 내전의 불씨가 되기 쉽다.
순조로운 제위 계승이 곧 정국 안정으로 이어진 시대, 친아들이 있는 데도 적임성만 중시하여 다른 사람을 후계자로 선택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정국 불안정을 초래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었다.

강압적이고 답답하고 숨이 막히는 것은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절대 군주정으로 바꾼 후기의 로마 제국과 마찬가지다.

=====콘스탄티누스 황제=====
황제 자리를 노린다면 반드시 쌓아야 하는 군대 경험을 콘스탄티누스는 무엇이든 습득하기에 가장 좋은 나이인 18세에서부터 30세까지 충실히 쌓았다.

오리엔트에서 쌓은 군대 경험이 그에게 행운을 가져다 준 것을 증명한다.
전쟁을 수행하는 사령관에게 유능한 장수만큼 고마운 존재는 없다.
그의 지휘를 받는 병사들 사이에서도 젊은 장수의 평판은 계속 높아졌다.
한창 전쟁을 치르고 있을 때 총사령관을 잃는 것이 얼마나 불리한지는 전투에 참가한 장병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인 곳에서 참가자들의 의견을 좌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람들을 설득하는 선동자와 거기에 큰 소리로 맞장구치는 몇 사람만 있으면 된다.

기정사실도 중요하다.
그들이 황제로 옹립한 것(콘스탄티누스를 정제로 옹립한 군단병)은 무효라고 말하면 당장 반란이 일어날 게 뻔했다.

대담하지만 기다릴 줄 아는 이 젊은이는 이제 막 30대에 들어선 나이였다.

제위 계승 코스에서 또다시 제외된 막센티우스가 개인적인 불만을 터뜨리는 데 석달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다.
그의 개인적 불만이 그가 살고 있는 수도 로마와 오랫동안 제국의 본국이었던 이탈리아의 불만과 합류하는 데 석 달이 걸린 것이다. 로마와 이탈리에에는 사두 정치에 대한 불만이 잔뜩 쌓여 있었다.

로마는 도시 국가.
도시 구가는 먼저 수도가 있고, 그 주변에 영토가 형성되어가는 반면, 영토 국가는 먼저 영토가 있고, 수도는 나중에 정해진다는 것이다.
왕정, 공화정, 제정으로 정치체제는 바뀌어도 국가 로마의 수도인 로마는 여전히 나라의 모태일 뿐 아니라 두뇌이자 심장이기도 했다.
국가 형성 과정을 보면 이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사두 정치 체제는 1천 년이 넘도록 계속된 수도 로마의 전통을 완전히 단절해버렸다.

이제 원로원 의원은 네 마리의 말이 끄는 전차로 경주를 벌이는 경기장에서 손수건을 떨어뜨려 전차를 출발시키는 역할이나 맡는 게 고작이었다.
본래 임무에서 배제된 채 만기 제대할 날을 맞게 된 근위군단 병사들에게 불만이 쌓여 있었던 것도 당연했다.
콜로세움에서 검투사 경기가 열리는 횟수도 줄어들었다.
이런 것을 잃은 대신 그들이 받은 것은 무거운 세금이었다.
요컨대 수도나 본국 주민도 특별 대우를 기대할 수 없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 현실을 체념하는 심정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실권이 없으면 이제 더는 수도도 아니고 본국도 아니지만, 로마가 수도이고, 이탈리아가 본국이었던 세월은 무려 1천 년이 넘는다.

한번 정한 세금을 폐지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까...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정한 법률에 따라 거주지와 직업을 바꿀 자유를 빼앗긴 것.
이런 부자유는 몸으로 느끼고 알 수 있다.

로마에서 수도 장관과 부하 관료 몇 명을 죽이는 것으로 쿠데타는 간단하게 끝났다.
그 직후 막센티우스는 즉위를 공식 승인해달라고 원로원에 요청했다.
오랜만에 그런 정중한 요청을 받은 원로원은 28세의 젊은 황제를 만장일치로 공인한다.
근위군단도 새 황제에게 충성을 맹세했다.
이처럼 만사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은 이면 공작이 있었기 때문이다.
막센티우스의 친아버지인 선제 막시미아누스를 무대에 다시 등장시킨 것도 이면 공작의 하나였다.
디오클레티아누스에게 억지로 끌려가듯 은퇴하기는 했지만, 막시미아누스는 남아도는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친아들이니까 막센티우스를 도와준다기보다 무대에 다시 나설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부름에 응했다고 말하는 편이 적절할 것이다.

전쟁터에서 올린 실적은 막시미아누스가 제 2차 사두정치의 사두를 모두 능가했다.

이 혼란을 수습하려면 서방의 정제인 세베루스가 직접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의 직접 관할인 이탈리아와 로마에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경우 사태를 수습하는 길은 사두 정치에참여한 네 황제가 찬탈자로 단죄된 막센티우스를 토벌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예상치 않았던 일이기는 하지만, 급변한 사태로 부제를 지낸지 겨우 1년 만에 정제로 승격한 세베루스는 아직도 휘하 장병들과 친숙해지지 못한 상태였다.
주어진 부하를 자신의 부하로 바꾸는 데 1년은 너무 짧다.
게다가 장수가 주어진 부하를 자신의 부하로 만들려면 전쟁터에서 그들을 지휘하여 장수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야 하지만, 지난 1년 동안은 야만족도 침입하지 않았다.

세베루스 휘하의 장병들은 과거의 사령관을 본 것만으로도 전의를 잃어버렸다.
휘하 장병들에게 버림받고 포로 신세가 된 정제 세베루스는 로마로 압송되어 자결을 강요당하는 형태로 살해되었다.

또다른 정제인 갈레리우스로서는 세베루스가 무참하게 파멸한 것을 알고도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찬탈자로 낙인 찍힌 막센티우스 토벌 작전에 이번에는 갈레리우스가 나서게 되었다.

제국 서방의 정제가 패했으니까, 같은 서방의 부제에게 맡겨도 상관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제국 서방의 부제인 콘스탄티누스가 설욕전에 승리하면 제국의 서방은 사실상 젊은 부제의 지배 아래 들어가 버린다.
그것을 우려한 갈레리우스는 직접 나서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약점은 갈레리우스 자신에게 숨어 있었다.
이런 무지는 갈레리우스에게 비싼 대가를 요구했다.
오랫동안 패권 국가였던 나라의 주민은 이제 패권을 행사할 힘도 없고, 그에 따른 특권을 모두 잃어버린 뒤에도 마지막까지 긍지는 잃지 않는다.
이것만은 남이 빼앗으려 해도 빼앗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긍지마저 잃으면 끝장이지만, 이탈리아 반도의 주민도 수로 로마의 주민도 아직 그런 상태까지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런 사람들을 갈레리우스는 마치 제국 변경에서 반란을 일으킨 부족을 대하듯 했다.

세베루스에게 협력하지 않은 도시는 모조리 습격하여 약탈하고 불태웠다.
북방 야만족을 물리치는 것이 임무인 황제가 이끄는 로마군이 야만족과 똑같은 만행을 저질렀으니, 변명할 여지가 없다.
이 때문에 이탈리아 반도 전체가 완전히 갈레리우스에게 반대한 분위기가 퍼졌다고 한다.

