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양으로 도읍을 옮기고 나서부터 주나라의 왕은 로봇이 되고 만다.

뚝뚝 땅을 떼어 받은 제후들의 힘이 상대적으로 크게 자랐기 때문이다.

 

동주시대가 시작되는 기원전 771년부터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하는 기원전 221년까지를 춘추전국시대라 한다.

 

춘추는 노나라 역사를 기본으로 편찬한 책인데, 공자가 집필.

전국은 전한시대에 유향이 편찬한 전국책에서 유래.

500년 동안 영웅호걸의 명명하며 파란만장한 역사를 창출한다.

 

제나라.

제는 주왕조 창건의 1등 공신 강태공에게 줬던 나라.

그 자손이 대대로 이어받아 13대 희공이 다스리고 있을 즈음.

태자 강제아, 규, 문강. 소백의 자녀.

강제아와 문강은 정을 통하는 사이. 남매지간인데..

 

소백의 스승은 포숙아.

 

포숙아는 어릴 적부터 친구가 하나 있는데, 관중이다.

어느날 복숭아 나무가 열려있는데, 가운데 흙탕물이 있다. 포숙아는 신을 벗고 건너가 열매를 따고, 열매는 관정이 거의 다 먹는다.

미안하다. 아냐. 네 몸이 더 크니까 많이 먹어야 해.

붓장사로 동업을 하는데, 순이익이 열 냥이면 관중이 아홉 냥을 꿀꺽 한다. 그게 뭐냐? 5대4로 나눠야지. 아니다. 관중은 나보다 돈 쓸 곳이 많아서 그렇다. 관중아 포숙아에게 미안하지도 않냐? 포숙은 내 처지를 알고 있다.

군에서 전투에 임할 때. 관중은 단독 후퇴?를 한다. 비겁하고 겁쟁이라는 비난이 있지만 포숙아는 이렇게 말한다. 그러지 마라. 관중에게는 노모가 계신 걸 모르냐? 관중은 이랬다. 역시 포숙은 나를 알아준다.

 

출세는 포숙아가 먼저 한다. 규의 보좌관이 나이 들어 은퇴하고 공석이 되자 포숙아는 관중을 천거한다.

두 친구는 각자 태자의 두 동생 보좌역이 되었던 것.

오래지 않아 관중이 말한다.

태자 제아는 나라를 다스릴 만한 그릇이 못 된다. 거기 비해 내가 모시는 규나, 자네의 소백은 너무 출중해.

두고 봐. 반드시 규나 소백 둘 중 하나가 나라를 가진다.

정확하게 봤네.

 

딸 문강이 노나라 주인에게 시집을 가고, 강제아는 아쉬워한다.

 

제 희공이 죽고 태자 제아가 위를 잇게 된다. 기원 697년.

 

근친상간을 하던 패륜아가 나라의 주인이란다. 과연 이래도 되는 것이냐?

 

제나라 주인이 된 강제아, 즉 제 양공이 군주가 되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엇인가?

無知의 특별 대우를 폐지한다.(무지는 제 양공의 사촌 형이다.)

선군이 죽기 전에 친자식 이상으로 사랑하던 조카인데, 그래서 제아는 늘 배가 아팠을 터.

'나쁜 놈이다. 제 아비가 나에게 줬던 특권인데, 어째서 박탈하는가..'

 

그러나 군주로서 아무것도 모르는 것이 제 양공이다.

군주 좋다는 게 뭐냐? 마음 내키는 대로 먹고, 마시고, 누리고 섹스하는 것 아니더냐..

정력을 아끼지 않고 무제한 방출하더니, 수많은 아들을 낳았다.

그 중에서 팽생이란 녀석은 가공할 완력을 가졌다.

 

소백에겐 그런 것들이 모두 싫게 느껴지는 것이다. 규도 마찬가지.

 

시집갔던 문강이 노나라로부터 남편과 함께 다니러 왔다.

15년만.

떳떳지 못한 남녀의 정사는 그만큼 더 하고 싶어지는 것이라.

밀회는 여러번 있었다.

결국 노나라 군주에 발각되고...

 

제 양공은 사리 분별이 없는 인간이었나보다.

아들 팽생을 동원해 노나라 군주를 죽인다.

공식적으로는 먼 여행에 피로가 겹치고 약간의 과음으로 기가 진해서 급사했다고..

 

비밀은 없는 법.

결국 타살임이 밝혀지고, 그 자리에 있었던 팽생이 진범으로 지목된다.

그리고 사건은 당연히 제, 노 양국간의 국제 문제로 거론된다.

 

양공은 전쟁을 막기 위해 자기 자식을 죽이는 것으로 일을 무마하고, 계속해서 누이동생 문강과 불륜의 정을 통하고 있었다.

 

소백과 포숙아.

팽생의 제거는 우리에게는 잘 된 일이다. 그렇습니다. 노나라에서 수고를 대신해준 결과가 되었습니다.

 

양공(제아)가 하는 짓이 점점 고약해진다. 미쳐가고 있어.

우리는 몸을 피해두는 것이 상책 아니겠나.

공자 소백이 포숙아를 동반하고, 규는 관중과 함께 떠난다.

 

제 양공은 노이로제 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양공은 제나라 국경 수비를 위해 연칭과 관지부를 보내면서, 약속된 시간이 되면 다시 불러주기로 했다. 하지만 소식은 감감..

그런 두 사람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서울로 돌아오라는 사신이 아니라

불평분자 무지의 심복인 간평이다. 간평은 양공에 대해 호의적일리 없고..

간평의 노가리는 주효해서 연칭과 관지부는 당장 무지의 오른팔, 왼팔이 된다.

 

양공의 사촌형 무지.

왕위를 찬탈하기 위해 쿠데타를 계획했다.

'놈은 주색에 곯은 몸에 사이코끼마저 농후해서, 한번 뒤집으면 그걸로 일은 끝나버린다.'

 

주색에 곯고 사이코 끼가 있던 제 양공. 간만에 사냥을 나가기로 했다.

멧돼지 한 마리가 튀어서 제 양공이 쐈는데..

저게 뭐냐.. 내 아들 팽생 아니냐..

발작을 일으켜 뒹굴었다. 그 와중에 신발 한 짝을 잃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궁으로 돌아와 신발을 잃어버린 것을 확인하고 신을 찾는다. 궁중에는 신발 담당이 따로 정해져 있다. 그것도 대를 물리는 직책이다.

법석 중에 신발 챙기는 것을 잊고 온 신하.

예의 그 노이로제 증상.

군주의 노예가 제 직분을 다하지 못했으니, 벌을 받음은 마땅하다 하겠다.

그러나 한두 차례 매로 끝날 상황인 것을 머리가 이상해진 주인은 채찍질을 그치지 않았다.

춘추좌씨전에는 피를 봤다고 적혀 있고, 사마천의 사기에는 3백 대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 노예는 지금 막 거사를 시작한 무지의 돌격대원들과 만난다.

죄도 없이 이렇게 매를 맞고 나온 노예는 복잡한 궁궐 속의 길을 안내한다.

 

양공이 죽고, 무지가 왕위를 이었다.

무지는 제 이름 그대로 무지했다. 처음부터 한 나라를 다스릴 만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인물이었다.

하는 짓거리가 제 양공보다 더했다.

 

망명 생활은 결코 오래가지 않을 것입니다. 무지는 나라를 오래 지키지 못합니다. 두고 보십시오.

두 사람은 공자 규와 관중. 무지의 독수가 뻗치기 전에 노나라로 피신해서 때를 보려는 것이다.

무지가 실정을 해서 천하가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을 때입니다.

 

관중의 예측은 생각보다 빨리 도래한다.

무지는 한겨울을 지나 봄을 맞았을 때 살해된다.

 

이제 공자 규와 그 아우 소백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수도에 도착하느냐에 따라 왕이 결정된다.

 

밤을 낮 삼아 달려간 관중은 거에서 제로 가는 길목을 지키고 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거기서 소백을 만나게 된다.

'대단히 안됐습니다만, 소인은 소인의 주인을 위해서 당신을 쏘겠습니다.'