원래 나쁜 정보일수록 빨리 전달되는 법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리 정예 부대를 이끌고 있어도 행군을 계속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이 갈레리우스가 이끄는 군대 앞을 가로막게 되었다.

로마군은 병참으로 이긴다고 말했다.
병사 개개인이 철저히 훈련되고, 사기가 높아도 그것만으로는 군사 행동의 성공과 연결되지 않는다.
병참은 군량을 비롯한 군수품의 공급과 보충 및 수송을 담당하는 것이지만, 로마는 병참을 훨씬 넓은 의미로 생각했다.
군사 행동을 벌이는 곳 주변의 주민을 어떻게 교묘히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느냐도 병참의 중요한 요소로 생각했다.

로마군의 진정한 강점은 전투 행위 이외에도 인간이 해야 할 모든 기술을 투입한 데 있었다.

생각해보면, 전투에 호소하지 않고 자기편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은 정치다.
오로지 전투 일변도였던 스파르타에 비해 종합적인 국력이 훨씬 강했던 아테네도 이런 정치에는 능하지 못했다.
BC 5세기에는 강대국이었던 아테네가 그 후 급격히 쇠퇴한 원인 중의 하나는 동맹국까지도 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이런 그리스에게 병참이 좁은 의미밖에 갖지 못한 것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칼레리우스는 북이탈리아 일대만 휩쓸고 발칸 지방으로 돌아가버렸다.
체면을 구겼지만, 군사 능력을 인정받아 황제의 지위를 얻었기 때문에 체면을 구긴 정도로는 끝나지 않았다.
이탈리아에서의 실패는 지금 가지고 있는 지위마저 위협할 우려가 있었다.

노인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옹고집...

그런 곳에서 수뇌 회담이 열렸다는 것은 이제 최전선 기지도 안전해졌다는 뜻이다.

단명으로 끝나는 것은 체제가 미비하다는 증거지만, 그것은 매번 권리가 있다고 자처하는 인물을 배제해버렸기 때문이었다.

막시미아누스 다이아는 불만을 폭발시키지 않고 직접 담당구역인 오리엔트에서 자신의 권력을 다지는 데 전념하는 쪽을 택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사두 정치의 의미가 달라졌다.
사두정치는 제국을 넷으로 나누어 네 황제가 방위를 분담하는 의미였지만, 이제 로마 제국 전체를 네 황제가 사유하는 의미의 사두정치로 가는 길이 열려버렸다.

막센티우스, 찬탈자로 낙인 찍혔을 망정, 이탈리아와 북아프리카에서는 그가 사실상의 권력자였다.

막시미아누스. 넘치는 활력을 스스로 다스리는 데 서툴렀다.
그것은 충동적인 행동으로 치닫기 쉽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 지위에 있는 사람에게 결혼은 정략이다.
따라서 결혼식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이야깃거리가 될 만큼 화려하고 호화로워야 했다.

충동적이라는 말이 앞뒤의 일도 생각지 않고 돌진하는 성질을 의미한다면 막시미아누스의 행동은 충동적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선제(디오클레티아누스)라 해도 그것은 칭호뿐이고,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병력을 거느리지 못하면 남에게 영향을 행사할 힘은 없다는 것.
지위를 잃으면 권력도 잃는 법이다.
모든 권력자가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의향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행동하게 되었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영향력을 잃고, 사두정치의 계승자로서 반드시 필요한 군사적 능력도 상당히 뛰어났던 갈레리우스가 죽은 뒤 사두 정치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 것은 당연한 귀결이기도 했다.

남을 압도할 정도의 재능이라도 갖고 있다면 별 문제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공식 지위를 갖지 않는 쪽이 불리해진다.
그리고 불리한 사람을 나머지 사람들이 힘을 합쳐 쓰러뜨리려 하는 것도 당연하다.
(군에서 경험했다. 닭을 키웠는데, 3마리 중 가장 약한 녀석이 가장 강한 녀석의 공격을 받았다. 2인자는 방관했다. 결국 약한 녀석이 죽자 둘 사이의 관계가 유지되었다. 그 후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가슴속에 품어온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결정적인 걸음을 내디딜 기회가 온 것을 느끼고...(콘스탄티누스)
위험도는 콘스탄티누스가 더 높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한 걸음을 내딛는 데 위험이 수반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리고 위험도가 높으면 그만큼 성공했을 경우의 대가도 크다.
로마 제국의 서방 전역이 그의 지배아래 들어오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를 공인한 로마 황제라는 점에서 기독교 쪽의 평가가 다른 어느 황제보다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 결과 다른 황제들이 부당하게 낮은 평가나 비난을 받게 되었다.
통치자에 대한 평가를 내릴 때는 업적을 객관적으로 추적할 필요가 있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조차도 기독교도를 탄압했다는 이유만으로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런 객관적인 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기독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사소한 예라도 찾아내어 막센티우스를 단죄하는 재료로 삼았을 것이다.
그것이 하나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은 막센티우스가 이 면에서는 무죄였다는 뜻이다.

문제는 막센티우스가 이런 대규모 병력을 잘 다룰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북방 야만족이 상대였지만, 콘스탄티누스의 지휘로 치른 전투는 모두 승리로 끝났다.
콘스탄티누스와 병사들이 일치단결하여 한 몸이 되어 있었던 것도 당연하다.
당연한 일이지만, 설령 총동원할 수 있었다 해도 그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군을 이끌고 쳐들어가는 것은, 겉으로는 상대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어서 유리하지만, 병참에서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콘스탄티누스에게 이탈리아 진격은 찬탈자 막센티우스를 토벌한다는 대의명분은 있었지만, 적지로 쳐들어가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주민들이 기꺼이 군량을 제공해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는 편이 현실적이었다.

로마는 가도를 완전히 포장했을 뿐만 아니라 가도 연변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곳을 골라 도시를 건설했다.

콘스탄티누스의 머릿속에는 수도 로마로 쳐들어가기 전에 우선 이탈리아 전역을 제압하는 전략이 마련되어 있었던 것 같다.

콘스탄티누스도 그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아니 예상한 정도가 아니라 이 서전의 중요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적의 귀중한 시간을 빼앗을 수 있었다.

성채 하나를 공략하는 데 휘하 병력의 대부분을 주저없이 투입했다.
게다가 불화살을 사용했는지, 성채에 틀어박혀 있던 병사들이 밖으로 나와서 싸울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입장이 같아지면 병사의 수가 효과를 나타낸다.
결과는 말할 나위도 없었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는 적을 전멸시키지 않았다.
소수의 병사는 도망치게 내버려 두었다.
패주하는 병사들이 트리노나 밀라노 주민에게 이 서전의 결과를 알리는 편이 그에게는 유리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공격군의 발목을 붙잡아둘 수 있었고, 기본 전략만 충분하면 농성을 견디는 동안 가까운 기지에서 지원군이 오기를 기대할 수도 있었다.
한니발이 수도 로마에 대한 공격을 단념한 것은 한창 로마를 공격하고 있을 때 배후에서 공격당할 것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아마 수도 로마에 머물면서 전선에 나가지 않았던 막센티우스에게는 포에니 전쟁 당시의 로마 지도자들이 가지고 있었던 기본 전략이 없었던 게 아닐까.