화살촉에는 맹독이 묻어 있습니다.

화살에 맞은 소백은 죽은 척 연기를 한다. 화살은 소백의 허리띠 쇠장식에 맞은 것.

 

관중은 다시 노나라로 돌아가 공자 규에게 보고했다.

규는 산천경개 풍광을 즐기며 여유 있게 행군하였는데,

그럴 즈음, 소백의 수레는 질풍같이 달려 수도 임치에 먼저 도착.

제나라 주인이 되어버리니, 그가 바로 제 환공이며

춘추오패 중에서 첫번째로 기록에 남은 사람이다.

 

작전에 패배한 공자 규와 관중은 땅을 치며 분해했다.

어머니의 나라 노국에서 군사를 빌렸다. 무력으로 제나라를 찾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한 번 싸움에 패하고 말아서, 제 환공에게 사기만 올려주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힘에서 진 노나라는 화친을 요청했다.

포숙아는 말한다. 당연히 규의 목을 요구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관중을 포박해서 끌어올 것.

'그렇다. 나에게 독화살을 날렸던 그놈. 내 손으로 직접 능지처참하리라.'

'죽이기 위해 데려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이나라 재상으로 삼기 위함입니다.'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요? 재상은 그대 포숙아 아닙니까. 농담도 심하시네.'

'농담이 아닙니다. 주군께서 제나라 하나만을 다스리신다면 능히 소신이 재상직을 맡아 해나갈 수 있습니다. 주군께서 중원 천지를 호령하실 패자의 포부를 가지고 계십니다. 거기 알맞은 재상은 관중뿐입니다.'

'알았다. 데려오도록 해라.'

 

제 환공.

환공이 제나라 주인이 되고 관중이 재상으로 앉더니, 국력이 크게 일어난다.

국방을 튼튼히 해야 남들이 깔보지 못하는 거다.

내정은 참신하게. 썩은 것은 과감히 도려낸다.

바다와 접한 덕분에 풍부한 해산물, 소금.(소금은 국력이다.)

국세 파악을 정확히 하고, 통/반의 조직까지 철저히 한다.

작은 나라를 통합해서 국토를 넓히고 그들에게 선정을 베풀어 인심을 산다.

비수를 들이대고 앙탈을 부리는 자도 있었으나, 관중의 계획대로 모두 큰 팔로 안아 다독거려주는 정치를 베푸니..

그러면서도 주 천자는 깍듯이 모시더라.

주 천자를 모시는 제후국의 우두머리가 되니, 이를 패자라 했다.

 

제 환공을 패자로 만든 것은 관중인데, 관중은 죽으며 이렇게 말한다.

나를 낳아준 이는 부모요, 나를 알아준 이는 포숙아다.

관중은 죽기 전에 제 환공에게 여러가지 충고의 유언을 남겼는데

점점 교만해진 제 환공은 그것을 묵살하더니

2년 뒤, 후계자 다툼이 일어나고 밀실에 감금되어 굶어죽는다.

한여름 67일이나 방치된 시체에서 나온 구더기가 권력 다툼이 벌어지고 있는 궁궐 안을 무심히 기어다녔다고..

 

신생.

제 환공의 딸 제강은 晉나라 군주에게 시집을 갔는데,

군주가 죽고 그 아들 헌공이 대를 이으며, 아직도 젊고 아름다운 제강을 자기 아내로 삼아버린다.

진 헌공은 아버지의 애첩을 가로채리만큼 여색을 밝히는 체질이었나보다.

제강은 진 헌공의 아들을 낳으니, 그 이름을 신생이라 했다.

진 헌공은 그 뒤 적족 자매를 또 가졌는데, 언니는 중이를 낳고 동생은 이오를 낳는다.

그 밖에도 다른 여인을 한둘 건드린 것이 아니지만, 진짜 미녀를 또 하나 만나게 된다.

융을 정복할 때 얻은 여인이다.

융족은 오늘날의 서안 동쪽, 임동 근처 여산 아래를 근거지로 하던 오랑캐족인데, 진 헌공이 멸망시켜버렸다.

 

끌려온 미녀 여희는 매서운 여자.

네가 내 조국을 짓밟았다. 나도 네놈의 晉나라를 망하게 하리라.

자색에 도취된 진 헌공은 그저 여희가 사랑스럽기만 하다.

여희도 사내를 낳았다. 이름이 해제.

 

*정리해 보자.

진 헌공.

신생 : 아버지의 부인을 아내로 삼아 얻은 맏아들. 온화한 성격. 태자로 책봉된 적 있다.

중이 : 적족 언니가 낳은 아들. 출충한 인물.

이오 : 적족 자매 동생이 낳은 아들. 똑똑하다.

해제 : 융족 여인의 아들. 어린 나이.

 

일단 시집을 갔다가 다시 그 아들을 모시고 아이까지 낳은 여자. 즉, 신생의 어머니 같은 숙맥이 있는가 하면,

여희라는 독녀도 있다. 지금 끌려와 네놈의 아이를 낳았다만.. 반드시 네놈들 나라를 망하게 하고 말 거야.

여희는 진 헌공이 좋아할 일만을 연구해 지성으로 모시는데..

결코 호들갑 떠는 일 없이 조용하게 해나간다.

특히, 헌공이 병적으로 밝히는 여색에는 온몸을 던져 불태우듯 상대해주니, 사내가 녹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

그 다음 단계.

아비와 자식들을 이간질시켜 나라의 뿌리를 흔드는 것.

신생 :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한 여자를 깔았다. 그녀는 내 할머니인가, 어머니인가? 나는 처음부터 이상하게 생겨난 생명. 하늘의 섭리를 벗어나 태어난 놈.

중이 : 좋지 않다. 아버지는 점점 그 융족 여인을 총애하고 계시다. 그 새끼 해제를 너무 귀여워하시던걸.

이오 : 더욱 속이 끓는다. 여우 같은 년이다. 청순가련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속은 독사 같을지 누가 아나. 기분 나쁜 여자다. 재수 없는 여자.

진 헌공 :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여희가 낳은 꼬마에게 나라를 물려주고 싶으니, 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 그렇다. 태자로 봉한 신생의 어미 때문이다. 본시 아버지의 여자, 그러다가 내 아이를 낳았으니 뭔가 꼬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 새끼가 바로 신생이니, 태자 자격이 없던 놈이다. 중이, 이오. 그놈들도 눈알만 번득이는 도둑놈들. 이 기회에 아예 큰마음 먹고 꼬마 해제에게 태자를 줘버릴까보다.

여희 : 아니 되십니다. 나으리. 아니 되셔요.

진 헌공 : 이 얼마나 착하고 올바른 여인이냐. 제 자식에게 태자를 준대도 울면서 거절한다. 이렇듯 인간다운 여자의 자식이라야 나라를 다스려나갈 능력이 있을 게다.

 

헌공은 태자와 중이, 이오를 각각 변방의 수비 책임자로 발령시킨다. 국방을 빙자한 유배 작전이다.

 

신생 : 가시라면 가겠습니다.

중이 : 아무리 먼 곳에 떼어놓아도 때가 오면 운명도 바뀔 것이다.

이오 : 여우에게 속고 있는 거야. 두고 보리라. 두고 보리라.

여희 : 내란의 징조가 보이기 시작하네

 

진 헌공 : 범 같은 놈들을 멀리 ?아버리고 나니 그런대로 마음이 놓이는 구나.

여희 : 안 됩니다. 나으리. 아니 되어요.

헌공 : 안 되긴 뭣이 안 돼? 이제 우리의 귀여운 아들이 태자가 됐다.

여희 : 아니 되옵니다. 아니 되어요.

헌공 : 필요 없다.

 

신생은 꽃을 좋아했다.

여희는 명연기를 한다.

뭔가? 그런 얼굴은 처음본다.

어마! 언제 납시었습니까?

여러 차례 캐어묻도록 유도한 뒤

신생께서는 무슨 의도로 그런 말씀을 하셨을까요?

어떤 수작?

....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내 어머니는 아버지를 모셨다. 그대도 아버지가 돌아가시면 내 아들을 낳아달라.

뭣이야!! 그놈이.. 그놈이..

좀 지나쳤지만 실없는 농담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희는 좀더 화끈한 장면을 만든다.

비녀에다 꿀을 잔뜩 묻히면 벌들이 모여들지.

놈은 모란을 보기 위해 벌써 나와서 기다리고 있을거야..

여희는 헌공이 자신과 신생을 볼 수 있는 곳에서 연기를 한다.

신생을 보고 짐짓 놀라는 척.. 이때 벌이 온다.

벌을 쫓아 달라고 하는데..

멀리서 보는 헌공은 신생이 여희를 희롱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저... 저... 저놈!!

 

태자는 이제 완전히 진 헌공의 눈 밖에 나고 만다.

 

여희는 중단 없는 해코지를 한다.

신생 태자께서 보내주신 제사 음식입니다.

놈은 밉지만 음식은 먹음직스럽군.

잠깐.. 먼 곳에서 온 읍식입니다. 더운 날씨에상했을지도 모릅니다.

고기 한 점을 먹은 개는 그 자리에서 즉사한다.

제주에도 맹독이 있었다.

이놈! 이젠 아비를 죽이려고 드는구나.

세상에 무서워라.

당장 체포해 오너라. 신생 그놈 말이다.

음식에 독을 넣은 것은 물론 여희의 짓이다. '싸워라. 서로 물어라'

 

신생 : 진상이 밝혀지면 그녀가 죽을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그건 늙으신 아버지께 너무 아픈 일이 된다. 나는 그런 일은 못한다.

어차피 이상하게 생겨났던 목숨. 미련 없이 목숨을 버리고 만다. 스스로...

 

많은 사람들이 신생의 죽음을 슬퍼했다고..

 

나쁜 자식 같으니. 제 잘못이 있으니까 자살을 했지.

바보 같은 놈. 박 터지게 싸우랬지. 누가 비시시 제풀에 죽으랬나.

그러나 아직도 싸움 재료는 있어. 이번 일은 중이, 이오 모두가 가담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심은 서로에게 좋지 않으니까 모셔다가 밝혀보시지요.

틀림없이 낭설이 나돌고 있을 것입니다. 기필코 밝혀내십시오.

 

호출 명령을 받은 중이.

'그러시던가? 여인에게 속아 아들을 죽이려 하시는구나.'

'아우 이오는 올 것이 왔다. 나는 싸워서 내 나라를 가지겠다.'

이오가 있던 굴성은 전투 태세에 들어간다.

 

아버지 진 헌공으로부터 아들 중이에게 사자가 왔다.

'호출에 응하지 않는 행위는 스스로 죄 있음을 시인하는 것이라고 하셨습니다.'

'....'

'부자지간의 정으로 보검을 내리셨습니다.'(그 칼로 자결하라는 얘기다.)

'알았다.'

'쯧. 권세가 뭔지.. 친 아버지가 친자식을 죽인다.'

 

공자 중이는 그때부터 긴긴 방랑의 길을 헤매게 되는데.. 몇몇 충신들이 따라붙어서 끝까지 모시는 미담을 남긴다.

이제 곧 조국으로 돌아가 왕을 잡으면 우리는 각각 장관이 되는 것이야.

방랑의 공자는 점점 가난해져서, 꼬락서니도 조금씩 거지를 닮아간다. 외가 나라에 가서 식객이 된다.

 

진 문공.

이오의 군사와 아버지 진 헌공의 군사는 여러 날 싸웠다.

불 같은 이오는 항쟁을 계속한다.

그러나 굴성의 백성들은 달랐다.

백성의 지지가 없으면 군사의 사기가 떨어지고... 군사의 사기가 떨어지면 싸워봤자 승산 없음을 누구보다도 이오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중이가 있는 외가 나라로는 갈 수가 없으니, 강국 秦나라의 그늘 속으로 숨었다.

 

싸움을 만들던 여희.

젊은 것들이 어째서 그리 시들시들하냐.. 그러나 아비와 자식간에 싸움을 붙인 것만 해도 대성공이다. 그리고 국내에 남아 있던 또다른 잔챙이 세력들을 꼬여 부단히 다툼이 일게 만들고 있던 차에 늙은 진 헌공은 한번 병석에 눕더니 그것으로 끝을 봤다.

여희가 그토록이나 바랐던 대로 이제 진나라는 온통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 망해버리는 것으로 보였다.

 

망명한 중이, 이오 외에도 국내에 남아 있던 또다른 세력들이 동시에 칼을 뽑아 어지러운 싸움을 벌였다.

그 서슬에 여희 자신이 낳았던 해제가 죽는다.

그래도 좋아. 내 나라를 유린했던 이 진나라가 망조들고 있잖아.

목적을 달성했음인가? 아니면 자식의 죽음 때문이었을까.. 그녀는 높은 다리 난간에서 깊은 연못 속으로 몸을 던졌다.

 

중이. 47세. 고달팠던 시간이 4년이나 흘렀습니다.

가신들은 돌아가 옥좌를 차지하는 일은 여러 사정으로 복잡하고 위험한 함정이 깔려 있으니, 골치아픈 일은 공자 이오에게 떠넘겨버리고 방랑의 길을 택한다.

이곳 외가 나라에 눌러 있는 것도 불가능하게 되었다. 라이벌 의식을 가진 자들이 무수한 자객을 보내올 것이기 때문이다.

망명을 떠난 중이와 그의 일당은 시간과 정비례해서 거지꼴로 변한다.

 

이오는 강국 秦나라의 목공에게 병력을 빌린다. 목공은 그의 매부이기도 했다.

군사를 빌려주면 나라를 찾은 뒤 우리 황하 이북의 땅을 드리겠소.

이오는 그렇게 돌아가 한바탕 살육을 하고 왕좌를 빼앗는다.

다급하고 아쉬울 때와 넉넉하고 편하게 됐을 때의 마음은 다르다. 결국 수표를 부도낸다. 황화 이북의 땅을 주지 않는 이오.

이오는 두뇌가 잘 돌아가는 대신, 욕심이 많고 신의가 없었다.

그때까지 자기의 복귀를 위해 국내에서 레지스탕스 활약을 하던 사람도 죽였다.

놓아두면 두고두고 떠세를 할 것이거든.

 

이오가 晉 혜공으로 즉위하고 4년 뒤. 기원전 647년 나라에 가뭄이 심해 흉년이 들었다.

이오는 인근 제후들에게 원조를 요청했다.

 

춘추시대는 그랬다.

정신적인 왕실 주 천자를 모두가 옹호하고, 단결해서 외세의 오랑캐를 물리치는 것이 고정관념으로 뿌리박혀 있던 때.

 

'하는 짓이 얄밉지만 백성들이 불쌍하다. 식량을 보내줘라.'

매부 秦나라에서도 처남 晉나라로 많은 원조가 갔다.

 

다음 해에는 매부 나라 秦에 기근이 왔다.

 

이오는 생각한다. 흉년의 고달픔은 겪에 봐서 잘 알고 있다. 국방력도 떨어지지 않더냐..

절호의 기회다. 군사력을 땅을 좀 넓힌다.

식량 대신 군사를 풀어 침략 행위를 하고 만다.

매부도 어려운 중에도 동원령을 내려 맞서 싸웠다.

별동대를 조직해 晉나라 수도로 곧바로 진격시킨다.

작전은 주효해서 진 혜공이 사로잡히는 결과가 된다.

모든 제후들이 고소해마지않았을 터.

 

얌체의 누님이 목숨을 걸고 매달려 혜공은 죽음을 모면한다.

 

그럴 즈음 중이와 거지 일당은 변함없이 고달픈 방랑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 마을 촌장은 대단히 점잖은 분이던데요. 경로당을 비워주며 몇 날 몇 달이라도 좋으니 쉬어가랍니다. 식사도 무료 제공.

그러나!! 이상해.. 맞아. 그대 생각이 옳아.

틀림없이 이오의 자객이 올 것이네.