양쪽의 조건이 같기 때문에 병사 개개인의 전투 경험이 승패를 결정짓는 경우가 많다.

그들이 북방 야만족을 물리쳐준 덕분에 막센티우스 쪽 장병들은 20년이 넘도록 전투를 해보지 않았다.
승패의 향방은 간단히 결정되었다.

그 수가 너무 적은 데 절망한 시민들은 성문을 닫아건 채 그들을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그러고도 승자가 어떤 벌을 내릴지 숨을 죽이고 기다렸다.
승리자 앞에서 성문이 열린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군대를 앞세워 토리노에 입성한 콘스탄티누스는 마중 나온 주민 대표에게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약탈도 방화도 살육도 전혀 없었다.
이 토리노에서 콘스탄티누스가 보여준 태도는 포 강이 동쪽의 아드리아 해를 향해 흐르듯 순식간에 북이탈리아 전역에 퍼졌다.
주민들은 콘스탄티누스 앞에 성문을 열어주면 안전이 보장된다는 것을 알았다.

베로나의 폼페이아누스.
이 장수는 병사들만이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인망이 있었기 때문에, 베로나만은 콘스탄티누스 앞에 성문을 열지 않았다.
베로나 수비군이 용감히 싸우는 것을 알고 동방 정제 리키니우스가 마음을 바꾸기라도 하면 콘스탄티누스는 리키니우스의 군대와 막센티우스의 군대 사이에 끼여 협공당할 위험이 있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시간의 흐름이 마음에 걸려도 공격을 그만둘 수는 없었다.

폼페이아누스는 휘하 장병만 이끌고 성 밖에 나가 싸우기로 결정했다.
주민 대표들도 이 통고를 심각한 표정으로 들을 수밖에 없었다.
(함락이 예상되고, 그 후 주민에 대한 살육에 예상되자, 폼페이아누스가 취한 대책)
죽음을 각오하면 전투 경험이 적은 병사라도 강해진다.
마침내 베로나도 성문이 열렸다. 격전으로 끝난 전투 뒤에 일어나기 쉬운 잔혹하고 야만적인 폭행도 전혀 없었다.
이 사실은 당장 소문이 되어 북부 이탈리아만이 아니라 중부 이탈리아까지 퍼져갔다.
콘스탄티누스는 이제 아무 걱정도 없이 언제든 그가 원할 때 로마로 진격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전황이 호전된 데 안도하여, 이제 막 손에 넣은 베로나에서 느긋하게 격전의 피로를 풀 사람은 아니었다.

전쟁과 전투는 같지 않다.
전쟁은 몇 년 동안이나 장소를 바꾸어가면서 벌어지는 반면, 전투는 한 곳에서 벌어지고, 그날로 결과가 판가름 난다.
하지만 날짜를 바꾸고 장소도 바꾸어 벌어지는 전투의 집계를 전쟁으로 보는 것이 통상적인 사고 방식이니까, 전투는 전쟁의 일부로 여겨지고, 전투에는 이겼지만 전쟁에는 졌다는 표현도 가능해진다.

하지만 역사에는 전쟁의 향방을 좌우했을 뿐만 아니라 그 후의 역사까지 바꾸어버린 전투가 있었다.
그런 전투를 역사를 바꾼 전투라고 부른다.

@ 살라미스 해전 :
BC 480년. 30만 대군을 이끌고 그리스로 쳐들어온 페르시아 왕 크르세크세스와 그리스의 도시 국가 연합군 사이에 벌어진 페르시아 전쟁의 한 전투.
지상전의 열세를 해전에서 단숨에 호전시키는 전략을 생각하고 실제로 지휘한 것은 아테니의 테미스토클레스였다.
이 해전에서 완패당한 결과 페르시아 군은 철수하고, 그후로는 그리스 본토에 대한 침략을 체념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의 전투에서 페르시아가 이겼다면 그 후에 찾아올 아테네의 황금시대는 없었을 것이고, 이 시대에 이루어져 현대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그리스의 문화 문명은 태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에게 해도 페르시아 해가 되었을지 모른다.

@ 이수스 회전 :
BC 333년. 동지중해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이수스 평원에서 마케도니아 젊은 왕 알렉산드로스가 이끄는 그리스근과 페르시아 왕 다리우스의 군대가 격돌한 회전.
페르시아군 15만 명에 대해 알렉산드로스는 그 1/5의 전력으로 맞섰지만, 겨우 200명의 전사자만 내고 완승을 거두었다.
다리우스와 알렉산드로스는 그 후 한 번 더 회전을 치렀지만, 결국 다리우스는 만회하지 못하고, 페르시아 제국은 멸망한다.
그리고 원래 해외로 웅비하는 성향이 강한 그리스인은 알렉산드로스가 만들어낸 제국의 각지로 널리 진출했다.
지중해와 가까운 중동 지방만이 아니라 오늘날의 이라크에 해당하는 페르시아 제국의 심장부인 메소포타미아 지방에까지 도시를 건설할 정도였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요절했다.
제국은 대왕의 부하 장수들이 분할하여 지배하게 되었지만, 그것은 중근동까지 한계였다.
그래서 그리스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동지중해 지역에 그리스계 문명권이 성립되었다.
이것을 후세에는 헬레니즘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흔히 그리스/로마 문명이라 하지만,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유산은 헬레니즘 시대를 거쳐 그대로 로마에 계승된다.
헬레니즘 세계가 성립되지 않았다면 로마가 지중해 세계 전역으로 패권을 확대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을 게 분명하다.
그렇기는 하지만 로마인도 알렉산드로사 대왕의 선물을 아무 고생도 하지 않고 쉽게 받은 것은 아니다.
그들도 노력해서 획득했다. 그것은 로마와 카르타고 사이에 벌어진 포에니 전쟁이었다.

@ 자마 회전 :
BC 202년 당시 카르타고 영토였던 북아프리카 자마 평원에서 벌어진 전투,
로마군 지휘관은 젊은 스키피오.
카르타고군 총사령관은 로마군을 상대로 연전연승을 거듭한 명장 한니발이었다.
결과는 로마쪽의 완승.
포에니 전쟁은 거의 1세기 동안 3차례 나뉘어 벌어지지만, 이 전쟁 전체의 향방을 결정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2차 포에니 전쟁을 마무리한 자마 회전이다.
그로부터 50년 뒤에 벌어지는 3차 포에니 전쟁은 이미 예상된 결과가 현실이 되었을 뿐이다.
포에니 전쟁은 당시 로마인이 붙인 이름으로 페니키아인과의 전쟁이라는 뜻이다.
카르타고는 중근동의 페니키아인이 이주하여 세운 나라였고, 따라서 그 후에도 오리엔트계 나라로 여겨졌다.
이 카르타고를 패배시켰다는 것은 서지중해에서 오리엔트 세력을 깨끗이 몰아냈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자마 회전은 로마가 지중해 세계를 그리스/로마로 만드는 데 결정적인 전투가 되었다.

@ 알레시아 공방전 :
BC 52년 오늘날 프랑스에 해당하는 갈리아 중앙의 알레시아 평야를 무대로 벌어진 전투.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끄는 로마군 5만명과 갈리아 부족들이 연합한 30만 대군 사이에 벌어저, 카이사르의 갈리아 전쟁을 결정하는 전투가 되엇다.
이 전투는 8년에 걸친 갈리아 전쟁의 결과만 결정한 것이 아니다.
그때까지 로마인은 지중해를 중심으로 그 주변 지역에만 패권을 확대했지만, 이제 알프스를 넘어 북쪽에까지 시야를 넓히게 되었다.
시야를 넓혀준 것도 갈리아 전쟁이고, 그곳까지 패권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을 로마인에게 알려준 것도 갈리아 전쟁이다.
알레시아에서 거든 승리가 유럽 북부까지 로마 세계에 편입시키는 첫걸음이 된다.
역사가들이 유럽은 카이사르가 창조했다고 말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알레시아 공방전이 갈리아의 승리로 끝났다면, 후세의 프랑스와 영국도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양이 되었을 게 분명하다.

이렇게 큰 영향력을 가진 전투를 역사를 바꾼 전투나 역사를 창조한 전투라 부른다.

312년 밀비우스 다리 전투도 그런 의미의 한 사례로 꼽힌다.
이 전투가 그 후 1천 년 동안이나 계속된 중세로 가는 문을 열였기 때문이고, 중세 1천 년에 머물지 않고,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기독교 세계를 향해 발자국을 찍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전투는 혼전이고, 이 정도 전투로 그 후의 역사가 바뀌어버리다니 말도 안된다는 생각마저 든다.

공격하는 콘스탄티누스는 37세. 수비하는 막센티우스는 34세. 나이는 같은 세대지만 총사령관으로서의 역량은 배테랑과 신병만큼 차이가 났다.

도시의 주민들은 콘스탄티누스의 군사력에 압도되어 순종하겠다는 뜻을 표시했지만, 그의 군사력이 위력을 잃으면 순종하겠다는 뜻을 당장 거두어버릴 것이다.
콘스탄티누스에게 약간의 그림자만 비치면, 도나우 강변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정제 리키니우스가 그에게 기울어졌던 정책을 완전히 정반대로 바꾸어버릴 가능성도 상정해야 했다.

이런 과제를 한꺼번에 해결하는 길은 하나밖에 없었다.
되도록 빨리 결판을 내는 것이다. 그
런데 막센티우스가 그 기회를 주었다.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것이 막센티우스에게는 최선의 전략이었을텐데, 왜 처음부터 출격을 선택했는지 알 수 없다.
(막센티우스는 인구 100만의 로마를 끼고 있었지만, 콘스탄티누스는 원정군이었다.)

다른 길을 선택할 수도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생겨난 망설임이 막센티우스에게는 치명상이 되었다.
막센티우스는 콘스탄티누스보다 세 살 아래였다.
아버지가 황제였다는 조건도 같았다.
그래서 항상 콘스탄티누스가 몇 걸음 앞섰다.
바꿔 발하면 막센티우스는 항상 콘스탄티누스보다 몇 걸음 뒤처져 따라가면서 원한을 품었다.
그 상대가 쳐들어왔으니 경쟁의식이 활활타로으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생일대의 결전을 앞두고 이런 감정에 좌우되면 철저하고 냉철한 두뇌에서만 생겨나는 전략은 세울 수 없다.
아버지 콘스탄티누스에게 살해된 원한까지도 깨끗이 잊어버릴 필요가 있다.
이런 면에서 막센티우스는 34세 치고는 성숙하지 못했다.
(스키피오도 마찬가지다. 그는 누미디아 기병대장에게 아버지를 잃었고지만, 나중에는 그를 자기 편으로 끌어 들였다. 로마인 이야기 2권에 나온다. 자세한 내용은 가물가물^^)

막센티우스도 보병과 기병을 합하여 19만에 가까운 병력을 총동원할 만큼 어리석지는 않았지만, 나머지 병력을 전략적 사고에 따라 군단별로 요충지에 대기시키는 것을 게을리했다는 점에서는 구제할 수 없을 만큼 어리석었다.

전쟁터가 넓으면 대군이 유리하지만, 전쟁터가 좁으면 대군이 오히려 불리해진다.
혼전 중에도 콘스탄티누스는 항상 선두에 서 있었다.
반대로 막센티우스는 후방에 진을 치고 거기에서 훈령을 내보냈다.
그래서 침착성을 잃고 도망치기 시작한 병사들의 무리에 휩쓸리고 말았다.

막센티우스가 퇴로를 차단하여 배수진을 칠 작정이었다면, 루브라에서 재빨리 전투의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
하지만 주도권은 콘스탄티누스에게 빼았겨버렸다.

아랍인으로 로마 황제가 된 필리푸스 아라부스는 처음 로마에 왔을 때 그 웅장함과 화려함에 감동하여 ’내가 이런 수도를 가진 제국의 주인이란 말인가’하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지만, 발칸 태생인 콘스탄티누스는 이런 감상과는 무관한 남자였다.

사실상의 점령 상태인데 휘하 장병을 단속하는 콘스탄티누스의 통솔력은 특기할 만하다.
주민들도 현실적으로 대처했다.
정복자에게는 복종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솔직히 인정한 것이다.

지금도 로마의 명소 유적 가운데 가장 유명한 콘스탄티누스 개선문이 어느 것보다 안이하게 지어졌다는 사실만큼 4세기의 수도 로마를 잘 반영하고 있는 것은 없다.
오현제 시대의 것이 그리스 조각가 비슷한 반면, 4세기의 부조는 로마 제국이 멸망한 뒤에 찾아올 중세의 것과 훨씬 비슷하다.
후자는 한마디로 치졸하다.
시대는 전진하고 있는대 조형 능력은 왜 퇴화하는가..
이런 역량도 국력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현제들의 세기라고 불러도 좋은 2세기는 로마 제국이 가장 평화롭고 번영한 시대였다.
이 시대에 창조된 조형미술과 건축이 최고 수준에 도달한 것은 국력도 그때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개선문에 새겨진 헌정사.
’로마 원로원과 로마 시민은 승리에 대한 축하로 이 문(아르쿠스)을 임페라토르 카이사르 플라비우스 콘스탄티누스 막시무스(위대한) 피우스(자비로운) 펠릭스(행복한) 아우구스투스에게 바친다. 그리고 이 황제가 신과도 같은 뛰어난 감각과 위대한 의지력으로 이끈 군대의 정의로운 전쟁에서 폭군(막센티우스)을 멸한 것을 여기에 기록한다.’
--> 패배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문장이다. 어제까지의 황제가 단숨에 폭군으로 바뀌었으니...

역사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기억해두어야 하는 해가 있다.
서기 313년은 그런 해 가운데 하나다.
콘스탄티누스의 밀라노 칙령으로 기독교를 공인한 해.

모든 역사적 현상은 배경 없이는 생겨나지 않고, 또한 313년의 밀라노 회담은 그후 로마사의 주인공이 되는 콘스탄티누스의 성격에 대해 참으로 많은 것을 시사해주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스라는 남자는 승리에 도취하거나 승리의 달콤한 열매를 느긋하게 맛보는 성질이 아니라는 것을 시사하지 않을까..
(밀라노 칙령 발표전 로마에서 서둘러 동방으로 돌아갔다) 말하자면 쇠는 뜨거울 때 두드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과일이 무르익기를 기다리는 신중함도 갖추고 있었다.