중이 거지패가 조용히 물러간 사흘 뒤, 날카로운 눈매의 사내 한 놈이 당도했다.

자객은 헛걸음 3백 기 길에 스스로 짜증을 냈을터..

그렇듯 중이의 가신들은 현명했다.

그러나 현명이 밥 먹여주는 것은 아니다.

 

땅에 떨어진 도덕성을 안타까워하며, 몽매한 인간들의 원초적 선심을 일깨워주기 위해 천지를 헤매고 다니던 또 한 사람의 거지 리더가 있었으니.. 공자.

가장 중요한 것은 현세적 존재로서 자아의 인격 수양이다.

인으로 생각하고 덕으로 행하라.

노나라에서 집필을 시작하니.

인생 철학을 논한 역경

고대의 시가를 수집 정리한 시경

문물 제도를 기술한 주례

하, 은, 주의 정치를 정리한 서경

232년의 역사를 기술한 춘추

음악과 정치 관계의 고찰서 악기

==> 이를 육경이라 한다.

 

굶주리며 거리를 다니다, 농부들에게 음식을 구한다. 그들은 흙이 담긴 그릇을 보내왔다.

내 저놈들을 채찍으로 때리겠다.

참으십시오. 흙이라는 것은 국가를 이루는 근본입니다. 좋은 징조이니 참고 넘기십시오.

........

 

제나라 재상 환공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관중이 없는 제 환공은 무척 외로울 거야. 내가 가서 좀 도와줄까?

그러십시오.

걱정 마라. 인걸은 인걸을 알아보나니..

 

정말 그랬다.

중이를 맞은 제 환공은 그 즉시극빈 대우를 해 주었다.

안락한 생활에 젖어 사는 중이. 2년쯤 그렇게 살았다.

 

그때, 제 환공이 죽었다.

춘추시대의 첫번째 패자로서 생존시에는 중원을 호령하던 제 환공도 죽어서든 두 달씩이나 입관조차 하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만다.

후계권을 놓고 벌어진 싸움 때문이다.

패권이라는 게 무엇인지.. 저게 다 생전에 욕심이 많았기 때문이 아니겠느냐..

나는 이곳이 좋다. 사나이가 한 번 살다가 가면 그만이지, 더이상 무슨 욕심을 부리란 말이냐.

 

가신단은 회의를 한다. 여태껏 온갖 고생을 무릎쓰고 뭣 빠지게 노력한 우리는 무엇이 되느냐?

결론은 단 하나. 비상 수단을 쓰는 것.

말로 안 되면 우격다짐을 써서라도 주군을 끌고 가는 것. 이렇게 편한 생활은 주군의 의욕을 죽이기 때문이다.

 

마침 뽕도 딸 겸, 운이 좋으면 님도 볼 겸해서 나왔던 시녀 한 명이 가신단의 회의 내용을 낱낱이 엿듣고는

이 여인은 가신단 중에서 가장 나이 젊은 선진을 낚으려던 참이라, 강씨녀에게 가서 죄다 일러바쳤다.

강씨녀는 시녀의 입을 영원히 막아버렸다.

천하 정세는 무섭게 팽팽 돌아가고 있는데, 큰일을 도모하실 장군께서 어인 일로 이렇듯 많은 날을 소녀의 곁에만 앉아 허송세월을 하시나요. 천하를 품으실 분이라면 먼저 고국 진나라의 옥좌부터 찾을 궁리를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용이 되어 승천하실 분께서 고작 이 작은 소택에 숨어 만족하고 계십니까? 그럴 리가 없는데요.

방랑의 아픔을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 거야. 자, 술이나 더 주게.

그렇습니까..

그날. 강씨녀의 맞장구가 대단히 유연해서 공자 중이는 대취하도록 마시고 만다.

 

모시고 가기 좋도록 조치를 끝냈습니다.

자. 얼른 떠나세. 주군님의 꼭지가 완전히 돌았다네.

 

얼센 준마가 끄는 수레는 밤새 달렸다.

오정께가 되어서야 깨어난 중이. 300리나 와 버린 것.

 

중이는 사태를 알아차렸다.

이따위 짓을 기도한 놈이 누구냐.. 죽이겠다.

저올시다.

못 죽일 줄 알고..

저는 죽어도 좋습니다. 주군께서 사나이 기백만 되찾으시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

 

알았다. 가자. 그러나 일이 성사되지 못하면 그때는 그대의 살을 씹을 테다.

성사되지 못하면 내 살은 이미 썩어 문드러져 있을 텐데요..

그나저나 우리는 다시 거지 신세가 된 것이다.

 

그들은 조나라로 간다.

조나라 공공은 매우 촐싹거리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 사람 갈비가 통뼈라면서..

볼란다. 가 볼란다. 지금 목욕하고 있다니 찬스 아닌가..

통갈비뼈란 우찌 생겼을까.. 드럼통 같을까.

국가 원수끼리 좀..

그러니까 몰래 본다는 것 아니냐..

촐싹거리며 엿보는 행위를 중이가 감을 잡고는 몸시 불쾌해했다.

군주의 체면조차 모르는 자 아닌가..

즉시 출발하자.

 

다음에 간 곳이 송나라.

그 나라 주인 양공은 어떤 사람인가.

주 천자와 같은 희씨로 양반중의 양반으로 강조하던 인물.

초나라와 전쟁이 붙었는데 강을 사이에 두고 진을 쳤다.

성급한 초나라 군사가 먼저 가을 건너기 시작했다.

초군의 진이 뒤죽박죽 된 것을 확인하고, 공격하기 좋은 기회라 간언하는 신하들을 물리치고 공격하지 않는다.

상대가 혼란스러울 때 어찌 공격하느냐. 희씨 성을 가진 양반이 할 짓이 아니다.

초군이 도강을 끝내고 진영을 가다듬어 전투 태세를 갖출 때까지 기다리더니

의젓하게 전투 신호를 올린다.

결과는..

이길 수 있었던 전투에서 완전히 떡이 되고 말았다.

이렇듯 지나친 겸양의 어리석음을 송양지인이라 해서 오늘까지 전해지는데, 중이가 바로 그런 때의 송나라를 찾아 갔던 터.

싸움에 패배한 직후라 나라 사정이 말이 아닌데더ㅗ...

중이는 다음날 송나라를 뜬다.

 

다음으로 간 곳이 정나라.

정나라는 중원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지만, 힘없고 작은 나라다.

항시 힘센 열국으로부터 잽을 맞고 스트레이트 강타, 동네북 같은 나라.

즉시 떠난다. 내가 찾는 나라는 이따위 약질이 아니다.

 

초나라를 방문한다.

초나라 성왕은 전부터 소문으로 들은 중이를 흠모하던 터.

국가 원수를 맞는 의전 절차로 환영해준다.

천천히 계획을 세워 나라를 되찾으십시오. 무엇이든 도와드리겠소. 공자꼐서는 뒷날 무엇으로 보답하시려요?

금은보화라면 다 가지고 계실 터인즉, 만약 훗날에 귀국 초나라의 군사와 우리의 군사가 전쟁터에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면..

그때, 우리는 무조건 36km를 후퇴해 드리겠소.

(들개처럼 유랑하는 망명자 주제에...) 다른 사람들은 비웃었지만, 훗날 실제로 그 약속을 지키게 된다.

 

그럴 즈음 본국 진나라의 사정은..

매부에게 부도 수표를 보내 신용을 잃은 진 혜공도 이젠 늙어서 병이 들었다. 그러자 매부에게 인질로 잡혀 있던P>晉혜공의 매부 秦목공은 불쾌하다. 군사를 빌려주면 땅을 떼어준다더니, 오리발. 흉년에 양식을 보내줬더니 우리가 어려울 땐 침공을 하던 그 아비. 그래서 인질로 잡아뒀더니 말도 없이 도망가버려?

혈통 나쁜 아버지는 결국 죽고, 핏줄 더러운 아들이 위를 이어받아 진 희공이라 했다.

진 희공은 중이를 죽이려 한다. 춘추시대에 촌수를 따져 어쩌겠다는 거냐? 백부든 천부만부당이든 라이벌일 뿐인 것이야.