이때 리키니우스를 공격하면 전부터 사사건건 서로 반발하고 있는 제국 동방의 정제 리키니우스와 부제 막시미아누스 다이아를 오히려 결속시켜버릴 우려가 있었다.

이복오빠인 콘스탄티누스가 정략에 쓰려고 놓아둔 게 아닌가 싶다.
발칸 지방의 빈민 출신 황제들에게 황녀와의 결혼은 자신의 지위를 정당화하는 중요한 카드였기 때문이다.

이제 늙은이가 된 과거의 최고 권력자에게는 아무도 귀를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아내와 딸이 정처 없는 유랑생활을 강요당하고 있었음을 알면서도 속수무책인 상황을 68세가 된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어떤 심정으로 보았을까..)

이 좋은 기회에 섣불리 움직일 콘스탄티누스가 아니다.
이번에는 그가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면서 이익을 얻을 차례였기 때문이다.

한때는 6명이나 되었던 황제가 한 사람씩 퇴장하여 이제 두 사람만 남았다.
하지만 이 양두정치가 계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았다.
아니 누구보다도 ’양두’ 자신들이 그렇게 생각지 않았다.

디오클레티아누스가 만년에 어떤 심경이었는지를 알려주는 기록이 전혀 남아있지 않지만, 그가 확신을 가지고 실시한 정책은 그가 아직 살아 있을 때 모조리 파탄을 맞았다.
그런 일을 겪은 황제는 그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
사두 정치 체제도 이제 그것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유일한 위안은 북방 야만족이나 동방의 대국 페르시아가 제국을 침략하지 않는 것이지만, 실력자들은 그것을 기화로 권력 투쟁을 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다.

로마인의 전통, 모든 사람에게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을 인정하는 관용의 정신.
로마인이 생각하는 관용은, 강자가 약자에게 자신의 생활방식을 강요하지 않고 약자 나름대로의 생활방식을 인정해주는 것이었다.

밀라노 칙령. 기독교도만이 아니라 어떤 종교를 신봉하는 자에게도 각자가 원하는 신을 믿을 권리를 완전히 인정하는 것.
로마 제국에 사는 모든 사람에게 완전한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고 그것을 공표한 칙령이었을 따름이다.
그것이 제국의 평화를 유지하는 데 효과적이라 판단했기 때문이고, 어떤 신이나 어떤 종교도 명예와 존엄성이 훼손당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로마는 다인종, 다민족, 다종교, 다문화 제국이다.
그리고 모든 것이 느슨한 이 대제국은 로마법과 로마 황제와 로마의 종교라는 느슨한 고리를 끼우는 방법으로 통합성을 유지해왔다.

밀라노 칙령은 그 고리들 가운데 로마의 종교라는 고리를 풀었다.
이 칙령 자체는 비난할 수 없을 만큼 합리적이고 18세기의 계몽주의자들도 칭찬할 만한 내용이지만, 주창자인 콘스탄티누스 자신은국가 종교라는 고리를 풀어도 제국을 통합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까..

밀라노 칙령으로 공인된 신앙의 자유를 왜 1400년 뒤인 계몽주의 시대에 다시 큰 목소리로 주장해야 했는가.
대답은 간단하다.
긴 세월 동안 그것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앙의 자유가 지켜지지 않는 사회에 이르는 길은 바로 콘스탄티누스 자신이 열어가게 된다.

막시미아누스 다이아가 싸움에서 패하고 죽은 뒤 두 황제의 동맹관계는 당장 위기에 직면한다.

디오클레티아누스와 막시미아누스의 양두 정치가 8년이나 지속된 것은 두 사람의 권위와 권력이 대등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인형인 막시미아누스가 그보다 다섯 살 위인데다 훨씬 정치적인 디오클레티아누스에게 한 수 접고 들어갔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313년의 양두정치는 내용이 전혀 다르다.
리키니우스는 48세, 콘스탄티누스는 열 살 아래인 38세 였을 것이다.
이들 사이에는 인간적인 감정의 교류가 전혀 없었다.
리키니우스의 나이가 열 살이나 많아도 콘스탄티누스는 리키니우스의 정치적/군사적 재능을 인정하고 존중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관계는 단순한 대립이 된다.
따라서 두 사람의 양두정치가 성립된 지 2년도 지나기 전에 파탄난 것은 조금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수적으로 열세인 군대를 이끌고 승리하려면 주도권을 재빨리 장악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몸소 기병대를 이끌고 적진에 뛰어든 콘스탄티누스를 보면 기병대의 선두에 서서 다섯 배나 많은 페르시아군을 향해 돌격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생각나지만, 로마군과 페르시아 군의 전투력은 다르다.
그래서 해질때까지 격렬한 전투가 계속되었다.
그래도 콘스탄티누스가 시종일관 우세한 형세를 유지한 것은 병사의 전투 능력이 아니라 지휘관의 재능에 차이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날 밤 사이에 리키니우스와 그의 군대는 숙영지를 떠나 동쪽으로 달아났다.
병사들에게 패주가 아니라 철수라고 말한 모양이지만, 그 차이를 모르면 병사가 아니다.

달아나는 병사를 돌려세워 승리로 이끌어가는 것은 상당한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면 불가능하다.
적은 추격해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우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누이 동생의 간청을 거부하기 어려워서 강화를 맺었다는 것은 표면상의 이유일 뿐이고, 콘스탄티누스 자신이 적절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강화가 성립된 것이다.
리키니우스가 소아시아 동쪽으로 물러난다는 것은 도나우 방위선을 지켜야 할 책임에서도 벗어난다는 뜻이다.
책임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도나우 방위선을 지키는 병력의 지휘권도 내놓는다는 뜻이다.

콘스탄티누스는 여세를 몰아 단숨에 꼭대기층까지 뛰어올라가는 성질이 아니라, 층계참이 나올 때마다 멈춰 서서 그때까지의 성과를 확실히 다지고 나서 다음 단계에 도전하는 성질이었다.
그는 무엇보다 졸속과는 인연이 먼 사람이 아닌가 싶다.

졸속을 싫어한다는 것은 서두르는 것이 적절치 않을 때 아예 걸음을 내딛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라, 그런 시기에도 걸음은 착실히 내딛는다는 뜻이다.

콘스탄티누스는 목표를 세워도 거기에 도달하는 과정은 어디까지나 현실적으로 소화했다.
이것이 콘스탄티누스의 뛰어난 점이었다.

콘스탄티누스가 리키니우스의 숨통을 끊는 것만 생각하고 오리엔트까지 진격했다면, 야만족은 유럽 깊숙이 쳐들어와 멋대로 분탕질과 살육을 저질렀을 것이다.
그리고 이 때 리키니우스를 죽음으로 몰아넣고 염원대로 단독 황제가 되었다 해도, 콘스탄티누스가 경쟁자 배제를 우선했기 때문에, 야만족의 침입과 약탈을 허용한 것을 사람들은 쉽게 잊지 않았을 것이다.