그래서 중이와 관계 있는 사람은 몽땅 숙청해 버린다. 공포정치. 씨말리기.

 

중이를 보호하고 있던 초 성왕. 좋은 기회가 왔다고 판단하고 秦나라 목공에게 소개한다.

秦 목공에게 소개장을 써 준다. 秦은 晉과 국경을 접하고 있고, 秦 목공은 혜공, 회공 부자에게 나쁜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공자님에게 군사를 나눠줄 것입니다.

정말 그랬다.

19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간다.

너무도 당당히 돌아온 위세에 짓눌려 회공은 제풀에 도망갔다.

도망 팔자뿐이면 다행.

숨어 살다가 등 찔려 죽는 팔자로 끝난다ㅣ.

 

거지 생활 19년 만에 살 속까지 거지 근성이 벤 줄 알았더니..

역시 큰 그릇은 속이 깊어서 음흉한가..

중이는 진나라 주인이 되는 즉시 사람이 홱 달라져 큰일을 척척 해나간다.

19년 동지들에게 감투와 높은 자리를 하나씩 나눠주고, 충성에 보답한다.

그럴 즈음..

주나라에 쿠데타가 일어나 반란군 소탕에 나선다.

그 와중에 19년 동지 중 개자추의 논공행상을 까먹는다.

동지들은 죄다 장관이 되었지만, 개자추는 혼자 쓸쓸하다.

뒤늦게 깨달은 중이. 진 문공은 몹시 후회했다.

노모를 모시고 면상산에 들어가 숨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바쁜 와중에도 진 문공이 직접 나섰다.

이토록 법석을 떨고 있으면 우리가 저를 찾고 있음을 벌써 알았으련만..

야속한 사람 같으니.. 그렇게나 섭섭했더란 말인가..

산불을 지르면 뛰쳐나오겠지.. 그러면 도성으로 데려가...

그랬던 것인데, 개자추는 끝까지 고집을 부려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진 문공 일행이 빤히 내려다보이는 장소에서 나무를 끌어안고 불에 타 죽은 시체로 발견된다. 포목소사.

문공은 하늘을 우러러 통곡을 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앞으로 이날에 제사를 지내 개자추의 원령을 달래주되, 절대로 불을 사용하지 말라. 그래서 그날만은 찬밥을 그대로 먹으니, 우리가 아는 한식의 유래가 그것이라는 일설이 있다.

공을 세우고도 찬밥 신세가 되더니, 개자추는 말 그대로 찬밥 먹는 날을 만들어놓고 저 세상으로 갔나보다.

 

진 문공은 주 천자를 도와드린 공로로 열국 간의 교통경찰 역할을 하게 된다.

거지 생활할 때 까불던 놈들을 결코 잊지 않고 있었다.

통갈비를 훔쳐보려던 조 공공도 혼내주고, 찬합에 흙을 퍼 담아주던 오록 지방은 쑥밭을 만든다.

그리고 북쪽으로 세력을 뻗어오는 초나라를 앞장서서 막았다.

 

주 왕실에서는 특별 면장을 줘서 어느 나라든 침공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다.

진 문공이 패자가 된 것이다.

 

초 장왕.

별처럼 많던 제후들이 차츰 정리되면서 4개의 강대국으로 흡수되고 있었다.

대륙 중원에서 아래쪽에 쳐져 있던 초나라는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고, 북진의 야망을 가졌다.

중원을 노리는 초나라 세력을 중앙의 여러 나라가 연합해서 맞서 싸웠다. 이를 성복의 대전이라 하는데, 춘추시대의 가장 전형적인 전쟁으로 치부되고 있다.

기원전 606년. 신흥 강대국 초나라의 주인은 장왕인데, 세상에 누구 하나 두려울 것이 없는 사람이다.

당시 열국의 주인들은 그때까지도 주나라 임금의 낯을 봐서 스스로 칭호를 公으로 불렀다. 제 환공, 진 문공, 조 공공, 노 희공 등.

그런데 남쪽 외진 곳의 나라 초가 무력을 키우더니 나는 왕 하련다.. 나는 초 장공이 아니라 초 장왕이다.

 

주 왕실에서 먼먼 초나라 수도에 사신을 보냈다. 초의 국력이 그만큼 신장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주 왕실의 사신을 만난 자리에서 초 장왕은 이런 말을 한다. 九鼎의 무게가 얼마나 나갑니까.

그 질문을 받은 주나라 왕의 사신은 표정이 파랗게 질리고 만다.

구정이란 무엇인가..

중국 최초의 국가는 하나라. 하의 시조는 황하의 치수를 잘하셨던 우왕이다.

우왕은 천하 방방곡곡으로부터 구리 조각을 거두어 그것으로 거대한 솥을 만들었는데

그 세 발 달린 솥이 바로 구정이라.

정통 왕조의 상징이며, 권위의 징표로서 하나라, 은나라에 대물려 내려오다 그 당시 주나라 궁전에 안치되어 있던 것.

그러니까 초 장왕과 주나라 사신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해석된다.

구정의 무게가 얼마나 됩니까(그 솥을 초나라로 옮겨와서 내가 천하의 통치자가 되겠다)

그런 까닭에 왕의 사신이 새파랗게 질렸던 것.

사신은 이렇게 답했다.

그런 것은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천자의 권위는 아직도 주나라에 있소이다.)

그 말에 대한 초 장왕의 대꾸.

우리 초나라에서는 부러진 창 끝부분만 모아도 구정을 서너게 만들 수 있다오(웃기지 마라. 우리가 무력으로 밀어붙이면 주나라 허수아비 따위는 하루 아침 해장거리도 못 되는 거야.)

 

기원전 597년. 초 장왕 17년.

총동원령을 내려 중원을 향해 진군한다.

그래 놨으니, 교통 경찰 맏형 노릇하던 晉나라가 가민히 있을 수 있는가..

그러나 촌놈이 싸움질은 더 잘하는 모양이라..

붙는 즉시 진나라 신사들으 떡이 되는 망신을 당한다.

패퇴하는 晉군이 황하를 건너가는데..

창끝이 등을 찌르는데, 다음 배는 .... 배가 가라 앉겠다..

먼저 탔던 군사들이 칼을 뽑아들고 뱃전에 매달린 동료의 손을 잘랐는데..

끔찍하고 가엾어라.. 잘린 손가락들이 배 안에 가득 떨어졌다고..

 

촌놈 초나라는 큰소리 팡팡 치게 되고, 중원의 晉은 창피하고 부끄럽고 체면 안 선다.

허수아비 꼰대가 밤 먹여준다더냐.. 오로지 힘이다. 힘..

 

중원에서 의리 지키며 세련을 자랑하던 제후들이 초나라 깡패를 겁내게 되었다.

나는 왕이다. 그리고 세번째 패자다.

 

인정하고 싫으면 또 한 판 붙고..

 

초나라 오른쪽에 또 하나의 젊은 나라가 있으니 吳.

晉 나라가 초나라의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오나라를 꼬신다.

이봐 오야.. 왜요?

너. 초나라한테 져? 누가 그래요

그럼 이겨.. 이기고 말고요..

중앙의 앞선 문물과 병법 그리고 새로운 무기 제작법을 가르쳐주고 은근히 초와 싸움을 붙였다.

 

晉으로는 북상하는 초의 세력을 견제하는 전략에 성공했지만

싸우는 초와 오는 죽을 맛이라

1년에 7차례의 전면전을 치렀다니, 고달픔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속마음을 헤아린 송나라가 사이에 들어서 평화 회담을 열게 했다.

 

편작.

전쟁이 그츨 날 없던 때가 춘추시대라 하지만, 그때처럼 문명이 꽃피었던 시기도 없었다.

공자, 도덕경을  노자. 묵자. 편작.

편작은 사람의 병을 족집게로 잡아 고쳐주는 명의가 된다.

의술은 인술이요, 동시에 과학이다. 점쟁이나 주술을 믿지 말라.

그러나 무당과 주술사의 미움을 받고.. 다른 의원들에게도 질투를 받았다.