로마인의 생각으로는 아무리 내정에서 뛰어난 업적을 올려도 외적의 침입을 방치하는 사람은 황제가 아니었다.

전쟁터에 나가면 사자로 돌변했다.
속공을 장기로 삼으면서도 전략을 짜서 효율적으로 싸움을 진행하는 군사적 재능은 어쩌면 아버지보다 더 뛰어났을지도 모른다.

야만족은 일단 침입하면 쉽게 쫓아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다 무찌르고 나면 이번에는 로마군이 라인 강을 건너 야만족의 거주지역으로 쳐들어가, 로마의 방위선을 돌파하는 것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가를 뼈저리게 알려주기 위해 잔혹하고 야만적인 짓까지도 할 필요가 있었다.

언젠가는 이때가 오리라는 것을 리키니우스도 예상하고 있었다.
예측하고 있었기 때문에 콘스탄티누스가 북방 야만족 소탕전에 전념하고 있을 때 대규모 병력을 편성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병사는 어제까지 전쟁터에 있었던 사람이 가장 강하다.

이번에도 콘스탄티누스는 몸소 기병대를 이끌고 앞장서서 돌진하여 적진을 무너뜨리는 분쇄전법을 택한다.
넓적다리에 적의 화살이 명중했지만, 기가 꺽이지 않았다.
장병들도 전쟁터 한복판에서 분투하는 총사령관을 보고 더욱 사기가 올랐다.
다만 콘스탄티누스는 용감한 무장이기는 했지만, 적군과 아군의 희생을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최대 목표인 승리에 도달하는 전략 전술을 멋지게 구사하는 사람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도 대승할 수 있었던 것은 리키니우스의 전략 전술이 형편없었기 때문이다.

전투를 앞두고 전략과 전술을 세울 때는 몇 가지 기본적인 것만 결정해두고 나머지는 전쟁터에서 전황을 보아가면서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법이다.
미리 면밀하게 세부까지 결정해두면 거기에 속박되어, 전쟁터에서 자주 일어나는 뜻밖의 전개에 대처할 수 없게 된다.
리키니우스는 부제도 지내지 않고 단번에 정제로 발탁된 경력 때문인지, 전쟁터라는 수라장을 실제로 충분히 체험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그런 사람이 생애 최대의 결전을 앞두고 미리 면밀한 전략 전술을 세웠겠지만, 그것도 필경 책상머리에서 짠 작전에 불과했을 것이다.

대군을 세부까지 결정된 작전대로 움직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래서는 난전으로 발전하기 쉬운 전쟁터에서 장병들이 혼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움직임을 규제받으면 전사의 감에 따라 움직일 수도 없게 된다.
그렇게 되면 수적 우세가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패색이 짙은 전쟁터에서 도망친 병사들은 대부분 가까운 산악지대에 숨었다지만, 그들도 비잔티움까지 달아난 리키니우스를 따라가지 않고 별다른 저항도 없어 항복했다.
또다시 리키니우스는 부하들에게 버림받은 것이다.

하지만 콘스탄티누스는 이 기회에 모든 것을 결판 낼 작정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수요란 저절로 생겨나기도 하지만, 환기시켜도 생겨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전략가.
그리스어로 스트라테고스였다.

혁명.
1. 기존의 것이라도 사용할 수 있는 사물이나 체제는 그대로 활용한다.
2. 그대로는 불편한 사물이나 체제는 바람직한 사물이나 체제로 바꾸어 활용한다.
3. 그래도 불편이 많으면 새로 만들어 낸다.
이 경우 기존의 사물이나 체제를 파괴하지 않고, 새로 만든 것과 공존시켜 기존의 것이 새로 만든 것에 인재나 에너지를 흡수당해 저절로 쇠퇴하기를 기다린다.

콘스탄티누스의 비잔티움. 제해권을 잃으면 바다에 두 변이 둘러싸여 있는 비잔티움은 보급로를 차단당하게 된다.
방위를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전시가 끝나 평시가 되면, 항구도시의 이점이 최대한으로 살아난다.

지칠 줄 모르고 논쟁을 좋아하는 그리스인이라는 인종을 제국의 중추에 앉히는 체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로마인이 말보다 실행이라면 그리스인은 실행보다는 말이었다.

콘스탄티누스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쓸데없이 자극하는 말이나 행동은 되도록 피한 사람이다.

원래 전통적인 것은 아무것도 없으니까 새로 건설하기에 편리하는 생각은 신전만이 아니라 다른 공공 건조물에도 적용되었을 것이다.

새 수도의 존속은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이 정착하느냐에 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신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일신교의 가장 큰 특징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는 기독교 신앙의 대상까지도 미술품으로 보게 되었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다.

호민관(평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지위)도 임기가 끝나면 원로원 의석을 얻은 것은 로마가 아테네처럼 귀족 대 평민이라는 양대 정당 체제가 아니라 반대파를 흡수하여 정국을 안정시키는 것을 우선했기 때문이다.

카르타고와 사투를 거듭한 포에니 전쟁에서 로마가 고대 최고의 명장이라 꼽히는 한니발에게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선택받은 사람들이 최전선을 떠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의 태반이 승리를 보지 못하고 전사했다.
공화정 시대의 로마는 정치와 군사만이 아니라 윤리적인 문제까지도 선택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원로원이 주도했다.

하지만 어떤 조직도 경직을 피할 수 없다.
포에니 전쟁에 이긴 뒤 지중해 세계의 패권자로 가는 길로 치닫게 된 로마에서는 원로원의 기득권 계급적인 성격이 점점 강화된다. 포에니 전쟁에서 승리를 체험한 것이 오히려 마이너스로 작용한 게 분명하다.

선거제도는 유권자층의 규모에 좌우될 수밖에 없다.

율리우스 카이사르도 원로원의 주도에 반대했을 뿐, 원로원 자체에 반대한 것은 아니었다.
로마인은 바꿀 필요가 없는 것은 바꾸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참으로 보수적인 민족이었다.

제국을 통치하려면 유능한 협력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인재를 육성하고 모아두는 기관인 원로원을 활용했다.

로마 제국 지도층은 이런식으로 민간 경력과 군대 경력 사이를 오가면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했다.
원로원은 그들을 육성하는 교육장으로 가장 적합한 곳이었다.
이 목적으로 활용된다는 것이 제정 치하에서 원로원의 존재 이유를 더욱 확실하게 해주었다.
원로원은 신참자를 받아들여 항상 새로운 피를 수혈했다.
안정과 경직화라는 이율배반을 피하기 위해서였던 것은 물론이다.

공화정 시대만이 아니라 원수정 시대에도 존속한 원로원의 이 역할이 사라지는 첫걸음은 서기 26년대에 원로원 의원이 군단 사령관으로 전출하는 것을 금지한 칼리에누스 황제의 법률이었다.

혼란의 3세기에 나타났다 사라진 군인 출신 황제들의 단명은 그들이 군사에는 전문가라도 정치에는 무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성장하고 싶어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으면 성장할 수 없는 법이다.

법치라는 면에서도 로마는 확실히 중세화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비 법치국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과격한 행위에 호소할 필요도 없었다.
권력을 빼앗으면 역할도 사라지고, 역할이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자부심도 저절로 사라져간다.
원로원은 그대로 방치해두면 된다.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로마군 안에서 기마 전력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졌지만, 디오클레티아누스 시대에는 방위선이라고 불린 국경의 방위선이 경시되지 않았다.

안전보장은 군사력만으로는 이룩할 수 없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농민의 생활을 안정시켜야 한다.

고령화에다 보수마저 충분치 않으면 질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었다.

방위를 어떻게 생각하냐는 결국 주민 공동체인 국가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와 같다.
로마인은 제정시대에도 공동체(res publica)라는 개념을 좋아했다.
제국 전체가 하나의 큰 집이고, 거기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커다란 가족의 일원이라고 생각했다.
방위선의 방기는 집을 외부로부터 지키고 있던 울타리가 없어진 것과 마찬가지다.
콘스탄티누스 황제에 따르면 적이 울타리를 넘어 침입하면 집 한 가운데 우뚝 솟아 있는 견고한 탑에서 병사가 출동하여, 언제 격퇴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격퇴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생긴 희생은 계산에 넣지 않는다.
이래서는 res publica의 이념도 설 자리를 잃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공유물이었던 로마 제국이 황제의 사유물로 변했다.
방위할 대상은 이제 제국의 인민이 아니라 제국의 지배자인 황제였다.
이 면에서도 중세는 콘스탄티누스에서 시작되었다.

법률 지식이 있으면 출세에 유리한 국가 공무원의 지위를 얻는 데 효과적이었다.

원수정 시대에 로마 제국은 소재 가치와 액면 가치를 일치할 수 있는 경제력을 지니고 있었다.
유통 화폐인데도 시장에 나오지 않고 저축되는 현상은 로마인이 자국의 화폐를 신용하지 않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 상태를 방치하는 것은 제국 경제의 쇠퇴를 방치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통화제도 안정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인 강한 기축 통화를 부흥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

4세기 로마 제국에서는 금본위제로 바뀐 것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깊고 큰 폐해를 가져오게 된다.
그것은 강한 통화로서 금의 가치를 확립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은화나 동화는 가치변동제로 방치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는....

금화는 가치를 유지하지만, 은화, 동화는 가치가 절하된다.
금화를 봉급으로 받는 군인이나 국가 공무원은 유리하지만, 물건을 팔거나 서비스를 제공하여 은화나 동화를 받는 사람은 불리하다. 전자와 후자의 경제적 격차를 크게 벌려놓는 것은 당연하다.
격차는 해가 갈수록 점점 더 크게 벌어진다.
콘스탄티누스의 개혁은 중류 및 하류 계급을 직격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이들이 받는 은화나 동화의 가치는 계속 떨어졌다.
농지는 방치되거나 대규모 농장에 흡수되고, 상점은 문을 닫고, 수공업자는 차례로 군수산업으로 전업해간다.
이제 야만족에게 습격당하고 약탈당할 필요도 없었다.
금본위제가 야만족 대신 그들을 습격하여 약탈해주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도 공동체의 이념은 과거의 것이 되어 있었다.

장인과 처남과 매제이기는 했지만, 권력 투쟁의 상대이기도 했다.
아무리 근친 사이라 해도 권력을 건 투쟁에서는 경쟁자를 차례로 밀어내는 것이 당연하다.

중년 여자의 사랑은 젊은 여자의 경우처럼 꿈에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라 절망에서 태어난다.
들키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오랫동안 계속된 권력 투쟁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새로운 경쟁자로 변할 수 있는 존재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당연하다.

콘스탄티누스에게 크리스푸스가 쓸모없는 존재가 된 것과는 다른 이유로 파우스타도 쓸모없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

남자는 수염을 깨끗이 밀면 훨씬 젊어 보인다.

=====콘스탄티누스와 기독교=====
콘트탄티누스가 기독교회에 그렇게 큰 공헌을 하지 않았다면 기독교가 그 후 그만큼 융성했을까 하는 의문에 대해 적지 않은 수의 역사가들이 교회 내부의 끝없는 교리 논쟁으로 피폐해진 끝에 결국 지역 종교의 하나로 몰락했을 거라고 대답할 정도다.

무능한 지휘관을 만나면 자신들이 개죽음을 하게 된다는 것은 병사들은 알고 있다.

콘스탄티누스는 아버지 쪽에서는 황통을 이어받았지만, 어머니 쪽에서는 이어받지 않았다는 것.
이런 점이 무시할 수 없는 의미를 갖게 된 상황에서는 실력으로 승부하는 길밖에 없었다.
그리고 콘스탄티누스는 그 길을 냉철할 만큼 교묘하게 나아간다.
지금은 단번에 올라갈 것이 아니라 한 걸음씩 전진해야 한다고 미래의 대제인 33세의 젊은이는 생각했을 것이다.
한 걸음씩 전진한다는 것은 궁극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수단은 모두 동원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밀라노 칙령.
종교를 기치로 내걸고 싸움을 그치지 않는 사람에게 읽게 하고 싶다.
오늘부터 기독교든 다른 어떤 종교든 관계없이 각자 원하는 종교를 믿고 거기에 수반되는 제의에 참가할 자유를 완전히 인정받는다. 그것이 어떤 신이든, 그 지고의 존재가 은혜와 자애로써 제국에 사는 모든 사람을 화해와 융화로 이끌어주기를 바라면서...

종교를 기치로 내세우면 문제가 항상 복잡해진다.
(종교를 대의명분으로 삼지 않으면, 싸움은 인간끼리의 문제가 되고, 단순한 이해관계의 충돌에 불과해진다.
따라서 싸우면 손해라는 것을 깨달으면 싸움은 저절로 수습된다.)

일신교에서는 교조(종교나 종파를 처음 세운 사람)의 언행이 가장 중요한 교리가 된다.
그 교리는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를 설명하는 사람을 통해 비로소 일반 신자와 연결된다.
교리가 존재하지 않는 다신교에는 전업 제관이나 성직자가 필요없는 반면, 일신교에는 성직자 계급이 필수불가결한 것은 그 때문이다.

리키니우스 황제에게 기독교 문제는 종교 문제에 머무른 반면, 콘스탄티누스에게 기독교는 종교 문제를 넘어선 곳에 펼쳐져 있는 또 다른 것이었다. 분명히 말하면 기독교는 그에게 지배의 문제였다. 바로 그것이 리키니우스와 콘스탄티누스의 차이였다. 로마 제국의 단독 황제가 되기 위한 단계를 하나씩 착실하게 올라가고 있던 시기의 콘스탄티누스는 기독교 문제에 대해서도 하나씩 착실하게 실적을 쌓아올리는 방식을 택했다.
어떤 의미에서 그것은 장래에 대한 포석이었고, 다른 의미에서는 아직 자신의 지배 아래 들어오지 않은 제국 동방의 기독교도에게 멀리 떨어진 서방에서 보내는 메시지였다. 그래서 그는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경쟁자 리키니우스를 타도하여 로마 제국의 단독 황제가 되는 324년을 기다리지 않고 시책을 차례로 실행에 옮긴 게 아닐까..

신에게 기도를 드리는 곳인 교회가 기능을 발휘하게 하려면 돈이 든다. 신에게 기도만 드리고 있으면 되는 것은 아니다.