그러다 진나라 시종의 가 보낸 자객의 손에 죽는다.

==> 인체의 병에는 귀신이었지만, 인심의 질투 칼날을 피하는 기술은 전혀 없었던 모양이라..

 

오나라.

남쪽 더운 지방 변두리 나라였지만, 오나라는 대다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주 나라의 형님 뻘이다. 정통은 우리의 핏줄 속에 흐르고 있다.

본시 주나라 시조 고공단보에는 세 아들이 있는데, 셋째 아들에게 위를 물려주고 싶었는데, 효심 지극한 두 큰 아들은 아버지의 마음을 읽고, 슬그머니 가출을 한다.

그래서 주 왕실의 계승은 셋째아들 계력이 물려받아 오늘까지 이어왔다.

집을 나선 큰아들, 둘째아들은 어디로 갔나..

당시로는 세상 끝 오지로 여겼던 양자강 하류에 짐을 풀고 나라를 세웠다. 그것이 오 나라.

 

오나라 왕위 계승에 문제가 생긴다. 수몽은 막내 계찰에 뫙위를 물려주고 싶었다. 왕가 내에서뿐 아니라 온 백성이 그걸 원하고 있었다. 다만 당사자만이 거부하고 있었다.

승계권은 장자에게 있고 그것을 무시하면 국가에 화근이 생기는 법이다.

본인이 펄펄 뛰니 할 수 없었다. 왕위는 원칙대로 맏아들 제번에게로 이어졌다. 그러나 제번은 효자.

이 나라 왕위는 지금부터 동생에게 이어지게 된다. 그런 법을 만들어 시행하면 언젠가 막내 계찰에게도 왕위가 내려갈 것이다. 그러면 지하의 아버님도 기뻐하실 게다.

왕을 지내던  맏아들 제번이 죽고 둘째 여제가 왕이 되어 17년을 하더니.. 그도 죽었다.

이번에는 셋째 여매가 왕이 되었는데 본시부터 약골체질.

4년 만에 죽는다.

계찰의 고집이란.. 즉위식을 가지기 전에 어디론가 숨어버리고 말았다.

온 나라가 벌컥 뒤집혀 없어진 왕을 찾았으나, 아무 곳에도 없더니.. 결국 계찰을 왕으로 만들기는 포기.

 

이제 할 수 없다. 계찰은 포기하자. 그러면 누가 왕이 되어야 하나.. 남은 형제도 없으니..

본시 맏아들 제번의 아들 광이 영순위가 되는구나..

광은 훌륭히 장성해 그 즈금에는 오나라의 늠름한 장군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료가 왕위에 오른다.

돌아가신 선왕의 아들이라는 조건으로 료가 계승했다.

이미 결정이 되었기에, 더 이상 문제 삼으면 나라에 이롭지 않다는 판단으로..

사촌동생에게 왕위를 도둑맞은 광은 가볍게 미소만 짓고 있었다.

 

오자서.

초나라 사람 오사는 교장. 교감은 비무기.

생는 건이라는 태자. 건은 초나라 평왕의 맏아들.

비무기는 교장 오사가 독식한다고 질투한다.

혼자서만 학자연하고 태자를 독점한다. 하루쯤은 내가 가르치고 싶어도 도통 강의를 쪼개 줄 줄을 몰라요.

그건 소부께서 잘못 생각하고 계신 거외다.

....

교감이란 교장 유고시 또는 부재시에 직무를 대행하는 직책이외다. 오사 태부께서 건재하신데, 당신이 왜 나선단 말이오.

....  놈의 얘기가 백 번 지당하기는 하다만...

 

그럴즈음 평왕이

태자도 이제 장가갈 때가 되었잖는고.. 듣기에 秦나라에 예쁜 공주가 있어 결혼 적령기라던데..

누군가 가서 심사를 해 보시오.

비무기는 자신해서 진나라로 갔는데, 녀석은 잔머리를 굴린다.

그녀는 진실로 아름다웠나보다.

보자. 태자가 왕위를 계승하려면 앞으로 얼마나 오래 기다려야 할까.. 지금의 왕은 건강 상태가 우량하고 정력도 좋아 30년은 끄떡없이 해먹을 것이야.

나는 태자 놈 교감에서 임금님 보좌관으로 자리를 옮긴다.

 

비무기는 노가리를 깐다.

건강하신 대왕님. 며느님은 다른 곳에서 찾아보도록 하소서.

아무리 설명을 해도 미모를 다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딱. 대왕님께 걸맞는 미녀올시다. 애송이 총각에게 주기에는...

그럴까.. 그렇게 하고 말았다.

 

오사와 태자는 그저 쓰게 웃고 말았는데,

비무기는 스스로 한 짓이 있으므로 껄끄럽던 차에

비무기는 나쁜 짓을 더 한다.

태자가 새색시 건으로 칼을 갈고 있다고 왕에게 말한다. 오사라는 자가 충동질하고 태자는 몸이 와싹 달아 있다고..

어느 뜻있는 이가 있어 태자에게 급보를 전해줘, 태자는 송나라로 피신해버리고

영문을 몰랐던 오사만 잡히게 된다.

 

오사의 두 아들, 오상과 오자서는 느낌이 좋지 않다.

아니나 다를까..

당신네 아버지는 사정이 이러저러하게 되어 지금 감금되어 계시오.

두 분께서 왕궁으로 오셔야만 아버지를 석방해준다고 했소.

가야겠군.

아닙니다. 형님. 이는 비무기의 계략입니다. 뒷일이 겁이 나니까, 우리마저 잡아 죽이려는 속셈입니다.

나도 안다. 그러나 가지 않으면 겁쟁이로 몰려 세상의 웃음거리가 된다. 하지만 너는 탈출해라. 두 형제가 모두 바보처럼 속아서 죽었다는 얘기를 남겨서는 안 된다.

 

동생 오자서는 그때부터 북수귀가 되고 만다. 그리고 형 오상은 아버지와 같은 날 죽는다.

 

초 평왕, 처음부터 모자란 인물, 그러니까 아들의 약혼자와 결혼을 했을 것이다.

 

도망가는 오자서는 현상 붙은 사나이.

왕. 비무기. 만드시 돌아와 네놈들을 죽여서 복수하리라.

현상 붙은 놈은 고달프다.

우여곡절, 위기일발, 칠전팔기, 불원천리

태자를 찾는 데 성공했다.

태자 건, 그의 아들 승, 노예. 그리고 오자서.

 

태자 건.

진나라 경공은 떠돌이 귀공자를 반갑게 맞아주어 감격시켰다.

그러나 가신들은 마땅찮아 투덜거렸다.

저 따위 초나라 떨거지를 뭘 우대하십니까?

이 사람들아. 지도를 보게나.

골칫덩이 초나라와 우리 나라 사이에 적당한 울타리를 치려는 작전이네. 떠돌이 태자를 우리 심복으로 만들어 정나라에 박아놓자는 거야.

직접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것보다는 울타리를 둘러치는 편이 훨씬 부드러워.

 

어느 날. 경공은 몸소 납시어 태자 건을 꼬셔댄다. 초나라의 어엿한 왕이 되었을 몸이.. 천지를 배회하며 이 무슨 고생인고..

초보다는 작지만, 정나라의 왕이라도 지내보겠나..

정나라 정공이 자네를 후대해 줬다면서..

그랬지요.

그건 자네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야. 호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아무 의심도 없이 턱 믿고 있을 것이네.

정나라로 가서 기다리게. 내가 밖에서 쳐들어갈테니. 그때 호응을 해서 정나라를 인수하잔 말이야. 그 뒤에 자네가 왕이 되어 우리와 친하게 지내세.

냄새 나는 떠돌이 거지 생활 이제 그만하고, 정나라 왕이 되란 말이야. 본시 왕이 될 몸이 아니었는가..

 

태자 건의 설명을 들은 오자서는 펄쩍 뒤었다.

안 됩니다. 바보 같습니다. 그건 왕이 아니라 진나라의 머슴이 되는 것입니다.

머슴이라도 왕 머슴이다. 이 따위 방랑 생활에 비할까보냐..

 

처음부터 데리고 다니던 노얘. 그 때 노예의 잔등에 큼직한 종기가 열을 내고 있던 터.

비틀거리다 주인과 몸을 부딪친다.

당연히 꿇어앉아 채찍을 맞아야 할 놈이 도망을 친다. 노예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발끈한 주인은 칼을 뽑았다. 노예의 생사는 그 주인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말하는 개, 돼지 노예는 그 길로 달려가 정공에게 자초지종을 고해 바치고 만다.

 

인간이 불쌍해서 일껏 선심을 베풀었더니, 내 나라를 훔치겠다고..

초나라 태자 건, 일을 꾸미기도 전에 등에 칼을 맞고 죽고 말았다. 타인의 선심을 악용하려던 죗값일 게다.

==> 소탐대실. 작은 것을 탐내다가 목숨까지 잃을 줄 알았다.

 

해검정.

소식은 초나라에도 전해졌다. 비무기가 더 설쳐댄다.

초 평왕의 현상금은 묵직했다.

초나라 자객들이 떼거리로 몰려 오자서를 추적했다. 장소는 진과 초의 접경 지대.

앞길은 험하고 쫓는 무리는 급하다. 그러나 어떤 일이 있어도 나는 살아야만 한다. 살아 남아서 복수를 해야 하니까

얼마나 고달팠는지 모른다. 생명에 위협을 받으며 여러 날을 쫓겼다. 한두 명의 상대는 정면으로 부딪쳐 뚫고 나갔지만 요새의 검문소는 다르다.

며칠 만에 그의 머리털이 하얗게 새어버렸다니. 그때의 고충을 짐작할 수 있겠다.

굶주림에 몸에 병까지 얻어 설상가상의 고행길.

 

그 즈음의 오나라는 장군 光의 왕좌를 료가 가로채어 오묘한 분위기에 처해 있던 그러한 때...

재빨리 상황을 파악한 오자서는 뜻을 굳혔다. 광에게 합류한다.

첫 대면에서 이렇게 말한다.

초나라를 치고 평왕을 죽이고 싶소. 복수를 도와주십시오.

저도 장군님의 그 일을 성공시켜 드리겠습니다.

두 사람은 손을 잡았다. 그 일이란 물론 왕위를 차지하는 대사를 의미한다.

 

어장복검

오자서는 전제라는 사람을 델왔다.

대담하고 침착하기 짝이 없는 용사. 아무리 다급한 중에라도 손끝이 떨리지 않습니다.

그 사람에게 줄 명검도 보아두었습니다. 대단히 비싼 칼입니다.

칼 이름은 어장이라 합니다. 월나라는 중원에 앞서 제철 기술이 발달되어 있었다. 따라서 지금까지 남아 있는 명검들이 ㅣㅇㅆ다.

 

기원전 516년 초 평왕이 죽었다. 소문을 들은 오자서는 하루 종일 울었다.

오나라 왕 료는 좋은 기회라 판단하고

초나라 놈들이 왕을 잃고 경황이 없을 것이다. 자신의 주력 부대를 동원. 초나라를 침략했다.

 

공자 광이 오자서를 찾았다.

그대의 원수가 죽었으니 허탈하겠구만.

놈은 죽었지만 그 시체는 있을터입니다.

료의 주력이 지금 나라를 비웠습니다. 단행하시지요.

방법이 있는가?

있습니다. 전제를 부르고 어장을 준비하십시오.

공자 광의 집에서 향연이 벌어지고 그곳에 왕이 초대된다.

삼엄한 경비와 철저한 경호가 뒤따랐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왕의 식탁 곁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음식을 나르는 하인뿐인데, 그들도 철저한 몸수색을 받아야 한다.

자객 전제는 요리를 배우고, 음식을 만들어 왕에게 음식을 바친다.

늠름한 전제. 입가에는 공손한 미소까지.

어장이라는 명검이 고기 창자 속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이번에는 그 날이 오왕 료의 심장에 박혔다.

잠시 후 왕을 죽인 자객도 난도질이 된 살덩이가 되고 말았거니와..

그 다음날. 오나라의 장군 光이 왕위를 이으니, 바로 오왕 합려다.

 

일모도원

쿠데타가 성공하자, 오자서는 그 즉시 농사 일을 때려치우고 채소밭에서 나왔다.

병법의 대가이며 직업 군인으로 활약 중이던 순무가 합세했다.

초를 징벌한다.

초 평왕이 자기 아들의 약혼녀를 빼앗아 그녀의 몸에서 낳은 아이가 지금의 초 소왕.

아이는 울면서 도망가 숨고, 복수귀 오자서는 눈에 핏발을 세웠다.

평왕의 무덤을 판다. 나무관의 시체를 꺼내 노기충전하여 쇠채찍으로 3백여 차례나 때리고 눈알을 후벼 파다.

친구 신포서가 어찌 그렇게 가혹하냐고 하자

일모도원.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그떄의 심정을 짦은 말로 잘 나타내주고 있다.

 

신포서는 서쪽의 秦나라로 가서 원군을 요청한다.

진 애공은 코웃음 친다.

그 나라는 망해도 싸다. 당연하다. 아들의 약혼녀를 가로챌 때부터 알아봤느니라.

 

신포서는 진나라 궁궐 뜰에 엎드려 통곡을 그치지 않으며 애걸을 계속했다. 7일간의 단식 투쟁이었다던가..

드디어 진 애공도 마음을 돌린다.

못난 왕에 잘난 신하로다.

 

오나라의 잔등, 즉 동쪽 바닷가 지방에 월이라는 나라가 있었다나 어쨌다나.

오나라 사람들에게는 야만족으로 취급되어 거들떠보지도 않던 놈들인데, 아 그런데 이것들이 싸움을 걸어왔다.

 

주력 부대가 초나라 깊숙이 원정을 떠난 것을 알아서 그랬나보다.

초나라 작살 일보 직전에 오나라 군대는 귀국할 수밖에 없었던 것.

오왕 합려는 그때부터 월나라와 원수가 되고

이미 복수를 끝낸 오자서도 오랜 세월 동안 체질이 되었던 증오심이 아직도 몸 속에 남아 있었던지, 이번에는 월나라를 향해 마음속 불을 태우게 된다.

 

죄수부대.

강국이라고 뽐내던 초나라는 오나라 합려에게 혼쭐이 나서 수도를 멀찌감치 옮겨갔다.

오의 세력은 불처럼 일어나 북으로는 제나라, 晉나라까지 위압하는 지경이 되었다.

장군 손무와 오자서의 도움에 힘입어.

 

우리가 처음 초나라를 정벌할 때 등 뒤에서 빈집을 공격했던 월나라 깡촌 놈들을 잊지 못한다. 용서할 수 없는 자들입니다.

지금 그놈들 괴수가 죽어 어수선할 터인즉. 이 기회에 없애버리자.

조심하십시오. 범려라는 수수께끼 인물이 지금 그자들 가운데 섞여 있습니다.

범려란 어떤 자인가..

대단한 지략을 가진 전술가입니다. 결코 얕봐선 안 될 인물이지요.

그런 놈 한둘이 있다 해도, 상대는 문신 새긴 야만인 집단이다.

스스로 패자임을 자랑하던 합려다. 월나라쯤 멸시하던 잠재의식도 있었다. 그는 출정을 결심한다.

 

오, 월 양국의 전면전은 지금의 태호와 항주 중간의 추리라는 곳에서 치른 첫 교전으로 시작된다.

오나라 놈들. 죄다 떨쳐 나왔군. 수로 보나 사기로 보나 우리보다 월등합니다.

그렇다면 군사 범려, 어떤 작전으로 싸워야 이길까?

한참을 생각하던 전략가 범려.

최수부대로 도박을 한 판 벌여 보겠습니다.

당시 진중에는 사형수들로 구성된 집단을 두고 있었다. 어차피 죽기로 작정한 사내들을 전쟁에 끌고 가서는 병참의 보급이나 기타 위험한 일에 종사시켰다고 한다.