교회는 종교 조직이기는 하지만, 아니 어쩌면 종교 조직이기 때문에 재산이 그렇게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황제의 재산을 교회에 기증한 콘스탄티누스의 행위가 당시 기독교 관계자에게 왜 그렇게 강하고 깊은 인상을 주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을 알아야만 비로소 기독교도들이 왜 콘스틴타누스에게 대제라는 존칭을 붙여 부르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콘스탄티누스의 이 기부 행위가 얼마나 오랫동안 기독교 관계자들 사이에 기억되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증거가 있다. 콘스탄티누스 기증장. 그것은 중세 유럽의 왕과 제후를 속박하게 된다. 이 문서에는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유럽 전체를 로마 교황에게 기증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기 ？？문이다.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기증으로 기독교회의 재산이 된 토지이고, 너희는 교회로부터 통치를 위탁받았을 뿐이니까, 진짜 소유권자인 기독교회의 뜻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면 로마 교황은 위탁권을 당장 빼았을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1440년. 그것이 가짜 문서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리하여 세속의 군주들도 중세 1천 년 동안 그들을 속박해온 구속에서 마침내 해방되었다.
이런 가짜 문서가 만들어졌다는 것 자체가 4세기에 황제의 재산을 기독교회에 기증한 콘스탄티누스의 행위가 지닌 의미의 중대성을 무엇보다 잘 실증한다는 것이다.

성직자 계급의 독립을 황제가 강력하게 지원하는 시책. 성직자는 앞으로 성스러운 직무에만 전념하면 된다는 것. 이로써 성직자 계급의 독립도 로마 황제라는 최고 권력자에게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셈이 되었다.

정책이나 시책은 입안한 사람이 예상치도 못한 효과를 낳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신교의 폐해는 그보다 1천 년 뒤에야 비로소 분명해졌고..

사람은 다른 방책이 없는 궁지에 빠지면 신앙심 따위는 둘째 문제가 된다.

기독교 성직자에게 독신 의무가 부과된 것은 중세에 접어든 뒤였다. 예수 그리수도를 따른 12사도는 대부분 유부남이었고, 초기 기독교회의 주교들도 대부분 아내가 있었다.

유세비우스주교의 교회사. 신앙보다 이익을 얻기 위해 입문하는 자가 많았다. 하지만 기독교회 쪽도 이 세속적이고 인간적인 현상으로 이익을 얻고 있었다. 그것은 성직자 계급의 질적 향상이었다. 전에는 하층민이 태반을 차지했던 주교와 사제들의 지적 수준이 훨씬 높아졌다.

패권 국가든, 패권자든, 패권을 손에 넣은 이상은 의무가 따른다. 패권 아래에 있는 사람을 보호할 의무고,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한다. 당사자를 납득시킬 만한 권위와 권력을 가진 제 3자가 조정해주는 편이 문제 해결에 효과적인 경우가 많다.

일단 분열을 허락하면, 분열은 차례로 분열을 낳아 결국에는 자멸을 향해 굴러 떨어질 수밖에 없다.
니케아 공의회에서 결정된 형태의 기독교가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세계 3대 종교의 하나인 기독교가 되었기 때문이다.

교리를 해석하는 것은 살아 있는 사람이니까. 해석하는 사람의 수만큼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다. 게다가 도그마는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지는 골치아픈 성질까지도 지니고 있다.

기독교도가 아닌 저자도 삼위일체설을 선택한 기독교 성직자들의 생각을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진실에 이르는 길을 들은 것만으로는 진심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그에 따른 구원까지 바라는 생물이기 때문이다. 진실에 이르는 길을 가르친 사람이라면 소크라테스가 있다.
예수가 단순히 십자가에서 죽는 것으로 끝났다면, 자신의 생각을 위해 목숨을 버렸다는 점에서 스스로 독배를 마시고 죽은 소크라테스와 동격이 된다. 하지만 십자가에서 부활하여 하늘에 올라감으로써 구원을 체현하게 된다. 부활과 승천을 통해 불가지한 존재가 된 예수는 여기에 이르러 비로소 구원의 상징이 되었다.

인간에게 자신도 구원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존재가 된 것이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구원까지 주지 않았다. 그는 시종일관 가지(可知)한 인간이었기 ？？문이다.
플라톤의 대화(소크라테스의 생각을 전하는 책)와 신약성서는 둘다 베스트 셀러지만, 지난 2천 년 동안 팔린 부수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그 차이는 진실에 이르는 길을 말해주는 책과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책이 일반 선남선녀들에게 갖는 수요도의 차이를 보여준다.

원래부터 세력이 약하고 수도 적으면, 탄압이나 박해도 거기에 비례하여 약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지도자나 지배자의 임무는 자신의 지도나 지배를 받는 사람들의 욕구와 수요를 받아들여 그것을 현실화는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수요에는 이미 존재하는 수요도 있지만, 환기시켜야만 비로소 생겨나는 수요도 있기 때문이다. 콘스탄티누도 환기시켜야만 비로소 생겨나는 수요도 있다고 믿는 지도자였을 것이다.

역사에서 고대의 중세를 가르는 루비콘을 건넌 것과 다름없는 결단을 내린 사람은 어디까지나 콘스탄티누스였다.

조직의 우두머리는 반드시 자기가 정상에 앉아 있는 조직의 확립과 존속을 무엇보다 중시한다.

교구안에서 사법권까지 주교에 인정했다. 로마 제국은 이제 더는 법치 국가가 아니었다. 사법은 종교와 무관하게 실시되어야 할 터인데.. 그 사법의 세계에서도 기독교도라는 사실이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왕권신수설은 절대 왕정이 화려하게 꽃핀 17세기의 영국의 제임스 1세나 프랑스의 루이 14세가 주장한 설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을 현세애 대한 지배권의 신수설로 바꿔 말하면 17세기보다 1300년 전에 이미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씨를 뿌린 사상이었다. 그가 정착하려 애쓴 지배권은 아들 대에서 단절되지만, 지배권의 신수설이라는 사상은 그 후에도 오랫동안 장수를 누렸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프랑스 혁명 때까지 계속되었다.
인간이 아니라 신이 통치자를 결정한다는 이 사상이 지배자에게는 정말로 편리했기 때문이다.

제국의 방위선은 철벽이어서 야만족이 침입하지 못하고 따라서 일반 백성들도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인 농사도 활발하다. 가도를 오가는 사람도 수레도 도적을 걱정할 필요가 없을 만큼 치안 상태도 좋다. 따라서 광대한 제국 안에서 사람과 물자가 활발하게 유통되고, 직업 선택의 자유도 있으니까 사회계층 사이에 유동성이 작용하고, 그 결과 인재를 적절히 활용하는 메커니즘이 기능을 발휘하고, 세금도 넓고 얕게 부과된다면 바꿔 말해서 팍스 로마나를 누린 100년에 대한 대가를 치를 만한 가치가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100년은 그렇지 않다. 팍스 로마나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그 뒤에 찾아올 중세가 어떤 시대였는지를 안다면 말이다. 집을 보면 그 사람의 성격을 알 수 있다.
특히 마지막 거처로 지은 집이라면 그 집을 지은 사람의 성격을 더욱 잘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