너희는 여기서 죽어다오. 그 대신 네놈들의 가족에게는 막대한 상금을 나눠주겠다. 지금 문서를 만들자.

그때 종군했던 사형수 60명.

20명씩 3대로 나눠 각자에게 예리한 칼이 지급된다.

1소대는 오나라 진영 앞으로 가서 칼로 자결한다.

다음 2소대도. 3소대도..

오나라 진지에서는 모든 장병이 이 진기한 구경을 넋을 잃고 있었다.

좌,우익, 후방을 맡은 병사들이모두 나와 구경에 열중한다.

그때 깨달은 오자서..

아차 속았구나.

자살부대에 시선을 빼앗기는 동안 소리 없이 우회한 월나라 돌격대들이 오나라 좌우 옆구리를 찌르고 들어왔다.

전투는 오래가지 않았다. 기습작전이 완전히 성공했기 때문이다.

난전 중에 오왕 합려가 칼을 맞은 사실은 치욕이 아닐 수 없었다.

칼날에 독이 묻어 있었을까? 아니면 너무 붆나 탓이었을까?

그날 밤. 10여 리를 후퇴한 장소에서 합려는 임종을 한다.

아들 부차를 불러, 구천이 자신을 죽인 것을 잊지 말라고 유언한다.

합려의 무덤은 지금의 소주 북서 방향에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간장과 막야

오와 월의 제철 기술. 명검에 관한 이야기.

오왕 합려가 살았을 때. 월나라에서 선물을 보내왔다.

세 자루의 보검.

칼은 대단한 진품이었다.

약올리나. 우리는 더 좋은 칼을 만들자.

 

당시 오나라 최고의 도장공은 간장과 막야라는 부부.

몸과 마음을 깨끗이 씻고 백일 기도를 올린 뒤 경건한 마음으로 기도하는 마음으로 작업에 임한다.

3년 후 두 자루의 명검을 탄생시키는데, 수칼의 이름은 간장, 암칼은 막야.

돌을 두부 자르듯 하고. 사람을 베어도 피가 묻지 않아요.

한 자루는 보관하가 하나만 왕에게 보낸다.

합려는 몹시 좋아했지만, 간장은 살아서 아내 곁으로 가지 못했다.

월나라로 가서 또 이런 칼을 만들면 안 된다.

그러나 간장은 집에 남긴 또하나의 칼 막야의 비밀을 간직하고 웃으며 죽었다고..

 

와신상담.

죽은 합려의 아들 부차가 왕위를 물려받았는데, 그는 언제나 가시나무를 깔고 자며 수행원들에게 임종시의 아버지가 하던 말을 되뇌게 했다.

복수심이 약해질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

3년간. 부차와 오자서는 한시도 쉬지 않았다.

 

범려는 선제공격을 말리지만, 왕 구천은 선제 공격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사람은 마치 미친 개와 같습니다. 공격하는 것보다 우리 군비를 더 키우는 편이 상책입니다.

뭘. 그까짓 오동통 샌님들을 가지고..

범려의 맹렬한 반대를 무시하고 싸움을 걸었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초전에는 져 줍시다. 깊숙이 끌어들여 전멸시킵시다.

오군은 사기에서 월군을 압도하고 있었다.

뭣 모르고 진격하던 구천이 사태를 파악했을 때에는 이미 늦은 뒤.

 

구천이 항복을 해도 용서해주지 마십시오. 반드시 죽여서 후환을 없애야 하오.

예상했던 대로 화친을 요청해왔다.

이것으로써 아버지와의 약속은 지킨 셈이다.

아니지요. 하늘이 주신 이 기회에 월이란 나라를 없애야 합니다. 그래야만 중원으로의 발길이 수월해집니다.

 

범려가 재빨리 손을 써서 부차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다.

부차의 주변 인물에게 뇌물을 뿌려 구천의 구명 운동을 벌이는 한편, 서호에서 태어난 미녀 서시를 부차에게 상납하여 용서를 빌었다.

낡은 수법입니다. 여희나 포사같은 미인계올시다.

하여튼 좀더 두고 봅시다.

아닙니다. 당장 죽여 버리십시오.

글쎄. 나에게도 생각은 있다니까 그러시니.

 

구천과 범려는 목숨을 건졌다. 정말 노예처럼 행동하며 부차의 경계심을 풀고 있었다.

그러나 끼니때마다 쓰디쓴 쓸개를 핥아 먹는 저의는 어디에 있는가?

구천아. 너는 옷 벗고 머리 숙였던 치욕을 결단코 잊지 마라.

 

오왕 부차가 가시 위에서 잠을 잔 것이나 월왕 구천이 쓸개를 핥은 것은 모두가 뒷날의 복수를 다짐하며 자신에게 채찍을 가한 행위인데, 이를 가리켜 와신상담이라 한다.

 

속고 있는 것이다. 구천을 죽여야 한다.

지금도 노예의 예는 잊지 않고 행하고 있소.

그러면서 보복의 기회를 엿보는 것입니다.

우리 오의 힘에 비하면 파리 같은 존재요. 나는 북방의 제나라를 쳐서 국토를 넓힐 생각이오.

안 됩니다.

먼저 월부터 없애고 편한 자세로 북진을 해야 합니다.

.... 마치 그대가 왕이고 나는 들러리 같구만..

 

오왕 부차는 차츰 오자서가 싫어진다.

송충이 눈썹에 잔인한 인간.

선왕을 도와 초를 물리치더니 그 떠세를 나에게 한다. 옛날의 공을 내세워 왕을 우습게 안다.

감정은 곪아버려서 왕께서 하사하시는 명검 촉루를 받으십시오.

뭐라고.. 바보 같은 인간이 앞을 볼 줄 모르고 나에게 자결을 명하는가..

월세가에 오자서가 크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고 적혀 있다.

'이제 와서 사람을 의심할 줄 알게 되었는가. 그런데 구천이나 범려는 의심하지 않는다. 앞으로 지탱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자서의 마지막 얘기를 전해들은 오왕 부차.

무덤에 가래나무를 심어? 네깐 놈에게 무덤을 만들어줄 줄 알았더냐?

말가죽 자루.

오자서의 시신은 땅에 묻히지 못하고, 말가죽 자루에 들어가 양자강 물에 던져진다.

 

오자서가 죽은 뒤 부차는 좀더 교만해진다.

나라의 군대를 통틀어 북진을 해 올라간다. 그 동안 남몰래 힘을 키우고 있던 월왕 구천이 드디어 일어섰다. 범려가 작전을 맡았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구천.

북쪽에 올라가 패자연하고 으스대던 부차에게 비보가 날아든 것이 그때쯤이다.

월나라 구천 조무래기가 감히 분수도 모르고..

내려가서 야단을 쳐줘야겠군.

 

그러나 사정은 그렇지가 못했다.

얘들이 어느 틈에 이토록 힘을 길렀단 말이냐..

양산에 갇혀 겹겹이 에워싼 월군 속에 고립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월왕 구천은 자비를 베풀어준다.

나도 너를 죽이지 않으며. 동쪽 바다 가운데 작은 섬이 있으니, 너는 그 섬에서 목숨을 이어가라.

중원의 패자가 손바닥 같은 섬의 주인이라... 죽어서 오자서를 대할 면목이 없다. 이것으로 얼굴을 가려달라.

'범려의 충언을 받아들였던 월왕 구천은 최후의 승리를 거두었고, 오왕 부차는 오자서를 등지너다 자멸하였다'

 

부차가 죽은 뒤, 월왕 구천은 갑자기 힘을 얻어 위세를 뽐낸다.

범려. 그대의 공이 크다. 무엇으로 보답할까..

이 나라의 반을 줄까.

....

범려는 자취를 감추고 만다. 고생을 같이 나누던 사이는 호강을 나누지 못하느니.

 

이로써 춘추시대는 막을 내린다. 춘추와 전국 시대의 구분은 공자 중이가 중원의 패자로만들어놓은 진나라가 분열되는 시점을 경계로 한다. 기원전 453년. 조, 한, 위의 세 나라로 분열된다. 오나라가 멸망하고 나서 꼭 20년 후의 일이다.